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때 얼라이언스 인간 여자 마법사를 키웠었습니다(가로나 서버였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아, 물론 캐릭터도 지금은 삭제해서 없는 상태입니다). 하여간 그때 엘윈숲에서 쟁이 난적이 있었습니다. 와우를 하고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된 필드쟁이었죠.

 

이미 양진영이 서로 치고 받고 했던 거 같고 여기 저기서 파티 초대를 해 왔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파티를 맺은 인원들이 많아지자, 녹색보다 연한 하늘색으로 표시되는 이름들이 화면을 가득채웠고 그 광경을 보는게 참으로 뭐랄까... 흥분되는 떨림이랄까? 그런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 쟁이 난 거야?"

"호드가 쳐들어 온 거야?"

 

당시 나는 <탐험가연맹>이라는 길드에 가입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기 때문에 길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는 못했던 상태였습니다. 단지 채팅창으로 올라오는 말들을 열심히 눈팅할 뿐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50레벨대의 사제가 서 있던 자리에서 꽥~ 고꾸라지는 것이었어요.

 

"흐미... 죽었네여... 도적이에요"

 

언제나 평화로웠던 골드샤이어 여관 근처, 바로 내 옆에 있던 고렙의 사제가 죽어나자빠지는 것을 보는 순간 내 심장도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만렙 얼라들은 순식간에 말을 타고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고 무슨 호박밭인가 어튼 그 근처에서 도적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챗창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곧 이어서...

 

"온다!"

 

이런 말이 올라오고 동부 벌목지 쪽에서 골샤쪽으로 오는 길목으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습니다. 캐릭터들이 다 그쪽을 향해 서 있더라고요. 물론 나도 쳐다보고 있었는데...

 

워워...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멀리 길 끝에서 점점이 나타나는 새빨간 글씨들... 이름도 각양각색이었고(특히나 호드의 이름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이름들이 많았;;;)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넷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화면은 온통 빨간 글자들로 가득 차 버렸지요. 거기에다 얼라 마법사와 호드 마법사들이 뿌려대는 광역마법에 내 컴퓨터는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랙이 걸려서 더 그렇게 느껴졌겠지만 호드들은 무서운 속도로 골샤쪽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마치 여고괴담에서 귀신이 확확 다가오듯이 말입니다. 그때 나는 참으로 소심하게도 광역 마법 하나 뿌리고는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톰쪽으로 도망치고 말았던 기억이 있네요.

 

최근에는 영원의 섬에서 필드 쟁을 많이 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오베때 맨 처음 겪었던 필드쟁만큼의 긴장감은 덜한 것 같습니다. 그때 골드샤이어 현장의 긴박감이 여전히 느껴지는 듯 하네요. 드군에서 그런 필드 쟁을 느껴볼 수 있게 될까요? ^^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