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보배형님들 하료쵸 인사드립니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몇 일전(2021년 12월27일) 민간제설작업에 군인 분들이 지원 나갔다고 해서 논란이 있어서

제 군대이야기 한번 해볼려고 이렇게 글올립니다.


 

 저는 05년도 3월10일 입대해서 07년도 3월9일까지 전라북도 전주 35사단에서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부대가 임실로 이전해있습니다.)


 친형은 양구에서 군 생활 하는중이였고(제가 입대시 말년), 주변선배, 친척형들도 당연하다시피 군대를 갔기에

저도 걱정,두려움반, 기대 반 정도 가지고 입대를 했습니다. 후방이라 편하다, 따뜻하다 이런 위로도 받았습니다.


 근데 전라북도가 묘하게 눈이 많이오더라구요. (고참들은 지리산때문이라고 애기해줬습니다 ㅋㅋ)

06년 1~2월경이였습니다. 원래 부대 일정상 혹한기 훈련이 예정이였고, 부대는 훈련준비 때문에 분주하던 상황이였습니다.

전 그때 일병이여서 날라다닐 때였죠 ㅋ_ㅋ


 정말 눈이 엄청나게 왔습니다. 35사단 전 병력이 혹한기를 취소하고 대민지원을 나가야 했을 정도니깐요.

여름에도 비가 많이와서 대민지원을 갔긴 했지만 2~3일? 정도였는데 이번 대민지원은 규모가 달랐습니다.

부대를 3개조로 쪼개서 a조 b조, 는 대민지원 c조는 부대유지 이렇게 3주동안 로테이션을 돌릴정도 였으니깐요.


 피해를 입은분은 대부분 농민들이셨습니다.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축사가 무너지고, 집 지붕도 무너질정도였으니깐요.

진입자체도 엄청나게 힘들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2.5t 운전병으로 병력을 뒤에 태우고갔는데 진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도착하니 어느 축사에 소들이 대피를 나와서 큰 소들은 허리에 담요?를 노끈으로 묶고 송아지들은 옷을입고

입과 코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군인들이 하는 일은 단순했습니다.

눈을 치워서 길확보, 그 다음 무너진 비닐하우스,축사 ,집지붕 철거 후 정해진 장소로 폐기.

이걸 3주를 한거죠 ㅋㅋㅋ


 부대를 복귀할려고 하니 가는 길에 눈이와서 고립되고, 이동시간이 길어지니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때 "관"이 나서더라구요.

 



 


 전북 도청에서 방학 중인 학교 체육관, 마을회관을 수배해주셔서 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대민지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부대에서 밥을 실은 차가 오기시작하고, 주민들이 저희 식사가 부실하다고 생각하셨는지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아궁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요런 적벽돌 간이 아궁이를 6개정도 뚝딱뚝딱 만드시더니 스뎅 솥, 솥뚜껑 뒤집은걸로 국, 전들을 만들어 주십니다.

먹는게 부실하다, 참이라도 있어야한다~ 정말 배부르게 먹었습니다.(개고기 육개장은 처음 먹어봤는데 잊혀지질 않습니다.)

추운데 열나야한다고 수통에 막걸리도 채워주시고요.(전 운전병이라 한 모금도 입에 대질 않았습니다.)


 숙식이 해결되니, 일 효율이 엄청오르더라구요. 근데 또 다른 문제는 씻는 문제였습니다.

마을회관이나 일부 체육관은 샤워시설이 있었는데 업는 데도 있었거든요.

애로사항을 들은 사단장님과 도청이 움직였습니다. 동네 목욕탕을 저녁에 전세 내주더라구요.



 

이런 시골목욕탕이였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부대 목욕탕보다 좋고, 무엇보다 온수가 계속 나왔거든요 ㅋㅋ


 주민들도 잘해주시고, 관에서도 도와주니 일 할맛 나더라구요. 그 덕에 2주 차 정도 되니 어느정도 일이 끝이보였습니다.

끝물 무렵, 같이 지내던 기동대아저씨들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일도하고 바로 옆부대에서 정도들었는데 일 잘하는 기동대아저씨들이 가버리니 서운하더라구요.

(기동대 아저씨들이 대부분 체대출신, 무술인들이 많아서 피지컬이 엄청좋고 일도 잘했습니다.)

vip가 온다고하더라구요. 자기들은 전주역, 인근 산들 경계 서야한다고. 


 군 생활 해보신분들 알겠지만 높은 분이 온다는건 그렇게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대대적인 청소를 해야하고 용모단정,

준비해야할게 많으니깐요.


 전 학교 체육관에서 숙식했는데, 대령되시는분이 오셔서 "이 체육관 좁은데 너무 많은 인원이 있는거같다..."

이 한마디에 저희 대대장님과, 간부들은 난리가났습니다. 이장님과 의논하시 더라구요.


 결국 기동성 좋은 운전병들이 근처 이름 모를 "절"로 가게됬습니다. (이장님이 스님한테 부탁했더라구요)

졸지에 템플스테이를 하게됬는데 큰 절이아니여서 운전병 8명 수송관님 이렇게 절 대웅전?(불상큰게 있었습니다.)에서

매트리스, 침낭으로 잤습니다. 물론, 절 눈도 치워드렸죠(수송관님은 절 보일러까지 고쳐주셨습니다 ㅋㅋ)


  절에서 3일정도 숙박했는데, 3일째 오후5시되니 다 목욕탕 에서 씻고 ,숙소에서 대기하라고 하더라구요.

저희도 씻고 절에서 할일 없이 장기나 두고 있었습니다. 저녁8시 쯤 됬을까? 1호차 운전병선임이 대대장님을 모시고 

절에 오셨더라구요. 대대장님이 스님과 대화를 합니다.

 

 대대장님이 절 마당으로 운전병과 수송관님을 불러내더니 말씀하시더라구요.

노무현 대통령님이 왔다 가셨다, 병사들에게 전하라 하셔서 이렇게 본 대대장이 왔다. 정리하자면

 "35사단 장병 여러분 대민지원에 대단히 수고가 많았다. 대통령이 말로만 고생했다고 말하긴 미안하니, 전 병력에게

통닭한마리씩 선물하겠다. 술도 한잔씩 주고 싶지만 작전중이니 술은 줄 순 없고, 사이다, 콜라로 마음을 풀어라. 사단장한테 말 해서 포상휴가도 챙겨주겠다."


 대대장님이 이 말씀과 통닭과 음료를 차에서 내리는데 아무래도 절이니 눈치보이더라구요.

스님이 괜찮다 부처님도 이해하신다. 다만 불상앞에서는 먹지말고 옆에 방에서 먹으라고 하시더라구요 ㅋㅋ

(스님이 먹는 도중에 고창 복분자가 유명하다고 주셔서 통닭과 복분자 한 잔씩 했습니다.)

향후 들은애기로는 전주 치킨집들이 엄청 바쁘고 한 달 장사했다고 하더라구요. 치킨준비하느라.


 다음날 부대 복귀하니 사단정문부터 군악대가 환영해주고 기분좋게 해산했습니다.

복귀하고 각자 부대에서 회식하구요. (전주 hite공장에서 맥주를 엄청 보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주에서 군생활한게 참 좋은 기억이더라구요. 뉴스에서 나오는 어디지역처럼 군인들 등처먹지도 않고,

운전병이여서 밖에서 식사할떄가 종종있었는데, 더 주시면 더주시고 덕분에 두다리 뻗고 잔다고 애기해주시는 분들도

대신 계산해주시는분도 있었으니깐요.(전주가 제2의고향이 됬습니다. 서울 떠나서 2년동안 살았으니깐요 ㅋㅋ)


종종 35사단 뉴스를 보는데 임실로 이전해서도 민,관,군이 잘 지내는거 같더라구요.



 


 군인들 논란 나온거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고생하는 국군장병들 인정해주고, 배려해줬으면 이런 논란이 생기지도 않았을텐데요.

               복무중인 군인분들 감사합니다. 몸도 마음도 상하지 마시고 무사히 전역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