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테라 인벤에 글을 써보네요!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팁게에 신나게 테라 세계관을 연재했던 noire1119 입니다 :)



저는 중간에 잠시 시험과 취업에 집중하고자 게임을 끊었다가
지금은 문득 생각날 때에만 잠깐 테라를 켜는, 눈팅유저(?)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시험과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테라를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산만 타거나,
아니면 투기장에 세워놓고 빨쿠가 통수 때리는 광경을 구경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령의 숲에 세워 놓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들여다 보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왠지 마음이 편해지곤 했죠.
그 사이 더 많은 게임이 나왔고 더 재미있게 플레이 한 게임들도 많았지만
결국 꾸준히 접속해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게임은 테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6월이 지나면 추억 한 구석으로만 남게 되겠네요.
개발자들이 숨겨 놓은 비밀을 탐구하고
만들어지지 않은,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던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내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내가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함께 모험을 떠날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혹은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웠던 게임을
아쉽지만 보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게임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업한지 수 년이 지나는 동안 라이브 서비스도 해보고, 출시도 해보고,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경험도 했었죠.
밤샘 크런치는 기본이고 수십 번 수백 번 까이고 구르면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기획자 경력을 시작하게 해준 게임이 테라입니다.
이후에도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으면 항상 테라를 찾을 정도로 제 안에 깊이 남아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아직 남아계신 유저분들에게도 테라는 가슴 속에 특별하게 남아있는 게임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서비스 종료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계속 테라를 찾으시진 않겠죠.
아마 우리에겐 다른 게임들이 남아있지만 테라에게는 마지막까지 함께 할 우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찾아오시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좀 더 많은 사진을 찍고 좀 더 많은 컨텐츠를 즐길 걸 후회도 하지만
앞으로는 그저 즐거웠던, 아름다웠던 기억만 남기려 합니다.

수호자 여러분
부디 6월 30일 자정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언젠가 테라가 다시 우리에게 찾아올 날까지 건강하시길.


p.s
행히 콘솔 테라가 남아 있긴 합니다.
애정을 쏟아부은 PC테라와 같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들어가볼 것 같네요 :D
6월 이후 다시 테라를 하고 싶으신 분들은 플스 구매를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