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가장한 잡담을 쓴것이니 바쁘신분들을 위해 룩변 링크만 따로 남겨드립니다

해당 링크는 형상변환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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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인벤 : 와우 클래식에서 이루지못했던 소원하나를 이루었습니다(에드윈 밴클리프 완벽 구현) - 와우 인벤 커스터마이징 &형상 변환 게시판 (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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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 넘어가기 전,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 거상 등 고대의 RPG와 레인보우 식스같은 FPS, 스타크래프트 등 피시방이 한참 유행하던 시절, 본인은 철권이나 ez2dj 쪽에 더 관심이 있었고 혼자 즐길 때는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들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그래서 자연히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등의 RPG 게임만을 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은 어릴 적부터 패미컴 ~ 플레이스테이션 트리를 타며 콘솔 게임을 더 즐기며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연구하고 여가를 보내던 것이 더 적성에 맞았던지라 아직 퍼포먼스가 그렇게 높지 않았던 PC 게임은 거의 하지 않았었다. 그나마 본인이 했던 PC RPG게임은 샤이닝 로어라는 지금은 거의 잊혀진 N모 회사의 실패작 게임을 한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 인기 많았던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 붉은 보석 등 2000년대 초반에 한국을 휩쓸은 RPG 온라인게임은 전혀 관심이 없었고 크레이지 아케이드 같은 콘솔 스타일 게임을 제외하곤 플레이한 적이 없었다. 더 쳐줘야 친구들과 간간히 즐길 수 있는 스페셜 포스나 서든어택을 하는 정도?(결정적으로 본인이 마우스로 하는 게임을 너~무 못하는 것이 컸다)



그러다가 한참 플레이스테이션 2에서 쟁쟁한 게임이 나오던 시절. 고등학생이 되고 2004년 가을쯤 되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광고, 인트로 영상.

본인은 당시 판타지 영화였던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에 큰 재미를 느끼던 때였는데 지금은 전설이 된 와우 오리지날 인트로 영상을 통해 워크래프트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워크래프트 3도 하는 사람을 보긴했어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본인 컴퓨터에 돌아가지를 않았기에) 그리고는 저런게 게임으로 나온다고?라는 것에 1차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이는 곧 본인이 월드 오브 워크레프트 오픈 베타에 접속을 할만한 유혹거리가 되었다.






200411. 당시 기억나는건 시험이 끝나고 와우를 해보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피시방으로 간 것이었다. 다들 스페셜 포스를 할 때 본인은 해보고싶었던 게임이 있다고 말하고 와우를 설치하였다. 그리고는 인간 종족을 만든 뒤 본인이 가장 좋아했던 마법사를 선택하였다.

 

충격이었다.

 

이전까지는 어떤 RPG 게임에서도 WASD의 전후좌우 움직임을 본적이 없거니와 디아블로 시리즈 같은 난사형 마법을 쓰는것과 다르게 시전시간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처음에는 이 모습이 마치 록맨시리즈에서 에너지를 모아 발사하는 개념 비슷한거라고 투영했다) 단순히 위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시점이 아닌 원하는 시점으로 바꿀수 있는, 그 중에서도 감탄한 것이 지금은 흔한 ‘1인칭 시점RPG 게임에서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배경환경과 NPC와 몹의 크기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마법의 충돌 사운드, 드넓은 맵, 지루할 틈이 없는 소설 읽는 느낌의 퀘스트, 특히 대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스톰윈드로의 입성과 스톰윈드 테마곡을 들었을 때는 정말 입에서 와... 소리를 절로 나오게 만드는 충격적인 기억이었다.

 


시간이 흘러 기말고사공부를 슬슬 시작해야겠다고 느낄 때 즈음, 본인은 서부몰락지대 스토리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정예퀘스트라는 혼자서 하기 힘든 퀘스트도 슬슬 접하게 되었다. 그 최종 지점엔 죽음의 폐광에 가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공략을 뒤져본 결과, 5명이서 공략해야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직 파티 플레이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할까 말까 고민을 무지 했었다. 아직 게임 속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시절이라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는 아직 소심했었기에 선뜻 도전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기말 시험이 끝나고 겨울 방학을 기다릴 때 즈음에 가보자고 마음을 먹고 23렙이라는 뒤늦은 레벨에 (당시 폐광의 적정 레벨은 18~21으로 보고있었다.) 도전을 하게 되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폐광 공략을 했다.

 

지금은 숫한 기믹과 패턴으로 무장한 와우라서 정말 별거아닌 패턴들 뿐이지만 아직 기술을 다양하게 쓰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보스마다 한 두 번은 전멸했고 물약 있었던 것을 다 소비했던거로 기억한다. 그땐 사람들이 아직 녹템도 아닌 회색 템 입고 다니고 했던 시절이라(심지어 기존 RPG 게임을 생각해 퀘스트도 안하고 사냥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충분히 전멸했을만 했다고 기억한다.

 

고군분투를 하다 결국 미스터 스마이트가 있는 배에 도착했고, 곧 이어 데피아즈단의 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필자의 생에 처음의 파티를 모아 잡는 최종보스인 에드윈 밴클리프와 마주하게 되었다.




 


본인 기억으로는 이 에드윈 밴클리프의 2페이즈인 졸병 두 명 소환하는 것에 힐러와 딜러의 어그로를 끌리는 것을 처리를 못해 최소 5번은 전멸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에드윈 밴클리프를 잡고 클리어에 성공을 했는데 당시 20렙 캐스터 종결 무기 파템이었던 붉은 석탄 지팡이가 드랍되었고 주사위를 이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파템을 먹어서 그 순간에 손을 위로 올리며 환호를 질렀었다.

 

이때의 기억 때문에 에드윈 밴클리프는 처음으로 파티를 구성해 쓰러뜨려야되는 최종보스의 대표적인 캐릭터라고 필자의 기억 속에 각인이 되었다. 그리고 훗날, 데피아즈단과 카트레나 프레스톨(오닉시아)로 인해 납치된 스톰윈드의 군주 바리안 퀘스트인 실종된 왕스토리와 밴클리프가 왜 스톰윈드에 저항하는 것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본인의 워크래프트 시리즈 캐릭터의 최애캐가 되었다. (도적이라는 직업도 이전에는 전혀 안하다가 이때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에드윈 밴클리프의 데피아즈단 스토리는 열심히 일했지만 보상을 못 받고 범죄자가 되버린 자들이라는 소설 클리셰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이 모습에 더욱 매료되었다. (당시 본인은 공부한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본인과 인생에 대해 실망감을 조금 느끼는 상태였었기에 연민을 느낀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본인이 고등학생을 졸업할 때 즈음, 줄구룹, 화산심장부, 검은날개 둥지까지 클리어하며 와우를 즐기게 되었다.(낙스는 고3시절이라 도저히 안될거 같아서 못갔다.) 그러다 불성이 나올 때 즈음, 본인은 대학생활을 군대갔다와서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200711월에 입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와우는 접게 되었고 본인의 마음 속에서 와우는 추억만을 새기며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국방부의 시계가 흘러서 전역을 하고 나서 오랜만에 와우를 보았을 때는 이미 울두아르가 끝나가고 십자군 레이드가 열릴려고 하고 있는 시점인 200910월이었다. 오랜만에 한번 접속해보자는 마음에 게임을 설치하였고 군대에 있을 동안 잊고 있었던 와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전에 키우던 캐릭터는 놔두고 새로운 도적 캐릭터를 새로운 서버에서 다시 키웠는데 다시 한번 에드윈 밴클리프를 만나면서 처음 마주했을 때의 전율이 다시금 느껴었다.

 

십자군 레이드를 간간히 즐기던 어느 날, 키우던 도적으로 레이드 토큰을 얻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교환하러 갔었다. 그런데 웬걸? 본인에게나 좋아하는 캐릭터지 일개 저렙 던전 막 보스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을 했을 캐릭터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었다.


토큰의 이름 어미에 밴클리프의 이름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놀랬다. 생각보다 본인만큼 에드윈 밴클리프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단순한 템도 아닌 세트 아이템 티어에 NPC 이름이 붙다니... 필자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보고는 굉장히 반갑고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지금은 형상변환이라는 시스템이 생겨서 커스터마이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기 좋지만 당시에는 RPG 게임에 캐릭터 꾸미기는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꾸미기 컨텐츠를 할거면 심즈같은 생활형 게임이나 아니면 아예 게임이 아닌 세이클럽의 본인 캐릭터 꾸미기 같은 것이나 싸이월드에서 방꾸미기 정도에 신경을 쓰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 시절 커마를 즐기고 싶었던 소수의 유저들은 당시 일부 이미지 파일을 변경시키면 무기나 입고 있는 옷 등의 이미지를 본인 컴퓨터에서만 바꿔서 보여주는 방법이 사용하고 있었었다. 필자도 오리지날 시절 그것을 사용했었고 본인은 양손에 오리지날 전설무기인 바람 추적자의 성검을 본인이 사용하는 무기의 이미지에서 변환시켜 양손에 착용시킨 것처럼 보이게 하고는 게임을 즐기곤 했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에드윈 밴클리프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해보자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그대로 실천해보았다. 꽤나 느낌이 그럴듯했고, 혼자 밴클리프가 된 느낌을 받으면서 플레이를 했다. 이렇게 혼자 퀘스트를 하며 레이드를 즐기던 어느날, 우연히 기회가 되어 드루이드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리치왕부터 나온 계정 귀속 아이템인 폭풍안개 어깨갑옷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 룩이 에드윈 밴클리프의 어깨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은 이미지만 따왔었기에 게임 내에서도 이런 룩의 아이템이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당시 커스터마이징에 큰 열정을 가지던 때도 아니어서 멋진템정도만 바꾸는 것에 지나지않았었고.

 

이때, 본인이 지금까지 꿈꾸던 소망이 시작되게 된다. 바로 게임 내에 있는 에드윈 밴클리프가 입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찾아내서 직접 입어, 다른 유저에게도 필자의 모습이 에드윈 밴클리프로 보이게 하는 것을 해보자고. 그렇게 본인은 드랍되는 모든 템을 살펴보며 하루종일 같은 룩을 찾기 위해 인터넷과 게임 속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위마다 하나하나 찾아내었다.

 



데피아즈단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스카프 룩은 찾기 쉬웠다. 바로 서부 몰락지대에 등장하는 모든 데피아즈단 관련 적들이 일정 확률로 머리 아이템을 주었다. 허나, 이것은 천이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 가죽인 템 중에서 같은 룩을 찾기 시작했고 이 조건을 만족하는 아이템은 오리지날 소규모 레이드 던전인 줄구룹에서 보스들이 높은확률로 드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깨의 경우, 본인의 소망에 시작점을 알린 계정 귀속 레벨업 전용 어깨 아이템인 뛰어난 폭풍안개 어깨보호구였기에 이만해도 충분했다.

가슴, 장갑의 경우도 쉽게 발견했는데 줄구룹의 도적 세트템 모델과 룩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거의 동시에 오리지날 가죽세공에서 만들어야 하는 폭풍안개세트 역시 에드윈 밴클리프와 동일 룩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특히 이 가죽세공으로 만드는 폭풍안개세트의 경우, 줄구룹 세트 종류에는 없었던 다리보호구까지 포함이 되었기에, 꼭 필요한 세트였다.

 





무기는 정말 쉬웠다. 흔한 비슷한 룩으로도 흔한 것이 많았고, 당장 죽음의 폐광에서 보스들이 드랍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들을 구하는 것은 80레벨인 리치왕 당시에는 쉬운 것이었다.

 

머리, 어깨, 가슴, 다리, 장갑, 무기까지 모든 것을 찾아내었고 모두 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한 부위만 있으면 되었으나.... 그 부위가 문제였다. 마지막 부위...

 

바로 장화였다.

 

커스터마이징에 관심이 많은 와우저들은 알 것이다. 필자 말고도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구현하고 싶어하는 룩변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에드윈 밴클리프에 깊은 인상을 받은 유저들은 나처럼 동일룩 구현을 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장화 때문에 아쉬움도 함께 느꼈으리라...

 

이 에드윈 밴클리프의 장화는 오리지날부터 리치왕이 나온 시점까지 플레이어가 착용할 수 있는 동일한 룩이 단 한 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동시에 절망을 하고 말았다.




 

바로 구 낙스라마스 즉, 리치왕 시점에서는 스토리상 노스렌드로 옮겨버려서 동부 역병지대의 위치에서는 사라져버린 오리지날 낙스라마스의 보스 중 영혼착취자 고딕이라는 네임드 보스가 드랍하는 변위의 장화만이 유일한 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어도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에는 본인이 아틀라스 룻 같은 애드온을 쓰지 않아서 인터넷과 외국 사이트를 뒤져가며 겨우 찾아낸 정보였는데... 찾아낸 것은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는 현실뿐이었다.

 

아쉬움이 컸다.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좋은 아이템과 장비를 먹기보다는 길드원들과 어울리며 게임을 하고, 레이드를 가고, 대화를 하는, 커뮤니티에 목적이 더욱 컸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치 전설템을 먹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 마냥 목표를 잡고 플레이 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체 시간이 지나 리치왕도 끝났고, 대격변이 와서 형상변환이라는 본인에게 가장 좋아 할만한 시스템이 나온 것을 보았지만 막상 다 모아놓은 룩에서 장화 하나만 다른 모양인 것을 보니 실망스럽기도 하고 대학 학비와 학점을 위한 공부를 해야했기에 그렇게 판다리아 막바지까지는 와우를 접게 되었다.

 

 

훗날, 드레노어 전쟁군주에서 군단 초기까지 복귀했었지만 이내 직장 취업 문제로 격전의 아제로스 트레일러를 공개하던 시점부터는 다시 접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웃겼던 건 매 확장팩이 나오면 들어가서 과연 장화룩이 나와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언제나 장비 목록을 챙겨봤었다. 매번 실망하기만 했지만... (그나마 할로윈 이벤트?로 나온 에드윈 밴클리프 50회짜리 변신아이템은 있었지만... 시간제한과 동시에 횟수용 변신 아이템이니 그마저도 본인의 이 소망을 채워주진 못했다)

 

 

시간은 지나 필자가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어느정도 하고 있을 때, 클래식이 출시했다. 2019.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 다시 즐겼다. 딱 화산심장부와 오닉시아까지만 첫 클리어를 하고 끝냈었다. 직장생활이 바빴기에... 그러다가 불타는 성전 클래식이 출시되었고 2022년 중기가 되었다.

 

우연히 클래식을 플레이 하는 스트리머들을 보게 되었고 마침 시청자들과 함께 폐광을 돌고 있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의 정보력이 커진만큼 뉴비 유저라도 트라이 없이 금방 클리어했지만 12년이 지났어도 영상 속에서 본 에드윈 밴클리프의 어리석은 것들!! 우리는 정의 수호자란 말이다!!”라는 외침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그 외침을 들었을 때... 잊고 있었던 12년 전의 소망이 문득 떠올랐다.

 



에드윈 밴클리프 룩 구현. 이걸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청년 시절 못해본 나의 목표. 과연... 지금이라도 이룰 수 있을까? 이것을 생각했다. 거의 일주일을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그때 목표를 잡고 이행하면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피시방에 잠깐 들러 와우에 들어가봤다. 에드윈 밴클리프 닉을 쓰고 있는 나의 캐릭터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형상변환 NPC에게 가서 에드윈 밴클리프 룩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역시나 아쉬운 그 부위... 장화...

 

 

결심이 섰다. 한번 다시 도전해보자고, 청년시절 못 해봤으니 지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도전해보자고. ‘현재는 불성 클래식’. 리치왕 때랑 다르게 구 낙스라마스가 존재한다... 70레벨인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든 낙스를 가서 변위의 장화를 얻게 되면 절반은 성공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잡았던 당시가 20224월 말쯤. 바로 리치왕의 분노 클래식의 출시를 발표하던 시기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껏해야 6개월 정도. 이 시간이면 아무 자본도 없는, 지인도 없는 상태에서 만렙까지 달성하는 것도 힘들 것이고 해당 캐릭터를 낙스로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래도 12년을 기다린 끝에 본섭에서는 안되지만 클래식 서버에서라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6개월정도 주어져 있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정액제를 넣어 게임에 접속했다.

 

당시 인구 규모는 오리지날 시절때부터 대도시 서버를 유지해온 로크홀라 서버가 제일 많았고 22년 당시에도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었다. 얼라이언스에서 하고싶었지만, 낙스같은 구 공대 레이드는 인구 많은 서버로 가야 그나마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그대로 로크홀라 호드에 도적을 필두로 몇몇 캐릭터를 생성한 후 만렙을 만드는 것에 최대한 집중했다.

 

쉽지 않았다. 직업과 게임을 동시에 하기에는 역시 버거웠다. 그래도 어찌저찌 법사 70렙을먼저 만들어 주고, 5월 말 즈음엔 드루이드와 성기사캐릭터도 만렙을 찍어서 서로 전문 기술을 공유하게끔 만든 뒤에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춰서 도적을 지원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주게 되었다.

 

그렇게 빡시게 돌고 난 다음 골드가 모이자, 슬슬 도적을 다음 타자로 하여 레벨업을 한참 하고 있었다. 60이 거의 직전인 어느날, 파티 찾기 애드온에서 한 공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낙스라마스 공대.

 

당시 공대장은 불타는 성전 레이드와 동시에 리치왕 대비 낙스라마스를 연습한다는 취지와 함께, 리치왕이 나오면 사라지게 될 아이템들을 소장용으로 가질 사람들을 구인하며 확장팩의 라스트 컨텐츠를 즐기는 분이었다. 필자는 곧바로 귓속말을 보내 혹시 60레벨이라도 참가가 가능하냐는 상담을 했고 골드 팟이었기 때문에 입장퀘스트만 끝내서 입장만 가능하다면 손님으로 와도 상관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왔다. 기회가.

 

본인은 고정 손님으로 남은 기간 가겠다고 말을 하였고 공대장도 승낙 하였다.

그때부터 본인은 군대 때문에 못 가봤던 검은 사원이나 태양샘 컨텐츠를 즐겨보겠다는 뒤로 하고 최대한 변위의 장화를 먹을 수 있게 하기위해 렙업 하던 것을 멈추고 나머지 만렙 캐릭터들로 최대한 골드를 모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몇십만 골드를 소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변위의 장화만큼은 필자만큼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만 소유해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오리지날 낙스라마스는 세트템의 룩이 굉장히 이뻐서 티어 토큰 세트값이 많이 비싼 편이었고 일반 템 중에서는 4 기사단이 드랍하던 타락한 파멸의 수호자 정도가 비쌌었다. 그 외에는 켈투자드가 드랍하는 탱커용 도검이나, 사피론이 드랍하는 60렙 템에 어깨마부가 가능한 마법부여 템 정도가 가치가 있었다

(이 어깨마부는 60 이하 템에도 어깨마부가 된다는 점을 빌어 레벨업 전용 장비인 계정 귀속 어깨 보호구 아이템들에 마법부여를 하여 영구 소장이 가능했었기에 가치가 높았다)

 

그렇게 6월 초쯤부터 리치왕의 분노가 출시될 8월 중순까지, 거의 12번의 기회가 있었다. 리치왕 사전 패치가 나와버리면 구 낙스라마스도 사라져버리기에 조마조마했었다.

 

하루하루...몇주가 지났지만 변위의 장화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운이 많이 없었던건지... 그러다가 거진 3주정도 지나면 리치왕이 출시되는 시점에... 드디어 변위의 장화가 고딕에게서 드랍되었다. 공대 고정손님이 된 후 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입찰을 하여 드디어 12년만에 이 거지 같은 장화를 필자의 손에 거머쥐게 되어 본인의 소유가 되었다.

(이 뒤로도 남은 기간동안 해당 낙스를 고정으로 갔지만 그 기간동안에서도 변위의 장화는 볼수 없었다)

 

비록 본섭은 아니지만 클래식에서라도 이루게 되었기에 필자에게 아이템이 들어오고 나서 낙스 레이드가 끝난 뒤 거의 30분을 울었던 것 같았다.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그런 감정이라기보다는 그저 정말로 원하는 바를 성공 해 봤었다라는 성취감 같은 감정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당시 변위의 장화를 먹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고정 공대원들 몇몇이 알게 되었는데... 마침내 획득하고 나서는 고정 공대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지금은 리치왕이 나온 시점에서는 흩어져버려서 더 이상 못보게 된 사람들이지만... (리치왕 출시 시점에 본인이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을 하고 회사일이 그만큼 바빠지는 바람에 낙스 초반을 충분히 소통하며 즐기지 못했다)

당시 공대장을 잡아주신 O님께만큼은 지금에서라도 이 글을 써서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그럼 이것으로 끝인가... 낙스가 사라지기 전까지 필자가 이 장화를 못 먹었다면 깔끔하게 와우를 접고 그만 두려고 했었다. 그러나 획득을 했기에, 이제는 먹는 것 만으로는 룩변 유저로써 만족이 불가능했다. 이제는 진짜 거리낄 것이 없으니 완벽 룩을 구현해야하는 시점. 그러나 장벽이 아직 많이 남았다. 일단 첫 번째로 지금 이 도적 캐릭터는 블러드 엘프 즉, 호드라는 것이다.

 

인간 캐릭터가 되기 위해 진영 변경 및 종족 변경을 할 필요가 있었다. 허나 리치왕 시점에서는 서버 변경과 진영변경은 아직 한참 뒤에나 나오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도적 캐릭터는 훗날의 기쁨을 위해 조용히 기다리게 되었다.

 

이것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닉네임. 룩만으로는 만족 할 수 없었고 완벽 구현을 위해서는 닉네임까지 가지고 갈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 신서버...

 

당연히 기존 서버에서는 에드윈 밴클리프 같은 닉은 선점이 되어있었기에 닉 구현까지 하기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서버가 열려서 선점을 하는 것.

 

마침 불타는 성전 때 당시 분위기로 북미에서 리치왕 확장팩 기념으로 신 서버를 내주었는데 한국도 그렇게 해주지 않겠느냐는 뇌피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램은 적중하여 신 서버인 서리한서버가 출시하게 되었다.

 

서리한 서버가 나온다는 소식까지는 들었지만 문제는 오픈 일정이었다. 닉네임 선점과 동시에 할 것은 바로 데피아즈단 길드명까지 독점을 해야했다. <데피아즈단>이라는 길드명까지 들어가서 아래쪽에 나타내야 비로소 진짜 에드윈 밴클리프라고 볼 수 있었기에 이러한 과정을 수월히 하기 위해 몇 번이고 필자의 뇌와 손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대었다. 마치... 그래 마치 대학생 때 꼭 필요한 과목 수강신청을 해야 되는데 너무 인기가 많아서 수강신청 시뮬레이션을 돌려야하는... 그런 느낌으로 연습하였었다.

 

그렇게 리치왕이 정식 출시하기 3주전? 한참 사전패치로 인해 다들 죽음의 기사를 키우던 9월 초반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서리한이라는 서버는 분명 추가되어있었지만(재미있었던 기억이 오픈직전에 서버명이 설퍼라스였었다) 오픈이 되는 것은 언제 시점일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인지... 아니면 오후인지 저녁 늦게인지....

닉네임, 길드 선점을 하기 위해 때가 곧 올 것인데... 언제 오픈 될지 긴장을 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오픈 당일날 긴장을 하면서 새벽 5시부터 깨어나서 기다렸다. 혹시모를 상황을 위해서.... 결국 출근을 해야되는 시간까지 오픈을 하지 않았고 아침에 씻고 회사로 출발하였다. 아직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상태로 출근을 하면서 폰으로 인벤에 서리한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데... 이게 웬걸?

정확히 아침 840분쯤? 인벤에 30몇 분쯤에 올라온 게시글에 열림이라는 글을 보고 사실인지 다른 게시판까지 살펴본 다음 상황을 파악하고 급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눈이 반쯤 돌아가버려서 전속력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회사가 중요하진 않았다 ㅡㅡ;;;; 잘못하면 꿈꾸던 소망 절반을 이뤘는데 다시 수포로 돌아갈수도 있었기에... 가자마자 컴퓨터부터 키고 와우부터 접속하였다. 다행히 출근 시간대라서 대기시간이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에드윈밴클리프닉을 쳤다.

 



위 스샷은 모든걸 진행한 뒤에 찍은 사진



성공

 

50%의 소망을 완성하고 다음 1차적 목표인 닉 선점은... 성공했다. 오히려 아침시간이었던 것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출근 중이었기에 정말 조금만... 조금만 늦게 폰을 봤었어도, 조금만 일찍 회사에 도착했었어도 사실을 몰라서 그대로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닉 선점을 못 할뻔 했다는 것을 생각하며 진땀을 흘렸다. 성공하고 난 뒤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 다음 걱정을 퇴근할 때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길드명 선점.

데피아즈단은 의외로 필자같은 변태 매니아층이 있을 수 있었기에 클래식 감성 느끼려고 온 사람들 중에 데피아즈단의 길드명 선점을 하려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본인은 퇴근하자마자 저녁도 안 먹고 그대로 서리한 서버로 들어가 길드명을 선점하기 위한 10실버와 길드 창단을 위해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줄 가방까지 만들어 게임을 했다.

 

다행히 그날 10실버를 마련할 때까지 길드명에 대해 하룻동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데피아즈단 길드명은 손쉽게 본인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날 하루는 정말 운이 좋았다. 조금만 늦게 오픈인 걸 알아챘어도 소망이 수포로 돌아 갈 수 있었기에... 거기다 길드명 선점도 수월하게 이루어져서 즐거운 하루였다

(만약 길드명이 선점되었다면 현금을 조금 줘서라도 길드 명을 넘기라고 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준비가 되었고,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낙스라마스, 흑요석 성소, 영원의 눈을 즐기고 시간이 흘러 22년이 끝나고 울두아르까지 공개되고난 지금 시점...

 

진영 변경권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서리한으로의 서버변경권까지 출시가 되었다.

 

233월에서야 이 모든 작전을 성공하여 완성시켰으니 이 모든 것을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은 224월의 시점부터 딱 1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이 되어왔다.

마무리를 할때가 되었다. 2010년부터 2023년이 되기까지 13년간 못 이룬 나만의 낭만을 이룰 때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남들에게는 아직까지 형변도 안되고 유명(하다면 하지만)하지도 않은 저렙 던전 보스 NPC를 구현하는 것이 그저 쓸대없는 시간낭비에 가까운 행동일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꿈이 많던 청년시절 게임을 하면서 하나의 소망으로 자리 잡았던 나에게 있어 이 모든 것을 완성한 것은 필자의 인생에 큰 의미가 있었다.




 



 

 

1,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1년 동안 시간을 투자해 12년을 마음속에 묵혀왔던 때를 시원하게 씻어 내렸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간간히, 마치 가끔 생각나서 고전 게임을 다운 받아 플레이하는 것처럼 이 캐릭터로 필드를 돌아다니며 가지고 놀면 될 듯하다... 이제는 에드윈 밴클리프 룩변에 대한 여한은 없다. 정말 뜻깊은 오늘.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서 이 글을 써 본다...

 


 





글을 읽어 주신 모든 형님, 누님 여러분들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시고 밝은 미래가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