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협상과 결판 시네마틱에서 와우가 하려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3가지 정도로 추려보았습니다.

1. 순환의 종식

협상 시네마틱 마지막 쯤에 사울팽은 천 년이 지나도 얼호 갈등은 종식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안두인이 우린 그럼 뭘 위해서 싸우냐고 되묻는 말에 사울팽은 대답하지 않고 장면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제칸의 질문에 사울팽은 순환을 끊으러 간다고 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언급되는 순환은 단순히 얼호 간의 지겨운 종전과 개전의 반복이 아닌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얼호 갈등 자체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여지껏 있어왔었던 얼호 갈등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거의 속임수나 이간질 같은 두 진영의 갈등을 야기하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 이었던거 같습니다. 두 진영이 더 단단히 결속하고 믿음을 키우면 그런 것으로 갈등을 초래하긴 힘들어지겠죠. 양측 모두 매파라 불릴 만한 인물들은 돌아섰거나 잠수 타고 있으니 이대로 별 탈없다면 진영 통합정도도 고려해볼 여지도 있겠습니다. 격전의 아제로스라는 이름에 역설적으로 여지껏 이루지못한 얼호 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두 진영이 싸우지 않는다면 워크래프트 게임 자체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꼴이라서 그러면 안될거 같긴하지만 워크1 때 설정을 지금껏 유지한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때나 오크 인간 치고 박던 단순한 게임이지 계속 세계관이 넓어지고 우주로 나가서 외계인 때려잡고 있는데 아직도 서로 못 믿고 쌈박질하는 것도 이상하죠. 여기서 순환을 끊는다는 건 블쟈가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2. 사울팽의 의도

결판 시네마틱 초반에 스랄이 말하죠 “많은 목숨을 잃게 되겠지” 또 사울팽은 말합니다 “아니면 하나만 잃거나” 사울팽은 오그리마를 보며 저기 실바나스 측에 있는 호드 역시 같은 형제 자매들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사울팽이 원했던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찢어져버린 호드의 통합과 얼호 갈등의 종식을 이루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막고라를 신청했고 스랄은 이기지 못할것이라고 합니다. 포세이큰 측 역시 사울팽의 도전이 무모하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실바의 바로 옆에서 그녀의 파워업을 지켜봤을테니까요. 그렇게 때문에 사울팽이 자신을 희생해서 자신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거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 실바가 블루베리빔 없이 정당하게 이겼다한들 사울팽의 외침을 들은 그 자리의 모든 호드의 일원들이 설령 어둠의 여왕을 따르는 포세이큰이라도 자신들의 지금하고 있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실바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실바는 포세이큰이 자신에게서 등 돌릴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한 꼴보이기 싫어서 가버린거고요. 포세이큰이 무조건 실바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집단도 아니고 포세이큰이 포세이큰일수 있는건 자유의지를 가진 집단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실바나스를 따를것인지 호드에 남을 것인지 선택을 할 수 있죠. 빤쓰런 이후 스랄이 포세이큰을 쳐다봤을 때 그들은 너무 당연하게 사울팽과 호드를 위해서 성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포세이큰들은 실바의 휘하라는 정체성보단 호드의 정체성을 더 찾고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빤쓰런 이후 포세이큰들은 사울팽의 영웅적인 희생에 개심해서 실바에게서 등을 돌리기로 하고 사울팽을 애도하며 성문을 열어준 것 같습니다.

3. 희망 

가시의 전쟁 때 노루 죽이려고 어둠해안에 사울팽과 실바, 유저들이 갔을 때 노루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가 네임드 하나만 처리함으로써 얼라들의 희망을 끊어 놓고 싸울 의지를 완전히 꺾어 전투 의지 자체를 상실시키고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킨다는 의도였죠. 사울팽 개인의 판단으로 그건 실패로 돌아갔지만 홧김에 텔드랏실을 불태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름으로써 희망을 끊어놓긴 커녕 전투의지를 활활 불태우게 만들었죠. 이번에 실바가 얼호 양측에 큰 전력이던 사울팽을 살해함으로써 그 의도는 이루어진 것 같네요. 사울팽과 실바가 몇 합을 주고 받다가 사울팽이 쓰러지면서 반격 할 때 희망을 꺾을 순 없다고 하죠 사울팽은 맨 처음 그 때 노루 뒷치기를 해버린 그걸 그 때까지도 계속 후회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나서 실바는 그 명대사 낫띵을 외칩니다. 제가 봤을 때 그 낫띵은 얼호가 낫띵이라는 게 아니라 얼호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결속력과 양 진영 간의 믿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너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결속력은 낫띵이고 너넨 또 치고 박을거잖아 이런 느낌이랄까요.. 실바가 원하던 게 서로를 죽이면서 시체를 만들어 내는거 였는데 그렇게 연합을 해버리면 그걸 못하게 되는거니까요. 그게 바로 사울팽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양 진영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메시지였던거고요.


이번에 시네마틱이 줄줄이 나오니 스토리 보는 맛이 있어서 좋네요 특히 사울팽 개인에 조명해서 확장팩을 절반 가까이 이어갔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고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연출 면은 좀 아쉽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판다 다음으로 주제의식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보여지네요 현재까지는 말입니다.. 전쟁에 지친 노병이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느낌도 뭔가 괜찮고요. 사울팽이 인기 캐릭이긴 하지만 오래된 캐릭인것도 사실이고 설정 상으로도 늙었기 때문에 퇴장해도 어색하진 않죠. 본인이 그토록 바래마지 않던 명예로운 죽음을 맞았으니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군단 때부터 옛날 캐릭들 퇴장시키고 뉴페이스를 넣으려고 하는거 같은데 과정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아보이네요. 의도는 알겠으나 조금은 스무스하게 이어가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