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오리지널~불타는 성전떄 아즈샤라 얼라이언스 'DClNSIDE' 길드의 전사 캐릭터 '동물이'를 플레이하던 동물이라고 합니다.

와우에 대한 추억 이벤트가 있다고 하여 저의 가장 강렬했던 기억인 '에센스가드' 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DC길드에 대해서 좋지않는 시선을 가지고 계신분이라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지금만이라도 편견을 버리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널리 알려진 사건의 개요를 링크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368&l=581058


[이 글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은 일단 저(동물이)는 당시 뿌우공대 소속이 아니었습니다. DC길드와 별 관련이 없는 공격대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제 입장에서 에센스가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수많은 뉴비들 중에서 에센스가드를 처음으로 인상깊게 지켜보게 되었던 사건


45 레벨이된 에센스가드는 차후 그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야수 '부러진 송곳니'를 테이밍 하기위해 많지도 않은 그의 플레이 시간 대부분을 황야의 땅에서 보내게 됩니다. 채팅창에 부송부송 노래를 부르던 에센스가드에게 남다른 근성을 느낀 저는 그에게 '울다만'드랍 아이템인' 갈간의 불막대'를 먹여주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드랍률 30% 이상인 갈간의 불막대가 10회 이상 던전을 돌아도 나오질 않자 에센스가드는 저에게 자기 운이 없으니 포기하자며 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뉴비들이 '나올때 까지 돌아줘 징징' 반응을 보였던터라 저에게 에센스가드는 비범한 인물로 여겨지기 충분했습니다.

접속 시간이 짧은 그였지만 인기 야수인 부러진 송곳니를 테이밍 하기위해 레벨업을 중단한채 2주일을 투자하여 결국 "에센스프로텍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길드창에 환호성을 지릅니다. 


에센스가드 만렙 이후의 행보


60을 달성한 에센스가드는 차후 그와 평생을 함께할 반려무기 '피나무 활'을 얻기위해 동부 역병지대에서 연퀘를 진행하며 공격대 퀘스트인 질서회복을 위해 아이언포지에서 열심히 파티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호드의 방해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멸을 피하기 어려운 퀘스트 였지만 전멸을 할수록 그의 의지는 점점 강해졌고 그에 동화된 얼라이언스는 이미 40명 공격대를 꽉채워 역병걸린 개들을 모두 처리하고 나타노스 브라이트콜러는 결국 쓰러집니다.






 피나무 활을 얻은 그에게 더 이상의 파밍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사냥꾼이라면 사냥을 해야한다는 자신만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그는 판드랄 스테그헬름이 출장 나가 있던 실리더스로 향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유유자적 사냥을 시작합니다. 얻은 전리품으로 이득을 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길드원들이 필요하다는 재료아이템(원소류,황혼신도 의복, 문서 등등)를 구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줍니다.

 비록 번쩍거리는 레이드 아이템은 없었지만 그에게 게임을 하는 보람은 바로 나눔이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디시인사이드 길드의 많은 부분들 변화 시켰습니다. 기존 레이드를 하는 길드원들은 착귀 1 tier 허리, 손목등을 구해다 나눠 쓰기 시작했고, 무시했던 뉴비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 길드가 되었습니다.


낚시글을 올리다


 


 질낮은 장난임에 분명합니다. 저는 당시 화제가 된 섬노예 사건을 패러디하여 에센스가드 노예설을 구상하여 와갤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낚시 임을 밝히며 에센스가드와 함께 낄낄 거리다가 잠들었습니다. 정말 늦은 새벽에 올렸던 글이어서 당시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줄은 몰랐습니다. 다음날이 밝고 순식간에 플레이포럼 게시판에는 디시길드와 뿌우공대에 대한 비난의 글과 동시에 에센스가드에 대한 위로 격려 글이 쏟아졌습니다. 에센스가드의 우편함은 화살과 각종 착귀 에픽들로 가득 찼고 저와 함께 본문에 언급했던 '냥꾼이쵝오'라는 친구의 우편함에는 점액질같은 잡템과 욕설로 가득했습니다.

(사실 냥꾼이쵝오는 에센스가드에게 거추 허리 손목 등을 준 사람입니다)

 아무리 낚시라고 답장을 해도 이미 기정사실화된 노예설을 되돌릴수는 없었습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 힘들다는 교훈을 얻은 사건이었습니다.


원문이 이이이전 WOW갤러리에 있긴한데 링크가 살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무리


 


 에센스가드는 누구보다 게임을 재밌게 즐기던 유저였습니다. 그에게 재미있는 게임이란 상위 레이드템으로 도배하여 과시하는것이 아니라 길드원과 채팅하며 필요한 아이템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일부 길드원은 그가 녹파템으로 도배했다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남의 아이템을 부러워한적이 결코 없었으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아즈얼라의 '노자'같은 위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와우의 삭막한 현실에서 그가 더욱 생각납니다.


  최근 사건 사고 게시판을 보면 보편적인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여 맹목적인 비난을 하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또한 자신의 아이템을 자랑하면서 남의 아이템 레벨을, 업적점수를 낮다면서 무시하는 글도 올라옵니다. 

 에센스가드는 철저히 자신의 재미를 즐기면서도  동시에 치열한 레이드 유저, 상위 계급을 위해 전장을 하는 유저들을 존중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즐거움은 개인의 기준마다 천차만별이니까요. 에센스가드처럼 서로의 기준을 존중하며 게임을 한다면 분쟁이 훨씬 줄어들고 게임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요?


 비록 이제 그의 소식은 끊어졌지만 어디서든 즐겁게 살고 있을거라고 확신하며 앞으로도 에센스가드의 삶에 영원한 축복을 보내며 이 잡담을 맺습니다. 

 

 보고싶다. 에센스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