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명절’ 너머, 존재들의 향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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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환한 보름달을 즐기며 송편을 빚고 화기애애하게 음식과 웃음을 나누는 추석의 낭만적 이미지는,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지울 수 없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명절이 만들어내는 공간들에서 다양한 권력 기제에 의한 관계의 ‘위계주의’가 작동될 뿐만 아니라, ‘정상-비정상’의 가치체제들이 활성화되고 재생산 된다.

 

 

첫째, 명절은 가부장제적 가치가 재생산되고 ‘자연화’되는 시간이다.

 

남성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가부장제적 관습은, 명절을 즐기는데 필요한 엄청난 양의 가사노동이 여성들에게만 할당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

 

 

둘째, 명절은 사회가 규정한 ‘정상-비정상’ 또는 ‘성공-실패’의 기준들이 재생산되는 절기이다.

 

이성애 가족, 양부모 가족, 유자녀 가족, 정규직 취업자, 결혼자는 ‘정상’이다. 반면, 동성애 가족, 한부모 가족, 무자녀 가족, 비정규직, 미취업자, 비혼자는 ‘비정상’의 부류에 속하게 된다.

 

 

셋째, ‘낭만화’된 명절은 상업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선물 보따리를 한 아름 사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의 이미지들은, 미디어들을 통해서 퍼진다. 자식의 ‘효’의 정도가 그들이 들고 가는 ‘보이는 선물’로서 증명되어야 한다.

 

 

 

한가위의 가장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는 보름달이다. ‘보름달’이 지닌 상징적 의미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하지 않고,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그 아름다운 빛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 보름달을 닮은 명절을 나는 꿈꾼다:

 

‘정상-비정상’ 또는 ‘성공-실패’의 갖가지 잣대들이 사라지는 명절;

모인 사람들 개개인들의 존재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스하게 품는 명절;

무거운 ‘노동의 짐’들이 가족 구성원들 모두에 의하여 함께 나누어져서, 더 이상 ‘노동’이 아닌 ‘놀이’로 전이되는 특별한 경험들을 하는 명절;

‘서로 함께함’ 자체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되는 명절.

 

이러한 ‘존재들의 향연’으로서의 명절을 나는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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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 똑똑하다. 맘에 드네요.

모두들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아, 참고로 우리 친척분들은 현명하셔서

"탐정아 너 장가 안가니?"

이런 말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신답니다.

 

때가 되면 어련이 알아서 할까?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때가 지나서 문제... ㅋㅋㅋㅋㅋㅋ

뭐, 결혼이 의무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