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악마들이 필요했다.

 

 살게라스는 그 사악한 괴물들을 자신의 휘하로 결집시키고 지옥 마력의 끔찍한 힘에 탐닉했다. 파괴적인 에너지가 그의 영혼을 휘감고 그의 고귀한 형태에 영원한 상처를 남겼지만, 살게라스가 이제껏 알던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선사하기도 했다.

 

 타락한 티탄은 새로 찾아낸 힘의 일부를 악마 추종자들에게 부여했고, 그들을 지옥 마력의 에메랄드 불꽃 속에서 하나로 모았다. 그는 커져가는 군대를 불타는 군단이라 이름붙였고, 이런 낌새를 알아채지도 못한 우주에 불타는 군단을 풀어놓았다.

 

 이윽고 불타는 군단의 대열은 새로운 유형의 악마들로 불어났다. 군단의 무자비한 학살에 수많은 세계가 연이어 멸망했다. 필멸자 문명 중 일부는 멸망을 면하기 위하여 자진해서 군단에 합류했고, 일부는 강제로 타락했다.

 

 그렇지 않은 문명들은 존속하지 못했다.

 

 

드레노어와 Evergrowth 

 

 불타는 군단이 성전을 시작하기 전, 끝없는 어둠의 먼 구석에서 작은 세계가 모습을 갖췄다. 훗날 이 세계는 많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강력한 오우거들은 그들의 야만적인 언어로 '알려진 세계'라는 뜻의 "다우가르(Dawgar)"라고 불렀고, 아라코아라고 불리는 영리한 조류종족은 '태양석'이라는 뜻의 "라크샤르(Rakshar)"라고 불렀다.

 

 오늘날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 세계의 이름은 드레노어이다.

 

 드레노어에는 잠든 세계혼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세계에는 불, 바람, 대지, 물의 원소 정령이 있었다. 때때로 이 태고의 존재들은 매우 파괴적이었다. 그들은 물리적인 형태를 갖추고 서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며, 그들의 세계를 끊임없이 격변시켰다. 드레노어는 그렇지 않았다. 다섯 번째 원소, 생명의 정기가 충만하여 세계를 흠뻑 적셨다. 이 힘의 영향으로 원소 정령들은 안정되었다. 원소 정령들의 폭력적인 본성은 누그러졌고 심지어 물리적 형태조차 갖추지 않았다.

 

 다섯 번째 원소는 드레노어에 또 다른 기이한 영향을 미쳤다. 동식물의 성장을 가속시킨 것이다. 세계를 생기가 가득하고 야성적인 생명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온갖 형태와 크기의 생명체들이 어린 세계를 거닐며 지배자가 되기 위하여 경쟁했다. 강자는 약자를 먹이로 삼았다. 교활한 자는 강자를 먹이로 삼았다. 살아남으려면 흉포해져야만 했다. 드레노어의 최강자들은 송곳니나 발톱으로 사냥하지 않았다. 그들은 뿌리와 가시를 사용했다. 급속도로 퍼지는 육식성 식물군이 드레노어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이 생명체들은 포자언덕(Sporemound)이라고 불렸다. 포자언덕의 촉수같은 덩굴은 대지를 기어가며 닿는 원시 야수들을 모두 교살했다. 포자언덕들은 자랄 수록 더욱더 많은 것을 삼켰다. 그들의 굶주림과 팽창욕은 끝을 몰랐다. 그들은 가시덤불이 뒤엉키고 독성 꼬투리로 가득찬 살아있는 산으로 성장했다.

 

 어디든 포자언덕의 덩굴이 대지를 뒤덮으면 울창한 숲과 늪이 뿌리를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야생의 미로가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드레노어의 원소 에너지조차도 포자언덕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포자언덕의 뿌리는 물을 찾아서 지하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렇게 파고든 뿌리는 드레노어의 암석과 토양에 퍼져 있던 다섯 번째 원소에 접근했다. 이 태고의 에너지를 흡수하자 포자언덕들과 주변의 식물 속에 조잡한 군체 의식이 발생했다. 이 새롭게 얻은 지능을 통해서 드레노어의 식물들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서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포자언덕과 다른 모든 식물들은 포괄적으로 Evergrowth라 불리게 되었다. 


 만일 심각한 위협이 닥친다면 Evergrowth는 일제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위협은 존재하지 않았다. Evergrowth는 보이는 모든 것을 장악했고 그 무엇도 그것을 저지할 수 없었다.

 

 

드레노어 길들이기


 포자언덕이 번성하는 동안, 아그라마르는 계속해서 악마들을 추적했다. 그의 위대한 임무는 결국 그를 티탄이 발견하지 못한 세계인 드레노어로 인도했다. 

 

 아그라마르는 드레노어의 핵에서 세계혼의 소리가 들려오기를 꿈꾸며 주변의 광활한 빈 공간에 머물렀다. 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세계에 흥미를 가졌다. 그는 이토록 식용이 왕성하고 다양한 식물이 있는, 이토록 길들여지지 않은 흉포성이 있는 장소를 본 적이 없었다.


 Evergrowth를 관찰할 수록, 그는 드레노어의 미래에서 파멸을 예견했다. 억제하지 않는다면 식물들은 세계의 모든 것들을, 심지어 원소 정령들까지 잡아먹고 말 것이다. 그 후에 Evergrowth는 자신마저 집어삼키고 드레노어는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조차 존재하지 않는 불모지로 남을 것이다.


 비록 아그라마르는 악마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드레노어가 그런 운명에 처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질서를 좋아하는 천성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티탄 전사는 드레노어의 식물을 전멸시키고 싶지 않았다. 단지 조절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그러려면 포자언덕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포자언덕은 Evergrowth의 힘의 근원이자 걷잡을 수 없는 팽창의 원인이었다.


 아그라마르는 직접 포자언덕들을 파괴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자신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드레노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거나 심지어 드레노어를 산산조각내버릴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또한 자신이 영원히 이 세계를 지켜볼 수는 없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대신, 그는 포자언덕을 뿌리뽑고 드레노어의 균형을 유지할 강력한 하수인을 스스로의 형상을 따서 만들기로 했다.


 아그라마르는 거대한 손으로 세계 위를 쓸고 불, 대지, 바람, 물의 에너지를 엮어 거대한 원소 폭풍으로 만들었다. 그가 포효하는 폭풍을 드레노어에서 가장 높은 산에 집중시키자 에너지가 표층을 폭파하고 세계 전역으로 충격파를 발산했다. 이윽고 산 자체가 신음하며 생명을 얻고 두 개의 거대한 다리로 우뚝 섰다. 녹아내린 암석이 흐르는 관들이 교차하는 바위투성이 가죽 위로 순수한 원소의 힘이 요동쳤다.


 아그라마르는 피조물에 그론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론드는 드레노어에서 티탄 전사의 손의 역할을 할 것이었다. 아그라마르의 명을 받아, 그론드는 Evergrowth를 분열시키고 정복하는 일에 착수했다. 걸어다니는 산이 굉음을 내며 세계 위를 나아가면 원소의 불길이 호수가 되어 발자국으로 남았다. 그론드는 Evergrowth를 분리하기 위하여 바다를 파내고 협곡을 깎고 산맥을 만들었다. 그 후 그는 가장 가까이 있는, 자신과 맞먹는 크기의 포자언덕을 향해 나아갔다. 


 땅에서 포자언덕의 비틀린 뿌리가 뿜어져 나와 그론드를 묶고 저지하려 했지만 거인은 손쉽게 뿌리들을 부쉈다. 그론드는 울퉁불퉁한 손가락들을 포자언덕에 찔러넣고 단숨에 세계의 표층에서 포자언덕을 뽑아냈다.


 다른 포자언덕들은 동족이 파괴되자 고통에 전율했다. 뿌리와 덩굴만으로는 그론드를 쓰러트릴 수 없을 것이다. 포자언덕들에게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그들은 적응해야 했다.

 

 

 

전쟁을 위하여 결집하는 오크 부족들

 

고리아 공성전

어둠의 문이 열리기 400년 전

 

 고리아의 방어는 굳건했고, 오크들은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무수히 목숨을 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오우거 도시 주변의 고지들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적의 보급을 차단하는 것에 만족했다. 고리아의 오우거들은 어떤 공격이든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에게는 오크들이 허약한 원소 정령의 도움을 통해서만 위협할 수 있는 배들과 항구가 있었다. 원소가 동요하는 상태였기에 주술사들이 예전만큼 효과적으로 힘을 불러낼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오우거들은 더 이상 제국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상 교역에만 의존해서 도시를 지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크들이 단절시킨 육상 교역로가 필요했다. 황제 몰로크와 마법사들은 포위망을 뚫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 에펙시스 수정을 다시 찾았다. 이윽고 그들은 세드의 저주에 대한 고대 아라코아 전설을 발견했고, 그와 유사한 고통을 오크들에게 유발할 방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공했다. "붉은 천연두"라 불리는 새로운 역병이 오크들의 주둔지에 삽시간에 퍼졌다. 이 소모성 질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수개월 동안 지속되며 많은 감염자들을 죽였다. 오크들은 건강한 전투원의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깨달았다. 정령들과 상담한 후, 넬가름과 동료 주술사들은 이것이 자연적인 질병이 아니라 오우거의 보이지 않는 공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성전이 실패할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자 부족장들 사이에 의심이 자리잡았다. 고리아가 굴복하기 전에 너무 많은 오크가 죽을 것이었다. 또한 너무 많은 전사들이 질병에 걸렸기 때문에 도시를 정면공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넬가름과 다른 오크 주술사들은 승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매우 위험한 수단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원소들에게 고리아를 멸망시켜달라고 간청했다. 주술사가 그토록 폭력적인 요청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부족들이 패배한다면 황제 몰로크가 다시 정령의 옥좌에 간섭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걸 오크들과 원소 정령들 양쪽다 이해하고 있었다.

 

 주술사들은 고리아의 굳건한 성벽 밖에 모였고 정령들의 진정한 분노를 목격했다. 그 후 벌어진 일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포효하는 폭풍이 도시 위로 휘몰아쳤다. 대지는 신음하며 요동쳤다. 수시간에 걸쳐, 천둥과 지진이 모든 벽과 고리아 내부의 모든 건물을 무너뜨렸다. 화염이 폐허를 휘감아 도주로를 봉쇄하고 수도 항만의 배들을 불태웠다. 재와 파편만이 남자, 대지 그 자체가 거대한 아귀처럼 열려 황제 몰로크와 그의 위대한 도시의 잔해를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그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오우거가 죽었다. 정령들은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다. 오직 이 일에 대한 소문만이 고리안 제국의 도시들과 식민지들에 도달할 테지만, 더 이상 원소에 간섭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데에는 소문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오크들은 승리했지만 기뻐하지 않았다. 그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결코 보고 싶지 않았을 파괴적인 힘을 목격했다. 특히 넬가름을 비롯한 주술사들은 정령의 분노를 보고 공포에 질렸다. 그들은 통일된 군대의 필요성은 이제 없으며 부족들이 각자 갈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견은 거의 없었다. 부족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삶은 영원히 바뀌었다. 붉은 천연두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몇 세대마다 전염 사태가 발생하여 부족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챕터 3 호드의 탄생

 

 그 주, 수호자는 카라잔의 파티에 매일 밤 나타났다. 그가 살인을 한다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의회의 남은 구성원들은 의혹을 품고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사실, 그들은 메디브가 동료 마법사를 살해할 만큼 타락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카라잔 감시를 중단하고 누가 자신들을 양떼처럼 도살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

 

 메디브는 다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어둠의 문

 

 어둠의 문이 드레노어에서 형태를 갖추어가는 동안, 굴단은 블랙핸드에게 부족들을 강화하라고 재촉했다. 대족장은 오크들 사이에 모의전과 결투를 열어서 그들이 피의 욕망을 분출하도록 했다. 호드의 성장은 미약했고, 다가올 아제로스 침공에 대비하여 최대한 전사들을 모아야 했다.

 

 많은 오크들은 전투를 한껏 즐겼지만, 듀로탄은 그것을 전통에 대한 불명예라고 보았다.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은 더 이상 그의 동족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에 침묵할 수 없었다. 그의 세계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오크들이 피에 굶주린 야만인이 되어가는 것을 보았다. 듀로탄은 굴단과 지옥 마법의 사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오크들에게 그들의 세계를 치유할 방법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대부분의 부족들은 이것을 배반이자 비겁한 행동으로 보았고, 서리늑대 부족을 맹렬히 비난했다.

 

 굴단은 듀로탄을 신중하게 감시했지만 다른 일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와 블랙핸드는 아제로스를 정복하는 것만이 부족을 살릴 방법이라고 다른 부족들을 설득했다. 대부분의 오크, 특히 만노로스의 피를 마신 자들은 다시  학살을 벌일 기회가 온 것에 기뻐했다. 드레노어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호드가 새로운 고향을 건설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어둠의 문이 완공되면 굴단은 즉시 메디브와 함께 그것을 열 것이다. 흑마법사는 현실의 구조에 균열을 열기 위하여 아제로스의 상대와 함께 의식을 실행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정제되지 않은 힘의 양은 엄청나다. 굴단과 메디브가 함께 마법을 쏟아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살아있던 드레나이 포로는 거의 전부 어둠의 문 밑으로 끌려왔다. 의식이 시작되는 순간, 굴단은 즉시 그들의 생명의 정수를 모두 흡수했다. 그 거대한 힘의 증폭이 그토록 긴 거리를 가로지르기 위하여 필요한 불꽃을 만들어냈다.

 

 한편, 메디브는 아제로스에서 주문 시전 작업을 수행했다. 검은 늪이라 알려져 있는 카라잔 동쪽의 외딴 습지에서 메디브는 수호자의 모든 힘을 불러내 문을 열었다. 그와 굴단의 결합된 노력 덕분에 어둠의 문은 번쩍이며 활성화되었고 두 세계를 잇는 다리를 형성했다.
 

 차원문을 통해, 굴단과 오크들은 처음으로 아제로스를 보았다. 두건을 쓴 이방인이 그에게 약속한 세계는 진짜였다.

 

 블랙핸드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정찰병들 - 피눈물 부족과 검은 이빨 부족의 일원들 - 을 보내서 차원문 반대편을 조사했다. 몇몇 흑마법사들이 이 정찰병들과 동행했다. 그들은 아제로스 쪽 차원문 주변에서 문을 안정시키고 더 오랫동안 열리게 만들 마법이 부여된 석제 틀을 짓는 것을 감독했다.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오크 정찰병들은 더 많은 영역을 정찰했다.

 

수호자들의 충돌

 

 검은 문을 여는 데 필요한 막대한 마법의 힘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메디브는 최대한 자신의 활동을 은폐했지만 아제로스에서 마법이 익숙한 생명체는 거의 전부 문이 열리는 여파를 느꼈다.

 

 대부분은 그 소란이 어디서 왔는지 탐지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은 가능했다. 에이그윈은 즉시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검은 늪에 주둔지를 세운 녹색 피부의 존재들과 검은 문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그들은 분명히 적대적이고, 불타는 군단의 지옥 힘의 흔적에 뒤엉켜 있었다. 에이그윈은 오크를 본 적도, 드레노어를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두 세계를 잇는 다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충격을 받은 순간, 그녀는 이 일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수호자의 마법이 사용되었음을 깨달았다. 오해의 여지는 없었다. 아제로스에서 이 힘을 이런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 그녀의 아들 메디브 뿐이었다.

 

 그녀는 메디브에게 얽혀 있는 흑마법의 존재 또한 느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으나, 메디브가 어떻게든 군단과 결탁했다는 결론만을 내릴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그녀는 그를 막으러 출발했다.

 

 그녀는 기나긴 도주기간 동안 사귄 몇 안 되는 동료 중 하나인 푸른용 아케나고스와 함께 카라잔으로 향했다. 탑은 또다른 신나는 축제를 기대하고 있는 귀족들로 가득했다.

 

 에이그윈은 처음에는 메디브가 평화롭게 힘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기를 바라며 홀로 탑에 들어갔다.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맞서싸운 괴물은 메디브가 아니라 살게라스였다. 불타는 군단의 군주가 수호자의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의 사고와 기억을 억압하며 모든 행동을 통제했다.

 

 살게라스는 그녀의 아들의 내면에 있는 어둠이 그녀가 수호자로서 느꼈던 어둠과 같다고 폭로했다. 그녀의 힘이나 부담은 아무 관계도 없었다. 살게라스는 오래전 노스렌드에서 그녀와 싸울 때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그녀의 안으로 이동시켰고, 그녀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마법사의 안에 숨어있었다. 

 

 에이그윈은 진실이 드러나자 망연자실했다. 그 오랜 세월 전부터, 그녀가 살게라스를 이긴 게 아니었다. 살게라스가 그녀를 이겼다. 그녀를 괴롭혔던 어둠의 근원은 수호자의 책무가 아니라, 그녀의 영혼 속에 숨어있던 가장 강대한 적이었다. 아들이 군단의 노예가 되도록 만든 것이 그녀였단 말인가? 수호자로서의 그 오랜 세월이 무의미했단 말인가? 나약한 인간이라면 이 폭로에 무너졌겠지만, 에이그윈은 아니었다. 그녀는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분노했다. 설령 사랑하는 아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그녀는 여기에서 살게라스를 쓰러트릴 것이다.

 

 그리고 에이그윈과 살게라스는 다시 한 번 전투에 돌입했다.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탑은 기반부터 흔들렸다. 연회를 기다리던 자들은 도망치려 했다. 살게라스의 주문 중 하나가 일시적으로 에이그윈을 무력화시키는 순간 아케나고스가 싸움에 뛰어들었다.

 

 비록 그가 용이기는 해도, 아케나고스에게 살게라스는 너무 강대한 적이었다. 살게라스는 그를 쓰러트리고 뼈만 남을 때까지 안쪽부터 불살라 버렸다.

 

 친구를 잃은 에이그윈은 한층 더 깊은 분노에 빠져들었고, 분노를 폭발시키며 살게라스의 주문을 파괴하고 풀려났다. 불타는 군단의 지배자는 수호자의 힘을 모두 통제하에 두었지만, 그녀에게는 수세기에 걸쳐 쌓은 경험이 있었다. 위대한 결투는 맹렬하게 계속되었고, 에이그윈이 서서히 우위를 점했다.

 

2차 스톰윈드 공성전

 

 대족장 둠해머는 스톰윈드 2차 공격에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는 요새에 호드의 전력을 퍼부었다. 전쟁노래와 으스러진 손을 비롯하여 아직 드레노어에 있는 부족들을 불러서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잠시 고려했으나, 그럴 시간은 없었다. 날이 갈 수록 스톰윈드는 재정비할 시간을 벌게 될 것이었다.

 

 전투가 시작될 때부터, 양측은 이 날 스톰윈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자비도, 후퇴도 없을 것이다. 호드가 도시의 성벽을 돌파해서 시가지로 몰려들었지만, 스톰윈드의 수비병들이 그들을 저지했다. 적어도, 한동안은.

 

 레인 국왕이 가로나가 카라잔에서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는 스톰윈드 왕성에서 군사 사령관들과 회의 중이었다. 로서와 카드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왕은 그들의 운명을 걱정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절히 알고 싶었던 레인은 가로나의 접견을 허락했다. 그녀는 메디브와의 싸움에 대해 말하려 했다. 그녀가 그리 할 수 있기 전에, 무언가 그녀의 정신을 무너뜨렸다.

 

 전에 그녀는 레인 국왕을 살해하라는 굴단의 명령에 저항했지만, 수호자와의 만남이 그녀의 사고를 혼란시켰다. 친구와 적을 가르는 경계가 희미해졌다. 그녀의 의지는 흔들렸다. 왕을 죽이라는 흑마법사의 오랜 명령이 그녀의 정신 속에서 밝게 타올랐다. 마음 속으로 그녀는 결코 레인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왕국에 맞이해주었고, 그가 지난 몇달 동안 그녀를 대하며 해준 존중은 그녀의 일생 동안 오크들이 보여준 것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굴단의 명령에 더 이상 불복할 수 없었다.

 

 눈물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흐르며, 그녀는 레인의 심장에 단검을 찔러넣았다. 어린 왕자 바리안은 살해장면을 목격했다. 아버지의 암살은 소년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오크에 대한 그의 인식을 영원히 물들일 것이다. 바리안은 그들을 기만을 일삼고 잔인한 자들로 볼 것이다.

 

 이윽고 벌어진 혼란 속에서 가로나는 왕성을 빠져나와, 전투의 혼란 속으로 숨어들었다. 왕의 죽음은 빠르게 알려졌고, 군의 사기는 떨어졌다. 전투는 스톰윈드 전역에서 벌어졌다. 호드의 계속되는 포화는 도시에 불을 질렀다.

 

 바로 그 때 로서와 카드가가 돌아왔다. 그들은 혼란을 목격했고, 왕의 죽음을 알게 되자 로서는 남은 군대의 총지휘를 맡았다. 그의 도시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최대한 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로서는 집단 대피를 명령했다. 로서, 카드가, 가빈라드와 남은 병사들은 바리안 왕자와 그의 어머니인 타리아 왕비, 그리고 그들이 찾을 수 있었던 백성들을 수습했다. 그들은 시가지에서 전투를 거듭하며 스톰윈드 항구로 가는 길을 열었다.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타리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로서와 생존자들이 마침내 부두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호드가 추격하지 못 하도록 도시의 남은 배들을 거의 모두 파괴했다.

 

 난민들의 뒤편에서 스톰윈드는 불타 무너졌다. 1차 대전쟁이 끝났다.
 호드는 승리했다. 그러나 대족장은 결코 기뻐하지 않았다.

 

 

스톰윈드에서 도망치는 로서와 난민들

 

 

챕터 4 2차 대전쟁

 

힐스브래드 구릉지 전투

어둠이 문이 열리고 6년 후

 

 프라우드무어 제독의 함대가 뿔뿔이 흩어지자 호드는 방해받지 않고 힐스브래드 구릉지로 나아가 상륙했다. 얼라이언스의 방어는 빈약했다. 얼라이언스 군대의 주 병력이 힐스브래드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오크 군대는 해안으로 몰려갔지만 호드 함대를 호위하던 붉은용들은 따라가기를 거부했다. 네크로스는 알렉스트라자를 감시하기 위하여 그림 바톨에 머물렀고, 용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러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명령은 함선을 호위하라는 것 뿐이었고, 용들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이상 인간을 더 죽이지 않을 것이었다. 사소한 반항이었지만, 알렉스트라자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용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오그림은 이 문제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 그는 용들이 남아있게 두고 내륙으로 진군했다. 그는 알터랙 산맥을 가로질러서 수도에 도달할 계획이었다.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지만, 로데론을 공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로서는 이 계획을 예상했다. 군사적 관점에서 로데론의 수도는 너무도 매력적인 목표였다. 로데론을 무너뜨리면 얼라이언스에 분열을 일으키고 남은 얼라이언스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로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지친 병력들을 수도로 향하는 서쪽 길과 북쪽 길에 배치했다. 그 후 로서는 군사들을 최대한 격려했지만, 그의 말은 큰 효과가 없었다. 그는 그들의 눈에서 공포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 거대한 오크들을 생전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오크들은 공포의 존재였다.

 

 로서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성기사들이 훈련을 마쳤다. 신성한 기사들은 얼라이언스의 전선을 향하여 말을 몰았다. 그들의 존재가 병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호드의 전쟁 북소리가 울리고, 울부짖는 녹색 피부 전사들의 무리가 북쪽으로 돌진했다. 그들은 입으로는 전쟁의 함성을 지르고 손에는 기름칠을 한 무기를 휘두르며 인간의 전열에 격돌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호드와 얼라이언스 군대가 전력으로 맞붙었다. 알레리아와 엘프 순찰자들은 활과 화살로 호드 지휘관들을 노렸고 로서는 성기사들과 함께 싸웠다. 다른 곳에서는 카드가와 마법사들이 접근하는 오크들에게 비전 마력을 폭발시켰다. 

 

 2차 대전쟁이 시작되었다.

 

 전투가 지속되는 와중에, 부식성 안개가 전장에 퍼졌다. 악취 나는 안개 속에서, 쓰러진 인간 병사들이 죽음으로부터 일어나 예전의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부정한 군대의 선두에는 해골마를 탄 채 두건을 쓴 소수의 인영이  있었다.

 

 죽음의 기사들이 전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충격에 휩싸인 인간 군대에 돌진하여 적들에게 고통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오그림은 불쾌함과 만족감이 뒤섞인 심정으로 그 공격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죽음의 기사들에 대해 불안을 품고 있었지만, 그들이 전투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보았다.

 

 인간들은 죽음의 기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휩싸였고, 얼라이언스의 전열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우서와 투랄리온을 비롯한 성기사들로부터 타오르는 백색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성한 에너지의 물결이 얼라이언스 병사들 위로 파문을 일으키며, 되살아난 인간 시체들을 쓰러트리고 죽음의 기사의 타락의 안개를 휩쓸었다.

 

 

죽음의 기사들에 맞서싸우는 성기사들과 병사들

 

 

데스윙과 마주한 그룰 

 

검은 사원

 

 굴단의 해골을 회수한 투랄리온은 병력을 남쪽으로 돌렸다. 어둠달 협곡은 멀었지만, 투랄리온은 여정을 가속시켜줄 마법이 있었다. 카드가와 동료 마법사들은 로서의 후예들을 드레노어 남쪽에 도달시킬 다수의 차원문을 열었다.


 둘로 나뉘었던 얼라이언스 군대가 검은 사원 바깥에서 재집결했다. 그러나 그들은 넬쥴을 막으러 제때 도시에 도달하지 못 했다. 심지어, 호드는 그들의 도착에 대비했다. 로서의 후예들을 막기 위하여 오크 군대의 잔존 병력이 검은 사원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드가는 검은 사원 정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감지하고 경악했다. 넬쥴과 추종자들은 새로운 차원문들을 열 주문을 한창 준비하는 중이었다. 장기적인 포위 공성전을 할 시간도, 검은 사원들의 수호자들을 우회할 방법을 찾을 시간도 없었다.

 

 로서의 후예들은 도시를 향해 돌격하여 방어자들과 격돌했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카드가와 동료 마법사들은 넬쥴을 추적했다. 그를 찾아서 주문 시전을 방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도시의 가장 큰 탑 꼭대기에서 넬쥴은 주문 시전을 돕고 얼라이언스로부터 보호할 일부 죽음의 기사들과 소수의 어둠달 오크들을 소집했다. 그와 추종자들은 달라란의 눈, 메디브의 책, 살게라스의 홀의 힘을 이용했다. 넬쥴은 검은 사원 지하 지맥의 연결점에 접근했지만, 비참하게도, 이 의식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매달렸고, 그 무모함으로 인해서 그가 제어하던 에너지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되었다. 넬쥴은 계획한 대로 현실의 구조에 많은 구멍을 열었지만, 구멍들은 계속 열렸다. 수많은 구멍이 열렸다.


 넬쥴이 방출한 마법은 드레노어의 지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이 드레노어 전역에 균열을 열기 시작했다. 매순간마다 세계는 격변하며 더 크게 신음했다.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열구가 분출했다.


 카드가와 마법사들은 이 연쇄 작용이 시작되는 순간 도착했다. 그들은 간신히 달라란의 눈과 메디브의 책을 회수했지만, 살게라스의 홀은 회수하지 못했다. 넬쥴과 가장 가까운 추종자 몇 명은 그 유물을 지니고 가장 가까운 차원문으로 도망쳤다. 넬쥴은 자기 자신은 구했으나 자신의 세계를 파멸시켰다.

 

드레노어의 붕괴

 

 카드가는 대부분의 강탈당한 유물을 회수했지만, 이미 드레노어에는 손상이 가해졌다. 대지를 가로질러 열리는 불안정한 균열들은 곧 세계를 산산조각내고 거의 틀림없이 모든 이들을 죽일 것이다. 게다가, 파괴적인 에너지는 어둠의 문을 통하여 아제로스까지 미칠 것이다.


 투랄리온과 상의한 후, 카드가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알았다. 로서의 후예들이 고향 세계를 지키려면 어둠의 문을 파괴해야만 하고, 드레노어에서 그 일을 해야만 했다. 혼돈이 도처로 퍼지고 있는 와중에, 아제로스에서 모여서 일을 처리할 여유는 없었다. 자살 임무였으나 누구도 망설이지 않았다.


 세계 전역으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카드가의 마법을 방해해서 지옥불반도로 통하는 차원문을 열 수 없었다. 그와 동료들은 그리폰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