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상 한창 때인 하이클래스와 공생때의 스샷입니다. 뒷 라인 쪽으로 하이클래스 인원들이 간간히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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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계획이 음지에서 차곡차곡 진행 되가고 있을때쯤, 
신의 연합은 외부의 위협과는 별개로 내부분열에 시달렸다.
마치 여당이라는 거대한 적을 앞에두고 끊임없이 분열의 역사를 반복하는 야권의 정당들 처럼.

성을 먹고, 부를 축적하고, 덩치가 거치니 간부진들의 콧대는 날로 커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중요한것은 초심이지만, 덩치가 커지니 어깨 싸움은 자꾸만 생겨났다.
혈맹 대 혈맹의 싸움이 급기야 연합을 불러 연합 대 혈맹으로 찍어 누르려는 전쟁도 발생했다.

신의연합을 연호하던 유저들의 인식도 점차 차갑게 식어갔다.
눈을 돌려버린 민심이랄까.. 이제 더이상 정의와 정도의 표상이 아니었다.
과거 미르의 과격 분자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메인스트림에 나선 연합에서 유독 갑질을 하려는 인원들도 생겨났다.

사실 그러한 부패의 온상은 다름아닌 간부진이었다.
혈맹이라는 자체의 자부심을 군주 본인만의 주체적 자존심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타 혈맹들과의 끊임 없는 분란을 일으켰다.

의미 없는 전쟁을 거듭하자, 연합내의 HS 혈맹이 간부들과의 언쟁끝에 연합을 탈퇴했다.
HS 혈맹은 인원 수에서는 1순위였던 카마엘 혈맹에 비해 적었지만, 정예 혈원의 수는 훨씬 많았다.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그 자리를 채우던 HS 혈맹이 탈퇴하자, 연내의 타 혈맹들도 이에 동요 하기 시작했다.
목적도 없는 연합을 고집하기엔, 외부의 거대 혈맹들에게 견제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은 끝났고, 끊임 없이 싸움을 반복하던 이들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내실을 다지고 싶어했다.
하지만 카마엘 혈맹의 '사나이' 총군은 기본적으로 겉멋만 부릴줄 알지, 내실을 다질줄 몰랐던 인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본심의 경솔함이 끊임없이 분쟁을 불어오자, 연합의 혈맹들은 HS 혈맹을 필두로 점점 와해 되어 갔다.

2주 여가 지나, 서버는 이른바 춘추 전국 시대로 돌입했다.
이쯤부터 go혈맹의 이른바 '도장깨기'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혈원을 작업장 캐릭으로 라인업 시킨 go혈맹은 이곳 저곳 쑤시며, 본인들의 힘을 과시하고 다녔다.
아직까지는 하이클래스와의 표면적 연합은 이뤄지지 않았던 시기이기에 마크도 등록하지 않은 go혈맹의 대한 두려움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각 혈맹들의 패전문을 받아내던 go혈맹은 힘이 약해진 신의연합과도 트러블을 일으켰다.

썩어도 준치,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는 맹수라며 신의연합의 낙승을 예상하던 유저들은 충격에 빠졌다.
모든 전력을 온전히 드러낼만큼 강한 상대가 없었던 go혈맹에게 후퇴하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자부심이라 생각했던 것이 자만심으로 판명났다.
오전과 오후,야간 모든 교전을 거듭 할 수록 쓴맛을 보기 시작했다.
go혈맹에 대한 공포로 두려움에 잠식되어 갈쯤, 카마엘 혈맹은 과거 연합이었던 HS혈맹에게 지원을 부탁했다.
과거의 정리때문에 마지못해 다시금 칼을 빼든 HS혈맹원들에게 예전의 철두철미한 전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go혈맹이 워낙 강한 탓도 있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진 탓이 컸다.
허울만 크지, 정신수습도 안되게 호되게 당하는 신의연합의 인원들을 보자, 실망감도 커진 것이다.
거기다, 간부들은 여전히 정신도 못차리고 일을 키우기만 할 뿐이다.

결국 고민끝에 HS혈맹은 연합과 상의하여 패전문을 작성하고, 전쟁에서 빠졌다.
go혈맹에서는 패전 뒤 본인들에게 흡수 되기를 제의했지만 HS혈맹의 군주 '레오'는 이를 거부했다.

가장 많은 수의 정예를 자랑하던 HS혈맹이 다시금 연합과의 연계에서 자리를 뜨자,
나의 혈맹이던 미라클 혈맹도 패전문을 작성하고 연합에서 탈퇴했다.
패배감과 굴욕감을 이기지 못하던 많은 이들이 장비를 정리하고 서버를 떠났다.

서버의 역사는 끊임없이 전쟁을 반복하고, 평화는 찰나였다.

결국 용두사미였나
아니, 처음부터 용이 아니라 이무기 수준도 아니었을게다.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별도 있다.
이때쯤 신의연합의 해체와 더불어 서버내의 유저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300혈맹'의 행보였다.
300혈맹은 신의연합과 미르연합의 전쟁이 한창이던 초창기에 소수의 라인업으로 힘을 키우던 혈맹이었다.
거리로 나가 주목받기 좋아하는 타 혈맹의 인물들과는 사뭇 다르게, 
조용히 힘을 키우길 좋아했던 이들이라 혈맹이 차츰차츰 커지기 시작해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진 않았다.
사실 서버내에 이목이 모두 신의와 미르에 쏠린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엄청난 속도로 레벨업을 하여 이미 상위 필드에 진출 했기 때문인지 암암리에 강자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혈맹이었다.

당시 300혈맹의 군주였던 '스티븐제라드'는 행보에 있어 그 성질이 '핏빛게이샤'와 궤를 같이했다.
혈맹의 힘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에는 거대 혈맹들을 끊임 없이 흔들어 시비를 걸어댔다.
그들의 전쟁 목록에는 과거 미르연합의 분자들이 모여 다시 세운 정의연합도 포함되었는데,
go혈맹과 같이 도장깨기에 들어간 300혈맹의 독보적인 게릴라 전술을 당해낼 혈맹은 얼마 되지 않았다. 
급기야, 서버내의 덩치 큰 혈맹들을 모조리 때려 눕히며 세간의 이목을 한눈에 받게 되었다.

싸움을 좋아하던 300혈맹은 이곳저곳 시비를 걸던중, 연합 탈퇴 후 조용히 전력 증진에 집중하던 HS 혈맹과도 마찰이 생겼다.
go혈맹에게 패전하여 내심 자존심이 상해있던 HS 혈맹은 전쟁을 피하지 않았다.
마치 로얄럼블들 끼리의 싸움처럼 대단했던 교전은 3자들의 입을 통해 서버곳곳에 퍼졌다.
어디에선가 교전이 진행 중 이라하면, 관전을 희망하는 자들이 속속 나타나 갤러리 진을 형성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두 혈맹의 전쟁은 일찍 끝이 났다.

접전을 이어가며 멋진 경쟁을 하던 두 혈맹은 상대에게 일체의 언플과 외창질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강한상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동의 적 출현으로 합의하여 종전했다.

공동의 적은 바로 로드 혈맹이었다.
로드 혈맹의 군주진이던 '킬러'와 '궁극'은 본래 300혈맹의 소속이었다.
그들은 금전과 여성 혈원 문제로 혈맹내에 분란을 조장하여 혈원들과 진통을 자아냈다.
저레벨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식구들에게 욕을 퍼붓고 떠난 이들은, 탈퇴 후 로드혈맹을 창설하여 몸집을 불렸다.
전열이 다듬어지자 이들은 급기야 300혈맹에게 칼을 겨누었다.
과거의 치욕을 되갚겠다는 말도 안되는 명분이었다.
그런 와중에 HS혈맹과도 시비가 걸린것이다.

그리하여 300혈맹과 HS혈맹은 앙금을 털고, 서로 공조하여 '더러운 쥐새끼' 때려잡기에 돌입했다.

남자는 의리아닌가.
멍청하고, 의리도 없는 킬러와 궁극은 결국 본인들이 만든 혈맹도 저버리고 저들끼리 살겠다며 줄행랑을 쳤다.
로드혈맹의 혈원들은 한 순간 혈맹이 해체되어 갈 곳을 잃었다.

멍청하지만 적을 만들기 좋아했던 킬러와 궁극은 결국 버러지 코스의 최종역에 도달했는데, 투신 한 곳이 go혈맹이었다.
도장깨기를 반복하여, 서버내의 수 많은 혈맹을 무릎 꿀리던 go혈맹은 이들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 go혈맹은 본격적으로 야욕을 들어내며 하이클래스 혈맹과의 연합을 표명하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생과사 연합' 이었다.

일명 생사연합이라 불린 이들은 표면으로 나온 뒤 작정이나 한듯, 온갖 혈맹들에게 힘자랑을 해댔다.
중립혈맹들 마저도 억지로 무릎꿀린 이들은, 급기야 통제를 외치기 시작했다.
통제에 맞선 혈맹들은 모두 해체되어 갔고, 집요한 생사연합은 해체된 분자들을 흡수 하며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끝끝내 패전문을 올리지 않던 카마엘 혈맹이 무너졌다.
과거 신의연합의 대표이자 카마엘혈맹의 총군이던 '사나이'는 군주였던 캐릭터를 팔기까지 하며 타섭으로 도주했고, 뿔뿔이 흩어진 카마엘 혈맹의 몇몇은 적이던 생사연합에 투신했다.
기존 창설멤버들을 제외하곤, 모조리 배신자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그들은 마치 일제의 공포 정치속에 부역하여 한자리씩 꿰찬 친일파들과 같이 극성으로 날뛰었다.
연합내에서 주목을 받고자 어떤 짓이든 하던 그들의 모습은, 과거의 동료들에게 모멸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한명,두명씩 서버를 떠나기 시작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던전의 입구 앞은 북적거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야심한 시각에 사냥을 할려고 매칭창을 켜면, 예전과는 눈에 띄게 황량했다.
그래도 아덴마을과 기란마을은 교류의 메카인지라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아이템거래 사이트를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왔다. 
하루가 다르게 시세가 떨어져 내리고, 온갖 장비의 매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함께 하던 사람들이 점차 그 모습을 감추자, 온갖 감정이 뒤섞이며 결국 종래에는 무기력함만이 나를 감쌌다.
접속하면 기란마을 중앙에 캐릭을 세워두고 멍하니 1,2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나 역시 들고 있던 칼과 갑옷을 벗었다.

거래 사이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모든 아이템을 넘긴 나는 결국 그렇게, 게임을 접었다.

게임을 접던 날 , 게임방에서 나온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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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에 착오가 생겨 여태 카마엘 혈맹의 총군주를 '태무진'이라 칭해왔습니다.
다시금 알아보니 부군주였더군요 등록된 모든 글에 수정하였습니다.

9편에서 뵙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