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월 22일), 와우인벤의 게시판에 한 유저의 하소연 글이 올라왔다.


사건의 개요를 대략 정리해보자면,


ㅁ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등록된 계정이 두개 있었는데,
ㅁ 그 중 한개의 계정을 쓰고 있던 동생이 핵을 사용하여 계정이 정지되었다.

ㅁ 다른 계정의 핵 사용으로 인해 블럭이 되었던 사실을 몰랐던 당사자는
ㅁ 자신이 사용하는 계정의 접속은 가능하므로 별다른 문제없이
ㅁ 20 일 이상 집과 PC 방에서 꾸준히 게임을 즐기다가

ㅁ 결제를 하기 위해 홈페이지 로그인과 관련하여 상담 신청을 넣게 되었고,
ㅁ 그제서야 사용하던 계정이 블럭되어 접속이 막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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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정책 및 약관상 핵을 사용하여 계정이 정지되었다면,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생성된 계정 역시 블럭된다는 것은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저들 역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정작 제보자가 억울해 하는 것은 계정이 블럭당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동생이 핵을 사용하여 공식 홈페이지의 계정이 정지된 시점은 10월 말이고,
제보자의 계정이 정지된 것은 약 20 여일이 지난 시점인 11월 20일이며,
제보자가 문의했던 11월 20일 전까지 해당 계정은 아무 문제없이 접속이 가능했다.


즉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압류되었던 계정과 같은 주민등록번호의 계정이,
약관상 당연히 블럭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20일이 넘는 기간동안
게임에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 여일의 시간이 지날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접속이 가능했던 계정이
문의를 하자마자 블럭당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제보자는
"내가 문의하지 않았다면 (계정 결제는 되지 않았더라도 PC 방 등을 통해서)
아마 계속 계정이 사용 가능했을 것"
이라며,


"핵을 이용한 계정이 블럭당한 것은 아무런 불만이 없지만,
블럭당한 계정이 접속이 가능하다는 말도 안되는 실수를
단지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블리자드 코리아의 잘못된 운영이 아닌가?"


"차라리 처음에 블럭당했다면 지난 한달동안 그 계정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계정은 블럭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사과는 하는 것이 정상이다." 라고 말했다.


법률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중, 실효의 원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실효의 원칙이란,
"권리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상대방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리라고 신뢰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상대방으로서는 기대불가능할 때
권리자의 이와 같은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원칙"을 말한다.


예컨대, 블리자드 코리아가 문제가 있는 계정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계정을 아무런 제한없이 접속이 가능하게 유지했고,
이용자가 계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계정을 압류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뜻
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온라인, 특히 게임상에서 제대로 된 적용 예도 없고
온라인 게임상의 데이터를 개인의 현물로 인정한다는 명확한 판결이 없기 때문에
실효의 원칙을 금번 사건에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를 뿐더러
20 여일이라는 기간은 계정이 압류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핵에 관련된 계정은 즉시 압류한다는 약관의 내용,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의 로그인이 이미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을 살펴보면,
해당 계정을 제대로 블럭하지 못한 블리자드 코리아측의 실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제보자 역시 계정이 압류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억울해 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생성된 계정이 핵의 이용으로 블럭당했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의 계정이 블럭당한 상태에서도 게임에는 접속이 된다면,
만약 제보자가 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계정을 이용했다면
과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계정이 블럭되었을까?
어쩌면 해당 계정은 끝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제보자는 "이렇게 계정을 사후처리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기간을 이용하여 현거래나 아이템 뿌리기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의 계정 압류를 유도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사실 계정에 대한 연좌제 적용 역시 논쟁의 소지는 있다.


대부분의 한국 온라인 게임들에서는 특정 계정이 사기, 핵 등으로 블럭된다 할지라도
같은 주민등록번호의 계정들에게는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과거 리니지의 경우 특정 주민번호로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수십건의 사기를 자행한 일이 있어,
게임사 측에서 결국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된 계정을 모두 압류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사기를 쳤던 계정들은 특정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행위였고,
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당했음에도 자신이 사용하던 계정을 압류당한 원 명의자가
경찰조사 및 운영자와의 상담 등을 거쳐 해당 계정의 압류를 풀었던 사례가 있기도 하다.


와우의 경우 최초 서비스 때부터 핵 사용시 동일 명의의 계정을 모두 압류하는 정책을 취해왔고
또 와우의 유저들 역시 핵 문제의 심각성 및 블리자드 코리아의 이러한 정책을 알고 있기에
와우 내에서는 아직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납득하고 있지만,


명의는 같더라도 각각의 계정이 요금을 따로 내고 있다는 측면도 있고
이런 정책을 취하지 않고 있는 한국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해 볼 때 논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예를 든 다른 게임에서 발생한 주민등록번호의 도용이라든가
해킹으로 인한 억울한 계정 압류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 핵을 막겠다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의지?! 런처 프로그램의 모습. ]



MMORPG는 단순히 게임을 잘 만들었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운영과 서비스는 엄연히 MMORPG의 1/3 에 해당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며,
실제 게임상에서 유저들이 느끼게 되는 서비스의 질은 반드시 게임의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잘만든 게임에 유저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몰려든 유저들을 성공적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친절한 서비스와 고객 위주의 운영이며,
서비스업에서 CS(고객 서비스 - Customer Service)는 일순위의 척도이다.


게임이 비록 거대한 용량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를 판다고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고객들을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엄연한 서비스 상품인 것이다.




[ 고객이 OK할것인지, 아니면 KO될 것인지... ]



추측컨대, 홈페이지 접속과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기능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어,
핵으로 인한 블럭 처리시에 두 부분 모두 접속 제한 처리를 했어야 함에도,
그 일을 처리하는 담당자의 실수로 홈페이지 접속 제한 부분만 체크되어
금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다수의 유저들은 블럭 자체는 당연하다고들 이야기하며,
제보자 역시 블럭 조치 그 자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제보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적어도 게임사측의 실수가 있었다면,
블럭은 블럭이더라도 실수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상담 과정에서 오간 대화에 대해 제보자는
"핵으로 인한 블럭 만을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매크로 답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핵 사용으로 블럭을 당해야 하는 사용자라고 해서
게임사측의 실수에 대한 사과를 받을 가치나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지난 10월 12일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며
유저들에게 정당한 게임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런 블리자드 코리아의 약속은 이미 상용화때부터 존재했으나,
사실 유저들의 반응은 아직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실수를 바로잡는 신속한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실수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는 사후 서비스도 글로벌 시대의 온라인
게임강국이라 불리는 국내 게임운영에 있어서 꼭 필요할 것이다.


WoW 라는 외산게임이 게임의 내용과 커스터마이징, 한글화에 있어 외국계 게임중
하나의 답안으로 극찬을 받고 있지만 국내 운영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같은 등급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노망, 로만손 X. 절대로 로망입니다.
Inven - RoMan(roma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