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보다 목요일을 더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묶여있던 인스가 풀리는 날이면
일주일간 미뤄둔 숙제라도 푸는 양
몇 시간씩 던전을 돌곤 했었죠
날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미당 선생의 시구처럼, 내 청춘의 8할을 책임진 건 wow

그렇게 재밌던 wow도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으니 소홀해지더군요
아제로스의 평화보단 내 가정의 평화가 더 중요한 나이가 되었고,
바리안 왕자의 안위보단 내 마누라, 내 자식의 안위가 더 중요해진 나이
(물론 미혼입니다)


뭐, 잊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오늘,
(공교롭게 또 목요일이네요)
옛 추억의 불씨를 되살려줄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을 보고
그 시절 생각이 나 오래간만에 wow 접속을 해봅니다



게임 속 세상은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저는
많이 늙었네요

아제로스를 호령하던 패기 넘치는 그 시절은 저 멀리 추억으로...



영화를 보고 나올 땐 그때 그 시절 생각에
오랜만에 두근두근했는데
금세 정신 차리고 현실을 마주하니 서글픔이 밀려오네요
출근하기 싫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