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옹은 자가 원화고 유비와 한 고향 친구사이입니다. 원래 성이 경인데, 유주 탁군 사람들은 '경' 자를 '간' 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 아예 성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유비의 아주 최초 거병때부터 따라다녀서 서주에 들어갔을때 종사중랑이 됐습니다. 손건과 함께 주로 외지로 떠돌아다니고 왕래하는 사자의 역할을 주로 수행했는데, 손건이 사절단의 형식으로 말을 전하는 심부름꾼같은 역할이라면, 간옹은 특유의 유머와 유들유들함, 함부로 행동해도 밉지 않는 성격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을 설득해서 유비쪽으로 유리하게 일을 전개시키는 세객의 역할을 맡았다 합니다.

유비가 익주로 들어가서 유장과 처음으로 회견했을때, 유장이 간옹을 보고 너무 좋아해서 곁에 두고 서로 농짓거리를 하며 말하길 즐겼는데, 나중에 유장군을 포위한 유비가 항복을 권유하는 사자의 역할로 간옹을 보내서 유장이 항복을 결심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수행했었습니다. 유장은 간옹과 함께 나란히 한 수레에 타고 성을 나와서 유비진영으로 가, 항복절차를 했습니다. 그 공으로 입촉 후 소덕장군에 봉해져서 초기 촉나라에서 제갈량보다 후대받았습니다.

항상 여유로운 태도로 남들과 세상을 풍자하며 말장난하는걸 즐겼는데, 워낙 거리낌이 없고 오만하며 구애됨이 없어서, 유비 면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좌석에 기대어있거나, 상위에 다리를 올려 놓기도 하는 등, 위엄이라든가 엄숙한 모습은 조금도 없었던 양반입니다. 심지어 관리들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나, 조회에서조차 제갈량 이하 다른 관리들이 의관을 정제하고 예법에 맞게 시립하고 서 있거나, 지정된 자리에 꼿꼿히 앉아있을때, 혼자서 긴 의자를 독차지해서 비스듬이 누워서 팔베게를 하고 있었고, 남이 곤경에 처해도 그를 위해 힘써 변호하는식의 귀찮은 일 따윈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자유로운 영혼이죠.

여기서 간옹이라는 인물과 유비의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보통 저런 캐릭터라면 남들에게 미움을 사던가, 특히 고까운 꼬라지는 죽어도 못보는 장비나 관우한테 벌써 서주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맞아죽어도 맞아죽을듯한 행동인데도, 누구에게도 미움사는 일 없었고, 유비조차도 한번도 책망하지 않은걸 보면, 확실히 미움사지 않는 귀여운 악동의 이미지라고 보면 될겁니다. 우스게소리 아주 잘하는 그 시대의 개그맨이니까요. 유비 역시도 최고로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암만 어릴때 고향친구라지만 자기 앞에서 버릇없이 구는 모습을 보여도 한결같이 잘 대해주었다는건 대단한 아량이죠. 정작 유비는, 젊은 시절에 무뢰한 그룹의 리더였지만, 몸가짐 하나만은 여느 사대부못지 않게 단정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촉이 건국하고 얼마 안돼서, 날이 극심하게 가물었다는 이유로 금주령을 내리고, 술을 주조하는 걸 적발해서 형벌을 엄히 내렸는데, 집안에서 술그릇만 발견되도 술을 직접 만들다 걸린 현행범과 동일하게 취급하려고 했거든요. 그러자 간옹이 유비랑 산책하다가 길을 걷는 한쌍의 남녀를 보고, 저 둘이 음란한 짓거리를 하려고 하니, 잡아 가두자... 이랬어요, 유비가 놀라, 아니, 니가 그걸 어찌 아냐? 물었더니, 간옹이 답하길, 저들이 음란한 짓을 할 수 있는 기구를 지니고 있으니, 술을 만드려는 자들과 같지 않냐... 이런식으로 형벌의 부당함을 유머를 이용해서 헌책할 줄 알았던 인물이죠. 유비가 껄껄 웃으며 금주법을 수정한것은 당연했고요. 간옹의 최후나 가족들에 대해선 알려진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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