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로 한 분이 탱킹 사이클에 대해서 문의를 주셔서 답변을 해드리다가 내용이 길어져서 아예 글로 적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글을 또 써봅니다.
일단 이 글은 단수를 올려 고난이도의 쐐기 컨텐츠에 도전하시려는 분들을 대상으로 작성합니다.


1. 탱킹 사이클

 저번 글에서도 언급을 했던 내용이긴 한데, 던전마다 아플 때 쐐기를 돌리는 직관적인 방법으로 탱킹을 해도 무난하지만간혹 아파도 일단 쐐기를 아껴야 할 타이밍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런 미세한 건 매일 다른 힐러, 다른 딜러와 함께 하면 합을 맞추기도, 감을 잡기도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저의 경우 거의 길드팟에서 정해진 분과 함께하기 때문에 서로 손발을 맞춰왔고, 스턴연계도 보이스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탱커를 운용하기에 더 용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고단을 노리시는 분들은 어차피 거의 보이스를 하시겠지만 결국 매일 다른 사람들과 할 수 밖에 없다면 몹의 패턴을 하나 하나 숙지하고, 감을 익히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몹은 크게 3가지 부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사형 몹은 대부분 1어글자, 즉 탱커에 대해 사용하는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얘네들은 말그대로 탱커를 아프게 하려고 존재하는 애들입니다. 평타 데미지도 위협적이지만 일정한 주기로 쓰는 강력한 스킬을 쐐기로 막아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체감상 쐐기가 그 성능 그대로의 뎀감만 주는 것이 아니라, 방어기재를 올려야만 보너스 방어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데미지가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스킬은 대부분 차단 불가능한 물리 스킬입니다. 용맹의 전당에 숱하게 있는 용사들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캐스터형 몹은 파티원을 괴롭히려고 존재하는 애들입니다. 어그로가 아예 잡히지 않거나, 잡혀도 주기적으로 파티원을 향해 스킬을 사용합니다. 이런 애들은 차단을 잘 해주거나 스턴으로 저지를 해야하므로, 파티 단위의 대응을 필요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타부류가 있는데, 얘네들은 특수한 경우 가령 둘 모두의 패턴을 갖고 있거나 전혀 다른 패턴을 갖고 있어, 해당 몹의 패턴을 따로 숙지해야 합니다.

 용맹의 전당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처음 두 마리가 앞으로 달려오고 그 뒤로 3마리(무리일 경우 5마리)가 있습니다. 일단 몰아서 7마리 정도를 빠르게 어글잡아 한군데에 몰아줍니다. 딜링을 시작하는 극초반엔 최대한 딜러와 탱커의 광역딜이 방해 없이 들어갈 수 있도록 첫번째 스턴이 전사형몹과 캐스터형몹의 패턴을 예술적으로 끊을 수 있도록 주문해야 합니다. 낙인의 경우 쿨이 1분이니 어지간하면 저는 초반부에 씁니다. 쐐기를 혹시 아낄 수도 있고, 혹은 낙인이 다 퍼져 있을 무렵 지옥황폐를 써 딜과 탱의 효과를 모두 취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턴이 끝나고 전사형 몹들의 위협적인 스킬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걸 보고 쐐기 사이클을 돌리시면 됩니다. 캐스터형 몹의 차단도 우선적으로 봐주어 영혼 베어내기에 쓸 수 있도록 하세요. 전 링크마다 평균적으로 3회의 차단을 봅니다. 비전로 딩딩이들의 비전 복원처럼 차단 실패의 리스크가 너무 큰 스킬의 확정적인 마크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거의 쿨마다 쓰실 필요가 있습니다.



2. 탱킹은 탱커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쐐기를 처음부터 유지한다고 생각하시면 악탱으로선 미래가 없습니다. 쐐기는 무조건 디펜시브(방어기재)가 필요한 스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초반부에 낙인을 써 화형특성으로 몹에게 번지게하여 높은 뎀감으로 차후 쐐기의 운영을 꾀할 수 있습니다. 탱커와 딜러가 초반에 쿨기를 다 털면서 딜의 극대화를 하듯이, 힐러도 비슷하게나마 힐량을 크게 털 수 있는 쿨기가 있습니다. 보이스로 적극적으로 서로의 쿨기 상황을 공유하고, 최대한 쐐기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쐐기는 오롯이 내가 몸으로 막아내야할 때 돌리고, 파티원이 적극 도와줄 수 있을 때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3. 딜링도 딜러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높은 dps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쐐기는 타임어택 컨텐츠입니다. 탱커가 버티고 힐러가 힐해서 깨는 컨텐츠가 아닙니다. 결국 정해진 목표를 시간내에 달성해야 하는 컨텐츠입니다. 그리고 목표는 딜로 달성합니다. 탱커의 경우 광딜에 아주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탱커 본인을 위해서도, 높은 dps를 쏟아부을수록 링크당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더 안정적이게 됩니다. 이건 파티의 수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레이드처럼 온탱 오프탱이 존재하고 탱커의 딜량이 아주 미미해 탱딜힐의 역할이 극단적으로 나뉜 컨텐츠와는 다르게 쐐기던전에서는 악탱이 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레이드처럼 쉴 시간이 없다는 뜻이겠죠.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 절단이라도.
 예전 확팩과는 다르게 탱커는 최적의 생존 사이클을 돌리면서 dps를 최고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영혼베어내기를 자기 피를 보고 쓰는 운영은 할 수 있지만, 사실 저단이 아닌 이상에야 그냥 있는대로 빠르게 쓰고 절단으로 추가 영혼 수급을 노리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애초에 만피에서 아낄 정도로 몹들이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선 아픈 게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자힐을 할 게 아니라 쐐기로 뎀감을 하는 게 더 맞기도 하구요. 즉 연장선상인 얘기이지만 쐐기를 효율적으로 쓰면 해결되는 부분입니다.



4. 판을 짜는 것도 탱커의 역할이다.

 저는 단수를 하나씩 올리면서 불필요한 쐐기 사용을 줄이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직관적으로 아프면 쐐기를 올리는 안좋은 습관을 고치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다른 것도 신경 쓸 게 많은데 몹 스킬 하나 하나 보면서 하기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하다보면 쐐기를 정확히 올려야 할 타이밍은 존재합니다. 물론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다보면 힐러가 그때 힐을 못주는 확률도 존재하지만,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쐐기를 올려야겠죠. 하지만 힐러가 정상적이라면 힐러가 쎄게 힐을 밀어줄 수 있을 때 과감히 쐐기를 아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이게 말로는 쉬운데 어느 정도 다른 클래스 이해도도 필요한 부분이라 정말 합을 맞추는 수 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탱킹도 필요할 때 강하게 막아야 좋습니다. 항상 강하게 막아선 정작 중요할 때를 뚫립니다. 탱커를 갈아넣어야 할 때와 힐러를 갈아넣어야 할 때 딜러를 갈아넣어야 할 때를 구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숙련도를 올릴수록 최후의 수단을 의도적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던전 진행에는 강약이 있습니다. 영혼분쇄 특성과의 시너지를 노려, 탈태를 유도해 엄청난 자힐 베이스를 만들어 시간을 절약하는 것 역시, 타임어택 컨텐츠에서는 많은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복술의 경우 승천이나 고인을 키면 평소 힐사이클과 똑같이 돌려도 추가적인 힐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사의 경우 천찬을 그런 경우에 쓴다해도 큰 도움은 안되겠죠. 무빙도 못하고 채널링을 하다간 몹들의 광역패턴에 죽을테니까요. 신사도 그러한 상황에 맞는 힐쿨기가 따로 있지만, 힐러의 스타일도 숙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악탱은 수동적인 탱이 아닌 능동적인 탱입니다. 단순히 탱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파티의 판을 짜서 물흐르듯이 완급조절을 할 수록 효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탱커입니다. 대부분 딜러의 딜쿨기는 2-3분입니다. 이를 맞춰서 어디에 각종 자원을 투자해 시간을 줄일지는 파티원끼리의 피드백이 없이는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런 합의가 없다면 비효율적인 플레이가 나오게 되고 3상자 할 것이 2상자, 클리어할 것이 소진됩니다. 


말을 두서없이 썼는데 아마 고단 트라이중인 분들은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실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12단 이상의 영상은 같은 팀원이 찍은 것도 있는데 그럴 때 탈태와 최후의 수단은 거의 시나리오 대로 유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던전의 모든 네임드와 일반몹을 숙지해서 파티의 능력과 조율하실 수 있다면 단순히 아프다 /버틸만하다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