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던 아제로스. 그곳에 오크 전사들이 식민지를 찾아 침략하면서 인간 세계를 위협하는 전쟁이 발발한다. 거대한 차원문이 열려 두 세계가 연결되고, 오크와 인간은 자신의 가족과 동족, 삶의 터전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준비한다.

레전더리 픽처스와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을 원작으로 두 세계의 거대한 전쟁을 그린 판타지 블록 버스터이다. 본래 인간 중심의 이야기였지만, '던칸 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후 인간과 오크 이야기의 비중이 5:5로 균형을 잡았다.

오크는 모든걸 파괴하고 싶어하는 짐승이 아니다. 오크들이 아제로스에 온 것, 그리고 인간과 대립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데에는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 겉보기에는 다소 거친 오크이지만, 내면에는 동족을 생각하는 끈끈한 우애를 가지고 있다.

서리늑대부족을 이끌었던 족장이자 스랄의 아버지인 '듀로탄(Durotan)'부터 오크 호드 초대 대족장이었던 '블랙핸드', 그리고 듀로탄의 아내인 '드라카'까지, 오크 종족을 연기한 호드진영 배우 3인방을 캐나다 촬영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오크 역할 배우(가로나 제외)들은 모두 모션 캡쳐 센서를 부착하고 연기를 했다. 모션 캡쳐 연기는 일반 연기와는 상당히 다른 분야인데, 오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모션 캡쳐 센서가 부착된 회색 슈트를 입고 연기를 한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인간 역할과는 다르며, 근육질 몸매가 된 것처럼 연기를 과장해서 해야만 했다.

듀로탄의 '토비 케벨'과 블랙핸드의 '클랜시 브라운', 드라카의 '애나 갤빈'. 그들이 선보인 오크는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워크래프트'와 오크, 모션 캡쳐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토비 케벨 "굴단과 블랙핸드와는 다른 '듀로탄'을 만들고 싶었다"


▲ '듀로탄' 역할을 맡은 배우 '토비 케벨'

Q. 영화 '혹성탈출'에서 했던 역할이 참 인상적이었다. 코바라는 고릴라 역할을 맡았었는데,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혹성탈출' 때는 모션 디렉터인 '테리 노터리'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에게 유인원 연기를 가르쳐주었다. 그때는 고릴라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몸무게를 많이 늘려야 했다. 마치 보디빌더와 같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리에 콘크리트와 같은 타이어를 매고 앞으로 달려가는 훈련을 많이 했다. 정말 좋은 운동이 되었다(웃음).

모션 센서가 많이 부착된 옷을 입고 연기하는 것이 그다지 멋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테리와 일하는 건 언제나 즐거웠다. 그 역시 '워크래프트'에도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트롤 캐릭터를 선보였다.


Q. 고릴라 역할도 그렇고 이번 '워크래프트'에서도 오크 역할을 맡았다. 본인 스스로 그 분야에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앞으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이용하는 역할을 주로 할 예정인가?

앤디 서키스(골룸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있는데 내가 전문가라고 말하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그런 역할만 맡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다. 원래는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었는데, '혹성탈출' 제작사에서 코바 역할에 대해 나에게 제안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17일동안 연속으로 고릴라 흉내를 내서 다소 힘들기도 했다.


'워크래프트' 얘기로 다시 돌아오겠다. 듀로탄이라는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했다. 모션 캡처 센서가 달린 회색 슈트 외에 얼굴에도 어떤 기구를 쓰고 연기를 했다. 이것이 영화 속에서는 오크의 얼굴과 현실감 있는 표정으로 표현된다고 하더라. 목소리도 변형되고 말이다.

오크의 경우, 배우가 단순히 연기하고 촬영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 연기에 머리카락이나 피부, 배경 등을 입히는 작업이 이루어지며, 이를 위한 인력도 다수 투입된다. 그래서 더 많이 신경 써서 열심히 연기하려고 했다.

던칸 존스 감독이 구현하고자 하는 오크는 정말 대단하다. 이런 감독과 일할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세트 촬영장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것이 세트로 제작되어 있지 않다. 녹색과 파란색 배경으로 가득하다. 던칸 존스 감독의 상상력이 모든 장면을 완성해낸다.

Q. 본인 만의 해석으로 오크를 연기했나? 아니면 역할을 조사해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연기했나?

둘 다 해당한다. 팬들이 이미 알고 있는 듀로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 본인의 해석도 상당히 중요하다. 나에게 걸맞은 듀로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만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구해야 한다. 책이나 대본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묘사하되, 기존 캐릭터 그 이상의 '듀로탄'으로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오크를 연기하는 데 있어 힘든 점은 없었나?

목소리가 굉장히 힘들었다. 고귀한 목소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듀로탄은 불을 지피는 역할이 아니라 폭풍을 잠재우는 역할이다. 정말 멋진 오크다. 그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오그림과 블랙핸드 그리고 굴단과는 다른 목소리가 필요했다. 다른 캐릭터와 차별성을 가지면서 듀로탄에 적합한 목소리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Q.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인간 건물을 돌아다니면서 도망가는 장면이 있다. 계단 3개를 뛰어내리고 기어가다가 결국 잡히는 씬인데, 약 4분가량의 분량이다. 이걸 찍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고 코치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어렵지만은 않았다. 오크의 말투와 움직임 등을 구현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Q. 고릴라나 오크 등의 역할을 맡으려면 체력이나 몸 관리도 중요할 듯하다.

물론이다. 몸 관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국 배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이 있다. 특정한 이미지를 기대한달까. 그런 면에서의 부담도 다소 있다.

휴 잭맨이나 윌 스미스처럼 자기 자신을 위해 즐기면서 하면 좋겠지만 말이다. 이게 안 되는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그건 정신이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건강한 정신 건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워크래프트 게임을 해본 적이 있나?

나는 4형제 중 막내이다. 형들은 현재 그래픽 디자이너나 컴퓨터를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컴퓨터를 만질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해 볼 기회도 거의 없었다.


Q. 영화를 고를 때 오늘 강조했던 배역 외에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나는 좀 구식(?)이라 다른 어떤 것보다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들을 통해 얻는 인생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타이탄의 분노'를 하면서 레전더리와 함께 일해본 적이 있다. 다소 특이한 역할(포세이돈의 아들 아게노르 역)을 맡았는데, 그들은 내가 원하고 생각하는 대로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 역시 레전더리 픽처스의 영화다.



■ 클랜시 브라운+애나 갤빈 "회색 전신 슈트를 입고 '원숭이' 연기를 펼쳤다"


▲ 블랙핸드 역할을 맡은 '클랜시 브라운'

▲ '애나 갤빈'의 영화 속 모습 (드라카 역할-우측)

Q. 오크 연기는 처음이었을 듯 하다. 소감이 어땠는지 한 마디 부탁한다.

애나: 나는 모션 캡처로 연기하는 유일한 여자 배우였다. 클랜시 브라운, 토비 케벨과 연기를 하면서 호흡을 맞췄는데, 정말 재밌었다. 너무 재밌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달까. 토비와 클랜시는 서로 농담을 자주 주고받았는데, 어떤 농담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내용이기도 했다.

클랜시: 영국 사람들이 좀 그런 성향이 있다. 그렇다. 어떤 농담은 정말 부적절했다(웃음).

애나: 나는 이전에 한 번도 모션 캡처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클랜시는 해본 적이 있었고, 토비야 말할 것도 없이 프로다. 모션 디렉터인 '테리 노터리'는 우리에게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카메라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나는 아바타 영화에서 모션 캡처가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던칸 존스 감독의 '워크래프트'를 봤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함께하게 되었다.


Q. 기술적인 요소 때문에 조금 과장해서 연기하기도 했나?

클랜시: 대부분의 촬영이 클로즈업으로 진행되었다. 그 속에서 모션은 과장되고 크게 이루어져야 했다. 900파운드 8피트의 오크를 연기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든 연기를 일반적인 수준보다는 과장된 형태로 했다.

애나: 테리는 우리가 오크를 '원숭이' 처럼 연기하기를 원했다. 원숭이는 인간이 보여줄 수 없는 아주 효율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어떤 행동에도 불필요한 움직임은 없다.

내가 맡은 캐릭터인 '드라카'는 여성스럽지 않은 오크 여전사이다. 그녀는 마치 대지와 같은 존재이다. 어머니와 같은 캐릭터이지만 용기가 있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하면 움직임이 다소 작았지만, 그래도 오크 종족이기에 거대한 형태의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Q. 회색 슈트를 입고 연기하는 건 어땠나? 오크로서는 굉장히 멋진 모습이겠지만, 실제로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애나: 나는 인간 종족과 함께 촬영한 적이 없다. 전투 장면을 포함해, 드라카가 등장하는 씬은 모두 오크와 함께였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같은 슈트를 입고 연기했다.

클랜시: 처음에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연기를 계속하면서 적응했다. 사실 내가 회색 슈트를 입고 촬영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슈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회색 쫄쫄이를 입고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에서 많은 이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촬영에 임할 때는 다들 웃음을 멈췄다.

애나: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따로 의상도 없다. 그저 모션 센서가 달린 회색 쫄쫄이 옷을 입고 캐릭터에 집중하면 됐다. '어떤 의상을 입어야 한다'와 같은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어서 자유로웠다는 점은 좋았다.

▲ 모션 센서가 부착된 슈트를 입고 연기했다(참고용 이미지)

Q. 연기하기에 앞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조사하기도 했나?

애나: 많이 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도 그렇고, 롭 팔도와 대화하면서 많은 조사를 하기도 했다. 내가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 없다는 걸 듣고 매우 놀라워했다.

그래서 그는 나를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 주었다. 평소에 주술사를 플레이해보고 싶어서, 주술사 캐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을 해봤다. 자료 조사와 게임플레이 등을 통해 워크래프트 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클랜시: 나는 애나 정도로 조사하진 않았지만, 게임을 좋아해서 많이 플레이를 해왔다. 게임이 CD로 출시되던 시절에 많이 했었다. 예전에 블리자드가 1인칭 연기를 위해 연기자를 모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스랄' 역할을 맡기도 했다.



Q.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서 여러 악당 연기를 해왔다. 이번에 맡은 '블랙핸드'는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클랜시: 그는 오크다(웃음). 농담이고, 블랙핸드는 굉장히 흥미로운 오크다. 파괴된 세계에서 그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살아남을 것이냐 아니냐? 밖에 없다. 블랙핸드는 강요받기 전까지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가 악당이라기보다는 불쌍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Q. 영화 '워크래프트'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클랜시: '워크래프트'의 배경 이야기는 굉장히 풍부하다.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년 동안이나 존재해 온 이야기이고 말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Q.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나?

애나: 정말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던칸 존스 감독과 함께 진흙을 구르기도 했다. 던칸 존스 감독, 그리고 워크래프트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세트장에 있을 땐 마치 모든 배우가 한 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 팀에는 키가 매우 큰 스턴트 배우도 있었는데, 6.7피트(204cm)가량 되었다. 내가 정말 작게만 느껴졌다.


Q. '워크래프트' 제작에 참여하게 되어 즐거운가?

애나: 물론이다. '워크래프트'는 상당히 큰 규모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큰 규모의 영화가 있다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 판타지와 영웅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빠질 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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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크래프트 특집 기사는 순차적으로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