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재판 5일째.
재판장에 앉은 제이나는 칼렉고스와 자신들간에 결렬의 조짐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칼렉고스는 시간의 환영으로 인해 재판이 흥미 위주의 쇼로 격하되는 느낌을 불쾌해했습니다.
또한 그런 재판에 하루가 다르게 고취되어가며 죽음을 바라는 제이나를 견디기 힘겨워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며 타란주가 청중의 정숙을 요구함에 따라 둘의 대화는 끊겼습니다.
첫번째 증인은 알렉스트라자. 티란데는 알렉스트라자로 하여금 가로쉬가 동맹을 맺은 족속의 악독함에 대해 보여주고자

심문을 시작했습니다.

용아귀부족은 타락한 용의 영혼. 즉 악마의 영혼으로 알렉스트라자와 수많은 용들을 노예로 부렸습니다.
전쟁의 탑승물로 활용하기 위해 알렉스트라자를 강제로 임신시켜 알을 낳게 만들었습니다.
알렉스트라자는 거부했으나, 이에 용아귀부족은 배우자를 죽이거나.
얼굴에 알 중 하나를 가져다가 눈앞에서 박살내고 얼굴에 끼얹으며 그녀를 굴복시켰습니다.

참상을 들은 제이나는 분노로 아랫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제이나는 안두인을, 킨디를,

자신의 자식처럼 예뻐했고. 그 중 테라모어 사태로 킨디를 잃었을때 심대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바,
그런 크나큰 애정이라도 실제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감에는 비할 바가 아닐 터였음에 몸서리쳤습니다.

티란데는 가로쉬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동맹을 맺고,
그 부족이 탈것을 얻는 수단을 인정한 가로쉬의 죄질에 대해 추궁했습니다.
노예화. 고문. 강제 임신. 아동 유괴. 죄수 살해.

단지 동맹의 죄목만으로도 이정도임을 시사하며

심문을 마친 티란데.
바인은 생명의 어머니에 대해 괴로운 사건을 반추하게 한것에 대해 사죄하며, 짧게 질문했습니다.
그런 고통을 받게 한 용아귀 부족 오크들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냐고.

알렉스트라자는 답했습니다. 자신은 모든 생명을 경외하고 사랑한다고.
정말로 악한 존재란 없으며, 변화는 삶의 타고난 속성이고. 생명은 성장할 수 있으며.
존재가 완전히 어둠을 선택하여 생명 그 자체가 부정되었을때만이 희망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바인은 마지막으로 물어보았습니다.
당시의 그 극악무도한 오크중 하나가 오늘날 증인에게 와서 용서를 구한다면 어찌할 것이냐고.
알렉스트라자는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말했습니다.
'나는 당연히 용서할 것입니다'

[생명의 어머니 알렉스트라자]

 

 

 

 

23장.

 

타란주의 징을 끝으로 5일째 재판이 저물었습니다.안두인은 다시 가로쉬를 만나러 갔습니다.
금일재판에서 보인 용아귀 부족에 대한 묘사에 큰 충격을 받은 안두인은, 도대체 왜 가로쉬에게
그런 동맹을 맺었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가로쉬는 그 모든것을 신파극으로 치부하며 비웃었고.

모두 호드의 참된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안두인은 '아 그렇군요. 알을 깨부수면서 얻은 영광이 참 많네요'라 비꼬았고.
가로쉬는 용이라는 강대한 적을 굴복시키는 데 영광이 있다고 외쳤습니다.


안두인은 분노가 모두 소모되고, 이윽고 슬픔이 몰려듬을 느꼈습니다.
가로쉬의 오로지 폭력뿐인 비전없는 태도는 그저 참담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적을 모두 섬멸하고나서는 뭘 하려는건지. 호드 내부로 싸움을 돌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아, 이미 그렇게 했던가. 등을 속으로 되뇌이던 안두인은 곧 지쳐서 물러났습니다.


가로쉬를 정말 이해하고싶은 안두인이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교집합 없는 인식의 단차 뿐이었습니다.

 


막간극.
베리사는 드디어 완벽한 독의 반입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메뉴 중 하나가 녹색 카레였는데,
카레가 나올때는 다른 반찬없이 밥과 카레, 그리고 해과일만이 주어졌습니다.

 

해과일은 기존의 통상적인 식재료처럼 여기저기 섞여서 퍼지는 일 없이, 개개인에게 하나씩만 배당됐으므로.

이중 가로쉬에게 들어가는 해과일을 독이 든 것으로 바꿔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두 자매는 일의 커다란 진척에, 그리고 비참히 죽어갈 가로쉬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실바나스는 이것이 단순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바나스는 베리사에게 얼라이언스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자신은 베리사가 소중하며, 호드에서 함께 통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베리사를 만나기 전까진 자신이 외로운지도 꺠닫지 못하고 있었다고.

오늘처럼 둘이 힘을 합쳐나가길 바랬습니다.

 

 

[실바나스는 베리사와의 교류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

 

 

 

24장.

 

6일째 재판.
티란데는 첫번째 증인을 소환했습니다. 전직 코르크론 오크 병사. 가코르그.
그는 스랄의 직속 대원이었다가, 가로쉬로 대족장이 바뀐 이후 탈영하여 숨어있던 자였습니다.

 

티란데는 시간의 환영을 보였습니다.

환영에서 가코르그는 마그나타우르의 아이들에게 고기를 주며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로쉬가 잿빛골짜기에서 마그나타우르를 전쟁병기로 활용하려는 방편이었습니다.
가로쉬는 마그나타우르의 성체에게 '싸우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죽일것이고. 싸운다면 아이들을 풀어줄 것이다' 고 약속하고 마그나타우르 아이들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티란데는 가코르그가 가로쉬 휘하에서 떠난 사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전쟁에서 모든 마그나타우르 성체들이 싸우다 죽은 후.
가로쉬는 약속대로 마그나타우르 아이들을 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고향인 노스렌드가 아니라. 아즈샤라 해변에.


가코르그는 더 이상 별다른 발언을 않았으나, 그것이 뜻하는 바는 빤한 일이었습니다.

가로쉬의 악행이 또 한가지 알려진 것에, 바인은 평소 하던대로 자기 차례에 변호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때 문득 재판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티란데에게 한 파수병이 다가가 뭔가를 속닥였고. 티란데는 타란주에게 뭔가를 한참 이야기하다가. 공식적으로 '재판의 훼손'을 공표했습니다.


변호인인 바인 자체가 잘못되었기에 재판이 훼손됐다는 것이 티란데 공표의 골자였습니다.

바인은 난색을 표하면서 무슨 생떼를 부리냐며 받아치며 여러차례 논쟁이 오갔고.
이에 티란데는 '나름의 호의로 충분히 물러날 기회를 주었다.'고 말하곤 새로운 증인을 데려왔습니다.

그는 타우렌 먼길잡이. 페리스 스톰후프였습니다.

 

[마그나타우르. 아나힐리언(만노로스 등) 종족과 유사한 거대한 덩치의 반인반수였기 때문인지,
가로쉬에게 전쟁병기로 주목받았다.]

 

 

 

25장.

 

먼길잡이. 그 직책은 서신을 전달하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운반지기로,
평시엔 부족장의 그림자로서 활약하는 밀정의 단체였습니다.


그 중 페리스는 케른과 바인 2대에 걸쳐 장을 섬긴 먼길잡이였습니다.

티란데는 페리스를 통한 시간의 환영을 보였습니다.


바인과 조른 스카이시어. 하뮬 룬토템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배신자 마가타의 흉계로 인해
썬더블러프와 블러드후프 마을이 장악된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장악도는 수습할 수 없는 악화일로였고, 가로쉬에게 청한 도움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영상 속 바인은 말했습니다.
'나는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 친구보다는 명예로운 적을 택하겠습니다.
우리는 스랄이 신뢰하던 여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바로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여군주에게'

 

영상의 발언에 법정은 혼란이 극에 치달아 웅성거림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제이나는 티란데에게 너무나 기막힌 나머지 현실감각을 잃을 지경이었고. 바리안 왕 또한 어처구니없어하며 '어째서 이런 큰 일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고 제이나를 추궁했습니다.

 

도저히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타란주는 10분의 휴정을 선포했습니다.


바리안은 선리버가 일으켰던 것과 다를바 없는 국가규모의 내통사태에 혼란에 빠져,
당장이라도 제이나를 베어넘기고픈 충동을 억제하고자, 팔짱을 꾹 끼고서 제이나에게 상세한 보고를 원했습니다. 휴정은 날뛰는 자를 치우는데에만 예정의 몇배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티란데는 두번째 환영을 보였습니다.

 

[바인과 제이나는 우호적인 교류를 맺었었다]

 

 

 

 

26장.

 

환영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제이나의 응접실을 비추었습니다.
그곳엔 금발의 온화한 대마법사가 있었습니다. 테라모어 사태를 겪기 이전의 여리고 부드러운 모습의 제이나였습니다. 환영의 제이나는 페리스에게서 바인의 증거로서, 안두인에게 받았던 공포파괴자를 내보였습니다.

 

공포파괴자. 호드는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볼 엄두조차 낼수 없는 정교한 고대 드워프의 무기는

증거로서 훌륭했고. 그 증거를 기반으로 페리스는 바인의 경고를 전했습니다.


테라모어 북부의 감시초소가 어둠의 주술을 이용한 호드에게 점령당했음을.
그리고 그들은 이런 소규모 요새에 만족치 않고 훨씬 거대한 것을 노리고 있음을.

 

그것은 가로쉬의 목표는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며,
그 시작이 테라모어가 될 것임을 뜻하는 전시정보를 넌시지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태가 번진다면, 바인은 더이상 공포파괴자라는 무기를 가질 자격이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무기를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길 바랐습니다.

 

제이나가 바인의 신의에 감사하는 모습을 끝으로. 환영이 사라졌습니다.


위 정황상 배신자에 내통자인 바인은 더이상 변호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티란데가 외치는 순간-
어인일인지 그동안 침묵하던 가로쉬가 입을 열었고, 그는 바인의 변호를 지속해 줄것을 요청했습니다.

배신에 격분하리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태도의 가로쉬에게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결국 변호인의 혐의에도 불구하고, 변호받는 당사자의 긍정으로 인해 재판은 계속 지속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으며. 워낙 변수가 많은 하루였던 관계로 타란 주는 금일 재판의 일정을 조기에 마쳤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안두인과 제이나는 바리안에게 낱낱히 보고를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안두인에게 공포파괴자를 선물받았었던 바인 블러드후프]

 

 

 

27장.

보랏빛 마루는 그간의 정황을 전해들은 바리안의 노호로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안두인과 제이나 둘다 감옥에 처넣어버리고 싶을 따름이라고 분을 삭혔고.

 

제이나는 바인에게 대준 자금은 공금이 아닌 자신의 사유재산이었을 뿐이며,
당시의 바리안은 로고쉬에 가까운 상태로. 너무나 흉포한 존재였기에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고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또한 안두인은 우연히 귀환석을 사용하면서 같이 얽혔을 뿐이라고 두둔했습니다.

 

바리안은 거듭 제이나에게 그대는 얼라이언스의 일원이라고 쏘아붙였고.
제이나는 제이나대로 '소속 없이 독립되었던 키린 토의 전대 지도자들을 따르는 수가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골만 깊어진 채로 헤어진 린 부자와 제이나.


바리안은 안두인에게 대체 왜 공포파괴자를 타우렌에게 건넨건지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에 안두인은 바인은 빛에 부끄러움 없는 의로운 자이며, 그렇기에 자신의 편을 선택했고.
전장서 공포파괴자를 써야 하는 상황을 정말 원치 않았기에 그것을 돌려주었을 것이라 말했으나
바리안은 피로함에 지쳐 재판을 비롯한 모든 상황에 넌덜머리를 냈습니다.

 

그런 바리안에게 전갈이 왔습니다. 재판에 가로쉬를 위한 증인으로 소환을 요청하는 두루마리였습니다.
큼직한 문서에는 타우렌의 발굽이 찍혀있었습니다.

 

 

막간극.
저녁을 먹은 안두인은 아버지나 제이나의 곁이 불편해진 상황에,
해변으로 내려가 바다와 항구를 바라보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그런 안두인에게 작은 가죽가방을 들고 있는 존재가 날아왔습니다. 래시온이었습니다.
자신의 행동패턴을 모조리 꿰고 있는 래시온에게 안두인은 실소했습니다.


래시온은 감옥에 갇혀있을 것을 대비해 탈옥시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가로쉬에 대해서 한풀 꺾인 안두인의 태도에, 래시온은
'네가 가로쉬의 교화를 포기하다니 슬프군. 하지만 한편으론 자네가 언젠가 그 순진함 때문에 파멸하리라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던 만큼 안심이 되기도 한다'고 농담반 진담반의 위로를 건냈습니다.

 

그래도 안두인이 좀체 기운을 내지 못하자,
자신이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안두인을 등에 태우고 아주 매혹적인 장소로 갈 것이며.
그곳에서 바리안을 하룻밤 새에 10년은 늙어버리게 만들만한 모험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안두인은 '너가 그런 소릴 할때마다 내가 얼마나 근사한 기분에 빠지는지, 짐작도 못할거야'
라고 대답하고 둘은 지후이 게임을 했습니다. /브로크백안두인 한편 찍을 기세구만 이녀석들.

 


[안개여관 2층에서 두 왕자가 자주 즐겼던, 상호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목적인 지후이 게임.]

 

 

 

28장.

 

7일째 재판.
첫 증인은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였습니다. 티란데는 바인과 내통 후 당시의 정황을 물었습니다.


제이나는 시민들을 피난시키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달라란과 스톰윈드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바리안은 7군단 함대와 다수의 장군들로 구성된 최정예를 지원했고.
달라란은 로닌과 베리사를 필두로 다수의 명망있는 인재들을 파견했습니다.

 

호드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집중의 눈동자가 도난당한 것에 도움을 요청하려던 칼렉고스가 휘말렸습니다.
반나절 가량의 전투 끝에 연합군과 테라모어의 강력한 방어로 인해 호드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 와중에 배신자 탈렌 송위버를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베리사와 샨드리스는 탈렌을 추격하기 위해 테라모어를 벗어났으며,
전투가 끝나고 치료받던 칼렉고스는 집중의 눈동자가 근처에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집중의 눈동자. 마력의 탑에서 세계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으는데 활용되었으며,
말리고스 사후 최강의 오색용 크로마투스를 활성화시켰고, 용의 영혼에 위상의 힘을 집적시킨.
마력을 집중시키는 것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푸른용군단의 기물.

 

티란데는 당시 상황을 환영으로 띄웠습니다.
멀리 하늘에서 고블린 갈레선이 한척이 거대한 마나폭탄에 집중의 눈동자로 힘을 부어넣고,
테라모어 전역에 마법 감쇠장을 펼쳐 탈출이 불가능하게 막아놓고 있었습니다.

 

이에 로닌은 제이나에게 마법 감쇠장을 자신이 무효화시킬태니, 피하라고 거짓을 고한 후.
억지로 제이나를 포탈로 집어넣은 뒤, 자신은 마나폭탄을 유도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며 함께 폭사해버렸습니다.

 

다시 테라모어로 돌아온 제이나는 그 참사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하늘은 기묘하고 비정상적인 색채로 찢겨있고. 끝없는 시체와 성벽, 의자등 사물들이 공중에 떠서
피와 파편을 공중으로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이나가 아껴온 킨디 또한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제이나가 건드리자 보랏빛 가루가 되어 휘날렸습니다. 제이나는 찢어질듯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환영이 끝나고, 티란데는 어디 한번 이것을 변호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는 양 승리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인에게 심문차례를 넘겼습니다.

 

 

[가로쉬 악행을 반증하는 테라모어의 수많은 묘비들.]

 

 

 

29장.

 

바인은 지금 본 광경에 너무 놀라서 굳어버렸습니다.
가로쉬에게 긍정적인 발언은 물론이고 제이나의 이면을 추궁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이나는 휴정을 원하지 않았기에. 바인은 그저 솔직한 자신의 마음에 접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제이나가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지 헤아리고 싶어했습니다

당시 제이나는 너무나 분노해서 모든 오크를, 모든 고블린과 트롤을, 포세이큰과 블러드엘프를, 타우렌을,
그리고 당신 바인도 포함해 모두 죽이고 싶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외교적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달라란은 발을 뒤로 뺐고.
스톰윈드, 즉 바리안은 일단 진정하고 성급히 굴지 말라는 온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제이나는 단독으로 집중의 눈동자를 사용해 다수의 물정령으로 거대 해일-조수의 흐름을 만들어 굴렸습니다.

불모의 땅 남부에서 발생시킨 해일은 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점점 자체적으로 스노우볼링되어,
오그리마에 다다를때쯤엔 오그리마같은 일개 협곡도시따위를 아득히 넘어서서 듀로타 지역 째로 모든걸 박살낼 초자연재해급 파괴의 수류로 불어났습니다. 방해하는 고엘마저 불살라버리고, 그녀를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졌을때, 칼렉고스가 나타나 그녀를 만류했습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가로쉬와 똑같은 자가 될 뿐이라고. 또 다른 아서스가 될 셈이냐고. 이 말에 담긴 뜻에, 자신의 행동이 뜻하는 바에, 스트라솔름 앞에서 아서스를 만류했던 자신이 겹쳐보인 제이나는 수류를 거두었습니다. 제이나는 극심히 혐오하는 그 오크종자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바인은 이 부분을 거듭 심문했습니다.
그것은 증인이 잠시간이지만, 가로쉬의 심정이 되어봤던것이라고,
가로쉬가 어째서 그런 민간과 지역 전역을 소멸시키는 악독에 당위를 느낀 것인지.
그 사상과 감정을 몸소 체험한 것이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제이나는 부정하지 못했습니다.

 

[제이나는 한때 단독으로 한 도시와 모든 민간인을 파멸시키려 하였다]

 

 

막간극.
베리사와 실바나스는 평소 만나던 윈드러너가의 영지에서 남부, 언데드 포세이큰의 권역지에서
말을 타고 숲을 거닐었습니다. 베리사는 로닌의 결사를 환영으로 보고는 심히 풀죽어 그를 그리워 하고 있었습니다.

실바나스는 조제가 완료된 독을 베리사에게 건냈습니다.


먹고나서 전혀 반응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먹은자의 호흡만을 빼앗는 맹독이었습니다.
암살문제는 이제 사실상 해결됐기에, 둘은 가로쉬 사후 자신들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실바나스도, 베리사도, 서로 폭력과 공포 끝에 사심없이 믿을 이를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실바나스는 결정적인 속내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베리사가 자신에게 합류한다면, 그녀를 밴시 여왕으로 만들 셈이었습니다.
물론 실바나스는 베리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기에, 어떤 고통도 없이 편안히 잠들었다 깨어나면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죽은 자의 여왕으로 만들어줄 속셈이었습니다.

 

베리사는 베리사 나름대로 죽음에서 아름다운 기치를 발견하고 있었지만,
가로쉬를 죽인다는 목적을 완수하자 그제서야 자신의 남은 삶. 특히나 두 아들들에 대한 것을 비로서 떠올렸습니다.

 

 

 

30장.

 

8일째 재판이 밝았습니다.

바인은 바리안 왕을 증인으로 소환하고, 그의 과거를 환영으로 보였습니다.


바리안은 포악하고 파괴적인 폭군이었습니다. 권위로든, 무력으로든,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바리안은 다른 종족을 협박하거나 관용없는 자세를 보이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에게마저. 덕분에 안두인은 항상 바리안을 두려워했으며, 바리안에게 맞은 이후론 대화마저 한마디없이 단절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포악성은 대격변의 전조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마그니가 다이아가 되어버리는 사태로 혼란상태에 빠진 아이언포지. 그곳에 급작스레 모이라가 검은무쇠 부족을 위시하며 몰려들어와 정당성을 내세웠고. 이 정치싸움엔 아이언포지로 사신 겸 교육차 파견을 온 안두인 왕자가 휘말려들게 됩니다.

 

모이라 사태에 바리안은 자신이 얼마나 아들을 절절하게 잃고 싶지 않은지 깨닫게되고.
부지불식간에 소수의 정예병을 대동하여 아이언포지를 돌파하고 모이라를 참수하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안두인의 중재로 보류되고, 이후 모이라는 모든 정치알력의 한계를 무릎쓰고 얼라이언스에 헌신함으로서 바리안에게 포용과 온건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습니다.

 

바리안은 아들에게서 공포에 의한 압제가 아닌, 믿음에 의한 신의를 보았고.
이후 천신의 가르침과 스스로에 대한 고뇌로 하여금 왕으로서, 통치자로서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바인은 이런 모습을 증인이 백성을 위해 성장하고자 한 모습이라 했고.
가로쉬 또한 이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보냐고 물었습니다.

질문에 바리안은 뭔가 사견을 달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바인은 '예 아니오' 단답으로만 대답을 원했고.
바리안은 질문에 신통치않게 긍정했습니다. 이에 티란데가 물었습니다.


증인이 주요도시 하나의 전체 인구를 절멸시킬 대량학살 계획을 짜기라도 했으며, 권력을 갈구하냐고.

바리안의 대답은 둘 다 '아니오'였습니다.
특히나 아버지의 암살. 본인의 망명과 납치당함과 생환 등 혹독한 권좌의 삶을 이어온 바리안은
권력에 특히 비관적인 태도였습니다. 권력과 책임의 무게가 버거움을 강조했습니다.

 

이로서 양측의 모든 증인은 소모되고, 재판이 끝났습니다.
마지막날에, 판결만을 남기고 많은 이들의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안두인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기 이전의 바리안은 가로쉬와 흡사한 독단적인 행보를 보였다.]

 

 

 

31장.

 

9일. 마지막 재판의 날이 밝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심문자들의 발언이 한번씩 오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가로쉬의 판결이 내려질 터였습니다.

 

티란데는 손바닥만한 돌을 아홉개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변호자 바인은 우리의 변화의 여부를 물었고, 물론 우리는 변할 수 있다고 자신 또한 생각하나,
만물은 좋은 쪽으로만 변하지 않으며, 나무는 분명 자랄지언정 악의 또한 마찬가지라고.

 

그 돌들은 각종 지역에서 채취해온, 가로쉬의 참상 속에 고통받아온 세계의 증거였습니다.
오그리마 경기장, 돌발톱 산맥, 잿빛 골짜기와 아즈샤라, 테라모어, 영원꽃 골짜기...


무엇 하나 할것없이 가로쉬 휘하에서 참살과 암살과 착취가 가득 세겨진 지역의 돌들이었습니다.

호드 중 한 분파에 불과한 가로쉬의 오키쉬호드가 전 세계에 남긴 무자비한 상처들.


티란데는 돌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와 포학에 진심으로 분노해 목놓아 부르짖었습니다.
이러한 자가 다시 기회를 얻는다면 그 기회를 이용해서 대체 무엇을 하겠냐고.
더 큰 힘을 모아 더 많은 이들을 살육하는 것 외엔 없을 것이라고. 가로쉬를 끝낼 것을 바랐습니다.

 

[각 지역을 반추하며 그간의 모든 죗값을 한번에 물은 전략적인 티란데]

 

 

 

32장.

 

바인이 일어났습니다. 바인은 그간 가로쉬를 향한 열정적인 변호와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누구나 그랬듯이, 자신 역시 가로쉬라는 인물의 변호를 맡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그렇기에 티란데가 너무나 부러웠다고. 각각의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들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만족스러웠을지. 자신 또한 그것을 깊이 공감하고 바랐다고.

 

그렇기에 자신은 결국 스스로 변호를 맡을지 여부를 끝까지 결정짓지 못했으며, 결국 주술로 아버지의 영혼을 만났었음을 거듭 털어놓았습니다. 케른은 번민하는 아들에게 정답을 알려주었습니다. 아무리 증오스럽고 고통스럽다 한들,
삶은 계속되기에, 단지 그것에 빠져있기만 해선 당한 것과 똑같은 악의의 연쇄를 낳을 뿐이라는 것을.

 

또한 사건의 변호 자료를 찾으며 바인은 깨달았습니다. 가로쉬를 변호할 방도는 없다는 것을.
유일한 변호 방법은 사건 그 너머에 보다 중요한 것을 바라보는 것임을.


그렇게 말하며 바인은 티란데가 가져온 돌을 움켜쥐고, '이런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손아귀 힘으로 부숴버렸습니다.

그 행동에, 해당 지역의 수많은 청중과 당사자들이 일순 모욕을 느꼈습니다.

 

바인은 그런 반응에 흔들리는 기색 없이 손을 피고 부스러기들을 흩날리며 말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이렇게 된다고. 우리는, 세계는, 종족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먼지가 된다고.

 

그렇기에 죽는다는 사실을 중요하지 않으며.

정말 중요한 건 우리가 한 때 살아있었다는 것.
그리고 만물은 살아있을 때만 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곳에 모두는 가로쉬와 같이 악한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깨달아야하며,
자신의 죄를 돌아보고 죗값을 치루는 반성과 성장의 삶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음을. 거듭 제창하며

'참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바란다. 는 발언을 마지막으로 변호를 끝맺었습니다.

 


[바인의 마지막 변호 연출은 와우 오프닝의 품격있는 오마주를 보였다]

 

막간극.
제이나는 바인의 이야기에 다소 심금이 울렸습니다. 특히나 바인의 말대로 지금 자신은 독기에 물들어
칼렉고스와 관계가 파탄날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고뇌하던 제이나에게 한장의 호드 서신이 왔습니다. 볼진의 편지였습니다.

그는 달라란에서 벌어진 일을 아는데 시간이 걸렸으며, 피해자인 제이나를 이해하고, 그것이 호드에까지 번진다한들 제이나를 비난하거나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화해의 청구서였습니다.

 

그것을 본 제이나는 비로서 꺠달았습니다. 여러 앙금이 남아있을지언정 악감정을 떨쳐내는 것이야말로 칼렉고스가 말한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가로쉬는 이미 많은 걸 앗아갔지만, 제이나라는 자신의 영혼마저 물들이고 앗아가진 못할 것임을.

 

제이나는 볼진의 서한에게 자신을 이해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후.
떠나려는 칼렉을 붙잡았습니다. 칼렉고스는 결정적으로 변한 제이나의 미소에 한껏 포옹하며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 편은 유독 스샷자료 확보가 정말 처절하게 어려웠습니다. 구글 너 이 나약한 자식 흑흑...

 

거듭 거듭 말씀드리건데 이 글은 원전의 코딱지 분량의 줄거리 리뷰에 불과하며, 책은 제우미디어가 정식 출판을 한 상태입니다. 진짜 전쟁범죄의 재미와 감동을그리고 먹방과 드립을 보고 싶으시다면 꼭 책구입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요즘 뭐 손바닥만한 소설도 만원하는 창렬한 시대에 양장본 스케일이 14,800이면 진짜 염하게 잘 뽑혔다고 생각함다.

 

이제 마지막 한편 남았습니다.

마지막 편은 다소 축약을 심하게 할 생각이며 사견 위주로 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