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히어로즈’가 가진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카툰 풍 그래픽과 원화가 생명을 갖고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 덕분에 유저는 게임을 하면서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애니메이션과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허동혁 아트디렉터, 서미지 캐릭터 모델러, 김진섭 애니메이터, 김수민 원화가, 임재현 작가가 이에 대해 답변했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오는 3월 26일 정식 출시되며,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왜 카툰 풍의 그래픽을 선택하였나?

허동혁 : 게임 그래픽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은 물론,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서도 나누어진다. 특히 현실과 비슷한 실사 풍 그래픽의 경우 문화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고, 기술적 이슈로 인해 하이엔드급 모바일 기기가 아닌 경우 그 진가를 체험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카툰 풍 그래픽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구글 플레이 역사상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25개의 게임 중 22개가 카툰 풍 그래픽을 사용하였고, 실제로 서브웨이 서퍼나 클래시 오브 클랜과 같은 카툰 풍 스타일의 게임들은 출시 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우수한 그래픽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가 가능한 국가는 약 150여 곳으로,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이렇듯 다양한 국가의 이용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카툰 풍 그래픽을 채택하였다.

Q. 카툰 풍도 여러 가지 표현법이 있는데 로드오브히어로즈는 어떤 것을 시도하였나?

서미지 : ‘카툰 풍’으로 포괄되는 그래픽의 범주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그중 셀 애니메이션의 표현법을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때는 기기 점유율에 맞춰 최소 사양을 맞춰야 하는데, 이때 캐릭터 디자인의 세부 묘사가 많으면 사양 조율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셀 애니메이션 풍에서는 묘사 특성상 의도적으로 디자인의 표현 밀도를 조절하기 쉬운 편이다. 그리고 셀 애니메이션은 국가를 막론하고 문화적으로 친숙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고 자라온 다양한 문화권의 세대를 보편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카툰 풍 그래픽은 표현 방식에 따라 자칫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해소하였나?

서미지 : 풍성한 최신 기술을 중심으로 활용하는 방식보다는 목표 사양 내의 납득 가능한 선에서의 기술을 제한적으로 채택하여 활용하고 있다. 얼굴을 특정 각도로 보여줄 때 더 예뻐 보이도록 왜곡해서 보여주는 식의 최신 기술은 모바일에서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보았을 때도 어색하지 않은 모델링을 제작하는 방향으로 신경 썼다. 캐릭터에게 감정이 느껴지게 하는 부분은 최신 기술보다는, 모델링 면에 비치는 그림자의 색상과 각도 등의 감성적인 마무리 영역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직군의 전문가들이 캐릭터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각자 최선을 다해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목표 사양 대비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원화가 혹은 모델러가 업무의 선을 긋고 분업화 하기보다, 해당 캐릭터의 마무리 과정까지 함께 책임감을 갖고 상승 작용을 일으켰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가 아닐까 싶다.


Q. 지난 1월 프론티어 테스트에서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

임재현 : 프론티어 테스트에서는 약 3,000명의 이용자가 다양한 설문에 응해주셨는데, 특히 캐릭터의 개성에 대한 만족도 부분에서는 연령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로드뿐만 아니라 영웅들 각자의 이야기로 개성을 부여하며 유저가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주효하였던 것 같다.

이에 대한 예로 계급에 의한 차별이 극심한 국가인 ‘플로렌스’의 기사 ‘자이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자이라’는 기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노예 출신이라는 이유로 늘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녀는 이러한 차별에 절망하면서도 어떻게든 능력을 증명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 생각을 품고 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을 기울인 그녀에게 돌아온 보답은 차가운 옥쇄 명령이었고, 로드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포로로 붙잡히게 된다. 부당한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 혁명의 길을 걷기 시작한 로드는 그녀의 나라, ‘플로렌스’를 복속시킨 후 자이라에게 합류할 것을 권한다.





Q.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영웅들은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색다른 무기를 착용하고 있는데 이는 의도된 것인가?

김진섭 : 2년 전,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려했던 사항이다. ‘영웅들이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 시대를 알 수 없는 특수한 무기를 하나씩 사용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무기들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발상을 기반으로 허동혁 AD와 논의하며 작업 되었다. 예를 들어 이야기의 초반부터 함께 하는 프람의 무기를 보면, 일반적인 검 등이 아닌 4개의 날을 가진 창을 기반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창이 아니라, 힘을 개방하면 그 형태가 변하며 레이저 같은 고출력 에너지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무자들과 논의하여 캐릭터 하나하나에 개성을 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Q. 프론티어 테스트 당시 캐릭터 목소리가 없어서 아쉬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개선되었나?

임재현 : 목소리는 캐릭터성의 백미라고 생각하기에 완성도를 높이다 보니 프론티어 테스트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지금은 90% 수준의 완성도에 이르렀고, 마지막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성우가 다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생산성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때문에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서는 한 명의 성우가 단 하나의 인물만을 연기하며, 이는 유저가 캐릭터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약 3,000개 이상의 음성이 들어가 있으니, 로드를 생성할 때부터 사운드 볼륨을 높여달라. 듣고 나면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3000만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프론티어 테스트에서 인상적이었던 이용자의 피드백이 더 있었나?

김수민 : 현대식으로 잘 각색된 판타지라는 피드백이 다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엘프의 설정은 수명이 길거나 전통적인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엘프는 인간보다 옛 문명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정을 덧붙였다. 그렇기에 역으로 최첨단처럼 보이는 기계공학적인 콘셉트인 저격총, 드론, 현대적인 복식 등 디자인적 확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콘셉트를 묶어주는 설계는 캐릭터에게 다양한 깊이와 이야기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득력을 부여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초기 콘셉트 단계부터 여러 직군의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세세한 부분의 살을 덧붙이며 디자인하고 있다.


Q. 요즘 한 번씩 논란이 되는 선정성, 폭력성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개발팀의 생각은 어떤가?

허동혁 : 캐릭터 디자인에 관련된 사회적 화두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이제는 그것을 게임에 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작년 1월과 7월에 진행한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의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프람’은 로드의 첫 영웅으로 파티 내에서 탱커를 맡고 있는데, 테스트에 참여한 이용자들이 한 목소리로 여성의 메인 탱커 역할이 신선하고,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는 의견을 주었다.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몬스터의 공격을 버텨야 했던 덩치 큰 탱커 이미지에 대한 지루함도 한몫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웃음) 성역할이 고정화되지 않은 현대사회를 투영하는, 의미있는 의견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런 사회적 이슈를 반영할 때 개발진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선정성에 관한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외형을 가진 캐릭터 디자인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서도 이러한 외형의 캐릭터가 2명 존재한다. 그중 한 명은 중립국인 헬베티아에서 등장하는 ‘메이링’이다. 메이링은 전통적인 무녀 역할을 맡은 동시에 국가 내에서 외교관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캐릭터인데, 동양풍의 복식을 의젓하게 착용하고 산스크리트 어가 새겨진 지팡이를 들어 역할에 따른 개성을 외형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기울였다.

그리고 공화국인 사르디나의 대통령 ‘로잔나’는 어린 시절 인어의 심장을 먹어 더 이상 나이가 들지 않게 된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사르디나를 통치하였다는 설정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겉모습은 어리지만, 대사나 행동에 당차고 노련한 정치인의 특징을 부여하였고 해양국가인 사르디나의 제복을 착용하여 국가 지도자의 면모가 드러나도록 디자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