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파티창에 올라온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그것은 십자군 하드 막공인원을 모집하고 있는
어느 유명 공대장의 광고글이였습니다.




십자군 (하드) 골팟 1~3넴까지// 전직업 귓, 실력좋은 분들. 업적 확인합니다.




오리지날, 아니 불타는 성전때만 해도 공격대 던전들이 열린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불뱀제단과
하이잘 막공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이후 등장했던 검은 사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장 퀘스트가 사라지고 나서야 막공들이 활성화 되었지 지금처럼 오픈된지 얼마 안된 던전에서
막공으로 도전해 본다는 것은 불성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지금은 이런 하드코어한 던전들이 골팟 막공으로도 도전해볼 만한 곳이 되었고 서버 내 대중화로
만들기 위해 정규적 레이드를 마다하고 달라란 재야에 묻혀 오늘도 파티를 모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막공에 정공 유저 출신들이 늘어난 이유도 되겠지만 블리자드가 내놓은 컨텐츠를 최대한
더 많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선까지는 난이도를 낮춰 놓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헤비 유저든 라이트 유저든 한쪽으로 기울어진 불균형은 블리자드의 잘못된
게임 정책이다 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레이드가 된 것이죠.






▲ 문장만 모으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1단계, 그리고 정공팀만이 가능한 3단계. 그러나 룩은 같다.




정규 레이드의 인기가 예전에 비해 죽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유럽처럼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는 그런 환경적인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게임에 빠져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치 않은 것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군 입대도 그렇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을 시간 때문에 오랫동안 하던 와우를 그만 두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 중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정규 공대 해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활동중인
모 서버에서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유명 정규팀이 공대를 해체한 소식을 접하기도 했는데요.
해체 이유는 부족한 인원 문제와 공대장의 개인사정이 이유였습니다. 개인 사정이야 게임하는
유저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잘 나가는 정공팀에 인원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공을 기피하고 공대를 해체하는 현상은 특정 레이드팀에 국한된 일이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자신이 속한 공대도 그런 일을 겪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그럼 최상위 레이드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은 이런 정규 공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누구보다 레이드 경험이 풍부하고 오랫동안 공대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아즈샤라 서버의 Achiel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GZ공대장, Achiel님과의 인터뷰



요즘 정규공대 레이드가 예전에 비해서 좋지않은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 레이드가
템맞추고 공략하는 재미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와우 레이드하면 힘들게 킬했을 때 그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잖아요.



Achiel
십자군 25인 일반/하드와 울두25인 일반/하드 전부 다 돌아도 하루 3시간 일정으로 4~5일이면
끝나는군요. 낙스, 흑요석, 말리고스는 사실 그냥 거저 풀어준 던전이나 다름없었고 울두아르하드는
난이도면에서는 기존 레이드와 견주어봐도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보상면에서 차별을 두지
못한게 정공을 기피하는 현상을 만든게 아닌게 싶어요.



울두아르 하드템이래봐야 하드 네임드당 한개씩 더 주는데다가 그게 꼭 필요하다 싶은 템이 나오는 보장도 없고요.








뭔가 하드라면 보상도 특별해야되지 않느냐 이런 말씀이군요.



Achiel
음, 그렇다기보단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굳이 정공을 가야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이유랄까요.



막공 수준도 상당히 올라간 편이구요. 사실 템 먹는 것만 두고 본다면 골팟쪽이 훨씬 유리할 수
있어요. 골드벌러 가는 사람과 골드를 쓰러가는 사람이 확실하게 나눠지는 편이라...
울두아르의 경우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하드 보상면에서 사실 큰 차이가 나는 편도 아니였구요.





지난 번에 십자군 3.2패치가 되고 블리자드의 수석개발자 알렌브렉이 왔을 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십자군 난이도가 너무 쉽고 울두 드랍템보다 더 좋은 템이 드랍하는데 이러다가 울두아르 너무
빨리 외면당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요. 근데 답변으로 울두아르는 업적도 있고 탈것도 보상받으니
갈 이유가 충분하다라고 일관했어요.



Achiel
그게 사실 국내 상황보다는 북미나 유럽쪽 상황을 많이 고려한 선택이라고 봐요. 북미나 유럽은
막공이라 할만한게 사실 거의 전무하고 길드 단위의 레이드가 이뤄지는지라 최대한 라이트 유저까지
잡아보겠다 라는 생각이었을테고....



어떻게 보면 그런 업적이나 탈 것, 혹은 어려운 몹을 잡았다는 성취감, 이런것을 목적으로 레이드하는
인원은 한국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 편이기도 하구요.






GZ (그라운드 제로) 공대 상황은 어떤가요?



Achiel
음, 저희는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편이예요. 최근 들어 충원을 따로 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나름대로 기존부터 있었던 인원들이 대부분 레이드에 집중이 가능한 분들이라서요. 그리고
한동안 투기장때문에 바빴던 투게들도 새 시즌이 시작하면서 한가해지고 다시 공대로 유입된
상황이라 인원이 부족하거나 하진 않네요.









십자군 하드 난이도는 울두아르랑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Achiel
1넴같은 경우 울두 하드 초입부분과 비슷하다고 생각되고 2,3넴은 사실 너무 쉽고요.
4넴 역시 울두 하드중에 쉬운 보스수준 이였어요. 근데 아눕아락 하드는 많이 어려워요. 요그 0 수호자
경험 안해봤다면 거의 0수호자에 비견할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부분 정공팀들이 이전 확장팩이나 패치에 비해 굉장히 빠르게 마지막 최고 난이도 아눕아락
하드까지 진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나저나
드랍 아이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일반 25인템하고 하드템하고 옵션 종류나 룩이
같잖아요. 하드템은 적어도 겉모습으로 차별화될 줄 알았는데 너무 간단하게 구분한것이 아니냐는
말들을 합니다.











Achiel
사실 스탯면에선 무시못할 차이예요. 저게 한피스, 한피스로 보기보다 계속 해서 하드템이 쌓이면
그렇지 않은 유저와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니까요. 얼음왕관이 어떤 스타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십자군은 적어도 울두아르때처럼 막공 유저와 정공 유저의 템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은 없을 것 같아요.
하드 토큰의 경우도 25인 하드 아눕을 잡고 공물함에서 나오는 것이라 사실상 막공으로 획득하기는
당분간은 불가능해 보이고요.



1~4넴의 난이도를 조금 더 높혀줬으면 하는 바램도 사실 조금 있기는 하지만 정공 입장에서는
울두아르와 비교했을 때 많이 호전되었다고 봐요.





티어가 3단계 3종류인데다 룩도 같아서 3단계를 착용했을 때의 성취감도 부족하지않을까요?




Achiel
네, 사실 색상정도는 다르게 해줬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그래도 스탯면에서 꽤나 차이가 나고
상급 두글자에 성취감을 얻는거겠죠.






요즘 잘나가는 막공은 하드 3넴까지 잡는다고 하더군요. 상위 정공팀에 계신 입장에서 현재의
막공 수준과 정공 수준이 동일선상 (같은 하드를 도전하고 있는 것) 에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Achiel
사실 불만이라던가 그런건 없어요. 쉽게 말해서 정공에서 '덜' 답답한 사람들과 함께 어찌보면
더 적은 시간투자로 확실하게 보상받을 수 있고 딜러들이라면 마음껏 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고요.






특별히 레이드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라는게 있나요?



Achiel
라이트유저를 배려하는 것도 좋은데, 아쉬운 점은 십자군처럼 일반, 영웅을 나눌 의도였다면
영웅모드를 좀 확실하게 어렵게 만들었으면 해요. 물론 이제 블리자드도 슬슬 아이디어에 대한
압박이 심할꺼예요. 레이드가 어렵다는게 크게 보면 두가지중 하나거든요. 스펙 요구도가 매우
높다거나, 아니면 생각하고 움직여야하는 부분이 많다거나....



간단한 예로 현재 십자군 1넴의 경우는 전자에 속하는 편이고 4넴의 경우는 후자에 속하죠.
근데 전자의 경우에는 다른말로 스펙이 좋아질 수록 점점 더 쉬워진다는 뜻이고, 후자의 경우는
스펙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건데 생각하고 움직이는 레이드에 대한 아이디어가 사실
보스를 마구 뿌려낼만큼 많지 않을 꺼예요. 어지간한 패턴에는 유저들이 익숙해진 것도 있고요.



와우에서는 딱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 이전 확장팩) 때가 제일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특히 전 태양샘때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이었다면 십자군 하드가 지금보다
좀 더 어렵고 차차 너프해가는 방식이었으면 좋겠어요.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건 있어요. 인원 수급에 관한 문제인데요. 사실 저희는 인원수급에 운도
따라줬고 이리저리 인맥으로 엮인 부분도 많고요. 아즈샤라 호드라는 어찌보면 단일진영 인구수
최고의 서버에서 레이드중인지라 득을 보는 상황이 많기는 한데 서버 이전에 대한 제한을
전체적으로 풀어줬으면 해요. 그것만 된다해도 인원 수급에 있어서 지금보다 어려움이 훨씬 덜할 듯 해요.






그렇게 되면 한쪽 서버로 전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어려울 거예요.



Achiel
어찌보면 와우의 딜레마인 것도 같아요. 게임이 애시당초 PvP 혹은 RvR 과 PvE를 동시에
노렸는데 저 균형이 PvE쪽 혹은 소규모 PvP(투기장) 쪽으로 많이 집중되면서 균형이 흔들렸죠.



사실상 진영구분을 없애는게 게임을 위해서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해요. 지금 와우는
철저하게 레이드 중심적인 게임이라서 진영을 나눠놓은게 오히려 레이드를 위해서는 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느껴져요.





오리지날에서 지금까지 넘어오면서 포인트룰에 대한 변화도 많았어요. GZ공대의 포인트룰은 만족하시나요?



Achiel
포인트라는걸 사실 EQ(에버퀘스트) 때부터 쭉 사용해아서 큰 거부감은 없어요. 아이템의 가치를
매기는게 사실 참 어려운 일이죠. 공대장의 마음이라면야 포인트따위 없이 그냥 마스터콜
(리더가 알아서 템을 분배) 로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한국 정서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보여지네요.






▲ 와우인벤의 공대원 모집현황 모습, 정공 인원 부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공팀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릴께요.



Achiel
지금 당장 인원이 없다고 해서 급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자기 사람일 수 있는 사람들로
차근 차근 충원을 해나가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사람이 적은 서버의 진영이라면 정말 레이드를
제대로 할 마음이 있다면 서버를 옮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고요.



한명 한명 확실히 자기 뜻을 따라줄 수 있는 확실한 인원들로 채운다는 생각으로 간다면
나중엔 인원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꺼라고 봐요. 개인사정을 빌미로 동시다발적인
공탈은 하진 않을테니까요.






▲ 불가능에 가까웠던 쑨 킬, 월드컵 4강만큼 짜릿했던





구하기 매우 쉽고 여러모로 편리한 사먹는 김치, 그리고 거기에 입맛이 적응되버렸지만
가끔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정성껏 담가 만든 김치맛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 레이드가 딱 그런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모든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그런 컨텐츠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블리자드가 적당히 이 둘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균형을 잘 맞춰주는 컨텐츠를 도입해 하루 빨리 정규공대의 소속감을 높히고,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레이드를 참여하는 여러분의 마음 가짐이 더 중요하겠지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즐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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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현재 정규 레이드에 만족하십니까? 아래 댓글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갖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댓글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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