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세계인들의 축제, 시즌2 월드 챔피언쉽 결승전을 하루 남겨두고 결승전 취재 기자들을 대상으로 라이엇 게임즈 본사가 오픈되었다. 다른 경로를 통해 라이엇 직원들을 위한 아리 PC방 등 라이엇 게임즈 내부에 대한 소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전체적인 공개는 드문 일이기에 리그오브레전드가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기자 역시 이 행사에 참여하서 라이엇 게임즈의 내부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드는 라이엇 게임즈는 어떤 곳일까. 많은 것을 공개하긴 어렵겠지만, 기자가 그 곳에서 본 것들을 조금이나마 리그오브레전드 인벤 유저들과 나눠보고자 한다.

Step.1 미국 최고의 휴양지에 위치한 IT 회사, 라이엇 게임즈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해 있다. 따사로운 햇볕, 높은 건물 하나 없어 탁 트인 전망.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로 평가되며, 그 안에서도 라이엇 게임즈가 위치한 산타모니카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은 IT 회사들이 찾는, 대한민국으로 비교하면 강남, 판교 같은 곳이다. 유명 검색 포털 야후도 이곳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고.

일분 일초가 전쟁이라고 평가되는 IT 기업에게 이런 늘어지는 곳이 인기가 있다니 처음엔 다소 신기했으나, 생각해보면 이러한 환경에서 개발되기 때문에 더욱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냥 돌아만 다녀도 '아, 휴양지'라는 느낌이 들었던 산타모니카



Step.2 생각보다 평범? 라이엇 게임즈 도착


그렇게 버스를 달려 도착한 라이엇 게임즈의 건물은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겨 기자들을 당황(?)시켰다. 하다못해 블리자드처럼 챔피언 동상이라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겉에서 보면 그야말로 '사무 빌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 일단 간판이긴 한데... 적어도 애쉬 동상은 있어야...orz



이러한 당황은 로비에서도 계속되었다. 로비 역시 여타의 게임사가 그렇듯 별다른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구에 있는 커다란 회사 로고, 한 쪽에 걸린 전광판에 북미 서버의 천상계 게임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은 조금 독특했지만, 그 외에 리그오브레전드가 받은 상패 등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은 역시나 평범했다. 기자는 무슨 기대를 했었던 것일까. 처음 라이엇 게임즈에 들어섰을 때의 소감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평범한 곳이네'였다.




▲ 출입증으로 발급받은 프레스증. 가렌과 다리우스, 목줄에는 드레이븐이!




▲ 각 챔피언의 스플래시 아트가 계속 돌아가던 전시물




▲ 한 켠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받은 각종 상패가 전시




▲ 다른 많은 해외 매체도 함께 참여, 역동적으로 카메라를 돌리던 카메라맨




▲ 현장에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오진호 대표 역시 만날 수 있었다



Step.3 이제부터 시작, 웰컴 투 우르프 메모리얼


하지만 이내 그 감정은 바뀌어야만 했다. 본격적인 행사를 위해 우리가 인도된 방의 이름이 '우르프 메모리얼'이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리그의 챔피언이지만 만우절 워윅의 습격에 아깝게 명을 달리한 고(古) 우르프를 기리기 위해 만든 이벤트 룸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너무 딱딱하지 않은 발표 회의 등을 진행하기도 하고,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며, 때로는 주말에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동료들과 보드 게임을 하거나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곳이라며, 예전에는 넉넉했는데 이젠 회사가 커져서 전 직원이 모이면 자리가 모자란 상황이란 이야기도 덧붙였다.


▲ 각국의 기자들이 이곳에 집결. 그야말로 인산인해



이후에는 라이엇 게임즈의 공동 창업자 브랜든 벡과 마크 메릴 CEO의 발표가 잠시 이루어졌다. 기자가 이 둘을 처음 본지도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일관성이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일견 황당하기도 하고, 여태까지 볼 수 없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그 목표에 다가가고 있이게 이제는 기대감을 더 갖게 하는 그것. 유저 친화적인 경영, 그리고 이스포츠의 스포츠화 였다.

오히려 올해에는 한 가지 추가되어 있었다. 자신들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적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으며 발전할 수 있는 곳까지는 발전하길 원한다는 말. 리그오브레전드가 동접 2만명을 목표로 개발자 스스로가 재밌어하는 것을 개발하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던 그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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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4 음향팀과 비주얼팀을 위한 장소, 녹턴 상영관


이후 안내된 곳은 소규모 극장이었다. 3~40명 정도 수용 가능해 보였던 그곳은 방음 시설이 있어 음향팀과 비주얼팀이 회의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때로는 직원들을 위한 영화 상영이 진행되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이곳 역시 범상한 이름은 아니었다. 이 깜깜한 상영관의 이름은 '녹턴'이었다.


▲ 이곳이 녹턴 상영관. 입구를 닫으면 '피해망상'처럼 어두운 것은 당연



Step.5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는 사내 PC방, 아리 PC방


다음 순서는 개발팀들이 주로 자리한 3층에 있는 아리 PC방이었다. 사실 아리 PC방은 예전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몇 번 공개된 적이 있었기에 존재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으나, 업무 시간에 자유롭게 게임을 하고 의견을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 무려 한글로 프린팅 되어 있던 아리 PC방




▲ 절대 업무 태만이 아니라고..



단순히 창의적인 생각을 위해 이용되는 목적 외에도 직원들에 의해 이른바 심해에 있는 다른 직원들이 그곳을 탈출 할 수 있도록 리그오브레전드 강습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교육 코스(?)는 다양하여 다른 날에는 더 높은 점수의 직원들이 그보다 더 높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교육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도 있고, 이를 시상하는 것은 물론, 최근 우승자를 상패로 걸어두기도 했다.


▲ 사내 토너먼트 우승자를 치하하는 상패. 허허..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아리 PC방 앞에는 자판기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파는 물품들이다. 미국 상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어 그냥 구경만 해보면 여기가 정말 한국 PC방 어디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 실제 판매품들, 정말 익숙한 한국 상품들이 보인다. 근데 김은 왜....




▲ 한 쪽에 자리한 명예의 전당. 친구 초대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한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Step.6 본격적인 개발자들의 공간


어느 정도 부대 시설 구경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개발자들이 위치한 곳을 잠시 구경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비주얼팀들이 일하는 곳이었는데,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었다.


▲ 10월 14일 현재 라이엇 게임즈 비주얼팀의 작업 환경.JPG





이런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다가올 할로윈을 맞이하여, 작업 열의와 창의적인 생각이 들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나, 한 편으로는 비주얼팀이 '선점'했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선 이런 사내 콘테스트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 비주얼팀에 위치한 마네킹. 캐릭터의 모션 연습용이라고 한다



비주얼팀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엔지니어링팀과 플레이어 운영팀이 위치한 곳. 이곳에서는 다소 평범한 개발자 사무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다운 넓은 건물 덕인지, 한 층에 서로 다른 부서들이 많이 맞닿아 있는데, 부서간 간단한 벽이 단 하나도 없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의 말을 빌리자면, 개발이란 이를 맡은 이들의 합작이며 그들이 쏟아낼 수 있는 것들의 총화이기에 각 부서간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이렇게 해두었다고 한다.


▲ 자유분방한 라이엇 게임즈. 취재에도 아랑곳않은 Free Style!





회의실도 잠시 볼 수 있었는데, 이 회의실 이름들이 모두 익숙한 챔피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실제로 찾아가기에는 다소 헷갈리는 구조라곤 하지만 이름이 재미있어 본인들도 꽤 마음에 든다고.


▲ 2시에 베인룸에서 보자고. 코르키룸 말고. - 이런 식?



보너스. 생각보다 평범? 라이엇 게임즈 도착




▲ 라이엇 게임즈 탕비실의 위엄. 무려 오븐! 사진 옆에는 냉장고도.




▲ 다름 아닌 화장실 입구. 헷갈릴 염려 없겠네요




▲ 투어를 마칠 때 우연히 만난, 챔피언 디자이너 이즈리얼
약 25개의 챔피언을 만들었으며 그중엔 이름에 맞게 이즈리얼, 아리, 티모 등이 있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게임이 있고, 같은 게임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게임인지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를 두고 브랜든 벡 CEO는 '어떤 게임은 놀이동산, 어떤 게임은 스포츠와 같다'고 표현했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스포츠를 꿈꾸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견해때문일 것이다.

물론, 진정한 스포츠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욱 많은 면에서 변화가 필요할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이러한 조건을 가장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는 게임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두고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만들기 위한 개발자들의 자세를 오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옛 말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를 좋아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던 것처럼, 라이엇 게임즈 직원들에게서는 기본이 탄탄한, 이미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험을 충분히 쌓은 정련된 사람들이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라이엇 게임즈의 첫 작품. 이후 이들이 만들어내고, 이룰 수많은 것들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리라. 그렇다면 앞으로 이들이 어떠한 것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라이엇 게임즈 브랜든 벡 CEO와의 대담 중에서 나온 말을 그 대답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브랜든 벡 CEO에게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십니까?

브랜든 벡 CEO :

글쎄, 우리는 성과를 얻고, 성공에 달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자 합니다.
미래를 예측해 단언하기 어렵겠지만, 수백 만 가지의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겠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