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타임트라이얼


미니할룽 님은 당시 격냥 wcl 세계 1위를 먹었던 겜창이었고 호불님 역시 고흑 wcl 세계 1위를 했던 분이라 인원구성은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하비좀님은 도적유저인데 풍운이 날아다닐 때라 풍운 스왑을 부탁드리게 됩니다.(그리고 그는 도적을 단 한번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루스님의 경우 회드 스왑을 얘기 했었는데 부캐 회드 하시는 거 보고 솔직히 답 안나올 것 같아서 신기에 집중하자고 말 했습니다.
호불님은 상층 메디브 대비 조합(전탱의 관통 투사체 주문반사로 비전뎀증을 반사+비법(비전)+악딜(혼돈이라 적용)을 대비해서 비법을 말씀드렸습니다만 결국 대회섭 핫픽스로 이 조합은 폐기됩니다.

증명의 장은 23단 5개를 클리어 하는 거라 별 무리 없이 마치게 됩니다.
1차 쐐기대회의 규칙을 토대로 전략을 짜기 시작합니다.
타임 트라이얼이라는 중간단계가 새로 생겼는데, 이는 저번 대회에 없던 거라 생소했습니다.
아귀 20(파전경), 상층 22(분폭폭), 넬타 24(피치경)을 정해진 기간 동안 무한히 트라이해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그 기록을 더한 숫자로 줄을 세워 8등까지 자르게 됩니다.
이 타임 트라이얼 기간이 상당히 피마르는 기간이었습니다.
1. 팀원 캐릭 풀에서 가능한 조합을 짜고 그게 적절한지 확인하고
2. 던전마다 존재하는 미묘한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3. 그 타임캡을 돌파하기 위해 연습하고
4. 캡을 돌파하지 못하는 조합이라고 판단되면 조합을 바꿔야 하고
5. 다시 적절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들 이런 단계가 처음이라 1~5의 단계에서 우리가 지금 제대로 하는 건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아귀는 짧고 굵은 던전이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 했습니다.
악탱-신기-풍운-격냥-조드로 트라이 해보다가 
혈죽-신기-풍운-격냥-흑마로도 해보다가
혈죽-신기-풍운-격냥-악딜로 고정했습니다.
호불(흑마)님이 악딜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악딜은 마탑 형상 딸 때에만 해보셨다고 하는 게 기억나네요.
각자 자기 분야에선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 대회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타임 트라이얼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아귀에서 이미론과 그 전 쫄을 전부 몰아 광치게 되는데, 극초반엔 광딜을 버스트시켜서 노예 14명을 노스렌드의 바람이 오기 전에 잡아야 합니다.
14중의 파열을 힐러는 한번의 고결 봉화로 살려야, 그 직후 오는 노스렌드의 바람(광역기)에 누군가 죽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오물 포화가 2개씩 걸리게 되고 2개가 한 명에게 동시에 걸리게 된다면 그 사람은 큰 생존기를 뽑지 않는 한 무조건 죽습니다.
하지만 딜러의 생존기는 그 다음 구간(개 8중 + 쓱싹맨 + 휘적오물포화맨 등)에 써야 하기 때문에 로테이션 상 돌리면 안됩니다.
그러나 걸리면 뽑고 다음 구간에서 그때 생각해야 하죠.
그 와중에 이미론이 소환하는 쫄을 최대한 뽑아서 그걸 토대로 자원을 모아 이미론 단일딜을 버스트해야 합니다.
즉 그때엔 광딜을 해서 쫄을 녹여버리면 안되고 최대한 뽑아먹어야 합니다.
블러드는 스키얄에서 뽑아야 하기 때문에 쓰지 못합니다.
그걸 등불맨이 로밍하며 가깝게 오는 1분 45초 내에 잡아 배를 넘어가서 바로 출발해야 합니다.
이러한 미묘한 타임라인의 캡이 있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극한까지 게임플레이를 몰아붙여야 해서 실수가 나오기 쉬웠고
그럼에도 실수가 없도록 모든 것을 계산해야 했습니다.
반복되는 트라이에 감정을 잘 다스리자고 다짐했던 제가 짜증을 조금씩 내게 되더군요.
저, 호불(짜증맨) - 서루스(중재맨) - 미니, 하비좀(네? 어떤거요?맨) 의 구도가 형성이 되고
조금씩 진전하지만 고된 행군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들 그 얘기 하면 빵 터지며 웃지만 하루는 바닥을 하도 맞으시길래
'눈이 있으시면 좀 피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고 얼떨결에 말해버립니다.
아차 하고 바로 사과했는데 다들 당시에 어처구니가 없어서인지 웃어 넘긴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막날에 가까워질수록 기록을 조금씩 갱신해서 여유롭게 8위 내에 올려놓았지만
아귀 갱신 때 블러드를 키지 않은 서루스님
넬타 갱신 각 때 블러드를 올리지 않아 전멸한 서루스님
의 일화는 아직까지 회자되곤 합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엔 참 조바심이 났었네요.


8. APAC 지역경기

결국 저희는 7위로 진출하고 닉이중요해 님의 Team BTS가 8위로 진출해 한국에선 2개의 팀이 이번에도 진출하게 됩니다.
타임 트라이얼이 끝나고 1-2주 정도의 휴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타임 트라이얼 때엔 프래그넌스의 메소드 성님들의 방송으로 연습했었는데 본선 역시 성님들의 방송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본섭은 슬슬 접속도 안하게 되고 대회섭 연습에만 전념을 했는데
당시 팀원들의 직업이 갓수 및 프리랜서 2, 재학생 1, 직장인 2인데
사실상 낮에 갓수와 재학생이 택틱 짜면서 피드백한 것들 정리해두면 저녁에 합류한 직장인들과 접목하는 식이었습니다.

실전은 참 긴장 됐었습니다.
첫 경기 아귀는 저희가 참 못했었어요.
오물포화가 냥꾼에게 바로 2개 걸려버리는 등 재수가 없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실수가 많았습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그게 바로 실력이니 할 말은 없습니다.
사실 졌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호주 인터넷의 문제로 운 좋게 이기게 되었고 넬타는 그쪽팀 홈그라운드라 진 후
저희가 신경 써서 준비한 어숲에서 이겨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승자조 2라운드에서 첫경기 검떼는 졸전이었습니다.
전날 부족하게나마 준비는 했었는데 당일 경기가 너무 안풀렸고, 
가정하는 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한번의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무난하게 이겼을 거라 예상되는 기록대여서 너무 분했습니다.
연습해오던 날 중 가장 화가 났고 분했지만 그 날 경기가 끝난 후 오후부터 밤 11시까지 묵묵히 검떼에 박혀 연습을 했습니다.
호주 인터넷 문제가 심각해져 경기가 잠정 중단됐고 그 날 이후로 저희는 하루에 던전 한 개씩 마스터 하자는 느낌으로 
검떼 - 성당 - 하층의 로테이션을 몇 시간 마다 반복적으로 돌렸습니다.
연습량을 늘려가던 중 결국 법사(비법)가 없으면 검떼는 어차피 질 거라고 판단해 그 이후론 성당과 하층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설명하자면 이번부터 도입된 맵풀 시스템으로 전략성이 더욱 가미가 되었는데, 라운드 내에서 상성관계가 형성이 됩니다.



가령 맵풀 1에서는 도적을 낀 팀이 강세를 보입니다.
강화 옵션이 있는 아즈가 있기도 하고 어숲, 상층 등 아귀만 이기면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맵풀 2에서는 법사를 낀 팀이 강세를 보입니다.
검떼는 말할 것도 없고 하층, 대성당 등 순간 버스팅 광딜로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이 많습니다.
각 라운드는 클래스를 고정해서 돌기 때문에 맵이 정해진 첫 경기를 이겨버리면, 설령 두번째 경기를 주더라도 세번째 맵을 유리하게 골라 이길 확률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맵풀 2에 해당했던 저희가 처해있던 상황은, 법사가 있는 팀에겐 무조건 검떼 경기를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화법이 유독 이득을 보지 못하는 던전에서 조드가 그 자리를 대체할 순 있지만, 그 정도의 숙련도를 뽑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저희는 어쨌든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아직까지 격냥을 고수해오던 미니할룽의 클래스를 악딜로 바꾸게 됩니다.
혈죽-신기-악딜-풍운-흑마로 검떼를 빼곤 적당히 무난한 조합으로 바꿈으로서
격냥의 생존의 불리함과 상대적인 단일딜 로스를 버리는 게 그때로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악딜이 자생이 가능하니 덩달아 풍운을 힐러가 많이 봐줄 수 있기도 하구요.

결국 2주 정도의 연습 끝에 방송 없는 추가일정을 잡아 
Team Substitute에게 검떼를 주고 하층 성당을 가져와서 2:1로 이겼고,
곧바로 Gulch Trotters에게 하층 성당으로 승부를 걸어봤으나
상대는 저희가 너무 위험해서 보류했던 것 까지 리스크를 택해 성공시켜서 지게 됩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 해서 지니 납득도 되며 굉장히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9. 대회 이후

역시 즐겜으로 돌아와 가끔 탱커가 없어 도와달라는 팀에 용병이나 가끔 뛰어주곤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졸업도 확정되고 취직도 바로 하게 돼서 격아부턴 직장인 와우저로 쐐기를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어제부로 결승상금도 한번에 처리하는지 상금이 입금되네요.
들였던 시간을 생각하면 참 본전도 안남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돈 보다 좋은 추억이 남아서 군단 확팩은 의미가 남다른 확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00불과 바꾼 인생... 그래도 프래그넌스와 똑같이 상금을 받았다 ^^>

쐐기를 이미 재밌게 해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이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지인들과 목표를 올려가며 즐기는 쐐기를 해보시라고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결국 시작이든 끝이든 적은 수의 사람들이 뜻을 맞춰 협동하고 다독여가며 목표를 하나 하나 달성할 때 느끼는 짜릿함이 쐐기를 계속 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격아 때에도 뜻이 맞는 분을 섭외해서 능력이 닿는 한 즐겨볼 것입니다.
같이 재밌게 경쟁하며 즐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