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증조부가 썼던 일기장들을 갖고 있다. 그는 1932년에 독일 렌츠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는데, 영화 산업에 인생을 걸기 위해서였다.

1940년 8월, 나치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한 지 한 달쯤 지난 무렵을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독일군이 1년 후면 다시 철수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독일 장교들과 나의 생각도 같다. 프랑스가 함락된 것처럼 빠르게 영국도 함락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마침내 다시 파리식 일상생활로 되돌아갈 것이다. 비록 독일의 일부가 되어 있더라도.”

그러나 역사는 다르게 흘러갔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영화나 역사책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독일은 무려 4년 동안이나 프랑스를 점령했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그 기간은 마치 당연한 전쟁 논리에 따른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전쟁의 흐름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들 가운데서도 가장 개연성이 높은 쪽으로 흘러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우리가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 롤프도밸리


한탐정: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난 후에 애초부터 징조가 있었느니 복선이 깔렸느니..
그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가 실현된 것이고, 사후에 그와 관련된 것들을 언급하여 연관성을 끼워 맞추는 거죠. 흔한 입털기 수법.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