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레이드를 가고싶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레이드를 가고싶은 날들이 있다.

정공에서 준비하라고해서 준비해둔 수사.
결국 이래저래 진행하다가 아직도 정공은 용힐로만 다닌다.
부캐 복술 쐐기를 갈지도 고민했지만 쐐기로는 이 마음을 채울 수 없다.

오늘은 레이드를 가고싶었다.



공장이나 잡고 2신 주차팟 0.5탐 짜리나 만들까 생각했지만
구인지옥을 다시는 겪고싶지 않았다.
아직 템렙 481따리인 이 망할놈의 수사 딸내미를 보며
핍이 나오는 4신팟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본캐 로그를 보여주면 충분하리라.
수사 영웅 힐로그도 90점이 넘었으니 취업에는 문제가 없을터였다.

안일한 생각이였다.


신이 나를 저버렸는지 시간은 수요일 8시 20분
아직도 구인하고 4신 공대는
고술,풍운,증강을 구하고 있을뿐이다.

공격대-용군단을 다시 검색하는 손놀림이 빨라졌다.
한와 어딘가에 내 욕구를 채울 공대 하나는 있으리라.

클릭소리는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눈에 한 파티가 들어왔다.
9시출발 3+@ 3탐 업적자만
템렙이 오른 지금의 한국와우에서 업적자만?
내 눈에는 쉽게 4신을 끝내고 핍을 먹고 당당히 돌아오는 우리 수사 딸내미가 보였다.
로그와 착특기재, 본캐닉도 기재하며 당당히 들어가려하자 힐 자리가 다찼다
운명의 장난일까

하지만 내눈에 보였던 "힐솹딜1"에 다시 희망을 걸었다.
놀랍게도, 나는 공대에 취업할 수 있었다.


본캐에서 돈을 옮기고,
영약과 음식, 무기 룬을사며
9시만을 기다렸다.

오늘은 레이드를 가고싶었다.


9시가되고, 남는 3자리를 구인하는 공대의 소환을 받으며
아미드랏실의 싱그러운 냄새를 맡았다.
레이드만이 주는 그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있다.


이중디코로 지인들의 디스코드를 들으며 레이드를 준비한다.
그들은 오늘 틴드랄 신화 멸망전을 한다.


구인이 다 된건 9시 10분이 넘어서였다.
비록 수사가 아닌 암사였지만 별 신경쓰지 않았다.
이 시간에 구직이되어 레이드를 뛰고있는게 어디인가?
마주도 이미 흑마 한 분의 귓으로 매크로도 만들어놓았다.
준비는 끝났다.

공장의 "갈게요" 라는 육성과 함께 /pull 10이 올라온다.
행복한 순간이다.

옹이뿌리에게 도트를 걸고, 나오는 쫄에 어붕을 던지며 잠시나마 레이드에 취해있었다.
꿈을꾸는 기분이였다.



꿈은
옹이뿌리 사이페를 두 번 보게 된 그때부터 깨졌다.
아마 우리의 앞길에 대한 스포일러라고는 이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레이드를 한다는 마음이 다시 나를 흥분시켰다.

하지만, 이기라는 곱게 넘어가주지 않았다.
분명히 공장이 배포했을 위크오라 오류로,
분명히 업적자들만 모았을 사람들의 창 서는 위치의 문제로,
분명히 공장이 브리핑 해준대로 패턴이 왔건만

왠지 모르게 부숴지지않는 창과
왠지 모르게 겹치고 구슬에 맞아 죽는 공대원들을 보며
나는 걱정이 되긴 커녕 약간 재미있었다.
공장은 "아니 님들 업적자잖아요" 라며 나무랐지만
이미 인스라는 한 배를 탄 "우리"가 되었으니 어쩌겠는가?

2넴을 잡았을땐 이미 10시 10분전이였다.



3넴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지인들의 디코방송을 슬쩍 보았다.
킹갓대황마제스티 틴드랄의 레이저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역시나 재미있는 레이드이리라.

3넴앞에 서고 공장은 파티를 나누기시작했다.
파티가 바뀌자 파티원중 하나가 감정을 쏟아냈다

"4신은 힘들겠네요"

누군가 그 말에 동조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공장의 "자 가볼게요" 라는 말에 우리는 자세를 다잡았다.

중간중간 나에게 마주를 받는 흑마님은
같이 잘해보자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아니면 단순히 마주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른쪽 파티였다.
공장의 파티가 반대편이였기 때문에
이따금씩 디스코드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라디오같았다.


별일 아닌 이유로 공대가 몇번 전멸하고
가끔은 공장이 도발을 실수해서 죽고
왼쪽파티에 전부클이 없다는 사실에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는 볼코로스를 잡았다.
이미 30분짜리 영약 3개를 먹은 시간이였다.

이때, 공격대 디스코드가 아닌
지인 디스코드에서 환호가 들려왔다.
틴드랄 모가지를땄다는 승전보였다.
아마 이 승전보가 없었다면 나는 쉽게 포기했으리라.


구인이 3+@였으니 이미 목표는 달성했지만,
우리는 핍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같은 배 위의 사람들 아닌가?

우리가 죽여놓은 쫄구간을 다시 밟으며
공대는 꿈의 의회로 나아갔다.


오리 특임 지원자가 없자
나는 기꺼이 손을 들었다.
템렙도 480밖에안되고
암사도 잘 못하니 아마 이게 맞을것이다.

오리특임을 몇번 하면서 가만히 지켜보는 내 눈앞에는
아마도 북쪽에서는 왕이라고 불렸을 곰과
탱크만한 말코손바닥사슴
말 개같이 내뱉는 장신구 이름새끼가
우리 공대원을 찢어죽이고 있었다.


몇번의 트라이가 지나고
공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나에게 힐을 타달라고 부탁하고
오리특임자를 다시 정했다.


때가왔다.
이 묵직하고도 서늘한 감각
수사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미 환희 타이밍은 맞춰져 있었고,
나는 또 다시 목줄만 잡혀있는 개마냥 달려들 준비를 마쳤다.


두번째 돌진과 핍이 밀어내는 패턴에 환희-사도를 맞췄을때는 약간 울컥했다
나는 지금 레이드를 하고있다.
심지어 제일 좋아하는 힐러로


그 뒤로 
오리로 변하지 못해서 500%강해진
곰의 앞발의 무게는 아마도 18톤일 것이라 추측하며 전멸하고
가운데 바닥을 굳이 먹은 오리 한마리를 저주하며 전멸하고
곰 앞발에 근딜이 찢겨나가는 것을 보며
킬각이 나왔다.

허나 공장의 핍을 쳐달라는 오더가 무색하게
단지 그 몇초차이로
단지 그 몇 글쿨 차이로
쓰레기같은 곰과 노루새끼는 피 100%를 채웠다.
나중에 로그를 확인해보니 0.0% 전멸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우리는 몇번의 킬각을 보고
공장은 회오리맞고 날아가서 꿈의 의회 구장 좌측담장을 넘어가
의회를 잡지않고 니무에로 가버린 첫번째 유저가 되었을 뻔 했다.



12시까지 10분이 남은상황

공장은 막트를 선언했다.
물론 선언하기 무섭게 공대가 개판이나고
막트 후의 마법의 단어
찐막트를 선언하며 우리는 나아갔다.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질않는다.

다만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환희를 쓰면서 나는 행복했고,
딜러들의 딜과 함께
예수님도 3일걸리던 부활을
무려 1분도 안되서 해낸
곰탱이와 노루새끼
그리고 장신구 이름놈이 뒤져있는 광경과
그 장신구는 결국 안나왔다는 정도다.

내손에는 분배금 32000골이 들려있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했던건
오늘은 레이드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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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고생하신 공대원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재밌게 쓰려고 과장되거나 생략된 부분이있습니다.
레이드 존나재밌게한게 오랜만이라
새벽에 이렇게 글써봅니다.

주간보상에서 핍 생흡붙어서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