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만화로 엮어내는 일이 난황을 겪기도 했고, 
요즘 계속 서버 게시판이 일련의 문제들로 시끄러웠던 탓에
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한 동안 타 싸이트에만 업로드하며 넵튠섭 게시판에는 지양해왔습니다.
대충 잠잠해진거 같으니 슬쩍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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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전직이라는 목표는 달성했다.
실제론 짧지만 내적으론 길고도 길었던 정비의 시간이 다가왔다.
76레벨 부터 착용 할 수 있는 S급 장비의 매물은 이미 서버에 충분히 나와 있었다.

20대 초반으로써 모든 부위를 S급으로 셋팅하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이었지만
일전에 생사연합의 사냥개로 부터 습득한 전리품이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황금빛 장식이 수 놓아진 임페리얼 중갑셋트를 장착하자, 역시나 판금 본연의 멋스러움이 흘렀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더 좋은 장비를 구하고, 장착하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다.
무기와 악세사리를 구입하는 일도 일사천리였다.

이제 당면 과제는 두가지다.
서브클래스를 성장시켜 '노블레스'를 달성하는 것과 본 클래스를 계속 성장시켜 마의 79레벨로 진입하는 것.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나, '노블레스'의 편리함은 당장이라도 필수적이었다.
구입한지 얼마되지 않는 S급 장비를 창고에 도로 보관해야했다.

40레벨로 전환된 서브클래스를 75레벨까지 성장시키는 일련의 시간동안 생사연합과 몇번의 조우가 있었지만, 때마다 점점히 피해가며 성장을 최우선으로 했다.
시간은 흘러만가고, 따라잡아야 할 적들은 기준을 계속 앞질러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묵묵히 그리고 비록 천천히지만,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었다.
새해가 밝아 오기 한달이 남은 시간, 목표한 '노블레스'를 달성했다.

한동안, 쓸데 없는 충동을 참고자 시선도 두지 않던 창고 속 본장비를 되찾아 장착했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당초 예상보다 일찍 목표를 달성했으나, 여전히 갈길이 멀었다.
하지만, 최소한 이전과는 달리 교전에 참여 할 정도는 되었기에 사냥 중 틈틈히 교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즈음 300혈맹과 생사연합간의 주요 격전지는 여전히 아덴영지 이북이었다.
엄밀히, 루운과 고다드 영지였다.
'신들의 화로'와 '침묵의 수도원' 그리고 그 두 주요 사냥터를 이어주는 '온천지대'
가장 활발한 격전지는 위 세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온천지대'는 언덕이 많은 대신, 넓게 트여진 맵의 특성상 궁수와 마법사가 뛰어 놀기 최적화된 필드였다.

밀고 밀리는 교전속에서 하루하루 진정한 전투를 배우고 있었다.
이전에 신의연합의 소속으로 치뤘던 전쟁들은 애들 장난에 불과했구나라고 느낄 정도였다.

격수들의 움직임은 마치 뫼비우스띠를 그리는것 처럼 혹은, 스타크래프트의 인터셉터의 움직임 처럼 항상 끊임없이 동심원을 그리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고,
그러한 움직임의 주요 목적은, 적의 마법사와 궁수들의 시선을 끄는것과 동시에 촘촘히 짜여진 적의 진영을 붕괴 시키는것에 있다.
요컨데 아군이 원하는 만큼의 진영 붕괴나 혹은, 원하는 지점까지의 적의 동선을 밀거나 당기는것.
진영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비로써 최종 목적인 요인(힐러) 암살을 실행한다.
빗발치는 화살과 마법을 뚫고, 격수들이 돌진하여 상대 힐러를 다운 시키면 당 교전은 무조건 승리한다.
기필코 최단 시간에 적의 힐러를 선재 타격하여 죽여야한다.
밀리 격수로써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었다.

다대다의 전투에서 근대 총기병들의 무지막지한 박치기 식의 전면 충돌과 같은 원시적인 교전 방법은 이미 초월 한지 오래였다.

수동적이고 피동적이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당면한 적과의 전쟁뿐 아니라 그 훨씬 이전부터 수 많은 적들과 전쟁을 벌여온 두 집단답게,전투의 양상 자체가 달랐다.
'수준이 달라'
차원이 다른 교전속에서 느낀 다음 감정은 언제 지뢰를 밟을지 모른다는 '위태함'과 그 지뢰밭속을 거닌다는 일종의 '짜릿함'이었다.

필드에서 교전을 하지 않는 시간은 사냥터와 결투장에서 보냈다.
3차 전직 이후부턴 1레벨마다 스킬업을 할 수 있었기에 레벨업도 중요했지만, 그 1레벨을 업하는것이 상대적으로 이전에 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레벨업만큼 중요한것이 컨트롤을 발달시키는것 이었다.
순간 순간 전황이 변하는 전쟁 양상인만큼, '듀얼리스트'라는 나의 직업에 대한 피지컬을 갈고 닦는 일이 중요했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의 게임들은 단순히 현금을 많이 투자하는것 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배신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왠만큼 현질 한 사람을 순수한 노력과 뛰어난 손놀림으로 발라버리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전쟁의 꽃은 궁수와 마법사에 있고 그 수가 많은 쪽이 승리한다는 것이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귀결이다.
단, 궁수와 마법사는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이점이 있지만 단순한 화력으로 표현되는 만큼 어떠한 변수를 만들어 내는 요소가 부족했다.
반면, 근거리 격수들은 대게가 성장기부터 어떠한 두드러진 화력을 만들어내기는 힘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직업이 글라디에이터 즉, 듀얼리스트와 오크종족의 전사인 디스트로이어다.
워리어들은 항상 짜투리 취급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저 머릿수를 채우는데 쓰이거나, 전쟁에서도 화살받이에 불과하다.
사냥터에서도 그저 준수한 체력을 바탕으로 오래 유지되는 사냥팟에서나 원하지, 보통은 혼자서 외로이 더디게 성장한다.

고진감래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다듬어진다.
캐릭터의 명줄을 움켜쥐던 뚜렷한 한계점이 고레벨이 될수록 어느세 원거리 격수보다 저 멀리 멀어지고.
3차전직 이후부터는 직업간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된다.
특성이 뒷받침 해줄때 더욱 높아지려면 꾸준히 피지컬을 향상 시키는것이 중요했다.

마법사의 '보텍스'와 '크러셔' 그리고 궁수의 '스턴샷'
77레벨에 오른 휴먼 워리어에게, 마법사와 궁수는 일단 내가 한방만 흘리거나, 버티면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다만, 같은 최상위 포식자 중 한명이자 유일한 마법사 직업군인 '네크로멘서'는 예외였지만.
가장 위협이 되는 직업은 대검을 휘두르는 오크 워리어인 '디스트로이어'
두가지 타겟팅 해제 기술을 번갈아 쓰며 단검을 들고 뒤를 유린하는 로그들
생사연합에는 유달리 두 직업이 많았다.
혼자 혹은 몇몇이 모여 필드를 다닐때 가장 많이 마주치는 적들도 그들 직업군 이었다.
그들을 상대로 언제든 완벽한 대전을 만들어 낼 준비가 필요했다.

나의 클래스 '듀얼리스트'의 개발자 설정은 '1:1의 최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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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