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말 친구들의 추천으로 와우를 시작하면서 처음 키운 케릭은 사제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사제가 완전 좋아~'라던 친구들의 꾀임에 넘어가서 아무 의심없이 캐릭터 생성 버튼을 눌렀죠.

 

힘들게 만렙(60렙)을 찍었지만 돌아온 것은

 

1.'oo야~ 와서 힐좀 해 힐러가 없어~'.

 

2.'야 어디 인던 가자~ 일단 힐러는 너 있으니 됐고...' 등등

 

친구들과 선배 형들이 있는 길드 공식 힐노예였습니다.

 

다행하게도 얼마 뒤 바로 불성이 열렸고 나는 다시는 힐노예로 살지 않겠노라는 다짐은 개뿔

 

지옥불 반도에서의 모내기렉에 필드는 포기하고 인던 렙업으로 인한 힐을 또다시..

 

여하튼 확장팩도 새로 나왔겠다 템 차이도 없어졌겠다 암사로 재미를 느끼던 차에 공대 생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퇴근이 불규칙하던 저는 광고를 보고 주말 공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와이프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조금 늦게 공대에 들어온 와이프는 불성동안은 제게

 

"꼼꼼하고 딜 욕심이 많은 좀 웃긴 공대흑마1" 일 뿐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초반에 신입공대원으로 서먹해하던 두세달의 기간이 끝난 뒤에는 채널을 19금발언으로 뒤덮으며

 

온 공대원의 가슴에 아닌 척 숨어있던 음란마귀들을 다 소환해내서는

 

"너와 나 우리는 모두 변태가 아니더냐" 라는 밝은...; 네.밝은 공대를 만들어내며 분위기메이커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도 와이프를 재밌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채팅을 읽긴 했지만

 

먼저 말걸면서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불성이 끝나고 공대가 해체될 때까지

 

성사흑 토큰 경쟁자, 보세도안 경쟁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였습니다.

 

사실 여성 유저라는 것도 가입 후 꽤나 지난 뒤에나 알았습니다.

 

채팅만 보면 분명히 아저ㅆ.....흠흠. 게다가 공대 흑마탱도 다 담당해서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었지요.

 

그러고보면 우리 공대도 참 웃겼던 게 여자유저들이 정말 많았어요. 거의 반반?

 

사제도 저 빼고 다 여자였고, 흑마도 전원 여자, 보기탱도 여자였고 도적에도 여자가 있었던 걸로.

 

외부에서는 주말공대인데다 여자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진도가 빠른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하곤 했어요.

 

아마 여성유저들에 대한 편견이었겠죠. 그저 오빠오빠 하는 발컨에 어쩌구저쩌구 하는.

 

저희 공대 여자들은 남자유저들보다 훨씬 잘 하는 사람들이고 참 털털한 성격이라

 

정말 편했는데 말이죠. 연애 상담도 해주고 편나누기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여하튼 불성이 지나고 리분 시절엔 공대용에서 친목용으로 바뀐 채널에서 가끔씩, 아주 가끔씩

 

서로 일상적인 대화도 하며 불성 때보다는 조금 나은 친분을 쌓기 시작했죠.

 

허나 곧 저는 회사일이 바쁜 관계로 템 파밍 타이밍을 놓치게 되었고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져서

 

얼왕에 이르러서는 진입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어스코어 얼마이상, 업적제시라는 문구는 절 그냥 달라란 계단에서 점프만 하게 만들었죠.

 

얼마 되지도 않던 접속시간의 대부분을 달라란에서 보내다가 와우를 접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와이프가 제 암사로 얼왕을 돌려도 되겠냐고 말을 하더군요.

 

'분배받는 골드는 다 내꺼다~ 수리비도 oo님 돈에서 사용할거다~'라며 골드를 위한 거라고 강조했지만

 

저는 알고 있었어요. 업적 따주고 휘장 먹게 해줄려고 그랬다는 것을.

 

당시 수백만골이 있었던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제 캐릭까지 귀찮게 돌리며 그 푼돈을 벌려 했겠어요.

 

그렇게 거래(?)를 하고 고용인과 피고용인은 서로를 믿기 위해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계정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를 몇번 하게 되었는데 대화가 참 잘 통했었습니다.

 

그 다음해 설연휴에 우리는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고 3년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 문득 생각해보면 와이프가 암사를 못 하는 사람이었으면, 암사에 꽤나 애착을 가진 저로서는

 

암사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는 없다며 계정도 맡기지 않았을 거고 결혼도 못 했을 겁니다.

 

와이프와 같이 게임을, 그것도 와우를 같이 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입니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특히 유부남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새 게임이 나오면(예를 들어 디아3) 자동으로 되는 컴터 업글이라던가..

 

누구는 거짓말을 해가며 겜방으로 간다는데 저는 레이드를 뛰고 있으면 옆에서 과일을 먹여주기도 하고...

 

더군다나 이 사람은 골드 버는 수완도 있어서 사귀고 난 후부터는 골드 걱정없이 게임하고 있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죽기 케릭으로 와이프 업적, 평판, 전설템 등등을 도와주는 약간의 귀찮음이 있다는 거?

 

오리 레이드는 경험도 해보지 못했던 제가 화심, 사원 등의 길을 외웠고

 

특히나 화심은 히드락시안 물의군주 확고더군요.(죽기는 분명 리분때 생겼거늘.....)

 

지금이야 업적을 접어서 편해졌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끝마무리 어떻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