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쓰고나니 글이 좀 길군요..

--
군대 휴가 나와서도 리니지를 하던 저는
2005년 초 제대하고 복학하여 학교를 다니면서도
게임방에서 리니지2를 하고 앉아 있었어요
잉여로운 삶이었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당시 리니지2엔 사냥 자리라는게 있었어요.
파티를 맺고 방 하나 잡아서 리젠되는 몹 위치를 뱅글뱅글 돌며 사냥을 했죠.
우와~ 재밌다. 몇시간 째 똑같은 몹이 계속 생겨.....ㅠㅠ

아무튼 그렇게
칼에 *정탄 발라서 몹을 열심히 치고 있는데.. 
(*정탄/정령탄-무기에 발라서 몹을 치면 데미지가 상승, 타격음과 이펙트가 달라짐)

옆에 어떤 학생이 하는 게임을 보니
날개 달린 사자를 타고 날아다니는거에요.

"저 게임 뭐지? 막 날아다니네?" 
(날탈 없는 오리시절이었죠. 비행조련사로 거점간 이동 중에 불과했다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그렇게 와우라는 게임을 알게되었습니다.

날아다니는 모습에 반해 바로 와우에 접속을 했지만,
사실 바로 와우에 빠진건 아니에요.


국산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진입장벽이 뭘까요?
생소한 인터페이스?
너무 어려운 컨트롤? 

아닙니다.

바로 양키 취향 캐릭터 디자인이죠. 

(리니지와 와우의 드워프 비교)

"아 이게 뭐야, 못생겼어ㅋㅋ 그래픽도 후져보여" 


그렇게 와우에 처음 접속한지 30분만에 리니지2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칼에 정령탄을 발랐습니다.


캬~ 그래픽 봐라~ 이 타격감! 펑펑 터져~
......



그로 부터 한 1년쯤 흘렀을까..? 불타는성전 확팩이 얼마남지 않았던 때 같아요.

우연히 다시 와우를 접하게되었죠.

"아 그때 날아다니는 게임 있던데.. 해볼까?"

직업을 추천 받았고 무적 귀환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라고 썼지만, 낚였다고 읽어도 무방합니다)
인간 성기사를 만들고....


드디어 힐스 브래드 구릉지로 진입하였습니다.

아시죠?

그땐 싸움만 났다하면
그지역 유저들은 렙업 다 접고 전투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저렙끼리 투닥투닥 하다 보면
어느새 엄마 아빠들 총 출동하여 전쟁이 일어났죠.
사우스 쇼어와 타렌 밀농장 사이의 밀고 밀리는 끝없는 전쟁 ㄷㄷㄷ
이쯤 되면 저렙인 제가 할수 있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열심히 부활해서 몇 대 때리고 보호막 한번 걸어보고..
계속 죽을 뿐..

그래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이런 전쟁이라니..
바보 같은 몹이 아니라
나보다 템이나 컨트롤이 좋은 상대진영 사람들이랑 싸울 수 있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얼마 안되어 불타는 성전 확장팩이 발표되었어요.
아시다시피, 이땐 영고생착 흑마의 전성기였습니다.

렙업하면서 항상 맞으며 도망다니던 전 흑마법사가 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흑마법사는 역시 언데드라는 생각에
서버를 바꾸고 과감히 호드로 전향 했습니다.
'못생겼지만 익숙해지면 되겠지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
트롤/언데드가 간지나고, 타우렌이 귀엽고, 오크가 멋져 보이는 그런일이 ㅡㅡ;;


아무튼, 그렇게 흥마를 키우고 있던 제게
저레벨 지역에서 비슷한 레벨(1~2렙 높은) 얼라에게 뒤치기를 당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겼어요.. 
가슴이 엄청 뛰었습니다.
그때 막 신나서 외치기 했던 것 같아요.
퀘하는 중에 야비하게 뒤치기 하는 얼라 생키!
내가! 내가 혼자 잡았다고!


(물론, 컨트롤이 아니라 직업이 사기였죠)

그 이후 자신감이 붙어 이름 빨간건 다 몹을 외치던 저는
가덤에서 고렙 얼라 냥꾼에게 영혼까지 털리고..
가방 가득 있던 보라색 고구마(영혼의조각) 다 쓸 때까지 
계속 부활해서 호드의 근성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놀고 있으니
2008년 말까지 시간이 워프 하더군요.
길드에 가입하고 수다 떨며 인던 다니다가..
어느새 정규공대에 가입해서 레이드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수십번씩 트라이하고 안돼서 접고 다음날 또 도전하고
그렇게 네임드 하나 쓰러뜨리고나면 채팅창이 폭발했죠.

'아오!!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드디어..ㅠㅠ'

마우스 린저씨였던 저도 어느새
행동바 단축키를 스무개 넘게 지정해서 사용 하고 있었습니다
1~5,QERTFG / (SHIFT/CTRL+1~5,QERTFG) / Z,X,C / F1~4

정규공대원으로 활약하며 컨트롤도 많이 늘어서
일던 정도는
탱커 급사로 한순간에 전멸할 뻔 한 파티를
서큐버스로 현혹하고,
정령 하나 추방 시키고
공울/공포로 몹 뺑뺑이 돌리면서 딜링해서
결국 한참만에 전멸시키는 와저씨가 되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전멸하는 건 변화가 없습니다.)

컨트롤은 개뿔..
사실 당시 제가 있던 정공에 흥마는 할 거 별로 없었어요.
직업이 좋아서 1234 꾹꾹 눌러주고
타이밍 맞춰 장신구 돌리고 바닥만 잘 피하면 딜 잘 나왔음;;;

언제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와우 생활은
2009년 말, 저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끝이 났습니다.

일하랴, 연애하랴 ..
게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없더군요.

대격변때 잠깐 돌아왔었지만,
전장에서 논 것 말곤 큰 기억이 없네요..
복귀했더니 사장님으로 가는 거 아니면 갈 데도 없고..
던전은 메즈 같은 거 거의 없이 빠르게 몰아잡고..
예전처럼 재미가 붙지 않더라구요..
게임이 변한건지, 제가 나이를 먹은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판다리아도 건너 뛰었는데..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복귀를 하게되면서
소장판도 지르고..
괜시리 추억에 잠겨 주절주절 게시판에 글까지 쓰고 있네요

불편한 시스템(흑마는 생석 뽑아 거래하고, 법사는 물빵 만들어 거래하고, 도적은 독 사서 바르고..)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때처럼 필드가 북적북적하고, 
퀘하다 타진영 만나면 렙업접고 전쟁하고
인던 들어가면 각 직업별로 메즈 걸어서 인던 공략하던..
그런 게임이 그리운건 사실입니다.

추억으로 게임하는 저 같은 유저분들 많으시죠?
반면에 완전 신규 유저들도 꽤 있는 걸로 아는데..
새로 시작하는 분들은 이 게임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하네요.
제가 처음 접할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일까요?

"캐릭터 참 못생겼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