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디에서 ‘여론’을 파악할까. 요즘의 유행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번져갈까.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 된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웹사이트 순위에서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제외하고 가장 앞에 등장하는 것이 ‘디시인사이드’와 ‘루리웹’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다.
   
   운동이면 운동, 연예인이면 연예인 등 주제별로 나뉜 게시판(갤러리)을 가지고 있는 디시인사이드는 1999년 만들어진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초 격인 사이트다. 한 달 방문횟수만 1억5530만회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이 커뮤니티 사이트는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하는 곳이다.
   
   비디오게임과 관련된 취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루리웹은 이제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같은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됐다. 정치 분야에서도 하나의 세력이 된다. 정치 이슈만을 다루는 게시판 ‘정치유머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자칭 ‘북유게 사람들’은 지난 10월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우리가 조국이다 시민참여 문화제’를 직접 주최하기도 했다.
   
   한때는 이런 커뮤니티들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인터넷상의 독립적인 공간이라고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유행이 온 사회를 흔들 때, 예를 들어 ‘멘붕’이니 ‘불금’이니 하는 신조어가 일상생활에 자리 잡을 때 현실 세계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커뮤니티는 하나의 단일 조직이 아니다. 커뮤니티마다 쓰는 용어가 다르고, 이용 규칙이 다르다. 이용자들은 각자의 취향과 성향, 이념에 맞는 커뮤니티를 선택해 커뮤니티와의 동질감을 늘린다. 그러니 이제는 현실을 알기 위해서 커뮤니티를 읽어야 하는 시점이다.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지는 여론은 전체 시민의 여론으로 번진다. 커뮤니티에서 호평받는 콘텐츠가 성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전히 커뮤니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사람이 찾는 커뮤니티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 각 커뮤니티의 특징은 무엇일까.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포털사이트처럼 성장한 디시인사이드를 제외하고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6곳을 분석해봤다. 트래픽이 많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6대 커뮤니티다.







   두 명의 대표가 운영하는 루리웹의 사이트 소개글을 읽어보자.
   
   ‘루리웹(RULIWEB)은 비디오게이머의 비디오게이머에 의한 비디오게이머를 위한 보금자리를 만듦과 더불어 전 국민, 나아가 전 인류의 비디오게이머화를 지상과제로 하고 있습니다.’
   
   루리웹은 지극히 취향 중심의 커뮤니티 사이트다. 게임, 애니메이션, 피규어, 영화, 전자기기 등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 맨 처음 루리웹에 접속하면 보이는 것이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뉴스 기사다. 메인 메뉴는 플레이스테이션4(PS4), 엑스박스 원(XBOX one) 같은 콘솔 게임 관련 내용이고, 각종 게임 로고와 직접 그린 만화가 이어진다. 다시 말하자면, 루리웹은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루리웹의 한 달 방문횟수는 7591만회에 달한다. 남성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상당수는 20대다. 커뮤니티 역사가 오래되었고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30대 이상 남성 이용자의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원래 루리웹은 2000년 작은 규모의 개인 사이트에서 시작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여러 포털사이트의 도메인을 빌리곤 했다. 가장 오래 연결되었던 곳은 다음(daum.net)으로 한동안은 ‘ruliweb.daum.net’이 사이트 주소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서브컬처는 물론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로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가 됐다.
   
   루리웹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굳이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거의 모든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쓰고 댓글을 달 수 있는 것은 회원뿐이다. 회원가입은 어렵지 않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루리웹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루리웹은 각 분야별로 게시판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PC, 애니메이션, 피규어 같은 분야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유저 정보 게시판, 잡담할 수 있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게임마다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게시판 종류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게시판을 통달하는 이용자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원하는 게시판을 골라 활동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대다수의 이용자가 찾는 잡담 게시판은 있다. 유머 게시판이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서 대부분 ‘많이 본 글/힛갤’에 올라가는 글이 등장한다. 시사 이슈와 관련된 언론 기사는 ‘사회/정치/경제 게시판’에서만 다룰 수 있다. 정치와 관련한 잡담은 정치유머 게시판에서 진행된다. 메뉴에서 보이는 게시판의 위치가 일반 ‘유머 게시판’보다 위쪽에 있다는 이유로 ‘북유게’라고 줄여 말하기도 한다.
   
   꼭 서브컬처에 대한 게시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루리웹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찾는 게시판 중 하나는 ‘음식 갤러리’다. 자신이 먹은 음식이나 직접 만든 음식을 보여주는 이 게시판의 게시물들은 운영자가 직접 뽑아 사이트 메인에 게시하는 ‘오른쪽 베스트’ 글에 꼬박꼬박 뽑히는 편이다.
   
   
   싸우면서 친해지는 취미 친구들
   
   루리웹은 서브컬처 매니아들이 각자의 취향을 들고나와 모인 곳이다. 예전에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소수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취미를 나눴다면 지금은 루리웹이라는 느슨하고 거대한 공간 안에서 마음껏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루리웹에서 많은 호응을 얻는 게시물들은 취미활동과 관련이 있다. 자랑할 만한 피규어를 처음부터 손수 만들어내거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장소에 일일이 방문하는 등 정성을 들인 게시물은 언제나 많은 추천을 받는다. 더러는 놀랄 만큼 전문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어 루리웹의 콘텐츠는 늘 풍부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만약 루리웹에 게시되어 있는 취미활동 중 어느 하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콘텐츠 때문에 매일같이 루리웹을 찾게 될 것이다.
   
   다만 루리웹에서는 이용자들끼리 싸우는 일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요즘은 ‘덕후’라고도 부르는 매니아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니만큼 나와 상대방의 ‘취향 존중’과 관련한 문제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반말을 사용하며 대부분의 덕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편이고,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같은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알기 힘든 용어도 자주 사용한다. 유머 코드도 사뭇 다르다. 게임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로고를 가지고 패러디하며 웃는 게시물은 루리웹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의 이용자가 남성인 만큼 다른 남성 중심 커뮤니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리웹은 반페미니즘 정서가 매우 강한 편이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게시물은 늘 이용자의 호응을 얻는다. 동성애에 대한 태도는 특이할 만하다. 게이 포르노나 동성애 문화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편이지만 결코 동성애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특히 유머 게시판 이용자들끼리 서로를 칭할 때 ‘유게이(유머 게시판을 이용하는 게이)’라고 부르는 점이 눈에 띈다. 현실에서는 친한 친구를 ‘새끼’라고 부르는 것처럼 ‘유게이’라는 호칭은 멸칭(蔑稱)인 동시에 매우 친근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공공장소에서 읽기 민망한 게시물도 자주 올라온다. 예컨대 일본 AV(Adult Video) 배우의 사진도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수위가 높은 콘텐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하기도 한다.
   
   
   친노·친문이지만 반(反)김정은
   
   루리웹의 다른 게시판들과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곳은 ‘북유게’라고 불리는 정치유머 게시판이다. 이곳의 정치 성향은 친노·친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용자의 연령대도 다소 높은 편이다. 최근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매우 짙었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아예 ‘루리웹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명왕’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직접 찍어 루리웹 회원을 호명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명왕’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모가 만화·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실버즈 레일리’, 일명 명왕을 닮았다고 해서 루리웹에서 통용되던 별명이었다. 여전히 이 게시물은 북유게의 공지사항으로 계속 노출돼 있다.
   
   다만 다른 게시판에서는 이런 성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는 이용자들이 많아 김정은을 이용한 패러디 게시물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하면서 일본 사회·문화에 익숙한 이용자가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문제에 한해서는 반일(反日)의 경향이 강하다. 유독 반려동물에 대해 우호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는 남자 이용자가 대다수인 ‘남초 사이트’다. 몇 안 되는 ‘여초 사이트’ 중에서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성장한 커뮤니티가 있다. ‘더쿠’다.
   
   더쿠는 웬만한 남초 사이트와 겨뤄도 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한 달 방문횟수가 2726만회에 달한다. 단순 방문횟수만 따지고 보면 커뮤니티 사이트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인데 내실이 탄탄하다. 한번 방문한 이용자들은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서도 꽤 오래 머무른다. 열어보는 페이지도 많다. 그만큼 더쿠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더쿠는 여타 커뮤니티와 확연하게 다른 시스템을 가진다. 우선 회원과 비회원의 접근성이 차이가 난다. 비회원이라고 해서 게시물을 못 읽는 것은 아니지만 댓글 열람에는 제한이 있다. 비회원은 최근 1시간 내에 달린 댓글은 읽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때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정기적으로 회원가입을 받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6월 단 하루 동안 회원가입 창을 연 것이 마지막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5만명 넘는 이용자가 가입을 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일찍 마감했다는 것이 운영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아예 본인 인증을 받은 회원만이 활동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더쿠가 이렇게 반폐쇄적인 운영 시스템을 고수하는 이유는 더쿠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이다. 더쿠는 매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말 그대로 더쿠는 오덕후를 위한 사이트다. 특히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의 젊은 여성 오덕후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곳이다. 아이돌, 드라마, 연예인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표적인 예다.
   
   더쿠는 기본적으로 익명으로 운영된다. 글을 쓰는 사람도, 댓글을 다는 사람도 모두 동일한 ‘익명의 더쿠’다. 서로를 ‘덬’이라고 부르는데 반말을 한다.
   
   
   ‘케이돌 토크’가 가장 인기 게시판
   
   더쿠에는 수많은 게시판이 있다. 마치 디시인사이드처럼 이용자의 주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게시판이 생겨나곤 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게시판 중 하나는 ‘케이돌 토크’다. K팝 아이돌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게시판은 이용자가 몰릴 때는 1분에 한 페이지씩 글이 밀려날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온다. 자유게시판 역할을 하는 ‘일상 토크’ 게시판에도 많은 이용자가 몰리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시판은 ‘스퀘어’다.
   
   주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는 스퀘어에는 거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한 뉴스가 올라오기도 한다. 아이돌의 공항 출국 사진이 뜨는가 하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를 홍보하는 글을 쓰는 이용자도 있다. 웬만큼 인기 있는 게시물은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몇백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다.
   
   여성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서브컬처에 대한 게시판도 있다. ‘BL’ 게시판에서는 남성 간의 연애를 소재로 하는 글과 그림, 즉 BL(Boy’s Love)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라마·영화·배우의 줄임말인 ‘드영배’ 게시판에서는 드라마가 방영할 때면 ‘소셜 시청(social viewing)’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TV 시청과 커뮤니티 소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행위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셜 시청’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더쿠에서는 거의 모든 게시판에서 소셜 시청이 가능하다.
   
   더쿠의 거의 모든 게시판에서 글을 쓸 때면 말머리를 선택할 수 있다. 말머리 중에는 ‘온에어’가 있는데 TV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감상을 남길 때 다는 것이다. 국내야구 게시판에서는 경기 때마다 각 팀 팬들이 소셜 시청을 하고 방탄소년단 게시판에서는 방탄TV가 재생될 때마다 온에어로 ‘달리는’ 팬들이 수많은 글을 남긴다.
   
   그러니까 더쿠의 콘텐츠는 자칫 상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많은 콘텐츠들이다. 스퀘어에는 거의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글들이 올라온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을 캡처해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재미있게 본 영화나 만화를 소개하는 글도 올라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홍보하는 글도 있다. 자칫 ‘홍보의 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커뮤니티다.
   
   
   ‘왕덬’이 운영 방침 결정
   
   그래서인지 더쿠는 ‘왕덬’이라고 불리는 운영자가 대부분의 운영 방침을 결정하고 이끌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왕덬은 거의 모든 분쟁을 미연에 차단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젠더 갈등이 격화될 때에 왕덬은 아예 관련 글을 못 쓰도록 방침을 정했다. 지난 10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스퀘어 게시판에 정치적 성향을 띤 글이 잇따르자 아예 ‘스퀘어에는 정치 글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정치토크 게시판에서만 관련 대화를 할 수 있게 밀어낸 것이다.
   
   한편으로는 독단적이라는 평을 받는 왕덬의 단호한 운영 방침 때문에 더쿠에는 거의 모든 팬덤이 모여 자유롭게 팬 활동을 즐긴다. 더쿠의 인기 있는 게시판 중에는 방탄소년단이나 강다니엘, 세븐틴 같은 K팝 아이돌이나 일본 아이돌그룹인 아라시 등이 있다. 갖가지 주제에 대한 게시판이 즐비한데 여성 이용자들이 많은 커뮤니티 특성상 ‘뷰티’ ‘연애’ 게시판도 인기가 있다. ‘국내축구’ ‘국내야구’ 같은 스포츠 게시판에서도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지는데, 대부분의 스포츠 주제 커뮤니티가 남성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이용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서는 ‘대통’ 게시판도 생겼다. 대통령의 팬들이 모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게시판이다.
   
   다시 말하자면 ‘요즘의 모든 팬덤은 더쿠로 통한다’. 비슷한 구성을 가진 디시인사이드에서 더쿠로 팬덤이 옮겨오기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반폐쇄적인 사이트 운영 방침에 있다. 회원도, 비회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악플이나 비방하는 글이 눈에 띄기 쉽다. 회원 간의 소통만 허락하는 더쿠에서는 좀 다르다.
   
   여초 사이트로서 더쿠는 남초 사이트와 다른 성향을 띤다. 페미니즘에 대한 온건한 시선이 대표적이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비판적이다 못해 비난에 가까운 평가를 받는 데 반해, 더쿠에서는 ‘보러 갈 것’ ‘보고 싶다’는 반응을 얻는다. 스퀘어에는 성범죄나 성차별과 관련된 기사가 자주 업로드되는데 여성 이용자들의 호된 비판 댓글이 줄지어 달리곤 한다. 다른 여초 커뮤니티에 비해서는 온건한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페미니즘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반면에 인종과 종교 같은 문제에서는 반난민, 반이슬람 같은 성향을 띤다. 조선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뚜렷한 ‘반일(反日)’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커뮤니티 내용을 번역해 옮기는 게시물이 매번 인기를 얻는데 대개 일본 사회에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지난 4월 여자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가 소셜미디어에 일왕 즉위와 관련해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곧바로 더쿠 커뮤니티가 반응했는데 사나의 발언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게 불거진 것이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고 거의 모든 게시물이 사나의 발언과 관련되기 시작하면서 하루 정도 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 10~20대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의 특성상 한때는 친(親)민주당 성향이 매우 강했던 더쿠에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일베 인구가 유입됐다’는 다툼이 연이어 일어났던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운영자인 왕은 곧바로 이에 대해 해명하고 스퀘어에서 정치 글을 쓰는 일을 금지했다. 대중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들의 특성상 최근 케이블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작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도 반응이 뜨겁다.
   
   여성 이용자가 더 많은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의 규모를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일은 전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간 여초 커뮤니티는 보통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 더쿠가 회원 관리 시스템 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콘텐츠가 공개돼 있다는 점은 기존 여초 커뮤니티와 분명히 차이가 난다. 드문 운영 방침에 충분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초 커뮤니티의 ‘대장’ 자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쿠’처럼 거의 대부분의 여초 커뮤니티는 반폐쇄적 혹은 완전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곳은 ‘여성시대(cafe.daum.net/subdued20club)’다. 다음 카페 중 하나로 개설된 이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웬만한 게시글을 읽으려면 자신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을 인증해야 한다.
   
   단독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개별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디미토리(dmitory.com)’는 회원가입 시기가 정해져 있다. 가입을 해도 몇몇 게시판에는 접근이 어렵다. 글을 쓰고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활동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여초 커뮤니티가 이렇게 ‘닫힌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이유로는 남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커뮤니티와는 주제와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대다수의 남초 커뮤니티는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대화가 이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다수가 남성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이용자들이 자신들만의 대화 이슈와 방식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접근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대다수 여성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대중문화·미용같이 외부의 상업적인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여초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에서 이용자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테면 전문적인 홍보 담당자가 쓴 것 같은 ‘홍보글’은 운영자가 직접 나서 삭제하는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운영자의 역할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 많은 여초 커뮤니티가 그간 운영진과 이용자 간의 갈등으로 부침을 겪어왔다는 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때 여초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사이트로 일컬어졌던 ‘베스티즈(bestiz.net)’는 운영자와 이용자와의 갈등 때문에 ‘인스티즈(instiz.net)’로 분화됐다. 역시 베스티즈에서 분화돼 반폐쇄적인 운영으로 인기를 얻었던 ‘외방 커뮤니티(www.oeker.net)’는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운영진과 이용자 간의 갈등 끝에 새로 개설된 ‘디미토리’로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부침을 겪었다.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 자리 잡은 여초 커뮤니티는 커뮤니티마다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82쿡(82cook.com)’은 30~40대 이상 주부들이 주를 이룬다. ‘쭉빵카페(cafe.daum.net/ok1221)’에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있다. 각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매우 다르다. 서로를 지칭할 때 더쿠에서는 ‘덬’이라고 하지만 디미토리에서는 ‘톨’이라고 하고 인스티즈에서는 대개 ‘익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느끼는 커뮤니티에 대한 동질감은 매우 높다. 커뮤니티에 대한 이용자의 충성도도 높고 이용자들이 한번 방문하면 머무르는 시간도 길다.







인벤은 왜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