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체육관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6월 3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체육관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주간경향] 제21대 대선은 사상 최대 득표, 역대급 투표율, 지역 구도의 미묘한 변화, 20대 남성의 두드러진 표심 분화 등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 선거였다. 선거 결과 드러난 몇 가지 핵심 수치는 한국 정치 지형과 민심의 새로운 흐름을 드러냈다.

■49.42%, ‘압도적 승리’?

이재명 대통령은 최종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총 1728만7513표로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이다. 2위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1439만5639표)와의 격차는 8.27%포인트로 289만1874표 차이가 난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과반 득표에 성공한 대통령은 제18대 박근혜 전 대통령(51.55%)이 유일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은 50%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역대 당선자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36.64%, 김영삼 대통령은 41.96%, 김대중 대통령 40.27%, 문재인 대통령은 41.08%로 당선됐다.

2위 김문수 후보와의 8.27%포인트 격차 또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큰 편이다. 지난 20대 대선의 0.73%포인트,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2.33%포인트,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3.53%포인트 격차보다 훨씬 크다. 다만 이번 대선이 12·3 불법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했음을 고려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2위인 김문수 후보와 상당히 격차가 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과반 이상의 득표로 반대 진영의 ‘심리적 승복’까지 유리하게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이에 못 미쳤던 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약 8%포인트 격차로 김문수 후보를 이긴 것은 분명 ‘압도적 승리’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표명을 분명히 하지 않은 김문수 후보가 40% 넘는 지지를 받은 점이 이후 정치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79.4% 높은 투표율

21대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통상 판세가 뚜렷이 기운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시종일관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상황이었음에도 예상을 벗어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인해 보수층의 투표 열기가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보수층의 막판 결집이 이루어지며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계엄과 탄핵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이 높아질 요인이 분명히 존재했다. 반면 보수층의 결집 요인을 찾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처럼 보수층의 결집이 상대적으로 낮게 예측됐기에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의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됐다”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좁혀진 격차나 높은 투표율은 보수층의 막판 결집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