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의 개발사 DICE(이하 다이스)가 만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본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소유하고 있는 루카스필름의 자회사 루카스아츠에서 제작하던 시리즈였는데 다이스에서 이를 리부트하여 다이스 방식, 멀티플레이 중심의 경험을 중시한 게임으로 탄생시켰다.

인벤에서는 지금껏 여러 번 체험기를 통해 게임을 소개했다. 정식 버전과 큰 차이가 없으니 기본적인 게임 소개는 지난 기사들로 갈음한다. 이번 기사는 게임 출시 일주일, 아직도 이 게임을 구입할지 좀 더 기다릴지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랜차이즈 팬이라면 반드시 사야 할 타이틀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팬이 아니지만, 스타워즈 이름값에 '한번 해 볼까?' 한다면 화장실에 앉아 냉철한 이성으로 숙고하길 바란다. 그 이유를 설명한다.




■ 당신이 스타워즈 팬이라면 - "10점 만점에 9점"

스타워즈 팬이라면 앞뒤 볼 것도 없다. 필구 아이템이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중 역대급 현장감을 담아냈다. 이처럼 스타워즈 세계관 전장 느낌을 잘 표현한 게임이 있었나 싶다. 이러한 현장감은 그래픽과 사운드에 의해 생겨난다.

사운드는 현장감을 제공한다. 특히 'Thermal grenade' 폭발음은 매우 인상적이다. 홈시어터 7.1 ch 시스템에서 울려대는 '웅~~ 콰콰콩' 하는 소리에 거실에 누워있던 동생이 궁금해서 찾아왔을 정도니까.

적절한 순간에 나오는 OST는 팬들에게 기쁨을 주기에 충분하고 무엇보다 뭉개지지 않는 공간감과 소리의 원근감이 놀라웠다. 정확한 지향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

[▲ 홍콩 런칭 이벤트 때 다이스에서 제안한 카고 모드. 좁은 공간에서 공간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사운드는 현장감을 빼고서도 의미를 가진다. 이 게임의 주요 타겟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하게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팬들이 주요 타겟일 것이다. 팬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다양한 팬층을 포옹하기 위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의도적으로 전투 방식을 캐주얼하게 만들어 냈다. FPS 게이머를 고려했다는 느낌보다는 스타워즈 팬을 위한 전투방식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파고들기 요소가 매우 적어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 FPS 하면 으레 따라오는 어려운 각종 테크닉도 필요 없다. 깊이가 얕은 대신 접근성이 매우 좋다.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운드는 캐주얼하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투에 박진감과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찌웅찌웅 혹은 삐용삐용'으로 대변되는 무기 발사음들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거대한 'AT-AT'나 '스피더 바이크'역시 나름의 공명을 가지고 있다. 마치 진짜 전장에 파견된 병사인 양.

캐주얼한 대신 게임 진행은 매우 빠르다. '배틀필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맵에서 빠르게 리스폰되어 속도감 있는 전투를 치룰 수 있다. 기존 FPS 게임에서 초보들이 죽어있는 시간이 길어 게임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었는데,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 남녀노소 다양한 스타워즈 팬들을 고려한 사항일 것이다.

그래서 영웅을 조종할 때의 쾌감도 쾌감이지만, 한 명의 반란군으로서. 한 명의 스톰트루퍼로서 전장을 누비는 경험도 짜릿하다. 영화를 보면서 꿈꿔왔고 상상했던 그곳을 직접 누비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쩌는' 사운드와 함께.

▲ 빠른 리스폰으로 나같은 FPS알못도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핵심은 스타워즈 세계관의 체험에 있다. 스타워즈 그 자체가 콘텐츠란 말이다. 웅장한 AT-AT나 하늘에 떠 있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스타워즈 팬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호스 전투를 비롯해 게임에 등장하는 맵들은 사소한 디테일까지 잡아내어 세계관을 충실히 잘 구현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 확실하다.

다만, 스타워즈 팬들에게 시나리오 모드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배경 설명(클래식 삼부작: 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위에 멀티플레이 콘텐츠를 올렸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9개의 멀티플레이 모드와 3개의 싱글, 협동 플레이를 제공한다. 멀티플레이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이스의 다니엘 라쉬디(Danial Rashidi)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멀티플레이를 통해 '스타워즈' 세계를 실제로 경험하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스타워즈 팬들에게 서사성 있는 스토리가 없다는 사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 AT-AT에 깔려 죽을 수 있다니!!??

다이스는 이러한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사 대신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다. 각기 다른 컨셉으로 꾸며진 9개의 미션을 준비했다. 그중 개인적으로 'Walker Assault' 모드가 가장 즐거웠다. 창공조차 압도하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수많은 타이파이터, 설원을 가로지르는 AT-AT 워커들과 눈처럼 하얀 스톰트루퍼들의 돌격 모습. 스타워즈의 현장감을 대변하기에 이보다 좋은 모드는 없다고 본다.

제국군은 AT-AT 워커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반란군을 이를 파괴해야만 한다. 반란군은 이 과정에서 통신시설을 사수해 Y윙 폭격기를 확보하거나 영화에서처럼 다리를 묶어 넘어트릴 수 있다. 또한, 영웅으로 분해 전장을 뛰어다닐 수 있으니 이처럼 완벽한 영화의 경험을 전달해줬던 게임이 있었는가 싶다. 감히 영화의 실제적 경험화 정점에 서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진입장벽을 확 낮춘 캐주얼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빠른 전투를 구현했다. 이러한 전투는 현장감이 극대화된, 영화에서 보고 상상했던 전장 위에서 펼쳐진다. 등장하는 기체 역시 원작의 모습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영화라는 매체에서 받았던 감동과 경험을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충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물론 스타워즈 팬일 경우에 말이다.

[▲2000년 '스타워즈:에피소드1 레이서'에 이어 진정한 파일럿이 되었다. "엄마! 나 성공했어요!!"]



■ 당신이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면? - "10점 만점에 5점"

스타워즈 팬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FPS 게임으로 보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한 캐주얼함과 더불어 '4개 맵'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월 배포될 '자쿠의 전투'DLC를 합쳐도 5개다. 제공되는 맵의 품질을 제외한다면 단순 개수는 모바일 FPS(혹은 TPS) '백발백중'보다도 적은 볼륨이다.

캐주얼함은 FPS 게이머에게 너무 간단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이른 시기에 지루함이 찾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와 상통한다. 또한, FPS 게임에서 맵이 적다는 것은 게임의 양상이 그만큼 정형화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전략성의 상실 혹은 플레이 방식의 고착화를 불러온다.

맵의 숫자가 적다는 것은 게임의 전체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확장된다. 앞서 말한 9개의 모드가 컨셉이 다를 뿐이지 플레이 방식은 대동소이 하므로 익숙한 풍경은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분명 맵의 디테일한 요소들은 뛰어나나, 분위기를 환기해줄 요소가 없다. 아무리 좋은 여자친구라도 계속 보면 지루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확연히 다른 맵이 제공되지만... 맵 종류 자체가 적다.

아이템 갯수와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전통적인 FPS 게이머에게는 적다고 느껴질 수 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게임을 진행해나가며 각종 요소를 해제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꾸준히 플레이함을 강제하는 당위를 입힌 제한이다.

즉,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게 된다. 다이스도 이러한 단점을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해 9개나 되는 다양한 모드를 제공하려 했지만, 현재 인기 있는 모드만 매칭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들은 슈프리머시와 워커 어썰트에만 몰리고 있다.

테스트때 부터 논란이 됐던 밸런스도 큰 문제다. 스타워즈 팬입장에서야 반란군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나타낸 것이지만 일반 FPS 게이머에게는 그냥 밸런스 기획 실패일 뿐이다. 테스트 첫날 제국군의 승률이 100%였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제국군 VS 반란군' 구도가 멀티플레이의 근간인 작품에서 치명적인 단점이다.

▲ 밸런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런 장면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이 밖에도 비행체를 조작할 때의 무게감이라든지 자잘한 단점이 있지만 모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지금과 같이 즐길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영화 스타워즈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영화 스타워즈를 게임화 했기 때문에 콘텐츠의 창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지 영화 내에 존재하는 요소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를 영화로 만들었기에, '스타워즈'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게임이기에 '스타워즈'가 걸림돌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배경을 클래식 삼부작(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으로 제한했기에 콘텐츠 창작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번지소프트의 '데스티니'처럼 즐길 콘텐츠가 없어 손가락질 받다가 거대 확장팩을 통해 콘텐츠 다양화를 이룩하고 평이 뒤바뀐 전례를 따라 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12월에 발매될 '자쿠의 전투' 이후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지 아마 다이스측도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다. 이미 클래식 삼부작의 대표 전장들이 구현된 상태에서 DLC로 어떤 변화를 끌어낼지 지켜봐야겠다.

▲ 첫 번째 DLC로 나올 '자쿠의 전투'



■ 스타워즈이기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담은 평작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그래픽과 사운드가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그러나 태생부터가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게임이기에 팬이 아니라면 오래 즐길 만한 거리(콘텐츠)가 부족하다. 팬이 아닌 이들에게 AT-AT는 그냥 기계 덩어리고 다스 베이더는 모 통신사 광고에 나오는 검은 아저씨일 테니.

출시 전 홍콩에서부터 약 일주일간 즐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1. 꽤 쉬운 게임이라는 점 2. 영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 3. 그래픽과 사운드가 수준급이라는 점 4. 콘텐츠 볼륨이 적다는 점으로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FPS에 익숙하지 않아도 많은 킬 수를 올릴 수 있는 탑승물 및 영웅 캐릭터 등이 존재해 부담 없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잘 재현된 스타워즈 세계를 직접 뛰어다니는 경험은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 모드와 빈약한 볼륨은 매우 아쉬웠다.

호불호가 나뉘는 게임이다. 스타워즈 팬이냐 그렇지 않으냐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듯하다.

[▲ 이 장면 하나로도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