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거부권 내줄 정도 돼야 국민이 믿는다

국민통합이 진정 최우선 과제라면, 정치 양극화를 해소해 분노 선동과 혐오적 언어가 줄길 바란다면, 일방주의에 대한 불안증후군을 없앨 방책을 가장 먼저 결단해야 한다. 자기 권한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다. 그걸 야당에 주는 정도는 해야 한다. 분점 정부의 전임 대통령이 방패로 썼던 거부권은 다시 녹슨 고철이 되지 않았나. 여야가 대화·타협하면 될 일이라고 뒷짐 지는 건 ‘국회 존중’이 아니다. 통합정치의 책임을 떠넘기는 게 된다. 대통령이 솔선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실적으론 법안이 공표되기 전에 ‘야당 동의’ 절차를 두는 정도가 되겠지만, 정치적으론 ‘거부권 양도’가 될 것이다. 국회 차원의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해 실질적 거부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 말이 아니라 제도로 통합을 강제하기 위해서다. 한 번이라도 실현된다면 국회 풍토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