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소개한다.
그는 대학시절 와우 오베때부터 시작한 유저였다.
미친놈처럼 그는 와우를 하기 위해 한 학기를 휴학했다!
그랬던 그도 세월이 지나 이제 나이가 무려 35(36이 한 달 남은...)인 아저씨이다.
그의 와우 역사는 여러가지 이유로 너무나도 안타깝게 4번의 서버통폐합을 겪었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지인과 순식간에 무너지는 길드와 공대들을 보면서 접었다가 다시하기를 5-6번은 했었다.
파티모으기가 힘들어서 또는 공대찾기가 힘들어서 또는 노가다가 어려워져서 또는 확장팩 열렸길래 전 시즌 풀템입고 갔는데 녹템만도 못한 나를 보고 등등 뭐 이런저런 시시한 이유로 서버 이전도 여러번 했었고...캐릭 이전한 결제 금액만 해도 와우 1~2년은 했을 금액이 될 듯 하다.(그냥 아즈가서 할 껄...)
그런 그에게 있어서 와우는 인생이었다.



오그리마.
그는 갖은 고통과 암담한 죽음을 겪으며 호드의 수도에 도착했고 무려 13랩이 되었다. 
흰템과 회색템을 둘둘 두르고 물론 녹템도 한 두개 있지만 비어있는 장비칸도 있다......
들어오면서 봤던 오그리마 앞에 발목까지 오는 멋들어진 망토를 두르고 칼에서는 불이나는 직업이 뭔지도 랩이 몇인지도 모를 그 분들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면서 열심히 뛰어간다.(게다가 길드도 있다.)
크로스로드에 가야한다. 전갈은 지겹다. 피해야해. 
망할 악어들. 가죽과 뼈가 씹혀지는 험악한 소리에 화들짝 놀래고 다시 한 번 긴장한다.
이 강건너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여기서부터 이 정도인 것인가...
가까스로 잡아내고 강을 건넌다. 길따라 내려가니 이런...다리가 있었다...그랬구나...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 않는 나무로 된 전망대(?)가 있다. NPC도 사람도 없고....
어디론가 가야한다는 생각에 오르막이 보이는 곳으로 뛰어간다.
기린도 말도 노란색이다. 다행이다. 
갑자기 빨간 랩프가 초상화를 뒤덮는다. 우측이다. 사자다. 나무 아래 있었나보다. 악어가 그 정도 였는데...사자라니......
'록타르 오가르'를 외치며 토템을 박고 번개화살을 시전한다.
겨우 한 마리를 잡아내고 무슨 맛인지도 모를 빵을 먹는다.
만땅은 아니지만 80%이상 찼다. 이쪽이 맞는듯하니 뛰자. 이번엔 길로만 간다. 
좌측에 사람도 돼지도 아닌 것들이 무리지어 다닌다. 
오그리마 근처에 있던 것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놈들이겠지...상당히 위험하다는 직감이 짜릿하게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열심히 뛴다.
크로스로드다. 후...이제 도착했구나. 안도의 한 숨을 내 쉰다.
그 때 알아차린다. 마우스와 마우스패드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다. 
...................
담배가 격하게 땡긴다.

                                -    중 략   -

수없이 많은 고초와 욕을 먹고 가르침을 받으며 그는 60랩이 되었고 매일 약초와 채광을 하면서 공대를 위한 노가다를 했다. 물론 길드에도 가입하고 지인들도 생겼다.
그런 시절까지 그는 지난 날을 회상하며 가장 힘든 시절을 그릴 때면 언제나 가덤이야기를 했다.
몹을 보며 사냥을 하지 못하고 내 뒤를 보면서 사냥을 해야했던 시절을. 환경소리를 최대로 맞춰서 은신을 찾아야 했던...


언제였던가 - 
화심이 열렸다. 
40명인지 45명인지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밤낮으로 공대원들을 교체하며 시체달리기를 한지 두어달.
평정없는 냥꾼은 안받아요. 죽척하고 붕대질하라고요. 
결국 라그를 잡았다.
그렇게 공대장은 설퍼제작을 시작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은빛염병회와의 밀땅이 시작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그렇게 지독한 평판작은 다시는 없을 일이었다.
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포인트제 공대를.
그 시절 그는 화심 시작할때부터 열심히 공대활동을 했고 차곡차곡 포인트가 모였기 때문에 
공대원중 거의 5손가락 안에 드는 포인트를 획득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평판이 안되서 입장을 못했던 너무너무 암울한 3개월을 보내야만 했었다.
낙스라마스를 들어가기위해 평작을 하며 공대를 위한 노가다를 하는 3개월동안 그의 친구는 2개의 부캐릭을 만랩을 찍었다.
그 평작 이후로 가덤은 그에게 좋은 기억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낙스에서 어떤게 가장 기억에 남나요? 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 들어가자 마자 거미가 4마리인지 5마리인지 로밍하는데 그걸 잡는데 3주 걸렸어요. 3주요. 우린 40명이었는데.
   그곳이 낙스라마스 입니다.


그의 와우 역사...
한 때는 그의 인생이었던 와우는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도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커다란 추억이라고 한다.
휴학까지 하면서 했던 그였기에 더욱 각별하다고.
고마운 블리자드이면서 정말 악마인 블리자드.
그와 블리자드는 애증의 관계인가보다.

필자는 이제 손가락이 노쇠하여 와우는 하지 못하지만 가끔 디아는 하고 있다. 물론 시간도 허락하질 않고...
지금까지 와우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참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필자는 이제 하지 않는 게임이지만 그 시절의 그처럼 지금도 게임을 즐겨주는 분들로 인해 사라진 추억이 아닌 볼 수 있는 추억이 되게 해 주셔서 말이다.
같은 또는 비슷한 시절을 공유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읽으며 잠깐이나마 옛생각에 웃음을 가지셨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스샷도 없이 미천하고 앞뒤 없는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