#. 가브리엘 레예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브리엘 레예스는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쪽 지점의 미사일 기지를 처리하지 않으면 본대가 진출할 수 없어. 블랙워치와 함께 이곳을 처리해 줘.]
 [지원은 얼마나 해줄 수 있지?]
 […언제나처럼, 최소한으로.]

 그게 작전 시작 전, 아나 아마리와 나눈 대화 전부였다. 잭 모리슨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정확히는 있을 수 없었다. 오버워치의 작전 사령관으로서 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겐 잭 모리슨이 부사령관인 아나에게 괴로운 명령을 떠맡긴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뿌득 갈았다. 어두운 감정들이 앙금이 되어 마음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입구 무력화 완료.
 “진입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감정에 불과했다. 그의 목소리는 어수선한 마음과는 달리 놀랄 만큼 차분했고, 조용했다. 그는 블랙워치의 대장이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되어도 대장은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법이었다. 그의 수신호와 함께 블랙워치 대원들의 손에 들려 있던 EMP 폭탄이 동시에 하늘로 솟구쳤다. 

 파지지직!

 옴닉 놈들의 비명 소리를 전주곡 삼아 작전이 시작되었다. 블랙워치 요원들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고, 미리 전자기 펄스로 양념을 쳐 둔 옴닉 로봇들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져갔다. 물론 그들은 쓰러진 로봇들에게 유탄과 폭탄을 퍼부어 완전한 고철 덩어리로 만드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옴닉을 상대로 방심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은 없었다. 

 잠시 후, 한 때 옴닉의 미사일 기지였던 곳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문자 그대로 가루가 되어 가라앉았다. 아예 재기가 불가능하게끔 미사일 기지 지하를 폭파시켜 지반 자체를 무너뜨린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대원들이 빠르게 철수했다. 옴닉의 본대는 언제 올지 몰랐고, 그들은 지원을 바랄 수 없었다. 그들에겐 시간이 곧 생명이다. 

 철수하는 차량에 타자마자 레예스는 무전기에 대고 낮게 말했다.

 “사상자를 보고해라.”
 [짐 녀석이 중태입니다, 대장. 허벅지 상처가 너무 깊어요. 피가 멈추질 않습니다!]
 “B지점으로 이동해라. 위쪽에 연락을 넣어 놓을 테니까. 현장에서 바로 수술 받을 수 있도록 해두겠다.”
 [알겠습니다, 대장!]

 레예스는 깊게 한숨을 쉬며 무전기를 귀에서 뗐다. 그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이 바로 작전 직후의 이 때였다. 블랙워치는 정예 중의 정예들만 모인 집단이었으나, 그들 역시 살과 피로 된 사람이란 점은 다른 부대와 다를 바 없었다. 실력이 좋다고 총알이 피해가지는 않는 법이었다. 언제 눈먼 총알에 골로 갈지 모르는 곳. 그게 바로 전쟁터였다. 그는 미간을 매만졌다.

 “맥크리, 본부 쪽으로…….”
 “거 통화하실 때 이미 연락 넣었수다, 대장. 치글러 박사님이 오신다는데요.”
 “…그래, 다행이군.”

 그는 한시름 놨다는 듯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앙겔라라면 믿고 맡길 만 했다. 뭐라 해도 오버워치 최고의 의사니까. 

 하지만 뭔가 기묘한 불쾌감이 그의 등허리를 훑고 지나갔다.

 “잠깐, 맥크리.”
 “뭡니까?”

 평소라면 그 껄렁한 태도에 알밤이 한 대 나갔을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알밤 대신 질문이 먼저 나갔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우리는 극비 임무였고, 지금쯤 오버워치 본대와 옴닉의 공방이 한참일 텐데.”
 “당연히 그러겠죠. 우리들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을 테고 말입니다. 그게 뭐가 문젭니까?”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다.” 레예스가 조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만큼 의료팀 쪽도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을 텐데, 앙겔…아니 치글러 박사가 여기까지 올 여유가 있나 이 말이다.”

 그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블랙워치의 대장이라면 앙겔라는 의료팀의 대장이었다. 대장은 명령을 내리는 역할이지, 일선에서 뛰는 역할이 아니었다. 맥크리도 그제야 아 하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레예스는 뭔가 불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앙겔라가 직접 와준다는 사실이 고맙기는 했다. 그녀는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의사니까. 하지만 위치에 따른 역할이란 게 있는 법이었다. 냉정하게 보자면 그녀가 직접 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진로를 변경한다. 전 부대는 B지점으로 이동하도록.”
 “그럼 본부로 돌아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요.”
 “뭐 문제라도 있나?”
 ‘많죠.’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만한 맥크리였지만, 침과 함께 꿀꺽 삼켰다. 레예스의 표정이 흡사 조금만 수틀리게 한다면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블랙워치에서 가장 레예스의 주먹맛을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바로 맥크리였다. 

 뒤로 뭐라 툴툴거린는 맥크리를 무시하고 레예스는 다시 한 번 깊게 한숨을 쉬었다. 예전, 그녀의 집에서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들었을 때의 기억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뭔가가 불길했다. 뭔가가.

 지금 그의 가슴은 앙겔라 치글러 박사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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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 너무 오랜만입니다.

1. 이번 단편 원래 생각과 많이 달라지겠네요, 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