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코르그는 바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젊었고, 여느 코르크론 대원들처럼 신체 조건이 뛰어난 오크였다. 피부는 에메랄드빛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진한 초록색이었다. 선서를 하기 위해 증인석으로 다가가는 가코르그는 다리를 절고 있었다.

티란데가 요청했다.

“이름과 직업을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가코르그라고 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저는 한때 코르크론 대원이었습니다. 스랄 대족장님 밑에서 복무했고, 그 후에는 가로쉬 헬스크림 밑에서 복무했습니다.”

티란데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한때 복무했다가 탈퇴한 이들 중 오래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지요.”

바인이 소리쳤다.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타란 주가 말했다.

“변호인에게 동의합니다. 본인의 생각을 말하지 말고 질문하십시오, 추샤오여.”

티란데는 계속 질문했다.

“가로쉬의 부대에서 언제 떠났습니까?”

“칼림도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초기에 치렀던 전투를 마친 직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로미, 환영을 보여주세요.”

크로미가 부드럽게 어르는 손길에 시간의 환영에 달려 있는 용이 깨어났다. 과거의 가코르그는 피가 묻은 불룩한 자루를 등에 매달고 나타나 빌지워터 항만 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스러져가는 철제 공동 주택 중 한 집으로 다가갔다.

바닥을 지푸라기로 덮은 공동 주택에는 포로들이 살고 있었다.

포로들은 처음에는 자고 있었지만, 문이 열리자 깨어났다. 포로는 총 넷이었고, 모두의 앞다리는 튼튼한 사슬에 묶인 채였다. 

그들은 하품을 하더니 커다란 갈색 눈을 비벼 졸린 기색을 거두고 호기심에 찬 듯 중얼거렸다. 그들의 얼굴은 성인 인간의 얼굴보다 컸지만 자기들의 종족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편이었다.

길고 숱 많은 머리털은 검은색과 갈색과 회색으로, 구불구불 등까지 굽이쳐 흘러내렸다. 포로들이 입은 옷이라고는 상당히 원시적인 형태의 짐승 가죽뿐이었다. 

떠도는 냄새를 맡기 시작한 그들은 가코르그가 가져온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흥분한 듯 박수를 치면서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그들은 작은 꼬리를 흔들며 무거운 발을 위아래로 쿵쿵대었다.

그들은 마그나타우르의 아이들이었다.

“그렇지, 어린 것들아. 네 부모들이 듣도록 큰 소리를 내거라.”

가코르그가 자루에서 즙이 뚝뚝 떨어지는 큰 고깃덩이를 꺼내자 아이들이 거칠어졌다. 고기를 받은 새끼는 재잘대듯 웃어댔다. 나머지 아이들은 고기를 받고 싶은 갈망에 울부짖었고, 눈물로 둥근 뺨 위를 적시며 손을 뻗었다.

가코르그의 형상은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흔들고 혼잣말로 투덜댔다. 가코르그는 고깃덩이 하나를 꺼내서 앞발이 묶인 채 있는 힘껏 폴짝폴짝 날뛰던 몸집이 작은 여자아이에게 던져주었다. 아이는 뛰던 걸 멈추고 달게 절인 고기를 게걸스레 먹었다. 

다른 새끼들은 자기 몫을 달라고 더 크게 아우성을 쳤고, 가코르그는 순순히 고기를 내주었다. 곧 네 아이들은 모두 고기를 씹게 되었다. 

넷 중 가장 어린 것은 아직 아기에 불과했고, 가장 나이 많은 아이는 머리 양편으로 엄니가 돋고 있는 흔적이 살짝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여기서 멈추십시오.”

영상이 멈췄다. 티란데가 질문했다.

“이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가코르그의 얼굴은 슬픔으로 어두워졌다.

“마그나타우르의 아이들입니다. 가로쉬는 아이들을 납치해놓고 마그나타우르들이 잿빛 골짜기에서 자기편에 서서 싸우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문을 받았습니까?”

오크가 말했다.

“아닙니다. 제 임무는 아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들을 다루기 힘들어지면, 저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먹이를 주어서 갑자기 큰 소리를 내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꿀에 절인 고기를 좋아했습니다. 부모들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걱정이 든 부모들을 다루기는 쉬웠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고문하지 않았습니다, 나이트 엘프여.”

“하지만 증인은 납치된 아이들을 돌보았지요.”

티란데가 말했다. 단순히 사실을 언급한 것이었다. 가코르그는 얼굴을 문질렀다. 그리고 무겁게 말했다.

“네, 그랬습니다.”

“그 전투에서 부모인 마그나타우르들은 호드 편에 서서 싸웠습니까?”

티란데가 물었다. 하지만 바인은 대여사제 본인이 그 전투에서 마그나타우르들을 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가코르그가 대답했다.

“모두 죽었습니다.”

티란데가 계속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고아가 되었군요. 어른들은 조건을 지키다가 죽어갔습니다. 가로쉬가 내건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

가로쉬는 마그나타우르들에게 만약 어른들이 싸우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호드 편에 서서 싸우다 죽으면 아이들을 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가로쉬는 자신이 내건 조건을 지켰습니까?”

가코르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멈춘 영상 속 아이들의 형상을 응시할 뿐이었다. 고기의 핏물은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보이는 순수한 기쁨과 대조를 이루었다.

티란데가 부추겼다.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가코르그는 애써 말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마그나타우르들은 우리가 가진 병력 중에서 가장 뛰어난 병사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가로쉬는 말장난에 아주 능했습니다.”

지금 가코르그는 영상에서 시선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가로쉬를 째려보았다. 그러고는 내뱉다시피 말했다.

“가로쉬는 아이들을 풀어줬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마그나타우르들은 가로쉬의 말이 아이들을 고향에 데려다줄 거라는 의미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가로쉬는 아즈샤라 해변에 아이들을 풀어주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바인은 눈을 감았다. 그는 차마 가로쉬를 볼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지금 드러난 포학무도한 짓을 저지른 오크를 폭행하게 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도 있지 않나요?”

“만약 노스렌드였다면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서는 어떤 게 안전하고 어떤 게 그렇지 않은지 알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같은 종족의 어른들을 찾았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조각난 해안에서 풀려났습니다.”

“그곳은 안전하지 않습니까?”

“조각난 해안에는 나가가 있습니다.”

가코르그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증인은 어떻게 했습니까?”

가코르그가 말했다.

“저는 관복을 벗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다른 아동 유괴의 혐의가 가로쉬 헬스크림에게 더해질 수 있습니다. 유괴뿐 아니라 살인도 되지요. 추샤오 블러드후프여, 심문하십시오.”

바인은 입을 열어 거절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손을 흔들어 부정의 의사를 표시했다. 바인은 가코르그에게 할 말이 없었고, 혹여 무슨 말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저 관직을 잘 떠났다는 말 밖에 못할까봐 두려웠다.

-전쟁범죄: 광기의 끝 中


종종 가로쉬가 폭정을 저지를 당시에 호드가 둘로 분열되어 내전에 가까운 전투를 치룬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시는 분이라면 잘 아실겁니다. 다만 종종 처음부터 가로쉬의 부하였던 이들이 끝까지 가로쉬에게 충성했다고 잘못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바인이나 볼진 같이 가로쉬에게 처음부터 반감했던 경우만이 아니더라도, 가로쉬를 따랐다가 그의 추잡한 본모습을 보고 떠난 이들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본문에서 언급된 가코로그라는 오크는 인질로 잡힌 새끼 마그나타우르를 돌보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이후에 마그나타우르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이지 못한 것에 분노한 가로쉬가 핏덩이나 다름이 없는 아이들을 나가들을 비롯한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조각난 해안에 내던지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경멸을 하면서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것을 내던지고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일어난 재판에서 증언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지요.

결과적으로 이런 이들이 떠나간 가로쉬에 호드에는 아무리 좋은 경우라고 해도 가로쉬가 옳지 않은 것은 알아도 대족장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의무로 자리를 지키는 나즈그림과 같은 이들이였고, 나머지는 말코록이나 잴라와 같은 간신배나 전쟁광만이 남을 뿐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하나같이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 것을 생각해보면 가로쉬를 일찌감치 손절한 것은 옳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