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선 말가니스의 대규모 낚시에 낚여 노스렌드로 갔다가 처참한 말로를 맞은 붉은돌격대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드레드로드 놈들이 붉은십자군으로 스컬지를 견제한다는 의도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붉은십자군이 무능한 놈들도 아니고 드레드로드 하면 계략의 1인자이니 전술과 전략에 있어서 나름 조예가 있었을 거다
실제로 노스렌드에 진출한 위치를 보면 하나는 낙스라마스 코앞이고 하나는 얼음왕관 코앞이라 리치왕 입장에선 적절히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문제는 둘다 호드와 얼라의 유저에게 털렸다는 거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리치왕 아서스가 죽고 노스렌드 원정이 끝났다
붉은십자군 패잔병들은 고국인 동부왕국으로 돌아와 어쨌든 살아남았다고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부왕국의 붉은십자군은 말 그대로 개판이 되어있었다

리치왕을 쓰러뜨린 은빛십자군이 하스글렌을 탈환하는데(원래 이곳이 티리온 폴드링의 영지라서) 이 하스글렌은 붉은십자군의 서부역병지대의 근거지였다

게다가 남쪽의 안돌할엔 포세이큰과 스톰윈드 군대가 진출해 개판 오분전으로 싸우고 있고 동쪽은 드루이드들이 와서 역병지대의 대지를 정화하는 데 힘쓰는 등 붉은십자군이 거점을 마련하거나 끼어들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따라서 십자군은 유랑병이 되어 역병지대를 방황하며 비참하게 죽어간다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먹다 끝내 아사하거나 역병지대의 야수들에게 죽거나 뭐 그런 식이다

그럼 진즉에 스컬지에게 거점인 안식골을 잃은 동부역병지대 쪽은?









다 언데드 됬다. 위에 애들은 솔름에 주둔한 진홍십자군 넴드들인데 결국 다 역병 거하게 맞고 언데드화되서 똑같이 언데드화된 진홍십자군 잔당들과 함께 솔름의 점령구역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발나자르는 이제 더 이상 붉은십자군 애들을 속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냥 본모습을 취하고 앉아있다. 여기서 유저들에게 죽으면 또 사라지는데 나중에 군단 확팩에서 재등장함. 그 다음엔 행적이 묘연하다


즉 역병지대의 십자군은 그냥 망해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티리스팔숲과 수도원 쪽은 상황이 나았다.
비록 언데드 초반퀘에서 또 썰리긴 하지만 여전히 본거지인 수도원은 건재했다

물론 유저들이 그걸 가만놔둘리 없었다
대격변이 되어 만렙던전으로 리메이크된 십자군 수도원으로 유저들이 쳐들어간다

리메이크된 수도원은 1+2 3+4번방이 통합되어 전자는 붉은십자군 전당. 후자는 수도원이라고 불린다





헤로드는 이 양반으로 대체되었고




도안은 이 보스로 대체되었다
참고로 쾨글러라는게 블리자드 직원 닉네임이라고 한다


물론 수도원에서도 모그레인이 죽었기 때문에


이 보스로 대체되었다. 둔기질이랑 무적만 하던 모그레인이랑 다르게 양손검을 들고 화려한 검술을 구사하는 보스다





그리고 당연히도 돌아온 화메에게 부활까지 당하며 싸우지만 결국 유저들에게 전사한다
화이트메인도 이번엔 도망치지 못하고 죽는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모그레인의 이름을 부르며 죽는 걸 보면 화메에게 모그레인은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친구든 연인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화이트메인은 이걸로 퇴장하지 않았다. 몇 년 후 군단 시점에서 불타는 군단이 아제로스에 대규모 침략을 가하자 죽음의 기사 유저는 자신의 새로운 4인 기사단을 창단하려 하고 그 세번째 멤버로 화이트메인을 고른다

참고로 첫번째 멤버는 의무감 때문에 끝까지 가로쉬에게 충성하다 유저들에게 죽었던 명예로운 오크 장군 나즈그림, 두 번째는 아들에게 배신당해 죽은 전 스트롬가드 국왕인 토라스 트롤베인이었다




그래서 간신히 수도원에서 재건하고 있던 붉은십자군에게 또 쳐들어가서 총사령관 굿차일드를 죽이고 화이트메인의 시체를 탈취해 온다. 




화이트메인은 그렇게 죽음의 기사로 부활한다. 스컬지를 증오하던 광신도가 어느 정도 스컬지와 손을 잡은 칠흑의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버렸다는 게 엄청난 아이러니지만 본인은 대충 잘 적응한 것 같다

죽음의 기사가 된 이후에도 부활이나 신성한 일격 등 신성계열 스킬을 사용하는 걸로 봐선 낙스의 젤리에크 경처럼 빛의 힘을 완전히 잃진 않은 모양이다



종합하자면 현재 붉은십자군은 완전히 나가리가 된 상태이다
주요 간부들은 다 죽고 드레드로드들의 의도에 따라 엄청난 병력을 상실한데다 거점이라곤 수도원 딱 하나만 남았는데 이조차 주기적으로 털리고 있어 조직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태다




게다가 내부사정도 좋지 않다. 대격변 시점에서 이미 수도원 내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군단시점에선 위 짤의 여캐인 마리엘라 워드라는 사제가 붉은십자군의 작태에 환멸을 느끼고 동료 사제들과 함께 사제 플레이어에게 귀순해 사제들의 공동체인 '비밀결사'에 가입한다
사실상 붉은십자군과는 그냥 손을 끊은 셈이다






물론 아예 붉은십자군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군단 시점 달라란에 가보면 '진홍빛 순례자' 라는 NPC가 돌아다니기도 하고 스톰윈드에도 붉은십자군 npc가 가끔 어슬렁거린다

하지만 단지 그뿐 스토리에 개입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역시 이 양반들은 몰락한 광신도답게 좆망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스토리가 분위기상 포세이큰의 새 수장이 아서스의 누나인 칼리아 메네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온건파인 칼리아의 성향상 티리스팔 숲의 붉은십자군과 한번 접촉 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