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에서 열린 도타 2 세계 대회 TI4에서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사상 최대 상금이 주어지는 TI4는 인게임 및 트위치TV 시청자만 각각 30만 명을 넘는 등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본선 무대가 열리는 시애틀 키 아레나 역시 매일 2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들이 찾아들면서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한 미국 현지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TI4 결승전은 중국 팀간의 집안 싸움으로 펼쳐지게 됐다. 대회 초반부터 러시아 및 CIS 국가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대회의 양상은 중국 팀간의 힘겨루기로 흘러갔다. 그랬기에 대회가 열리는 미국에 기반을 둔 이블 지니어스를 향한 응원에는 홈 팬들의 그것을 넘어 동·서 간의 대립 구도를 보고 싶어하는 전 세계 팬들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본선 첫 날 팀 소개에서부터 이런 팬들의 바람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각 팀들이 차례차례 소개되면서 팬들의 환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이블 지니어스가 소개되자 경기장을 찾은 현지 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USA'를 끝없이 연호했다.

마지막 최종 결승전 진출권을 놓고 비시 게이밍과 격돌한 패자 결승전에서는 이런 현지 팬들과 중국 팬들간의 응원 구도가 절정에 이르렀다.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곳곳에서 휘날렸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를 할 경우에는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성을 질렀다.

※ 영상 볼륨이 상당히 크니 미리 볼륨을 낮춘 뒤 재생하시길 바랍니다.

▲ 비시 게이밍의 승리에 환호하는 중국 팬들


▲ 이블 지니어스를 향한 팬들의 열광이 대단했다


결국 두 팀의 승부에서는 비시 게이밍이 이블 지니어스를 꺾으면서 중국 팬들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이블 지니어스를 응원하던 팬들은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상대가 강했음을 알기에 선수들을 책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경기장 밖에서 이블 지니어스 선수들을 발견한 팬들은 더 큰 응원을 전했고, 팀 역사상 TI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들과 부상으로 제외됐던 피어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