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수가 민증도 걸고 기리도 거는 시대가 되었지만, 비숍의 역할이 딱히 줄어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숍 유저의 센스에 따라 클리어가 수월해지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하는 건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격수의 입장에서 바라거나 바라지 않는 비숍의 모습은 무엇이 있는지.. 간략히 적어보려 합니다. 임점 때문에 심심해서요..

 

 

1. 본인의 생존

 

 비숍은 죽으면 안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서서는 안됩니다. 비숍이 죽으면 격수가 리저해야하고, 그 동안은 기본적인 버프나 회복도 끊어집니다. 그만큼 시간이 지연되고 피곤해집니다. 제가 본 건 비숍 유저가 몹 몰아온다고 기리 걸고 앞으로 나갔다가 눕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격수들은 혼자서 몹 잡는 것에 충분히 익숙합니다. 굳이 몰아주지 않아도 알아서들 잘 몰고 잘 잡습니다. 그런데 비숍이 앞으로 나서면 어그로 관리도 힘들고, 비숍이 죽을까봐 조마조마해집니다. 물론 유저에 따라선 어지간한 탱커보다도 튼튼하게 세팅을 하고 다니기도 하지만, 대충 멤버 모여서 가는 팟에선 직업별 특성으로 포지션을 잡지 개개인의 스펙까지 파악하고 진행하긴 쉽지 않습니다.

 물론 격수와 조율이 잘 되어서, 비숍이 적당히 몰아오고 격수가 거기에 애스든 뭐든 날리는 식으로 진행하면 더 쾌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잘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맞기 시작하면 비숍은 본인한테 하힐이나 기리만 하염없이 쓸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태가 몇 초만 가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보이스톡 같은 걸 쓰는게 아니라면 비숍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편 경우에 따라선 하힐로 커버가 안 되거나, 격수가 동시에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비숍 역시 물약과 이그 열매 같은 비상 회복 수단을 갖추고 있는 편이 좋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안티 페인먼트나 이속 증가 포션 같은 것도 있으면 좋으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이그잎도 몇 장 들고 다니는게 좋습니다.

 

 

2. 민블 유지

 

 민블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물론 크레칸토 4분마다 돌리는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못한다면 심각한겁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민첩성 감소, 콰그에 걸리거나 디스펠을 당하거나 죽으면 당연히 이런 버프는 풀립니다. 블레싱까진 몰라도 민증이 바로바로 안 들어오면 격수 입장에선 상당히 답답합니다. 엠이 부족하면 개별 민증이라도 바로바로 줘서 보내주도록 합시다.

 그 외에도 수라/워록한테 세크라멘트라든가 탱커한테 레노 건다든가 하는, 캐릭별로 추가적으로 붙는 기본 버프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유지해줍시다.

 

 

3. 리저

 

 파티원이 죽으면 즉각 리저가 이뤄져야합니다. 소규모 팟일 경우 그 중요성은 더 높습니다. 파티가 4명인데 탱커 하나에 격 둘, 비숍 하나면 한 명만 죽어도 화력이 반토막 납니다. 물론 리저킬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가령 쪼렙 4명이서 원령무사 잡다가 흐뉴 사라진 사이에 격이 한 명 누웠다고 합시다. 그런데 흐뉴도 안 깔고 리저부터 했다간 리저 받자마자 도로 누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혹은 수라가 발키리 폭기 타이밍에 디스펠 맞고 뻗어서 발키리가 격수쪽으로 쇄도한다 같은 경우엔 뒤로 빠질지 리저가 가능할지를 판단해야합니다.

 

 

4. 상태 이상 내성

 

 다음에 언급할게 리커랑 큐어인데, 그 이전에 비숍 본인이 상태 이상에 걸리면 안됩니다. 혹은 걸리더라도 최소한 회복은 가능해야 합니다. 동빙/석화/수면은 걸리면 자력으로 풀 수 없는 치명적인 상태 이상이므로, 이 셋은 반드시 대비해야 합니다. 흐뉴 깔고 벨제 잘 잡다가 비숍 굳고 흐뉴 사라지고 헬 저지 맞고 숍 눕고 격수 반피되고 이블랜드에 윽윽 하다가 한 번 더 맞고 죽습니다. 흔한 광경입니다.

 동빙은 마르크 카드(갑옷, 언프리징) 석화는 메두사 카드(방패, 플라스터러즈), 수면은 나이트메어 카드(투구, 인솜니악)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쉐도나 중단 같은데에서 내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 세팅이 더 여유롭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일단 있기는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 외의 상태 이상 중에서도 위험한 건 많지만, 그래도 만능약 같은 소모템이나 오페르토리움, 클리어런스 같은 스킬로 극복이 가능한 편입니다. 물론 이 역시 내성을 갖출 수 있다면 갖추는게 좋으며, 만능약 몇 개 정도는 챙겨다니는게 좋습니다.

 

 

5. 신속한 큐어, 리커버리

 

 동빙은 리커로, 석화는 블레싱으로(리커로도 깨지지만 후딜이..), 혼란 침묵은 큐어로.. 어떤 상태 이상이 어떤 걸로 풀리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걸린게 확인되면 지체 없이 넣어야 합니다. 채팅창에 뜨기도 하지만, 이모티콘이나 이펙트, 효과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선 어떤 상태 이상을 주로 거는지'를 알아두는게 좋습니다. 가령 지터벅에선 혼란과 동빙을 겁니다. 그럼 큐어 리커를 바로 쓸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긴장 상태로 있어야겠죠.

 물론 기본적으로, 4에서 언급한대로 본인이 안 걸려야 합니다. 격수도 어느 정도 대비는 하겠지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동빙/석화/수면 같은 건 장비로 내성을 맞춰야 하는데, 빠른 클리어를 위해 화력 세팅으로 가다보면 빠지기도 하거든요. 언리밋 레인저를 꽁꽁 얼린 채로 한 20초 방치했다면 엄청난 실책이겠죠. 준비된 비숍이 됩시당.

 

 

6. 렉스는 필요할 때만

 

 렉스 에테르나(데미지 2배)를 말합니다. 물론 좋은 스킬입니다. 근데 어차피 한 방에 잡히는 몹에 렉스를 꽂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2방에 잡히는 몹이라 할 지라도, 그런게 한 2~30마리씩 수시로 튀어나온다면 역시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렉스는 후딜이 매우 긴 스킬입니다(3초). 상황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수시로 헬저지가 날아오고 여차하면 상태 이상도 걸고 누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렉스의 후딜 3초는 치명적입니다. 정말 필요한 경우라면 격수가 렉스 걸어달라고 할겁니다.

 꼭 렉스가 아니더라도, 걸어줘야할 버프만큼 걸어주지 않아도 되는 버프 역시 알아두는게 좋습니다. 소서러한테 엑피랑 임포를 주고 있다든가, 렌저한테 기리가 아니라 아숨을 걸고 있다든가.. 그럴 필요가 없거나 그래서는 안되는 것들이니까요.

 

 

7. 커뮤니케이션

 

 비숍은 몹이 아니라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직업입니다(아도라로 때려잡는다 뭐 이런 이야기 하는게 아닙니다). 일일히 말하지 않더라도 격수는 몹 잡고 비숍은 버프 돌리고 힐도 주고 뭐 걸리면 풀어주고 할겁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건 다른 만큼 뭔가 추가적으로 요청이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금강 쓴 수라가 클리로 풀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저거 보스에다가 렉스 꽂아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나 지금 뒤에서 혼자 얼어있으니까 풀어달라고 할 수도(다시 말하지만 이런 경우는 있으면 안됩니다) 있습니다. 뭐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이죠. 채팅으로 하든 스카이프를 쓰든..

 문제는 이걸 이걸 제때 듣고 또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암다 잡으러 우르르 몰려갔는데 중간에 누군가 메테오를 못 버티고 뻗었다고 칩시다(뭐 메테오 정도는 좀 버텨줘야겠지만.. 예시니까). 근데 불행히도 흐뉴 깔고 콜힐 돌리느라 정신이 없어서(가장 자주 듣는 대답입니다) 리저 해달라는 말을 미처 못 봤고, 다 끝나고 나서야 격수가 쓸쓸히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하죠. 뭐 이것저것 스킬 후딜도 있고 정신 없기도 한만큼 리저가 좀 늦어지거나 그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파티에 비숍을 데려가는 이유는 그런 상황에 대처해주기 바라기 때문입니다.

 비숍 역시 진행하면서 뭔가 엇나간다 싶으면 어필해야합니다. 만약 룬나가 포션 하나 안 먹으면서 몹만 잔뜩 끌고 와서 실컷 맞고 있다고 합시다. 그거 채워준다고 하힐 쓰다가 엠 오링이 날 지경이구요. 그럼 몹을 좀 감당할 만큼만 몰아오자든지, 그럴거면 아이샤 쓰고 포션으로 알아서 좀 채우라고 하거나(시크한 비숍이군요), 조정을 해야겠죠.

 전 친한 사람끼리 수다는 떨어도, 클리어를 목적으로 한 인던은 같이 잘 안 가는 편입니다. 친하다는게 호흡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럼 위와 같은 일이 터질 확률이 높습니다. 뭐 끝나면 미안해영 엉엉 하겠지만 그럴거면 그냥 안 가는 게 낫더라구요.

 

 

 예전엔 91퀘를 돌면서 어느 정도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그럴 기회가 잘 없죠. 그나마 낙퀘나 지찰 같은 걸 꾸준히 도는 경우라면 좀 사정이 낫기야 합니다. 하지만 각팟에서만 쭉 크는 경우엔 아무래도 알기 힘든 부분이고, 처음 팟 짜서 인던 가고 이러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야 주로 워록을 키우는 편이고 그러다보니 글이 전반적으로 격수의 입장이긴 합니다만.. 이런 생각 하는구나 하는 걸 참고하시면 이런 부분에서 미스 커뮤니케이션 생기는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