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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1 12:31
조회: 1,691
추천: 3
알래스카 가스관, 비싼 보험인가 밑 빠진 독인가![]() 지난달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마침내 알래스카 가스관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날 우리 정부는 "검토를 시작한다는 것이지 투자 여부와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쪽은 확정이라 하고 한쪽은 검토라 한다. 이 간극이 이 사업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은 간절하고, 한국은 망설인다. 왜 망설이는가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알래스카 북쪽 끝 가스전에서 남쪽 항구까지 1,300킬로미터의 관을 묻고, 거기서 가스를 얼려 배에 싣는 사업이다. 1968년 가스전이 발견된 뒤 반세기 넘게 아무도 완성하지 못했다. 엑손모빌, BP 같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들이 2014년 뛰어들었다가 2017년 손을 뗐다.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땅이 얼어 있어 1년의 절반은 공사를 못 하고, 그래서 건설비가 천문학적이다. 사업자가 지난 6월 알래스카 주의회에 낸 추정치는 445억에서 5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60조에서 74조 원이다. 이 숫자는 4년 전 387억 달러에서 계속 올랐고, 가장 비싼 액화 공장은 아직 설계 초기 단계라 더 오를 수 있다. 건설비가 비싸면 가스값도 비싸진다. 이 사업은 판매가의 80퍼센트 이상이 공사비를 갚는 몫이다. 반면 카타르는 땅만 파면 가스가 나와 생산 원가가 세계에서 가장 싸다. 아시아까지 가져왔을 때 카타르 가스는 열량 단위당 4달러대에 수지가 맞고, 알래스카 가스는 낙관해도 6.7달러, 보수적으로 보면 10달러를 넘는다. 평상시라면 알래스카 가스를 살 이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지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사업자는 작년 12월까지 착공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못 했다. 알래스카주가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이 통과돼야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데, 주의회가 세 차례 특별회기를 열고도 부결시켰다. 가스를 사겠다는 장기 계약도 목표치에 못 미친다. 한국 돈이 들어가면 그 빈자리를 메우는 셈이 된다. 그런데 왜 검토하는가 올해 초 이란이 카타르의 가스 생산 단지를 공격했다. 세계 최대 액화 시설의 일부가 파괴돼 수출량의 17퍼센트가 몇 년간 사라졌고, 카타르는 한국을 포함한 구매국에 "계약을 못 지키겠다"고 통보했다.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린다. 가스 공급선을 여러 곳으로 나눠야 한다는 말은 늘 있었지만, 이제는 교과서 문장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손실이다. 여기서 알래스카의 지도상 위치가 빛난다. 카타르 가스는 전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하고, 해협이 막히면 우회하느라 25일 걸리던 뱃길이 35일에서 60일로 늘어난다. 호주와 말레이시아 가스는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지난다. 지금 한국이 사는 미국 가스는 대부분 텍사스 쪽 멕시코만에서 나와 파나마 운하를 거쳐 20일 넘게 걸린다. 알래스카 가스는 북태평양을 바로 건너 7일에서 10일이면 온다. 세계 어느 바다의 길목도 거치지 않는 유일한 대형 공급원이다. 가격이 비싼 것은 보험료로 볼 수 있다. 한국은 가스의 80퍼센트를 장기 계약으로 사는데, 위기가 오면 모자란 물량을 현물 시장에서 급히 사야 하고 그때 값은 두 배로 뛴다. 평소에 조금 더 내고 위기 때 두 배를 안 내는 쪽이 나을 수 있다. 미국도 알래스카 사업에 한해서는 한국산 철강 관세를 깎아주고, 가스를 적정 가격에 장기 공급하고, 한국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했다. 다른 대미 투자 사업에는 없는 조건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질문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얼마까지"가 돼야 한다. 첫째, 돈을 대는 투자자가 될지 가스를 사는 손님이 될지를 구분해야 한다. 일본이 참고가 된다. 일본의 두 대형 가스회사는 알래스카 가스관이 실제로 지어지면 연 200만 톤을 사겠다는 예비 계약만 맺었고, 건설비는 한 푼도 대지 않았다. 손님은 공급선을 확보하면서 공사가 늦어지거나 비용이 불어나는 위험은 지지 않는다. 안보 목적은 손님으로도 달성된다. 둘째, 투자를 하더라도 순서가 있다. 사업자가 자금을 모으고 착공을 결정한 뒤에 단계적으로 들어가야지, 한국 돈으로 그 결정을 만들어줘서는 안 된다. 공사비가 추정치를 넘으면 그 초과분은 한국이 지지 않는다는 조항, 가스 가격이 멕시코만 가스보다 일정 수준 이상 비싸지지 않는다는 상한, 철강 관세 인하와 우리 기업 수주를 문서로 못 박는 것이 그 조건이다. 셋째, 규모를 정해놓고 시작해야 한다. 미국 상무장관은 5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합의한 투자 한도 2,000억 달러에서 텍사스 발전소 223억과 원전 1,200억을 빼면 남는 돈은 577억 달러다. 500억을 알래스카에 넣으면 다른 사업은 할 수 없다. 공사가 지어질지도 모르는 사업에 남은 돈을 전부 거는 것은 안보가 아니라 도박이다. 마지막으로 솔직해져야 한다. 미국이 이 사업을 미는 이유에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알래스카 상원 의석을 지키려는 계산이 있고, 한국이 거절하기 어려운 이유에는 투자를 멈추면 관세가 오른다는 합의 조항이 있다. 안보는 좋은 명분이지만, 명분을 앞세울수록 가격을 깎을 힘은 줄어든다. 정부가 "상업성이 없으면 안 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알래스카 가스관은 좋은 보험일 수 있다. 다만 보험은 보험료가 얼마인지, 사고가 났을 때 정말 지급되는지 확인하고 드는 것이다. 지어지지 않을 공장의 가스는 어떤 위기에서도 한국에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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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더 꿈꾸고, 배우고, 행동하고, 성장하게 한다면, 당신은 분명 지도제작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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