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네코의 대모험과 풍래의 시렌, 그리고 초코보의 이상한 던전과 최근 NDSL로 출시된 포켓몬스터 파랑 구조대까지. 콘솔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거나 이름을 들어봤을법한 독특한 게임들이다.

위에 언급한 게임들은 던전을 기반으로 한 턴제 RPG이며, 게임 내에 무작위적인 요소가 많고 던전에서 올린 레벨이 초기화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파랑 구조대의 경우는 연령대가 어려서 이런 제한이 많이 사라졌다.)

흔히 "이상한 던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분야의 게임들은 과거 많은 PC 게이머들을 나락으로 빠트렸던 "로그라이크(RogueLike)"에 기반한 게임성을 갖고 있으며, 한번 빠져들면 상당 기간동안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재미를 경험해 볼 수 있다.




* 로그 라이크란?



1980년에 등장한 던전 탐험 RPG "Rogue"에 영향을 받아 등장한 게임들을 칭하는 말로, 그래픽이 없이 &$#(@+-와 같은 아스키 코드나 알파벳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며 최초 캐릭터를 생성한 이후 아이템, 몬스터, 던전, 지형 등 모든 것이 무작위로 결정되고 저장/불러내기가 없어서 한번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게임성을 갖고 있다.

이 장르의 게임으로는 NetHack, ADOM, Dungeon Crawl 등이 잘 알려져 있으며, 로그라이크 게임들이 가진 독특한 게임성은 이후 디아블로의 무작위 던전과 아이템 옵션, 한국의 리니지와 같이 여러 RPG 게임들에 영향을 주었다.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 장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로그 라이크 게임들도 그래픽 타일을 사용한다. 스크린샷은 NetHack]



잘 만든 로그라이크 게임이 갖고 있는 재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콘솔 게임의 유통사로 알려진 유니아나와 일본 게임의 명가인 코나미에서 손을 잡고 이런 로그라이크 형태의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때 어떤 게임이 나올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7월 30일부터 오픈 베타를 진행중인 유니아나와 코나미의 한일 합작 게임, 카오틱 에덴은 과연 어떤 게임일까?


일단 던전 스토리라는 컨셉을 걸고 온라인으로 제작된 만큼, 로그 라이크류나 이상한 던전에서 볼 수 있었던 특징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특히 던전을 배경으로 모든 것이 턴제에 기반하여 돌아가는 전투 시스템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콘솔로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온라인으로 등장한 카오틱 에덴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로그라이크, 이상한 던전 같은 단어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카오틱 에덴을 처음 들어보는 게이머라도 실망하지는 말자. 카오틱 에덴은 키보드의 방향키와 서너개의 버튼만 알고 있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을만큼 단순하기 때문에 여성이나 온라인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게이머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카오틱 에덴으로 재탄생]



◈ 실시간같은 턴제? 독특한 전투 시스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카오틱 에덴의 주요 시스템은 바로 턴제! 카오틱 에덴은 턴(Turn)에 기반한 전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내가 한대 치면 적이 한대 치고, 이런 식으로 번갈아가면서 행동과 이동을 반복하여 전투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카오틱 에덴을 실제로 해보면 턴제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공격과 방어가 빨라서 실시간 액션이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로그라이크류나 이상한 던전 특유의 전투 시스템으로, 굉장히 스피디하고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턴제 게임이다. 턴제라는 말만 듣고 전투가 길거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오해는 하지 말자.

던전의 바닥에는 항상 바둑판처럼 격자로 희미하게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칸 하나가 이동의 기본이 되며,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으면 몬스터도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턴제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또한 턴제라는 게임의 시스템 상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모두 전투의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레벨이 되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판단을 내려야할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한 칸 앞에 적이 있으면 무기를 휘둘러 적이 다가오게 하는 것부터가 턴제 전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던전 RPG라는 타이틀처럼 전투는 오직 던전 내에서만 이루어진다. 마을에서는 이동과 퀘스트 수락 및 완료와 상점 이용 정도만 가능하며, 무기를 바꿔서 장착하는 것도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컨텐츠 역시 던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카오틱 에덴에서는 다양한 던전 형태는 물론 유저가 직접 던전을 만들어 플레이해볼 수 있는 독특한 컨텐츠까지 제공하고 있다.



[턴에 기반한 전투 시스템]



◈ 반복해도 안 지루하다! 카오틱 에덴의 던전!



-오피셜 던전 : 기본적인 플레이 공간 혹은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한 던전이다. 유저 던전을 만들기 위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곳이기도 하다.


-웨이던전 :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목에 있는 던전으로,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클리어해야 한다.
이동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난이도는 낮은 편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마을간 이동을 하려면 매번 다시 클리어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거나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클리어하지 않으면 다음 마을로 갈 수 없다]



-언록던전 : 한 존(zone)에서 다른 존으로의 영역을 넓히려면 반드시 마스터해야 하는 관문이다. 웨이던전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마을 간의 이동이 아닌 새로운 던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던전이다.


-유저던전 : 유저가 직접 만든 던전이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주는 보상, 세 가지중 하나를 선택]



아이템이나 몬스터의 숫자, 지형 등이 대부분 무작위로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던전을 들어가도 늘 다른 맵이 보이고, 몬스터의 구성이나 얻을 수 있는 아이템도 달라진다. 특히 게이머의 실력에 따라 던전의 난이도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던전이라도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탐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카오틱 에덴의 경우 온라인 게임이고 각 던전을 나눠 놓았기 때문에 던전마다 등장하는 몬스터가 정해져있으며, 그에 따라 드랍되는 재료나 소모 아이템은 일부 정해져 있다.



◈ 레벨이 두개? 듀얼 레벨 시스템




[베이스 레벨과 던전 레벨]




[던전에서 얻은 경험치는 베이스 레벨로 전환된다]



카오틱 에덴만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듀얼 레벨 시스템!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레벨이 베이스 레벨과 던전 레벨의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이 중 던전 레벨은 던전에 입장할 때 1부터 시작해서 던전을 나오면 초기화된다는 점에서 과거 로그 라이크나 이상한 던전의 게임성을 계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베이스 레벨은 던전 레벨과 달리 던전을 나오더라도 초기화되지 않고 꾸준히 상승해서, 상위 던전의 출입 제한이나 아이템과 장비의 착용 제한 등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던전 레벨은 던전을 오래 탐험할수록 좀 더 쉽게 던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온라인으로의 구현에 신경쓴 점으로 캐릭터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각종 던전을 탐험해 얻은 아이템으로 자신만의 던전을 꾸미거나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꾸미기 아이템을 획득하는 등 게임 내에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였다.



◈ 온라인으로 등장한 카오틱 에덴의 아쉬움



카오틱 에덴이 독특한 게임성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여러 면에서 아쉬운 점이 보인다.

최근 온라인 게임에서는 유저 편의를 위한 옵션 조절이 기본인데, 카오틱 에덴은 조작법은 단순하지만 이를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이 없어서 처음 온라인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의 경우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차후 유저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이런 옵션 부분은 좀 더 세밀하게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오틱 에덴이 추구하는 연령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인지 추세에 맞지 않는 단순한 효과음과 배경음악, 귀엽지만 단조로운 그래픽 등은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성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눈으로 사로잡지 못한다면 충분한 유저층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그래픽에 대해 아쉬워하는 게이머들이 상당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단순한 그래픽은 마이너스 요인]



던전을 컨셉으로 한 RPG이면서, 주요 컨텐츠인 던전의 갯수에 비해서는 몬스터의 종류나 사용하는 전략이 적다는 점도 아쉽다.

마을에서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실상 던전이 컨텐츠의 전부인데, 카오틱 에덴의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특징이나 종류, 전략 등이 다양하다고 보긴 힘들다.


이렇게 던전 플레이가 주가 되면 결국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특징과 함정을 파악해서 던전을 헤쳐나가는 플레이어의 머리 싸움이 주가 되는데 대부분의 몬스터는 단순히 칼질만 반복하거나 별다른 기술을 쓰지 않는 몬스터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레벨을 올리고 장비만 채워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너무 까다로운 기술을 사용하거나 던전을 공략하기가 필요 이상으로 힘들다면 온라인 게임으로서 문제가 되겠지만, 던전을 공략하는 재미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턴제에 기반하여 전략이 필요한 재미있는 전투가 구현되어야 반복되는 전투의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포위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마지막으로 로그 라이크나 이상한 던전 스타일의 게임은 턴제에 기반한 게임의 특징 상 파티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난이도와 밸런스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온라인 게임으로 등장할 경우 유저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부족해지는 문제를 시작부터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카오틱 에덴은 8월 26일 기준으로 파티플레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수정되었다. 이후 파티플레이와 관련해서 로그라이크의 취약점으로 인식되는 커뮤니티의 문제를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수많은 콘솔 게이머들을 사로잡은 이상한 던전의 게임성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구현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을만하지만, 콘솔 게임이 갖고 있던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앞으로 카오틱 에덴이 끊임없이 고민해야할 딜레마로 남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