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타2 리그가 벌써 3시즌째 진행 중입니다. NSL 시즌1때만 해도 외국 선수들보다는 국내 선수들이 주를 이뤘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해외 선수들이 참여하면서 NSL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국내 도타2 판이 아직은 크지 않은 만큼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이 많은 해외 선수들의 영입은 해당 팀을 강하게 만들었고 국내 리그의 수준을 높였습니다. 심지어 NSL 시즌3에는 최초로 전원 외국 선수들이 결성한 팀 제퍼가 참여하여 세계 수준의 경기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전원 한국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5InQ(오인큐)입니다. 이들은 NSL 시즌2 준우승을 차지하여 다크호스다운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며 이번 시즌도 4강에서 활약 중 입니다. 저돌적인 플레이 스타일때문에 많은 도타2 팬들을 사로잡은 오인큐, 밝고 유쾌한 대화를 그들과 가져봤습니다.


▲ 동갑내기 5인팀, 5InQ


Q. 인벤과 인터뷰는 처음이네요. 먼저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큐오' 김선엽 : 안녕하세요, 오인큐 입니다. 저는 팀에서 미드 캐리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22살 김선엽입니다. 저희는 모두 동갑내기 친구들이자 동료이며 밝고 즐겁게 게임하는 팀입니다.

'시니컬' 정동석 : 큐오에게 납치된 시니컬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도타2 프로 생활을 했는데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큐오가 저를 엄청 꼬시더라고요. 제가 팔랑귀라 결국 넘어갔죠(웃음). 싱가폴에서 열린 해외 대회에 나갔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계속 남아있어서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더라고요.


▲ 큐오에게 납치(?)된 '시니컬' 정동석

Q. 정말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떻게 연습을 하세요?

'큐오' 김선엽 : 스카이프에 도타2 팀들 단체 채팅방이 있어요. 저녁에 들어가 보면 없는 팀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아요. 스타테일, 제퍼, 타이탄, 오렌지 등 정말 많은 팀이 있습니다. 거기서 이야기한 뒤 팀을 구해서 연습하는 편이에요. 타 국적 선수들이 한국 서버로 접속하기 힘들어서, 저희가 동남아 서버로 가서 연습하는 경우가 많아요. 핑이 살짝 안 좋아서 불편하긴 하지만 버틸 정도는 돼요.

'f(x)' 최종섭 : 그런데 저희는 연습을 할 때마다 더 못해져요(웃음). 힘이 빠지는 것인지 분위기가 다운되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못하더라고요. 저희 팀이 멘탈이 약하고 다들 성격이 좀 급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잘될 때는 정말 잘돼요. 그런데 한번 지는 순간 완전히 망하는 것 같아요. 밴픽을 공격적으로 하게 되고 게임 템포가 빨라 지면서 실수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거기에 복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기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큐오는 한번 누구한테 죽으면 팀 오더 다 무시하고 어떻게든 그 사람만 잡으려고 해요(웃음).

'사건' 이경민 : 팀이 분위기에 약한 것 같아요. 잘될 때는 '패배를 모르는 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말 잘돼요. 그런데 못할 때는 부끄러울 정도로 게임이 안 돼요. 아마 다들 서로 따로 집에서 연습하다 보니 그러나 봐요. 그래서 그날 연습이 잘 안된다 싶으면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면에서 합숙 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


▲ 묵묵하지만 든든한 '아나키' 황보재호

Q.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편인 팀이군요. 그렇다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팀내 가장 구멍은 누구인가요?

'사건' 이경민 : 다들 부족한 면이 많아서 서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딱히 구멍은 없는 것 같아요.


Q. 인터뷰를 준비해 오셨군요. 마음 편하게 말하셔도 됩니다.

'아나키' 황보재호 : (기다렸다는 듯이) 큐오요. 쟨 맨날 던져요. 그런데 팀 전원이 귀가 얇은 편이라 쉽게 끌려가요.

'큐오' 김선엽 : 나도 너 싫거든???(웃음)


▲ 회심의 영입, 'fx' 최종섭

Q. 전 fOu의 3인방이 다시 만났습니다. 팀에 큰 시너지가 될 것 같은데요?

'큐오' 김선엽 : 예전부터 같이 했기 때문에 연습하기 정말 좋아요. 특히 저랑 재호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더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요. 사실 제 목표는 예전 FXO같은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공방에서는 '팝스타'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마침 재호와 경민이가 합류해서 팀의 색깔이 확실해진 느낌이에요.

거기에 'f(x)' 종섭이의 합류도 팀에 큰 도움이 됐어요. 사실 종섭이를 섭외하게 된 계기가 '아무나 키워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섭외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팀 색깔을 가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키워야 된다는 생각을 했죠. 누구라도 팀 색깔에 흡수되는 선수로 키울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때 종섭이가 눈에 들어와서 섭외했어요.

'f(x)' 최종섭 : 사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많이 불안했어요. 당시 유명한 선수들은 이미 다른 팀에서 다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특히 큐오가 평소에 너무 '즐겜'하는 느낌을 줘서 더 불안했죠. 하지만 들어와서 보니 평소에 그렇게 '즐겜'하더라도 연습 때는 정말 진지하게 연습하더라고요. 큐오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죠. 거기에 또 팀 오더를 정말 잘하는 친구예요.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웃음).

'시니컬' 정동석 : 팀 전원이 너무 착해요. 물론 서로 틀린 건 들렸다고 지적해요. 하지만 그게 인격적으로 기분 나쁘게는 말 안 하죠. 지적할 때는 정말 어이없는 '멍청한' 플레이를 했을 때만 다들 한마디씩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상대 연금술사가 있는데 스턴 안 쓸 거라고 오더를 내리면서 들어갔다가 더블 스턴당하고 망하는 경우 정도? (큐오를 보며)누구의 오더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Q. 현재 한국에서 도타2 인지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요. 이유가 뭘까요?

'큐오' 김선엽 : 한국에 너무 늦게 들어온 것 같아요. 솔직히 무엇인가를 새로 배운 다는게 쉽지는 않잖아요. 또 도타2가 간단하지 않고 심오한 게임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한번 그 맛을 보면 빠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인데

'시니컬' 정동석 : 튜토리얼이 너무 긴 것 같아요. 계속 해야 되잖아요. CS도 얼마나 먹어야 되는지 모르고 계속 잡아야 되는 게 튜토리얼이에요. 주변 친구들도 관심은 많은데 다들 튜토리얼 단계에서 그만두더라고요. 벽이 너무 높다고 해요. 또 최소 150판 게임을 해야 랭크 게임이 가능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사건' 이경민 : 피시방 혜택이 없는 게 아쉬워요. 사실 피시방 가더라도 도타2가 설치조차 안 돼 있는 곳이 많더라고요. 프리미엄 PC방 혜택 같은 게 있어야 친구들하고 같이 피시방에서 즐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거래가 불가능한 상자나 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국내 도타2 가 더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오인큐

Q. 현재 국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해외 리그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큐오' 김선엽 : 원래 저희 수준을 동남아 2티어 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저희 스스로 너무 자만했다고 느끼면서 한국 3티어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천천히 성장해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죠. 그래도 꿈은 크게 갖는 게 좋으니 언젠가 TI (The International)에 가보는 게 꿈이에요.

하지만 굳이 해외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e스포츠의 메카잖아요. 다른 곳에 비하면 환경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주변에 많은 해외 친구들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 해요. 무엇보다 한국 팀들은 '프로' 라는 의식이 확실히 있어요. 이 부분이 해외에서 볼 때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시니컬' 정동석 : 우선 현재 참여 중인 NSL 시즌3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그래야 향후 청사진을 확실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아 하얗게 불태웠어, 그런데 졌어' 라는 느낌이면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지면 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리그가 진행 중이니까 다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승을 목표로 두고 이번 리그에 최선을 다 할꺼에요.


Q. 인터뷰를 슬슬 마무리 지어야할 것 같습니다.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큐오' 김선엽 : 지난 시즌처럼 4강전에서 너무 방심했어요. 연습 자체를 거의 안 했으니까요. 비록 패자조로 떨어졌지만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우승까지 노리겠습니다. 지난 시즌도 패자조에서 쭉 올라갔었잖아요. 이제부터 자만심을 버리고 모든 경기 다 최선은 다하는 오인큐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아, 그리고 EoT해머와의 경기에서 저희에게 아이템을 걸었던 모든 분, 다음에는 레어 딸 수 있게 해드릴게요. 앞으로는 믿어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