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 등장하는 모든 챔피언은 각자 주로 맡게 되는 포지션이 있다. 이들 중 유저들에게 항상 '팀의 노예'로 불리는 포지션이 있다. 어느 라인에도 소속되지 않는 대신 갱킹을 통해 아군을 돕는 정글러가 그렇다. 경기 초반부터 팀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며 본인의 성장까지 도모해야 하는 포지션이기에 유저들 사이에서 노예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글러는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부터 끝까지 라이너들에게 핍박받으며 갱킹만을 생각하던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스스로 판단하고 조율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 실제로 많은 경기에서 정글러의 움직임에 의해 승패가 일찌감치 결정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팀원들의 눈치나 보던 정글러는 어느새 경기 흐름을 이끄는 '지휘자'가 됐다.


한 마디로 최근 메타에서는 정글러의 플레이 스타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 4(이하 롤드컵)에 진출하는 각 지역 대표팀들은 어떤 스타일의 정글러를 보유하고 있을까? 이를 분석해보면 각 팀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간단히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 3인 3색, 본인의 색깔이 뚜렷한 대한민국의 정글러들

- 삼성 블루 '스피릿' 이다윤


서킷 포인트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은 삼성 블루에는 육식형 정글러의 대표 주자인 '스피릿' 이다윤이 버티고 있다. 최근 라인 커버와 날카로운 갱킹을 동시에 수행하는 '혼합형' 정글러가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육식형 정글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는 선수다. 리 신과 카직스를 주로 활용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 삼성 화이트 '댄디' 최인규


삼성 왕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형제팀에 이어 2위로 롤드컵에 합류한 삼성 화이트의 정글러는 '댄디' 최인규다. 이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말리는 운영으로 유명해 '댄디의 장막'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만큼 똑똑한 운영을 할 줄 아는 선수다. 엘리스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최근 렝가를 통해 날카로움까지 갖추었음을 팬들에게 어필했다.

- 나진 실드 '와치' 조재걸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나진 실드에는 '와치' 조재걸이 있다. 커버형 정글러의 대표주자였던 그가 이번 선발전에서는 육식형 정글러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팀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다. 주력 챔피언은 리 신으로 과거부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치명적인 단점은 강타 싸움. 롤드컵 무대에서 또 한 번 단점을 보완해 팬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 눈치 싸움 가득한 중국 대륙에 야생의 한국인이 나타나다

- EDG 'Clearlove'


순식간에 중국 대륙을 평정한 EDG의 정글러는 'WE.Troll'과 '순수한사랑'이라는 아이디로 익숙한 'ClearLove'다. 롤 올스타 2013에 출전해 헤카림 정글로 활약하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최근에는 자르반 4세를 자주 활용해주는 모습을 선보였다. 주력 챔피언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갱킹보다는 라인 커버와 역갱킹 위주로 경기를 풀어간다.

- 스타 혼 로얄클럽 '인섹' 최인석


눈치 싸움 가득한 중국의 정글 생태계에 야생의 포식자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 2번 시드 스타 혼 로얄클럽의 '인섹' 최인석이다. 최인석은 과거 국내 리그에서도 그랬듯이 중국 팀으로 이적한 이후에도 육식형 정글러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리 신과 렝가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 LoL 선수 중 최초로 중국 팀 소속으로 롤드컵에 진출하게 된 선수이기도 하다

- OMG 'Loveling'


3번 시드 자격으로 롤드컵에 임하는 OMG는 꾸준히 중국의 강팀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글러 'Loveling'이 있다. 롤 올스타 2014에는 'OMG Allen'이라는 아이디로 서포터 포지션을 담당했다. 서포터와 정글러로의 잦은 포지션 이동이 있었지만, 이 선수의 경기력은 안정감 넘친다. 전형적인 라인 커버형 정글러 스타일로 조용히 팀을 위해 헌신한다.


◈ 좁은 챔피언 폭이 단점으로 지적되는 북미 지역 정글러들

- TSM 'Amazing'


TSM은 북미 지역 전통의 강호다. 롤드컵 무대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세계 무대 경험도 많다. 'Amazing'은 팀에 합류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TSM의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평소 엄청난 연습량을 통해 '연습 벌레'로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엘리스와 리 신 이외의 챔피언으로는 승률이 그리 높지 않다. 존경하는 선수로 'Diamondprox'를 꼽은 만큼 그에 걸맞게 챔피언 폭을 넓혀야 한다.

- Cloud 9 'Meteos'


LCS NA 섬머 2014시즌 2위를 차지한 Cloud 9 역시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팀으로, 정글러인 'Meteos' 역시 북미 지역 정글러의 상징이다. 캐리형 정글러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지만, 최근에는 현실과 타협해 초중반 팀원에게 힘을 보태주는 플레이도 자주 보여준다.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누누를 꺼내 들어 높은 승률을 보였다. 그의 스타일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챔피언인 셈이다.

- LMQ 'NoName'


중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LMQ 역시 북미 지역 대표로 롤드컵에 나선다. 팀의 주장인 'NoName'이 정글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의 정글러답게 유행하는 챔피언에서 한 번도 이름을 내린 적이 없는 리 신과 엘리스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선수도 좁은 챔피언 폭을 지적받고 있다. 리 신과 엘리스 외에는 승률이 낮다.


◈ 3인 3색 그 두 번째 이야기, 유럽의 정글러들

- 얼라이언스 'Shook'


전통의 강호 프나틱을 꺾고 유럽 1번 시드를 획득한 얼라이언스의 정글러는 'Shook'이다. 이 선수의 과거가 심상치 않다. 비신사적인 행위로 1년간 대회출전정지를 당했다.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갖은 뒤 복귀한 LCS EU에서 녹슬지 않은 경기력으로 얼어붙은 팬심을 녹였다. 과거부터 리 신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탔던 선수다. 그렇다고 주류 챔피언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리븐 정글로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 프나틱 'Cyanide'


유럽의 맹주 프나틱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는 'Cyanide'는 시즌 1부터 프나틱과 함께했다. 긴 세월 롤 프로 게이머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메타의 변화에는 잔뼈가 굵은 선수다. 하지만 이 선수, 정글러답지 않게(?) 리 신을 잘 못 한다. 챔피언 폭이 좁은 선수들도 리 신은 잘하는 편이지만 Cyanide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챔피언 폭도 좁다. 경험이 많은 만큼 고집이 센 걸까?

- SK 게이밍 'SvensKeren'


SK 게이밍의 3위 기록은 이변이라고 불릴 것 같지만 사실 이 팀은 꾸준한 팀이다. 'SvensKeren'의 정글 스타일은 삼성 블루의 '스피릿' 이다윤과 비슷하다. 해외 선수 중 육식형 정글 스타일을 고집하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이번 시즌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후 펼쳐진 플레이오프에서 카직스를 오랜만에 꺼내 좋은 활약을 보였다.


◈ 동남아의 정글러들, 희생적 플레이로 팀에 이바지하다

- TPA 'Winds'


롤드컵 시즌 2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TPA는 꾸준히 동남아 지역 강팀으로 손꼽힌다. TPA의 정글러 'Winds'는 감마니아 베어스 소속으로 활약하다가 TPS로 이적했다. 이후 지금의 TPA로 둥지를 옮겨 꾸준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Winds는 동남아 리그인 GPL 섬머 2014시즌에서 어시스트 부문 전체 5위를 기록할 만큼 팀 기여도가 높다.

- AHQ E-Sports Club 'Naz'


TPA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AHQ E-Sports Club 또한 동남아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다. 팀의 정글러를 맡은 'Naz'는 원래 미드 라이너였던 선수다. Naz의 이러한 경력은 최근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의 합이 중요한 메타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 때문일까? 깔끔한 경기 운영이 이 선수의 장점으로 꼽힌다. 시기적절한 갱킹도 잘하지만 한타 페이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로 유명하다.


◈ 복병, 그렇기에 베일에 싸여 있는 기타 지역 정글러들

- Dark Passage 'Crystal Meth'


형제의 나라 터키의 롤 팀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롤드컵에 당당히 출전한다. Dark Passage가 바로 그 주인공. 이로써 'Crystal Meth'가 터키를 대표하는 정글러 자격을 얻었다. 준수한 외모가 매력적인 선수지만 잘 웃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여기에 뛰어난 경기력이 더해져 '웃지 않는 살인마'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첫 롤드컵 무대에서도 킬러 본능을 살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 KaBuM E-Sports 'Danagorn'


마지막으로 소개할 팀은 브라질의 KaBuM E-Sports다. 이 팀의 정글러인 'Danagorn'은 한 번의 갱킹 성공을 위해 몇 분이고 부쉬에 숨어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어찌 보면 동선과 시간을 낭비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로 보이지만 Danagorn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다. 최근에는 빠른 6레벨 달성을 선호한다. 상대 정글러보다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궁극기를 활용해 치고 들어오는 갱킹이 꽤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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