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 새로운 세계

쌍둥이 제국
영혼약탈자의 격노
제국의 몰락
쿠엘탈라스 건국
아라소르와 트롤 전쟁
티리스팔의 수호자
아이언포지 - 드워프의 탄생
일곱 왕국
에이그윈과 용 사냥
세 망치의 전쟁
최후의 수호자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위치로 바로 이동합니다.




■ 쌍둥이 제국


나이트 엘프가 불타는 군단의 분노를 불러내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기 훨씬 전인 16,000여 년 전, 트롤 종족은 당시 하나의 대륙이었던 칼림도어의 많은 부분을 지배했다. 그러다 쌍둥이 제국이 일어서게 되었으니, 남동부 밀림의 구루바시 제국과 중앙 산림지대의 아마니 제국이 그것이었다.

북쪽 멀리, 지금의 노스렌드로 알려진 지역에는 작은 부족들이 살았다. 이 부족들은 군드락이라는 작은 국가를 세웠지만 남부 제국들만큼 영토를 확장하거나 번성하지는 못하였다.

구루바시 제국과 아마니 제국은 서로 미워했지만 전쟁을 치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당시 두 제국에게 아즈아퀴르 제국이라는 커다란 공동의 적이 있었다. 아퀴르는 지능이 발달한 곤충들로서 머나먼 서쪽 지방을 지배했는데, 이들은 확장 능력이 엄청난데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악했다. 아퀴르는 칼림도어 대륙에서 곤충이 아닌 생명체를 완전히 말살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트롤은 수천 년간 그들과 싸웠지만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결국 트롤의 끈질긴 투쟁으로 아퀴르 왕국의 시민들이 대륙의 먼 북부와 남부에 있는 거주지로 각각 흩어지면서 왕국은 둘로 분리되었다.

이로 인해 두 개의 아퀴르 도시국가가 일어섰으니, 북부 황무지의 아졸네룹과 남부 사막의 안퀴라즈가 그것이다. 트롤은 칼림도어 땅속에 다른 아퀴르 거주지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곤충들을 몰아낸 두 트롤 제국은 다시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제국도 원래 국경에서 멀리 영토를 확장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고대 서적에는 아마니 제국에서 갈라져 나온 소규모 트롤 부족이 대륙의 어두운 중심부에 그들만의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용감한 개척자들은 그곳에서 무한한 영원의 샘을 발견했고, 이 영원의 샘 덕분에 엄청난 힘을 가진 종족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모험심 강한 트롤이 나이트 엘프의 근원이었다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입증된 바는 없다.




■ 영혼약탈자의 격노


세계의 분리 이후 수백 년 동안은 트롤에게 아주 힘겨운 시간이었다. 파괴된 왕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근과 공포 때문이었다. 절박한 구루바시 트롤들은 고대의 불가사의한 힘에 도움을 구하였다. 양 트롤 왕국이 모두 고대 신을 믿었지만 특히 구루바시 트롤들은 암흑 신으로 기울었다.

영혼약탈자 학카르는 사악하고 피에 굶주린 영혼으로, 트롤의 부름을 듣고 그들을 도와주기로 하였다. 학카르는 피의 비밀을 구루바시 트롤에게 전해주고 가시덤불 골짜기와 남쪽 바다의 일부 섬까지 그들의 문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학카르는 구루바시 트롤들에게 큰 힘을 안겨주었지만 그 대가로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피에 굶주린 신은 매일마다 자신에게 영혼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언젠가 물리적인 세계에 들어가 모든 생명체의 피를 들이킬 날을 꿈꾸었다. 시간이 흘러 자신들이 도움을 받은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된 구루바시 트롤은 학카르에게 등을 돌렸다. 가장 강력한 부족들은 학카르와 아탈라이라는 학카르의 사제들에 맞서 일어섰다.

학카르의 추종자와 구루바시 부족의 나머지 트롤들 사이에 일어난 끔찍한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된 것이 없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제국은 분노한 신과 반항적인 그의 자식들이 풀어놓은 마법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던 전쟁에서 트롤은 학카르의 화신을 물리치고 그를 이 세계에서 추방하는 데 승리했다.

아탈라이 사제들도 결국 수도인 줄구룹에서 쫓겨나 지도에도 없는 북쪽 늪지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들은 이 늪지대에서 자신들의 몰락한 신, 아탈학카르에게 신전을 지어바치고 그 주인의 임무를 계속해 나갔다.

나머지 구루바시 부족은 큰 내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땅을 떠나 각자 자신들의 길을 갔다. 백골가루 부족, 붉은머리 부족, 검은창 부족은 가시덤불 골짜기에서 각자의 땅을 차지했다. 파괴된 제국에는 불안한 평화가 찾아왔지만 어떤 이들은 학카르가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날 것이며, 그날이 오면 학카르가 이 세계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이라는 예언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 제국의 몰락


나이트 엘프의 근원은 불분명하지만, 나이트 엘프가 힘을 갖게 된 것이 영원의 샘을 발견한 직후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트롤은 나이트 엘프의 영토 확장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나이트 엘프는 강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원시 칼림도어 대륙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다. 미신을 믿는 트롤이 일찍이 상상하지도 못한 강한 마법을 휘두르던 나이트 엘프는 사악한 아퀴르마저 이루지 못한 일을 쉽게 이루고야 말았다. 바로 거대한 쌍둥이 제국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나이트 엘프는 트롤의 방어선과 보급망을 조직적으로 붕괴시켜 나갔다. 나이트 엘프의 파괴적인 마법에 맞설 수 없었던 트롤은 결국 나이트 엘프의 학살에 굴복하고 말았다. 나이트 엘프는 야만적인 트롤만큼이나 교활하고 잔인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이로써 트롤의 영원한 증오와 경멸을 사게 되었다. 구루바시 제국과 아마니 제국은 불과 몇 년 만에 산산조각나고 만 것이다.

결국 나이트 엘프도 자신들이 조종하려던 신비의 불길에 휘말리게 되었다.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다가 이 세계에 불타는 군단을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이 악마들은 나이트 엘프의 문명을 무참히 파괴해 버렸다. 불타는 군단이 트롤을 공격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전투는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고대의 전쟁이라 불리는 이 끔찍한 사건으로 결국 영원의 샘이 파괴되었고 그 충격으로 칼림도어 대륙이 분리되었다. 대륙의 중심부는 바다 밑으로 꺼져버렸고 그 자리에는 몇 개의 갈라진 대륙만이 남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아마니 제국과 구루바시 제국의 상당 부분이 오늘날의 쿠엘탈라스와 가시덤불 골짜기에 각각 남게 되었다. 아즈아퀴르 왕국인 아졸네룹과 안퀴라즈도 오늘날의 노스렌드와 타나리스에 각각 생존해 있다.

두 트롤 문명은 그들이 알았던 원시 세계의 엄청난 파괴로 인해 그 세력은 약해졌지만 불굴의 트롤은 자신들의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고 예전의 권력을 되찾으려 했다.




■ 쿠엘탈라스 건국


다트리마가 이끄는 하이 엘프는 칼림도어를 뒤로 하고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몰아치는 폭풍에 맞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그들이 머문 곳마다 신비로운 유적들과 잃어버린 왕국을 보았다. 선스트라이더('대낮에 활보하는 자')로 이름을 바꾼 다트리마는 자신의 동족을 위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자 목초가 무성한 곳을 찾아다녔다.

다트리마와 그의 동족은 마침내 훗날 인간이 로데론이라고 부른 왕국의 해안에 이르렀다. 내륙으로 들어간 하이 엘프들은 고요한 티리스팔 숲에 새로운 정착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많은 하이 엘프들이 미쳐가기 시작했다. 그 지역의 지하에 사악한 무엇인가 잠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소문이 사실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하이 엘프들은 야영지를 철수하고 초목이 무성한 북쪽 땅으로 옮겨갔다.

로데론의 바위투성이 산악 지대를 넘어가면서 하이 엘프들의 여행은 더욱 위험해졌다. 하이 엘프들은 영원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생명 에너지와 사실상 단절되었기 때문에 상당수가 추운 날씨로 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변화는 그들이 이제는 불로불사 하거나 자연에 대한 면역력을 갖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이 엘프들의 키도 약간씩 줄고 그들만이 지녔던 보랏빛 피부도 점점 빛을 잃어갔다. 이 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칼림도어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희귀 생물과 접하게 되었고 이 고대의 숲 전역에서 사냥을 하는 원시 인간 부족들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탐욕스럽고 교활한 줄아만의 숲트롤이었다.

피부가 이끼로 덮인 이 트롤들은 잘려나간 사지를 다시 자라게 하고 심각한 신체의 부상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녔으나 야만적이고 사악한 종족이었다. 아마니 제국은 로데론 북부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트롤들은 외부인이 자신들의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엘프들은 포악한 트롤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끼게 되어 트롤이 눈에 띌 때마다 처치해 버렸다.

여러 해가 흘러 하이 엘프들은 마침내 칼림도어를 연상시키는 땅을 찾게 되었다. 이들은 로데론 북부의 깊숙한 숲에 쿠엘탈라스 왕국을 세우고 이를 칼도레이 동족의 제국보다 훨씬 강력한 제국으로 만들 것을 맹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프들은 트롤이 아직도 성지로 여기고 있는 고대 트롤 도시 위에 쿠엘탈라스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고 곧 트롤들은 엘프의 정착지를 집단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새로운 터전을 포기하지 않은 채 완강하게 버티며 영원의 샘에서 조금씩 모아두었던 마법을 사용해 야만적인 트롤들이 더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다트리마의 지휘 아래 엘프들은 10대 1의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아마니 전투부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칼도레이의 오랜 경고를 기억하는 일부 엘프들은 마법의 사용이 추방당한 불타는 군단의 주목을 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땅에 보호 장벽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쿠엘탈라스를 둘러싼 다양한 위치에 마법 장벽의 경계를 표시하는 일련의 거대하고 튼튼한 마법석을 세웠다. 이 마법석은 엘프의 마법이 외부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숨겨주었을 뿐 아니라 미신을 믿는 트롤 전투부대에게 겁을 주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했다.

시간이 흘러 하이 엘프의 노력과 탁월한 마법 능력 덕분에 쿠엘탈라스는 완성된 제국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성은 칼림도어의 고대 전당과 동일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주변의 자연환경과 훨씬 잘 어우러졌다. 쿠엘탈라스는 엘프들이 그토록 만들고 싶어했던 화려한 보배가 된 것이다.

쿠엘탈라스의 지배층으로 실버문 의회가 구성되었지만, 정치력의 상당 부분은 선스트라이더 왕조가 쥐고 있었다. 일곱 명의 최고위급 하이 엘프 군주로 구성된 이 의회는 엘프의 영토와 동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했다. 보호 장벽에 둘러싸인 하이 엘프들은 칼도레이의 오랜 경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거의 모든 생활 속에서 마법을 마음껏 사용했다.

하이 엘프들은 완전히 격리된 안전한 왕국 안에서 거의 4천 년을 평화롭게 지냈다. 하지만 앙심을 품은 트롤들은 그리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그들은 깊은 숲 속에서 음모를 꾸미고 전투부대의 수가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강력한 트롤 군대가 어둠의 숲으로부터 돌격해 와 쿠엘탈라스의 빛나는 첨탑에 다시금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 아라소르와 트롤 전쟁


하이 엘프가 그칠 줄 모르는 트롤의 맹공격에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을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로데론의 인간 유목민 부족들도 자기들만의 영토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초기 인간 부족들은 종족 단결이나 명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거주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라시라는 이름의 한 인간 부족은 트롤의 세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모든 부족을 자신의 지배 아래 하나로 모아 트롤 전투부대에 대비해 통일된 전선을 확보하고자 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약삭빠른 아라시 부족은 경쟁 부족을 제압하게 되었고 매번 승리할 때마다 정복당한 부족에게 평화와 평등을 보장해 주고 그들의 충성을 받게 되었다. 마침내 아라시 부족은 수많은 다른 부족민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해갔고 군대의 규모도 거대해졌다.

트롤 전투부대는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은둔해 있는 엘프와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던 아라시 족장들은 로데론의 남부 지역에 강력한 요새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스트롬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국가는 아라시인들의 국가, 아라소르의 수도가 되었다. 아라소르가 번성하자 대륙 각지에서 인간들이 스트롬의 보호와 안전을 찾아 남쪽으로 몰려들었다.

한 깃발 아래 단결된 인간 부족은 강하면서도 낙관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아라소르의 소라딘 왕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북방의 엘프들이 끊임없이 트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은둔해 사는 외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백성의 안전을 걸 생각은 없었다. 그로부터 여러 달이 지나 엘프들이 패배한 것 같다는 소문이 북쪽에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쿠엘탈라스로부터 녹초가 된 사절단이 스트롬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라딘은 트롤의 위협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하게 되었다.

엘프들은 소라딘에게 트롤 군대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과 트롤이 쿠엘탈라스를 파괴한 후에는 남부 지역까지 공격해 올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엘프들은 군사적 원조가 절박했던 탓에 급히 트롤 전투부대와의 싸움을 도와주는 대가로 선별된 특정 인간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소라딘은 마법의 힘은 믿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엘프들을 도와주는 데 동의했다. 그 직후 엘프 마술사들이 아라소르에 도착해 일부 인간들에게 마법의 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엘프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마법을 다루는 데 서툴기는 하지만 마법에 대한 친화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다. 백 명의 인간들은 가장 기본적인 엘프 마법만 익혔다. 트롤과의 전투에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법을 배운 인간들이 전투를 지원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엘프들은 스트롬을 떠나 소라딘 왕의 강력한 군대를 따라 북으로 향했다.

엘프와 인간이 합세한 군대는 알터랙 산맥 아래에서 엄청난 수의 트롤 전투부대와 맞닥뜨렸다. 여러 날 동안 전투가 계속되었지만 지칠 줄 모르는 아라소르의 군대는 트롤의 맹공격 앞에서도 지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엘프의 군주들은 마침내 적에게 마법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이에 백 명의 인간 마법사와 수많은 엘프 마술사들은 천상의 분노를 불러내려 트롤 군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자연의 힘으로 발생한 이 불은 저절로 상처를 치유하는 트롤의 능력을 없애고 불길에 휩싸여 고통받는 트롤의 몸을 완전히 불태워버렸다.

소라딘의 군대는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트롤을 끝까지 쫓아가 하나도 남김없이 처치해버렸다. 트롤은 이 패배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했으며 역사상 하나의 단일 국가로 일어서는 일도 다시는 없었다. 쿠엘탈라스를 파멸로부터 구했다고 확신한 엘프는 아라소르 국가와 소라딘 왕의 혈통에 충성과 우정을 맹세했다. 그 이후 오랫동안 인간과 엘프는 평화로운 관계를 키워나갔다.




■ 티리스팔의 수호자


북쪽 대륙에서 트롤이 사라지자 쿠엘탈라스의 엘프들은 자신들의 영광스러운 고향을 재건하는 데 주력했다. 승리를 거둔 아라소르 군대는 고향 땅 스트롬으로 돌아갔다.

아라소르의 인간 사회는 점점 번창해갔지만 지나친 확장은 왕국의 분열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염려한 소라딘은 스트롬을 아라소르 제국의 중심으로 유지해갔다. 오랜 세월 평화롭게 계속되어 온 성장과 교류의 시간이 지나고 위대한 소라딘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자 아라소르의 젊은 세대는 스트롬의 영토 너머로 아라소르 제국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엘프에게서 마법의 도를 배운 최초의 인간 마법사 백 명은 자신들의 힘을 키워나가면서 마법 사용의 신비로운 비법에 대해 더욱 세부적으로 연구했다. 이 마법사들은 강한 의지력과 숭고한 정신을 인정받아 선택되었기 때문에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마법을 사용해 왔으나 이들의 마력과 비법을 전수받은 새로운 세대는 전쟁의 혹독함이나 자제력의 필요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 젊은 마법사들은 동족을 위한 책임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라소르 제국이 성장하고 새로운 땅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 젊은 마법사들도 남쪽으로 퍼져 나갔다. 마법사들은 신비로운 힘을 휘두르며 야생의 위험한 동식물로부터 동족을 보호하고 황무지에서 새로운 도시국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힘이 점점 커지자 더욱 자만하며 사회에서 고립되어 갔다.

스트롬의 북쪽 지방에는 아라소르의 두 번째 도시국가인 달라란이 세워졌다. 많은 신출내기 마법사들은 답답한 스트롬을 벗어나 달라란으로 가서 자신들의 새로운 힘을 더 자유롭게 사용하길 원했다. 이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기술로 달라란의 첨탑들을 쌓아 올리며 마법을 연구하는 데 빠져 지냈다.

달라란의 주민들은 이 마법사들의 행동을 너그러이 봐주며 마법을 사용하는 수호자들의 보호 아래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면서 달라란 주변의 현실 구조가 힘을 잃고 붕괴하기 시작했다.

영원의 샘이 무너지면서 추방되었던 불타는 군단의 사악한 첩자들은 달라란 마법사들의 무분별한 마법 사용으로 인해 다시 이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비교적 약한 이 악마들은 아직까지 대규모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달라란의 거리에 상당한 혼란과 혼돈을 불러왔다.

악마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건은 산발적으로 발생했고 마법 지배층은 이러한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가장 강한 마법사들을 보내 교묘히 피해 다니는 악마들을 잡아들이려 했지만 그들의 힘은 불타는 군단의 첩자 하나와도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후 미신을 믿는 농민층은 이 마법 지도자들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고 한때 존경했던 마법사들의 동기와 음모에 대해 과대망상에 걸린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달라란의 거리에는 혁명의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농민의 혁명과 스트롬의 처벌을 두려워한 마법지배층은 자신들의 문제를 이해해줄 유일한 자들을 찾아갔으니 그것은 바로 엘프족이었다.

마법지배층으로부터 달라란에서 악마들이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엘프족은 즉시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을 인간의 땅으로 보냈다. 이 엘프 마법사들은 달라란의 에너지 흐름을 조사하며 자신들이 목격한 모든 악마의 활동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엘프족은 비록 아직까지는 이 세계에 들어온 악마의 수가 소수에 불과하나 인간들이 계속해서 마력을 사용한다면 불타는 군단의 위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쿠엘탈라스의 엘프들을 지배하는 실버문 의회는 달라란의 마법지배층 지도자들과 비밀 조약을 맺었다. 엘프들은 마법지배층에 고대 칼림도어의 역사와 아직도 이 세계를 위협하는 불타는 군단에 대해 들려주며 마법을 계속 사용하는 한 불타는 군단의 잔악한 첩자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법지배층은 불타는 군단과의 끝없는 비밀 전쟁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의 마력을 한몸에 받아 사용할 인간 투사 한 명을 선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공포심이나 망상증으로 인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수호자나 불타는 군단의 위협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인간에게 비밀로 할 것을 강조했다. 엘프족은 이 제안에 동의하여 수호자의 선발을 관리하고 이 세계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비밀 단체를 창단했다.

이 단체는 하이 엘프들이 처음 정착했던 로데론의 그늘진 티리스팔 숲에서 비밀 모임을 가졌다. 이리하여 이 비밀 단체에는 티리스팔의 수호자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수호자가 되기 위해 선발된 투사들은 엘프의 마법과 인간의 마법을 모두 받아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되었다. 수호자는 한 번에 한 명만 선발되었으나 그 힘이 워낙 막강해 불타는 군단의 첩자가 발견될 때마다 이들을 손쉽게 물리쳤다.

수호자의 힘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오직 티리스팔 의회만이 수호자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선발할 권한이 있었다. 수호자가 너무 늙거나 혼돈과의 비밀 전쟁에서 지칠 때마다 티리스팔 의회는 새로운 투사를 선발해 통제된 환경에서 정식으로 수호자의 힘을 부여해주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호자는 아라소르와 쿠엘탈라스의 전역에서 불타는 군단의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했다. 제국 곳곳에서 마법이 폭넓게 사용되면서 아라소르는 성장하고 번성해 갔다. 그러는 동안 수호자는 악마의 활동을 신중히 살폈다.




■ 아이언포지 - 드워프의 탄생


아주 오래전 티탄이 아제로스를 떠난 후 토석인이라 알려진 티탄의 자손들이 계속해서 세계를 보호하며 구석구석을 일구어 나갔다. 토석인은 지상에 사는 종족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어두운 땅속 깊은 곳으로만 파고들었다.

세계가 영원의 샘의 내파로 인해 갈라지면서 토석인은 깊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토석인은 대지 자체의 고통과 함께 휘청거리다 정체성 대부분을 상실하고 자신들이 처음 창조되었던 석실에 스스로 봉인해버렸다. 울다만, 울둠, 울두아르, 이는 토석인이 처음으로 태어난 고대 티탄 도시의 이름들이다. 토석인은 땅속 깊은 곳에 묻힌 채 거의 8천 년간을 평화롭게 쉬고 있었다.

토석인을 깨운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울다만에 봉인되었던 토석인은 마침내 스스로 봉인을 풀고 긴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토석인들은 기나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자신들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처럼 딱딱했던 피부는 부드러워졌고 돌과 흙을 다루던 힘도 많이 약해졌다. 그들은 평범한 생명체로 변한 것이었다.

스스로 드워프라 칭한 마지막 토석인들은 울다만의 전당을 떠나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위험한 세계로 나아갔다. 여전히 땅속 세계의 안전과 경이로움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는 드워프들은 높디높은 산 아래 거대한 왕국을 세웠다.

그들의 조상이자 티탄 창조주인 카즈고로스의 이름을 따 이 땅을 '카즈의 산'이라는 뜻의 카즈 모단이라 불렀다. 티탄 아버지를 위해 제단을 세운 드워프들은 산의 중심에 거대한 용광로를 지었다. 이리하여 이 용광로를 중심으로 생겨난 도시가 후에 아이언포지라 불리게 된다.

선천적으로 보석과 돌을 다듬는 일을 좋아하는 드워프들은 주변의 산을 돌아다니며 보석과 광석을 캤다. 이들은 땅속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며 땅 위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일에는 무관심한 채로 지냈다.




■ 일곱 왕국


스트롬은 계속해서 아라소르의 중심지로 남아 있었지만 달라란처럼 로데론 대륙의 각지에서 많은 도시국가들이 생겨났다. 새로 생긴 첫 도시국가들로는 길니아스, 알터랙, 그리고 쿨 티라스가 있었다. 이 도시들은 각각 고유한 관습과 상업 정책에 따라 운영되었지만 스트롬의 통일된 권한에 속해 있었다.

달라란은 티리스팔 의회의 철저한 감독하에 세계 각지에서 온 마법사들의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달라란을 지배하는 마법지배층은 키린 토라는 전문 분파를 결성하고 당시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주문과 유물, 마법 물품을 수록하고 조사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길니아스와 알터랙은 스트롬의 강력한 지원자가 되어 막강한 군대를 편성하고 남쪽 산악 지대인 카즈 모단을 탐험하게 되었다. 이 탐험 기간 동안 인간들은 처음으로 고대 드워프족을 접하고 그들의 지하 동굴 도시인 아이언포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인간과 드워프족은 금속 세공술과 기계공학 기술을 서로 주고받으며 전투와 무용담에 대한 공통된 열정을 나누었다.

로데론 남부 지방의 큰 섬 위에 세워진 쿨 티라스는 어업과 무역을 기반으로 풍요로운 경제 활동을 영위해 갔다. 시간이 흘러 쿨 티라스는 거대한 상업 선단을 이끌고 이색적인 거래 상품들을 찾아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라소르의 경제가 번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라소르를 이루고 있던 가장 강력한 요소들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스트롬의 군주들은 건조하고 메마른 남부 땅을 떠나 로데론의 청청한 북부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고 싶어했다. 하지만 소라딘 왕의 후계자이자 아라시 혈통의 마지막 자손들은 스트롬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던 시민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결국 스트롬의 군주들은 길들여지지 않은 북부 지방에서 순수함과 깨우침을 얻고자 이 고대 도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스트롬의 군주들은 달라란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운 도시국가를 짓고 이를 로데론이라 불렀다. 후에 전 대륙이 이 도시국가에서 이름을 가져오게 된다. 로데론은 종교적 순례자와 내면의 평화와 안전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이 모이는 동경의 땅이 되었다.

고대 스트롬의 부서져 가는 성벽 안에 남은 아라시의 자손들은 남부에 있는 카즈 모단의 바위투성이 산맥을 지나 남쪽으로 떠나가기로 결정했다. 오랜 여행 끝에 그들은 마침내 후에 아제로스라 불리게 된 대륙의 북부 지역에 정착했다. 이들은 비옥한 계곡에 스톰윈드 왕국을 건설하고 매우 짧은 시간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스트롬에 남은 몇몇 전사들은 스트롬에 계속 남아 고대 도시의 성벽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더는 아라소르 제국의 중심지가 아니게 된 스트롬은 스트롬가드라는 새로운 국가로 발달했다. 다른 도시국가들은 저마다 번성하고 있었지만 아라소르 제국은 사실상 붕괴한 것이었다. 각 국가는 자신들만의 관습과 신앙을 발달시키면서 점차 서로에게서 분리되어갔다. 단결된 인류를 꿈꾸던 소라딘 왕의 비전은 마침내 사라져버렸다.




■ 에이그윈과 용 사냥


일곱 개 인간 왕국의 정치 세력과 경쟁자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수호자들은 혼돈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기나긴 세월 동안 여러 수호자가 있었지만 한 번에 단 한 명만이 티리스팔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최후 수호자 중 하나는 암흑에 맞선 강력한 여전사였다.

젊고 불같은 성격을 지닌 인간 여자 아이 에이그윈이 티리스팔 교단의 승인을 받고 수호자의 자격을 받은 것이다. 에이그윈은 악마들이 눈에 띌 때마다 모조리 소탕하며 열심히 활동했지만 가끔 티리스팔 의회의 남성 중심적 권한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녀는 의회를 통솔하는 고대 엘프와 나이든 노인들의 사고방식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혼돈과의 투쟁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선견지명이 부족하다고 믿었다. 기나긴 토론과 논쟁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동료와 윗사람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중대한 상황에서 지혜보다는 용맹을 택하는 일이 잦았다.

티리스팔의 무한한 힘을 다스리는 능력이 점점 커지면서 에이그윈은 북쪽 노스렌드 대륙의 얼어붙은 땅에 강력한 악마의 무리가 나타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에이그윈은 북쪽 멀리 산속까지 악마들을 추적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악마들이 용군단의 마지막 생존자 중 하나를 사냥해 용이 가지고 있던 마력을 빼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필멸의 종족들의 계속되는 세력 확장을 피해 은둔해 있던 이 강대한 용들은 불타는 군단의 흑마법과 자신들의 마법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마에게 맞선 에이그윈은 고귀한 용들의 도움으로 그들을 모조리 제거해 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악마가 이 세상에서 추방되자 북쪽 전역에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

노스렌드의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불타는 군단의 군주이자 악마의 제왕인 살게라스가 지옥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에이그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살게라스는 젊은 수호자에게 티리스팔의 종말이 다가왔노라며 곧 불타는 군단의 대학살 앞에 전 세계가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감한 에이그윈은 자신이 이 암흑의 신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믿고 마력을 풀어 살게라스의 화신을 공격했다. 에이그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악마의 제왕을 공격하여 그의 껍데기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살게라스의 영혼이 남아있을 것을 걱정한 에이그윈은 영원의 샘이 붕괴하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칼림도어 고대 전당 중 하나에 살게라스의 파괴된 껍질을 봉인했다.

하지만 에이그윈은 자신의 행동이 모두 살게라스의 계략이었음을 결코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필멸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운명짓게 된 것이다. 사실 살게라스의 육체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 그 영혼이 에이그윈의 지친 몸 속으로 들어갔고 살게라스는 이 젊은 수호자의 영혼 속에서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오랜 세월 숨어서 지내게 된다.




■ 세 망치의 전쟁


아이언포지 산맥의 드워프족은 수 세기 동안 평화로운 삶을 누렸다. 그러나 산악 도시의 좁은 공간 속에서 사회는 너무나 커져 버렸다. 모디무스 앤빌마 대왕이 정의와 지혜로 모든 드워프를 다스렸음에도 불구하고 드워프 사회에는 세 개의 강력한 당파가 생겨났다.

마도란 브론즈비어드 호족이 이끄는 브론즈비어드 일족은 대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아이언포지 산맥의 전통적인 수호자로 일어섰고, 카드로스 와일드해머가 이끄는 와일드해머 일족은 산기슭 주변의 바위산과 구릉지대에 살며 도시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세 번째 당파인 검은무쇠 부족은 타우릿산이라는 마법사 영주를 지도자로 두었는데, 이 부족은 산 아래 깊은 그늘 속에서 브론즈비어드 부족과 와일드해머 부족을 몰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 세 당파들 사이에 불안하게 유지되어 온 평화는 앤빌마 대왕이 세상을 뜨면서 폭발하게 되었다. 세 지도층 부족이 아이언포지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땅속에서는 오랫동안 드워프의 내전이 계속되었다. 결국 가장 큰 군대를 보유하고 있던 브론즈비어드 부족이 검은무쇠 부족과 와일드해머 부족을 추방하고 산을 차지했다.

카드로스와 와일드해머 전사들은 북쪽으로 던 알가즈의 성문을 지나 머나먼 그림 바톨의 봉우리로 이동하여 그들만의 왕국을 건립했다. 그곳에서 와일드해머 부족은 번영을 누리며 자신들의 보물 창고를 다시 채워나갔다. 타우릿산과 검은무쇠 부족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패배로 치욕을 당한 검은무쇠 부족은 아이언포지를 파괴할 음모를 꾸몄다. 타우릿산은 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가 아름다운 붉은마루 산맥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세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는 번창했지만 검은무쇠 부족의 증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타우릿산과 그의 아내, 여마법사 모드구드는 아이언포지와 그림 바톨 양쪽 모두에 각각 공격을 감행했다. 검은무쇠 부족은 카즈 모단 전역을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검은무쇠 군대는 동족의 요새를 거세게 공격하며 두 왕국을 거의 손에 넣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결국은 마도란 브론즈비어드가 부족을 이끌고 타우릿산의 마법 군대를 물리쳐 승리를 쟁취했다. 타우릿산과 그의 부하들은 모드구드의 부대가 그림 바톨에서 카드로스와 와일드해머 부족 전사들과 힘든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시 자신들의 도시로 후퇴하였다.

적의 전사들과 맞닥뜨린 모드구드는 마법을 사용해 적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녀의 명령에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마물들이 땅속 깊은 곳에서 기어 나와 와일드해머의 전당을 돌아다녔다. 모드구드는 마침내 성문을 뚫고 요새를 공격했다. 와일드해머 부족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카드로스는 직접 싸움에 뛰어들어 적의 마법사 여왕인 모드구드를 처치했다.

여왕이 쓰러지자 검은무쇠 부족은 와일드해머 부족의 분노를 피해 달아났다. 그들은 남쪽에 있는 왕의 요새로 도망치다 그림 바톨을 지원하러 온 아이언포지 군대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두 군대 사이에 꼼짝없이 갇힌 검은무쇠 패잔병들은 철저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아이언포지의 군대와 그림 바톨의 군대는 서로 합세해 남쪽으로 향했다. 타우릿산과 검은무쇠 부족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타우릿산의 광기와 분노가 엄청난 규모의 마력을 불러일으켰다. 타우릿산이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초자연적인 생물을 소환하기 위해 지하 세계에 잠들어 있는 고대의 마력을 불러낸 것이다. 하지만 소환해낸 생물은 타우릿산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고 결국 그것이 타우릿산 자신의 파멸을 불러왔다.

이 세계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절 티탄에게 추방당한 불의 군주, 불의 정령들의 영원한 군주인 라그나로스가 다시 깨어났다. 그가 이제 타우릿산의 소환으로 다시 깨어나게 된 것이다. 아제로스에서 일어난 대재앙, 라그나로스의 환생으로 붉은마루 산맥이 파괴되고 그 파괴의 중심에 격렬한 화산이 만들어졌다.

검은바위 산이라고 하는 이 화산은 북쪽으로 이글거리는 협곡, 남쪽으로 불타는 평원과 닿아 있다. 타우릿산은 자신이 푼 마력에 죽고 말았지만 살아남은 그의 동족들은 결국 라그나로스와 그의 정령들에게 노예로 잡히고 말았다.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검은바위 첨탑 속에 남아있다.

참혹한 파괴의 현장과 남부 산맥으로 퍼져가는 불길을 본 마도란 왕과 카드로스 왕은 군대를 멈추고 자신들의 왕국으로 되돌아가는 바람에 라그나로스의 무시무시한 분노와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브론즈비어드 부족은 아이언포지로 되돌아가 영광스러운 도시를 재건하였다. 와일드해머 부족도 고향인 그림 바톨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모드구드의 죽음으로 산악 요새가 사악한 기운으로 오염돼 더 이상 거주할만한 곳이 못 되었다.

사랑하는 고향 땅을 잃게 된 와일드해머 부족은 가슴이 아팠다. 이에 브론즈비어드 왕이 와일드해머 부족에게 아이언포지에서 살 곳을 마련해주려 했지만 와일드해머 부족은 단호히 거절했다. 카드로스는 부족을 이끌고 북쪽의 로데론으로 향했다. 동부 내륙지의 푸른 숲에 정착한 와일드해머 부족은 맹금의 봉우리라는 도시를 세우고, 그곳에서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며 그 지역의 강대한 그리핀과도 유대 관계를 갖게 되었다.

아이언포지의 드워프들은 동족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교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탄돌 교각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카즈 모단과 로데론을 연결했다. 상호 교역으로 인해 두 왕국은 번창해갔다. 마도란과 카드로스가 사망하자 그 아들들은 함께 손을 잡고 아버지를 기리는 뜻에서 두 개의 거대한 석상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 두 개의 석상은 라그나로스가 깨어나면서 화산 지대로 변해 버린 남부 지방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게 된다. 이는 드워프 왕국을 침략하려는 자에 대한 경고의 역할뿐 아니라 검은무쇠 드워프들이 치른 죄의 대가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두 왕국은 몇 년 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와일드해머 부족은 그림 바톨에서 목격했던 공포로 인해 많이 변해있었다. 그들은 산중의 땅속에 거대한 왕국을 짓기보다는 땅 위의 맹금의 봉우리에 사는 것을 택했다. 결국 이러한 이상의 차이로 두 드워프 부족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 최후의 수호자


수호자 에이그윈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해져 티리스팔의 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을 상당히 연장시켰다. 어리석게도 그녀는 살게라스를 영원히 해치웠다고 착각하며 900년 가까이 악마의 제왕의 하수인들로부터 세계를 보호해 왔다. 그러나 티리스팔 의회는 이제 에이그윈의 수호자 역할이 끝날 때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의회는 에이그윈에게 수호자의 힘을 부여할 새로운 후임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달라란으로 돌아올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항상 의회를 불신해오던 에이그윈은 자신이 직접 후임자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에이그윈은 자신의 마력을 물려줄 아들을 낳기로 마음먹었다. 티리스팔 의회가 자신에게 그랬듯이 후임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제로스의 남쪽 나라로 내려간 에이그윈은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줄 완벽한 남자를 만났으니 바로 니엘라스 아란이라는 능력 있는 인간 마법사였다.

아란은 궁중 마법사이자 아제로스 왕의 고문이었다. 에이그윈은 이 마법사를 유혹해 아들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니엘라스의 선천적인 마법 친화력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내면 깊숙이 파고들면서 훗날 이 아이가 밟게 될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티리스팔의 마력도 아이에게 주입되었으나 이 마력은 아이가 신체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게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에이그윈은 멀리 떨어진 조그만 외딴 숲에서 아들을 낳았다. 에이그윈은 아이에게 하이 엘프 언어로 "비밀의 수호자"라는 뜻의 메디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가 자라나 다음 수호자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의 몸 안에 숨어있던 살게라스의 사악한 어둠의 영혼이 아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아이를 점령해 버렸다. 하지만 에이그윈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새로운 세계의 수호자가 세계 최대의 적에게 점령당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에이그윈은 틀림없이 아기가 건강하고 튼튼하다고 생각하여 어린 메디브를 아제로스의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인간 아버지와 그 동족들의 손에 길러지도록 남겨두었다. 그러고는 황야로 가서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의 그림자를 기다렸다. 메디브는 강한 아이로 자라났지만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티리스팔의 잠재적인 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살게라스는 어린 메디브의 몸속에서 메디브의 힘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가 십 대에 접어들 즈음 메디브는 마법을 다루는 솜씨 덕분에 아제로스에서 아주 인기가 좋았다. 그리고 친구인 아제로스 왕자 레인과 아라시 혈통의 마지막 후손 중 하나인 안두인 로서와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이 세 소년은 왕국을 돌아다니며 언제나 말썽을 부렸지만 백성은 모두 이들을 좋아했다.

메디브가 14살이 되자 내면에 깃들어 있던 광대무변한 힘이 깨어나면서 그의 영혼 속에 숨어 있던 살게라스의 영혼과 충돌을 일으켰다. 메디브는 혼수상태에 빠져 여러 해를 보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메디브는 자신이 성인이 되었으며 친구인 레인과 안두인이 아제로스의 고위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디브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자신의 새로운 힘을 자신이 고향이라 부르는 땅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고 싶었지만 살게라스의 사악한 영혼이 그의 사상과 감정을 음흉한 쪽으로 몰고 갔다.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메디브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살게라스는 2차 세계 침략 계획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이 세계의 마지막 수호자가 그 계획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몹시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