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락실 세대 출신으로 킹오파 시리즈를 섭렵하고 SNK를 너무 사랑했던 학생이였죠.
시험 전날에도 오락실에서 킹오파는 꼭 하고 집에 갔었죠.
지버릇 개버릇 못 준다고 대학가서도 시험 전날에 겜방에서 스타하고 놀았었네요. 그래도 저공 비행으로 유급은 안당했습니다.

와우를 처음 접한건 의대생활 마치고 인턴도 끝나고 외과 전공의 2년차 시절.
당시 마취과 1년차 후배녀석이 와우를 하고 있더라구요.
다음날 수술 스케쥴이 확정되면 마취과에서 환자가 수술 가능한지 체크하는 premedi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환자들 사진이나 혈액검사 확인할때, 마취과 녀석들이 컴터를 쓰는데, 윗년차가 없으니까 그 녀석은 와우하면서 그때 그때 환자 확인하고 그랬지요. 저는 premedi를 받으러 갔다가 그 녀석이 와우하는거 유심히 구경하다가 왔죠. 
스타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협력 플레이. 20명 넘게 모여서 어떤 큰 놈을 단체로 공격하다가 다 죽기도 하고 잡기도 하고.
성기사라고 하던데 지나가다가 광석도 캐고. 갑옷을 입은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구요.
언젠가 전공의 마치고 나가면 나도 와우란걸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때는 전문의 자격따고 군의관으로 춘천 2공병여단이란 곳에 짱박혔죠.
고향이 부산인데 아는 사람 한명없는 춘천...
퇴근후에는 할일이 없고 주말에는 더 할일이 없었죠.
그러던 와중. 아 와우를 해보아야겠다고 맘먹었죠. 
영천삼사 동기인 친구가 때마침 화천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의무중대장으로 있어 그녀석을 불러 금요일 저녁 7시부터 일요일 밤까지 매주 하드한 와우 생활이 시작되었죠.
진짜 그녀석은 금요일에 5시반에 마치면 자기 컴퓨터를 제 관사까지 가지고 와서 같이 하면서 밥은 김밥천국가서 떼우고 정말 맹렬하게 했더랬죠. 일요일 저녁 8시까지 하고 친구는 다시 화천으로 돌아가고 다시 담날 새벽까지 온라인에서 만나와우하고 잤더랬죠.
20대 황금 같은 시기를 병원에 쳐박혀서 물 흘려보내듯이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없이 저 멀리 보내어 버렸는데, 30대가 되어서 친구와 새로운 곳에서 여행과 모험을 떠나는 그 기분이란.
앞으로도 그런 말로못할 설렘을 다시는 못 느껴보리라고 생각되네요.

의무병중에 남호현이라고 와우를 잘 하던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항상 '실장님, 와우 1대1은 사제가 가장 셉니다' 라는 얘기를 듣고 암사로 시작했는데.
(아직도 나의 암사는 그 1대1이 최강이라는걸 한번도 느껴보질 못하고. 내 손꾸락이... 아니면 내가 잘못들은게 틀림없을지도)
와우에 대해서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그 녀석이 추천해줘서 공대에도 들어가고. 공대때문에 주말뿐 아니라 평일도 달렸습니다. 목요일을 기다리면서 템 맞추고 골드 구한다고 난리였었죠. 
그 당시 이미, 친구녀석은 유부남, 저도 이제 유부남이라 와우 라이프가 조금 시들해졌지만 아직도 주 1회씩 투기장이나 전장을 달립니다. (공대는 도저히 유부남 입장에선 불가...)
그때 와우하던 그 시절만큼 인생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던 적이 없네요. 다시는 아마 느낄 수가 없겠죠. 이제 앞으로 돈 열심히 벌어야 하니.
와우만큼 열심히 재밌게 한 게임도 없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