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대표 IP 크로스파이어의 확장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Xbox 진영 독점으로 출시되는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 X'는 해외 게임쇼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두고 있죠.

'크로스파이어 X'가 슈팅 게임으로서 시리즈의 정통을 이어간다면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RTS로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품고 있는 게임입니다. 크로스파이어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기존 FPS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시도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개발 중인 '크로스파이어 X'와 달리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홈월드3 개발사로 유명한 캐나다의 RTS 전문 개발 스튜디오 블랙버드 인터렉티브의 주도하에 개발 중입니다. 아무래도 RTS는 국내 개발사들의 개발 사례가 드물기도 하고 스마일게이트가 도전하지 않았던 영역인 만큼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전문 인력에 맡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19일부터 2월 4일까지 테크니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RTS 게임으로서의 기본적인 구조만 확인할 수 있도록 캠페인과 커스텀 게임을 제외한 싱글 및 멀티 대전만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게임은 글로벌리스크와 블랙리스트 두 개의 집단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하게 됩니다. 테크니컬 테스트는 두 개의 집단뿐이지만 앞으로 하나의 집단이 더 추가될 예정이죠. 집단은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종족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집단마다 소속 사령관도 다르고 병력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글로벌리스크는 정규군의 느낌을 줍니다. 병사들의 무장도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이죠. 반대로 블랙리스트는 테러 집단과 비슷합니다. 제멋대로 무장한 병사들과 비행 부대는 사람이 제트팩만 덜렁 메고 있고 기갑 부대는 탱크가 아니라 트럭을 마개조한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특이하게 유닛이 고정된 여타 RTS와 달리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게임에 들어가기 전 유닛의 구성을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했습니다. 사령관은 물론이고 보병부터 기갑, 공중 유닛까지 전부 교체할 수 있죠. 다만, 테크니컬 테스트에서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틀만 잡혀 있고 교체할 수 있는 유닛이 없어 커스터마이징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유닛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할 예정이라 그런지 유닛의 가짓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력이 보병 유닛 2개, 지상 기갑 유닛 3개, 공중 유닛 2개밖에 없습니다. 사령관은 전투에서 직접 돌아다니는 영웅 캐릭터가 아니라 고유 스킬을 활용해 게임에 영향을 주는 역할이니 총 7개의 유닛으로 전략, 전술을 구사해야 합니다.

유닛의 가짓수가 많다고 해서 꼭 다양한 전략, 전술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을수록 변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인지라 이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추후 유닛 커스터마이징이 등장하고 다양한 유닛을 선택해 병력을 구상한다면 나만의 전략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집단을 선택한 뒤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가면 일반적인 RTS와 비슷한 흐름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지휘 본부에서 일꾼을 뽑아 자원을 채집하고 이를 모아 병력을 뽑아야 하죠. 유닛의 가짓수가 적다 보니 건설할 수 있는 건물도 적은 편인데요. 메인 건물과 인구수 증가를 위한 건물, 보병, 기갑, 공중 유닛 생산 건물과 연구 센터, 마지막으로 수비용 건물이 끝이었습니다.

건물마다 랭크업을 해주면 상위 유닛을 뽑을 수 있었고 이러한 랭크업은 지휘 본부의 랭크에 따라 차례로 해금되는 구조입니다. 건물의 개수도 적고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항목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자원만 넉넉하다면 빠르게 랭크를 올려서 빌드업을 할 수 있는 방식이었죠.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보병 구간을 빠르게 넘기고 기갑 부대를 운영하는 수준으로 쉽게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자원이 모이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고 유닛 생산 속도도 준수했습니다. 전체적인 속도를 올려 빠르게 교전을 하고 한 판에 걸리는 피로도를 낮추려고 만든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조로운 빌드와 빠른 교전이 어우러져 게임 한 판에 소모되는 심력 자체는 크지 않았고 RTS 초보자라고 해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나름 칭찬해줄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RTS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라면 단조롭게 느껴질 부분이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유닛과 건물의 수가 부족하고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닛 기술도 부족하므로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힘과 힘 대결로 이어졌습니다. 흐름을 보면 기갑 부대의 운용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니 전략, 전술의 깊이가 부족했고 매 판 비슷한 느낌으로 게임이 진행됐기 때문이죠. 아직은 테크니컬 테스트이니 어느 정도 고려한다고 해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전략, 전술에 깊이를 더해주기 위해 만든 것 같은 사령관도 실상 큰 효과를 보긴 어려웠습니다. 사령관마다 2종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스킬의 효과가 달랐는데요. 문제는 사령관이 기술을 쓸 수 있는 포인트는 무제한이 아니므로 교전 중에 적극 사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변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는 나름 높게 쳐줄 수 있을 테지만 너무 한정적으로밖에 쓸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지 않나 싶습니다.

유닛 간의 밸런스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글로벌리스크는 기갑 부대의 능력이 블랙리스트보다 월등히 뛰어났습니다. 특히, 3티어 기갑 유닛인 탱크의 경우 굉장히 튼튼한 방어력과 준수한 공격력을 갖췄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하기가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단점으로 느린 기동성을 들 수 있겠지만, 어차피 주로 장거리 포격 모드로 변환해서 고정 포대 느낌으로 사용하니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반면, 블랙리스트는 무장 자체는 글로벌리스크에 비해 부족하지만 빠른 기동력과 나름 강력한 보병 부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초반 보병 싸움에서는 사령관의 스킬과 어우러져 글로벌리스크보다 강력한 화력을 뽐낼 수 있었죠.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기갑 부대의 성능 싸움에서 조금 불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병도 글로벌리스크의 스팀팩 업그레이드가 끝나는 순간 화력에서 압도당할 수밖에 없더군요. 특수 유닛과 공중 유닛 간의 상성도 그렇고 아예 상대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전략의 차이로 극복하기엔 허들이 너무 높지 않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RTS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은 다 구성해뒀지만, 테크니컬 테스트이기 때문에 빠진 시스템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진 체험판이었습니다. RTS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전술의 깊이를 감상하기엔 아직은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신규 집단과 유닛을 추가하고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다면 새로운 전략, 전술을 통해 전략의 깊이가 채워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