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어질러진 이유는 그간 게으름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대항온 시스템이 난잡한 것도, 새로운 것만을 계속 추가하고
앞뒤 감당하지 않고 모든 성능을 끌어올려주면서 '정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쁜 새 옷을 사들여오기만 했지, 그 옷때문에 전에 입던
옷은 헌옷이 될 거라는 당연한 생각을 미뤄온 것이죠.

문제가 복잡하죠?
서로 얽혀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다중 클라이언트와 인플레이션, 함대 시스템,
시장 체계, 상식 외의 인벤토리, 소지금 제한 등등.

뭘 먼저 치워야 할까요?
선택 그레이드를 논하면 다클이 먼저 나오고, 다클에는 인플레이션이 있고,
인플레이션을 들추면 교역소 시스템이 나오고..
그냥 복잡한 문제입니다. 해결점이 안 보이면 으레 포기하지만,
포기한다고 방이 깨끗해질 리는 만무합니다.

방이 난잡하면, 정돈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순서에는 올바른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일어나서 치우는 행동이 중요합니다.


"선택형 유료 그레이드를 논하기 전에 왜 다중 클라이언트를 논하지 않나요?
다중 클라이언트 해결이 먼저가 아닌가요?"

=> 다중 클라이언트도 중요한 문젭니다. 맞아요. 부정한 적 없습니다.
제 말은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난장판을 치우는 게 중요한 거죠.
문제는 서로 다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다중 클라이언트를
해결하려고 해도 또 다른 문제는 나옵니다. 거기서 또 선후관계를 논하겠죠.
빈파일 차단이 먼저다, 기득권을 가진 유저들을 보상하는 게 먼저다라는 식으로요.
즉, 출발하지 않으면 해결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뭐라도 일단 일어나서 해결하는 것 자체가 훨씬 중요합니다.

어떤 문제가 됐건, 다른 문제때문에 뒷전으로 미뤄질 필요가 없습니다.
선택형 유료 그레이드제도 뒷전으로 미뤄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클을 반대하시는 분은 자기 생각대로 주장을 펴세요. 자윱니다.
그러나 그 중 몇몇 분들은
지금 논의되는 선택형 유료 그레이드를 뒤로 밀어내지 마세요.


"원하는 것만을 위주로 무책임한 요구를 하는 것 아닌가요?"

=>안 할 겁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하면 됩니다.
무책임한 요구인지 아닌지는 재무 사정을 까보지 않는 한 모릅니다.
함부로 회사 대변하지는 맙시다. 그들은 스스로를 변호하면 됩니다.
우리가 무작정 요구하고 있다는 논의는 낭비입니다.

회사가 대화의 창구를 열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겁니다.
제 스스로 하소연조차 안 하는 넷마블때문에 유저들이 발벗고 나서서
게임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타인임에도 불구하고요.

저도 게임이 오래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게임이 오래 간다는 건 좋은 거예요.
유저들이 주는 사랑을 계속 게임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어떻게 오래 가느냐입니다. 그레이드제를 바꾸려는 고민도
게임을 사랑하는 고민인 건 마찬가집니다.
당연히 이왕이면 대항해시대가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좋겠다는 것이죠.

또 확률적 도박 그레이드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을 지라도
많은 사람이 반대한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료 서비스인 그레이드도 너무나 교묘하게 유료 서비스와
엮여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무료이고 어디까지가 유료인지는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의 그레이드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의 취향까지
비난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취향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대상이 아닙니다.
확률성 그레이드를 좋아하시는 분은 좋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찬성하시면 자유롭게 입장표명하시면 됩니다.

본인의 취향을 기준으로 선택적 그레이드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똑같은 잘못이라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