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전편에서 저를 찾아온, 자신을 네즈라고 소개한 암소전사님의 시점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네즈님은 미드가드 공대장이였던 NAEZZ님과는 동일인물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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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새자 네즈는 oob와 틱택토를 불러 3인승 메머드에다 골드와 도핑재료, 착귀 템을 잔뜩 싣고는 숄라자르 분지에 있는 카인토의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카인토의 집은 초라한 초가였으나 정갈했다. 울타리도 없는 초가 앞에서 네즈는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십니까, 오그리마에서 카인토님을 뵈러 온 네즈라는 자입니다. 지금 댁에 계신지요?"


한참 동안이나 조용하더니 뒤뜰로부터 발아니르를 들고 있는 타우렌 암소 주술사 하나가 기웃하면서 고개를 내밀었다.


"저는 카인토님의 시종 우유빛토템입니다. 실레지만 누구십니까?"


"미드가드의 공대장 네즈와 공대원 oob와 틱택토다. 카인토님을 뵈러 왔는데 지금 댁에 계시느냐?"


그러자 자신을 우유빛 토템이라 밝힌 시종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카인토님은 지금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조금 전 들판에 무두질을 하러 가셨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다리겠다."


"예예?? 언제 오실 지도 모르는 카인토님을 기다려요?"


"언제 돌아오시는데?"


"모르지요, 한 번 무두질하러 가시면 빨리 돌아오셔야 닷새... 아니면 한달씩이나 걸리시는 때도 있습니다. 때마침 오늘 오전에 나가셨으니 닷새 후에나 다시 한번 와 보시지요."


네즈는 맥이 풀렸지만 하릴없이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셨는지 혹시 모르겠느냐?"


"대중없습니다. 무두질을 하러 가신 건 분명한데 어떨 때는 호랑이를, 어떨 때는 하이에나를 무두질 하시기 때문에 어디 계신지 저는 모릅니다..."


"그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구나..."


네즈는 골드와 도핑재료, 착귀 템을 마당에 부려놓고는 우유빛토템에게 단단히 당부한 후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닷새 후였다.


네즈는 oob와 틱택토를 대동하고 아침부터 카인토의 초가로 들이닥쳤다.


그가 돌아왔다면 출타하기 전에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 날이 그 타우렌 암소 주술사 우유빛토템이 나오더니 역시 애매한 소리를 했다.


"어제 오후에 카인토님이 돌아오시긴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이 계시다 하여 새벽같이 길을 떠나셨습니다. 어떻게 하지요?"


성미 급한 틱택토가 참지를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네즈님, 갑시다! 고의적으로 우릴 피하는 걸 보니 그자의 명성이 허명이어서 우릴 만나는 게 겁이 났든가, 아니면 다시 레이드를 할 자신이 없어서 얼굴을 내밀기 싫든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니 돌아가는 게 옳습니다! 십자군도 한번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애송이가 세상 물정을 알면 뭐 얼마나 알겠습니까!"


돌아보니 oob 역시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틱택토의 의견에 동조했다.


"저번에 왔을 때 분명히 닷새 후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는데도 그가 우리를 피한 것은, 설사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언질 한마디 남기질 않고 출타해버린 것은 무례의 극치로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깨끗이 포기하고 그냥 떠나지요."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네즈는 우유빛토템에게 온화한 목소리로 알렸다.


"닷새 후에 다시 오겠으니 카인토님께 그렇게 말씀 드려라."


틱택토가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 어차피 우리가 그자를 바람 맞힐 작정이라면 저번에 실어온 골드와 도핑재료, 착귀 템을 도루 싣고 가버리는 게 어떻습니까!!"


"이놈 틱택토야! 한 사람의 쩌는 딜러를 얻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느냐! 나는 열 번이라도 찾아오겠으니, 너희들은 다음 번엔 따라 오지 않아도 된다!!"


oob와 틱택토의 입을 틀어막은 네즈는 하릴없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닷새 후였다.


네즈는 여전히 볼멘 표정을 풀지 않고 있는 oob와 틱택토를 데리고 세번째로 숄라자르 분지를 방문했다.


다행히도 카인토는 돌아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두번씩이나 이런 짱개만 많은 숄라자르 분지로 네즈님 같으신 분을 헛걸음하게 만들었으니 이만저만 결례가 아닙니다.오늘은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마디 더 첫만남의 인사들로 수작을 끝낸 두사람은 차상 앞에 마주 잡았다.


네즈는 상대의 의중을 몰라 자신의 방문 이유부터 말해버리기로 했다.


"현재 너무 쉬운 십자군 시험장의 난이도로 인하여 듀로탄 레이드는계는 막공이 성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공 유저들보다 막공 유저의 템이 더 좋은 현상이 심심치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다음 얼음왕관 성채의 소식을 듣고 저 네즈가 분연히 일어났으나 재주가 없어 아직까지 내세울만한 업적도 하나 없습니다. 때문에 카인토님의 현명하신 가르침을 받고자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 왔습니다. 듀로탄 레이드계를 위한 의로운 길이라고 생각되신다면 부디 제 청을 거절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카인토는 네즈의 말을 단순하게 현명한 가르침을 달라는 뜻으로만 이해했는지 몇차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천박한 지식밖에 없는 제가 네즈님과 같이 듀로탄에서 가장 훌륭한 정공의 공대장님에게 무슨 진언을 해 드리겠습니까?"


"지나친 겸양의 말씀을 하십니다."


"세번씩이나 짱개만 많은 숄라자르 분지로 왕림하시도록 결례를 범한 잘못을 용서 받는다는 뜻으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작금의 듀로탄 레이드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큰 은혜가 되겠습니다."


"불성의 후속으로 출시된 리치왕의 분노는 라이트 유저를 위하여 레이드의 난이도를 대폭 하향시켰고 이로인해 수많은 정공과 막공이 생겨났습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공대를 일으켜 2년간 레이드를 했으나 아직 변변한 업적 하나 없습니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네즈님께서는 그 겸손함과 성실함, 공대원들을 사랑하는 마음씨로 인해 머지 않은 장래에 큰 성과를 얻으실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저한테 큰 기회가 오는 것으로 보십니까?"


"옵니다, 반드시 옵니다. 지금으로선 가장 궁핍하지만 그 성실함 만큼은 이룰 것입니다."


"그게 언제쯤이겠습니까?"


"우선 사태 파악부터 한 후에 대축을 세우셔야 되겠지요. 보십시오. 듀로탄 얼라의 자존심 DART 공대는 오리지날 시절부터 전섭에 알려진 유명한 공대이고 DART에 속한 공대원들 또한 개개인의 기량은 범인을 능가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저 DART와는 싸울 수 없습니다."


"동감입니다.'


"10인 팀으로 유명한 에단 역시 10인은 인원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과 25인에 비해 난이도가 약간 낮다는 행운에다, 공대원들은 그를 따르며 LOONY, 페두부, 우유빛토템 같은 자들이 사력을 다하여 진도를 빼나가고 있으므로 역시 그와도 싸울 수가 없지요."


"그렇다면 저희 공대는 어떤 식으로 현 상황을 타계해야 하겠습니끼?"


"듀로탄 호드는 오랫동안 레이드의 불모지라 불렸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하지만 히릿공대가 침몰하고 있고 그 공대의 주된 멤버였던 자들이 다시 정공에 들어가지 않고 막공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레이드 경험이 많고 실력이 출중하며 공대장을 잘 보필하는 그런 자들이옵니다."


"그 사람들을 얻을 수만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큰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재 에단과 함께 10인으로 레이드를 한다고는 하나 10인은 네즈님도 알다시피 25인에 비하여 전리품 획득이 어렵고 또한 성능면에서도 마땅치 않으며 10인과 25인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영입하게 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DART와 10인은 염두해두지 않는다?"


"순서대로 말씀드린다면 네즈님께서는 우선 10인팀 에단과는 우호 연합하여 공략을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히릿 공대의 인재들을 영입한 후 그들과 현재 공대원들을 규합시켜, 내부적으로 힘을 기르면서 대세를 관망하고 좋은 공략을 연구하시면 기회가 그제서야 올 것이란 뜻입니다.'


카인토의 낙관적이면서도 명쾌한 설명에 네즈는 희망의 불빛을 보는 듯 하면서도 이런 인재가 함께 레이드에 나서지 않을까봐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속마음을 덮어둔 채 카인토가 설파하는 대책을 더 듣기로 했다.


"그러다가 일단 듀로탄 레이드의 형세가 바뀌어 얼음왕관이 나온 후 첫주부터 빡세게 레이드를 돌리고 십자군의 보물 창고 아눕을 막공 형식으로 계속 잡아 템을 획득한 후 네즈님께서 친히 10인을 이끌어 25인 택틱을 시험해 보신다면 필시 듀로탄 호드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와우 폐인 대책이 되는 것입니까? 일주일 내내 와우만 하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네즈님의 미드가드가 DART와 에단의 10인팀과 더불어 솥발 모양으로 듀로탄 레이드를 장악하고 3개의 공대가 정립된다면 그제서야 네즈님은 힘을 걸러 듀로탄 재패를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즈는 한숨을 쉬었고 카인토는 그동안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무두질로 얻은 호랑이 가죽으로 가볍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카인토님의 정확한 정세 판단과 논리 정연한 말씀에 오로지 크게 감복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해줄 유능한 냥꾼이 없습니다."


"저더러 다시 레이드를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번씩이나 숄라자르 분지를 방문했겠습니까? 세번이 아니라 삼백번이라도 카인토님께서 저를 도와 주실 때까지 방문해 보챌 참이었습니다."



레이드 경험이라곤 히릿에서의 1년 6개월이 다였던 카인토에게 듀로탄 호드 제일의 공대장 네즈가 사치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예를 갖추자 oob와 틱택토는 다시 투덜거렸다.


"공대장님, 별로 잘해보이지도 않고 소문만 무성한 저 냥꾼이 레이드를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저놈 말고도 듀로탄에 냥꾼은 많으니 그냥 돌아가시죠."


그러자 네즈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이 없으면 고기는 살 수 없듯이 나에게 카인토를 얻는다는 것은 물을 얻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어림없는 불평들을 하지 말아라. 카인토님께서는 이제 막 마음을 굳히시고 나를 따라 나설 차비를 하고 계시지 않느냐!"


"세수를 끝낸 카인토가 돌아왔다.


"가겠습니다. 미력한 재주나마 네즈님을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치겠습니다."


이말을 들은 네즈는 엎드려 카인토에게 /키스를 날렸다. 카인토도 서둘러 네즈에게 /부끄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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