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와우 하면서 공략 보려고 여러번 눈팅을 하긴 했는데, 여기다 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처음 겪어보는 극한의 세기말에 심심하기도 하고, 마침 오는 어둠땅에서 캘타스가 등장하는 듯 해서, 요런 글을 써 보게 되었습니다. 혹여나 늦은 뒷북이라거나 하면 얼른 지우겠습니다.




각설하고, 이상하게 우리나라 와우 커뮤니티에서는 캘타스가 "8살 제이나를 사랑"했다는 게 정설처럼 퍼져 있더군요.

당장 요 게시판에서만 검색해 보아도




어설픈 그림판 자르기이긴 헌데, 이런 글도 보이구요. 8살 제이나-의 출처가 궁금해 몇 번 검색을 해 보아도 별달리 확실한 근거는 없는 듯 했습니다. 특히 어린 제이나 모델링이 공개될 즈음의 글을 찾아보면, 대부분이 캘타스를 극성 페도필리아로 확정하는 느낌인데도 불구하구요.

헌데 최근 와우 소설을 뒤적이다보니, 그와 대비될 법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공식 소설 "아서스 - 리치왕의 탄생"을 참조하면, '달라란에 입학하러 가는' 제이나를 아서스가 호위해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제이나가 달라란에 입학하기 전 메네실 왕 궁에 한 주 정도 머무르게 되고, 그때 아서스가 제이나를 처음 만난 것으로 묘사되지요. 아서스 관점의 본문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리고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아가씨에게 빛의 축복이 있기를. ...(중략)... 또한 달라란에서 잘 수련하기를. 빛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 마법사로서 그녀의 백성을 훌륭히, 진심으로 섬길 수 있기를 비옵나이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법사의 도시, 아름다운 달라란으로 가는 것이 분명했다. 왕족과 귀족 사이에 행해지는 다소 엄격한 예법과 손님 접대의 원칙에 따라 달라란으로 가기 전에 며칠 더 머무르게 될 터였다.]

그리고 아서스가 제이나를 달라란까지 호위하던 도중, 둘은 밤 중에 몰래 빠져나와 오크 포로수용소를 구경하러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직접적으로 제이나의 나이가 언급됩니다.

[(아서스 왈) "당연히 아이가 있지. 한낱 쥐들도 새끼를 낳잖아."
아서스는 화가 났다. 아니, 열한 살 먹은 소녀라면 그렇게 반응하리라 예상했어야 하는 것일까?
"저들은 사람을 해칠 것 같지 않은데, 여기 갇힌 게 맞아?"]

즉 제이나는 달라란 입학 전에 이미 11살이었다는 겁니다. 한국어 번역이므로, 세는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마는, 세는 나이라 본들, 만으로는 10살 전후. 이미 8살은 지난 셈입니다. 물론 원본이 영어권 소설임을 생각하면 만 나이일 가능성이 높겠죠.

이후 전술된 공식 소설 기준으로, 제이나가 캘타스와 마주하게 되는 부분의 묘사는 이렇습니다.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달라란의 정원을 걸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달라란에 온 지도 8년이나 되었지만 이 도시는 볼수록 경이로웠다."]

고로 이 시점의 제이나는 11 + 8 = 19살이라는 뜻이 됩니다. 세는 나이로 그렇다 치자면, 만으로는 18살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전술한 이유로 만으로도 19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 캘타스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제이나가 그에게 마법을 배운 적이 있다고 묘사됩니다. 마법을 '배운' 건지, '같이 공부' 한 건지는 요 인용만으로는 불확실하긴 합니다.

[그 사건을 떠올린 제이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불을 다루는 솜씨가 형편없었다. 마침 캘타스 왕자와 함께 공부하던 어느 날, 실수로 두꺼운 책 한 권을 홀랑 태워버린 것이다. 그것도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그 대가로 캘타스 왕자는 그 후 몇 개월간 불과 관련된 주문을 연습할 때는 반드시 감옥 주변의 연못 근처에서 하게 했다.]

포인트는, 소설의 이 부분이 제이나의 관점에서 서술된다는 것입니다. 후술하겠지만, 추후 아서스와 캘타스가 제이나를 놓고 처음 충돌할 때, 제이나는 캘타스가 자신에게 연심을 품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고 나옵니다. 헌데 이 시점에서는 아직 그런 사실이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이나는 캘타스더러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대하기가 어려웠다.]
[(이유를 추측하자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딱딱한 규범과 예의가 그에게는 항상 배어 있었다.]
[물론 제이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그가 달라란의 최고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비밀 집단인 식스 중 하나라고 수근거렸다. ]

등등의 서술을 하며 그가 대하기 어려운 사람임을 몇 번이고 강조하고는 있습니다만, "그가 자신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대하기 어려웠다)" 는 식의 문장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제이나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만약 이때의 제이나가 캘타스가 본인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그를 대하기 어려운 이유로 그것이 언급되었을 것입니다. 그녀 본인은 아무런 마음이 없는 것이 확실했으니까요.

이후 아서스가 달라란으로 찾아오고, 정확히 '몇 달 뒤' 밀회를 즐기던 제이나와 아서스는 캘타스에게 그 장면을 들키게 됩니다. 그때 이런 묘사가 나오지요.

[보라색과 금빛 로브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캘타스는 사라져 버렸다. 제이나는 참았던 숨을 내쉬며 아서스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아서스가 부드럽게 제이나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아. 이제 갔어."
"미안해. 미리 네게 말했어야 하는 건데."
갑자기 그의 가슴이 죄어들었다.
"뭘 말해? 제이나, 혹시 그 사람과...?"
"아니야!"
제이나가 즉시 부정하며 아서스를 올려다보았다.
"아니야. 그렇지만 그는 그러길 원하는 것 같아. 난 그저, 캘타스는 좋은 사람이고 강력한 마법사야. 왕자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사람은 아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잇 염장질


즉 이 지점에서는 분명 캘타스의 제이나에 대한 감정이 공인되는 셈입니다. 막상 캘타스 본인은 그런 언사를 한 마디도 안 했지만 말이죠.

이쯤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1. 제이나가 캘타스와 달라란서 만난 것은 적어도 11살 이후이다.
2. 제이나가 11~19살, 다시 말해 십대일 때, 캘타스는 제이나에게 연심을 품었다.
3. 제이나가 캘타스의 연심을 알아차린 것은(혹은 캘타스가 티를 낸 것은) 적어도 제이나가 19살이 된 이후이다.

고로 인터넷서 돌고 있는 "캘타스가 8살 제이나에게 연심을 품었네" 하는 글은,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요 사실과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서구권 중세 모티브의 판타지 세계관임을 감안하면, 사실은 저 나이대의 여성이 결혼 적령기이기는 합니다. 심지어 저 나이들이 죄다 만 나이 기준이라면, 제이나는 현실 기준으로도 성인(만 19세)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애초 제이나와 1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아서스가, 소설서 묘사된 저 시점에서 이미 혼사를 논의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로 묘사됩니다.

["왕자께서 왕위에 오르실 날이야 아직 멀었기를 바라지만, 왕실의 혼사라면 기대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혹 왕자님의 눈길을 끄는 젊은 아가씨가 있는지요? 아니면 아직도 로데론 최고의 독신남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겁니까?"]

거기다 모델이 되는 서구권 인종의 빠른 발육 상태를 감안하면, 캘타스가 연심을 품었을 제이나는 아이라기보다는 청소년~성인기에 접어들 무렵이라고 봐야 하지 싶습니다. 


추가로, 영문 위키에서도 캘타스가 연심을 품었을 때의 제이나는 십대(teenager)임이 분명히 공인됩니다.

It would appear that Kael'thas fell in love with her during Jaina's training with Antonidas, but their differences in their age (she was a teenager and he was several centuries old) filled him with guilt and self-doubt, and resulted in only an awkward friendship between the two.


물론, 두 사람의 연령 차이를 감안하면 여전히 캘타스를 페도필리아라 비난할 수야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이후 제이나와 사랑에 빠지는 칼렉고스는 물론이고, 로닌과 결혼한 베리사, 알레리아 등등도 다 똑같은 논리에 빠지게 됩니다.

심지어 영문 위키에 의하면, 캘타스는 그러한 나이 차이 때문에 스스로 죄책감과 의구심을 품었고, 결국 어색한 우정에 그치고 말았다는 설명이 있네요. 11~19라는 폭이 좀 크긴 합니다만, 대략적으로 18, 19쯤의 제이나에게 연심을 품었다 - 라고 한다면 그닥 욕먹을 일도 아니게 되지 않을런지요.


최종 결론 : 캘타스가 연심을 품었을 때의 제이나는, 8살이 아니라, 최소 11살 이상 19살 이하의 청소년이었다. 또한 캘타스가 그 마음을 드러낸 것은, 제이나가 19살이 된 이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로 캘타스는 인터넷서 회자되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의 페도필리아는 아닐지도 모른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둠땅 때는 와우가 좀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