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 : 전소현 기획자 / 좌 : 장기은 기획자]

  • 주제: 시나리오 기획자는 대사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 강연자 : 전소현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장기은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시나리오 / 콘텐츠 기획자 및 마비노기 기획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
  • 난이도 : 기본적인 사전지식 필요


  • [강연 주제] 최근 2년간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 및 시나리오 콘텐츠 기획의 메인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규모 시나리오 콘텐츠 제작에서 기획자가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실제 개발 및 업무 진행, 업데이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과 그에 관한 대처법, 그리고 느낀 점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다뤄보려 합니다.



    라이브 게임에서 왜 시나리오를 만들까? 플레이어들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세계관과 추가되는 설정을 통해 지적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내러티브의 연속성으로 인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업데이트에 규모감을 더해주는 역할도 한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에게 ‘파고들만한 요소’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나리오가 유저에게 경험을 전달하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인게임 콘텐츠 플레이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신규 콘텐츠 전반을 자연스럽게 묶어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기에 ‘시나리오’는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사실 시나리오 작업이란 게 타 기획 장르에 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완벽한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특히 라이브 게임에서는 유저 성향과 콘텐츠와의 궁합을 십분 고려해야하기에 더욱 까다로워진다.

    ▲ 시나리오 작성을 위해선 정말 다양한 걸 먼저 고려해야한다

    기획을 할 때 보통 Why, How, What을 고려한다. 어떤 이유로, 어떻게, 무엇을 이루는지가 게임 시나리오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보통 많은 유저가 Why부터 기획이 시작할 거라 시작하지만, 의외로 보통 What부터 시작해 Why로 끝난다. 보상을 먼저 기획하고, 이를 자연스레 엮을 이유를 충당하는 형태다.

    마비노기는 아무래도 라이브 서비스 15주년을 맞이한 장수 게임인 만큼, 그간 쌓인 설정과 스토리가 어마어마하다. 또한,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 역시 상당히 큰 편이다. 새로운 NPC를 만나서 색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또다른 전투가 펼쳐지는 그 순간, 과연 시나리오 기획자는 무엇을 할까? 정말 대사만 쓸까?

    ▲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기획자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한다. 게임의 장르에 맞는 세계관을 구상하고, 메시지와 방향을 제시하며, 주인공과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를 만든다. 또한, 실제 대사를 쓰며, 던전, 스킬 아이템 등 콘텐츠의 설정을 짜기도 한다. 이 외에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야하는 등 정말 다망한 직책이다.

    물론 대사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들이 어떻게 스토리를 체험하게 할지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실제 플레이에 수반되는 요소들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기획하고 구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조합이 어울릴지, 어떤 요소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할지 머리 속에 들어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안을 짜고, 컨펌 이후 피드백을 받고, 내용을 상세화 시켜서 유관부서에 보내고, 구현을 하면 끝이다. 이게 기획의 처음부터 끝이지만, 이 과정이 다소 험난하다.

    ▲ 정말 이게 끝이긴 한데...

    “주인공 밀레시안은 던바튼 마을 입구 근처의 땅바닥에서 주워든 반쪽으로 갈라진 목걸이의 짝을 찾다가 납치 사건을 목격, 그 물건의 주인인 어떤 소년을 검은 로브의 무리와 마족들에게서 구출한다.”

    위의 두줄 남짓한 문장엔 생각보다 많은 기획적 요소가 숨어있다. ‘던바튼 마을 입구 근처’는 퀘스트의 배경이 될 것이고, ‘반쪽으로 갈라진 목걸이’는 컷인 이미지, ‘납치 사건을 목격’은 컷인 영상, ‘어떤 소년’은 NPC, ‘검은 로브의 무리와 마족들에게서 구출’은 전투 미션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실제 개발 외에도 기본적인 업무량 역시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NPC 하나를 배치하려 해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고 이에 수반되는 문서량이 만만치 않다. 끊임없이 다양한 유관부서와 보고, 공유, 요청을 해야하고, 각 부서에 필요한 문서 양식이 제각기 다른 것도 파악해야 한다.

    ▲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조율해야 한다

    내용이 확실히 컨펌이 나면, 시나리오 작업으로 돌아와서 내용을 표로 만든다. 이후 상세한 기획서를 쓰고, 대사 작업을 병행한다. 필요하다면 스킬 기획 역시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히스토리’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다. 마비노기처럼 라이브가 오래된 게임은 히스토리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을 경우, 후임자가 작업을 이어받기 굉장히 힘들어진다. 세세한 설정이 파편적으로 존재하기에 실제 데이터 확인이 필수인데, 마땅한 자료가 없다면 인수인계가 정말 어려워진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중요하다. 각 부서별로 사용하는 언어가 조금씩 다르기에 폭넓은 지식과 확실하고 명확한 의견 제시가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상급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것 역시 요구된다. 상급자가 제시한 ‘멋지게’라는 요구와 내가 생각한 ‘멋지게’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이 외에도 작업에 대한 이해도나 능숙함의 차이도 발생하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상당히 많다.

    이 때는 세련됨을 버리고, 최대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그림이 있다. 텍스트 위주의 설명을 버리고, 설령 그림을 잘 못 그리더라도 대략적인 느낌만이라도 전달하면 아트 담당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 이렇게 전달한 그림이

    ▲ 이렇게 재탄생했다

    시나리오 기획은 정말 ‘답이 없는’ 분야다. 심지어 ‘끝도 없다’. 기획자는 정말 여러가지를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많이 읽고, 보고, 듣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면서 어떤 전달방식이 효과적일지 분석해보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백업과 메모화를 습관화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언제 어디서든 짧게 노트에 적어두고, 어떤 아이디어인지 파일명 등으로 표시해놓으면 훗날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후임자를 위한 히스토리 작성 역시 틈틈이 해놓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