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리그 4강 2경기 이승현(KT)과 조중혁(SKT)의 대결. 경기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조중혁의 승리를 예견한 이가 몇이나 있었을까? 조중혁의 기세도 물론 만만치 않았고 4강까지 올라온 만큼 그의 실력도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인 이승현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많은 팬들은 '조중혁도 잘하지만 결국 승자는 이승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조중혁은 이승현의 파상공세를 버티고 또 버티면서 기어코 승리를 따내더니 마침내 생애 첫 개인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맞고 또 맞아도 꿋꿋하게 참고 인내하면서 칼을 간 조중혁의 뚝심이 빛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열리지 않는 개인리그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다가 마침내 빛을 본 조중혁의 인생이 녹아있는 듯한 경기였다.

인벤은 네이버 스타리그 결승전이라는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둔 조중혁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직접 만나본 조중혁은 스타리그 조추첨식에서 보였던 거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겸손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는 조중혁. 그와의 인터뷰는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줬다.

이하는 조중혁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나는 옆에서 누군가가 잡아줘야... 지금은 예전에 비해 연습량이 2배 이상 늘어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 소개를 해 주시죠!

안녕하세요, SKT의 20살 테란 조중혁입니다.


Q. 데뷔한 지 꽤 오래 됐는데 오랫동안 빛을 못 봤어요.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요?

진로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언젠가는 잘해질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MVP 소속으로 GSTL 우승했을 때는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점점 게을러지더라고요. 그래서 실력이 점점 떨어져서 빛을 못 본 것 같아요.


Q. 그럼 예전에 경기할 때에 비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요?

일단 연습량이나 게임 수를 따졌을 때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한 경기 한 경기에 간절함이 생겼죠. 이겼을 때 얻는 게 많으니까 좀 더 열심히 준비를 하게 되더라고요.


Q. SKT로 팀을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MVP에서 나온 이후 처음으로 든 생각이 반드시 협회 팀을 알아봐야겠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옆에서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자꾸 놀게 되거든요. 그래서 협회 팀을 여기저기 알아봤죠. 협회에 포스팅을 했더니 운 좋게 최연성 감독님께서 선택을 해 주셔서 SKT로 오게 됐어요.


Q. 예전부터 피지컬을 비롯한 실력 측면에서는 잘 한다는 평가가 많았아요. 그런데 그 때는 왜 열심히 안 한 것 같나요?

초창기엔 열심히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GSL 코드S에도 잘 못 가면서 방송에 얼굴을 비출 일도 줄어들었어요. 다른 수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서 돈을 벌 방법이 GSL밖에 없었죠. 그런데 GSL 횟수도 줄어들고 규모가 축소되다 보니 동기부여가 잘 안 됐어요. 그때부터 연습을 게을리한 것 같아요.


■ 경기 무대에 맞게 실력도 성장 중! 이승현과의 경기에선 손 가는 대로 플레이


Q. 개인리그 진출이 처음인데 결승전까지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나요?

양대 예선을 통과할 때부터 실력이 빨리빨리 느는 것 같았어요. 예선을 통과할 때는 딱 예선 통과할 정도의 실력이었고 16강 갈 때는 16강에 갈 정도의 실력이었죠. 하지만 그 후로 빠르게 경기력이 올라가서 결승에 진출한 것 같아요.


Q. 연습 때 게임을 하면 자기 실력이 스스로 판단이 될텐데, 그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16강에서 강민수 선수를 이겼을 때는 제 실력도 딱 16강 수준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8강에서 (서)성민이 형을 이겼을 때 실력이 크게 늘었단 생각을 했죠.


Q. 조추첨식때 '거만 컨셉'을 잡다가 이동녕 선수에게 혼쭐이 날 뻔 했죠?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한 번 까불어보고 싶었죠. 원래도 약간 까불 까불하긴한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처음 A조에서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런 말을 했는데 이동녕 선수가 절 D조로 옮기시더라고요(웃음).


Q. 이승현 선수와의 4강 6세트는 언제 GG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어요.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나요?

그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방송 경기를 할 때 침착하게 생각을 하면서 게임을 하는 선수가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때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손 가는 대로 경기를 했죠. 마지막 GG 받을 때까지도 이길 수 있겠단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Q. 4강전이 고비였기 때문에 준비하면서 압박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상대가 잘하긴 하지만 승패는 반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막상 해 보니 확실히 잘하는 데 비해 실수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 경기가 7전제로 펼쳐지는 4강전이 아니라 16강이었다면 졌을 거예요. (이)승현이가 뒤로 갈수록 조금씩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 같아요.


Q. 결승에서 조성주와 맞붙게 됐어요. 16강에서는 2:1로 이겼는데 이번엔 경기가 될 것 같나요?

실력 3, 운 7이 될 것 같아요. 그날 컨디션, 병력의 움직임, 빌드 싸움에서 많은 게 갈릴 거라고 봐요. 특히 빌드가 갈려서 조기에 끝나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경기에 대한 연습 자체보다는 빌드 심리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큰 힘이 되어준 최연성 감독의 조언! 97년생 꼬인 족보 풀려면 장현우가 나를 형 대접해야


Q. 방송 무대에서 경기할 때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가요? 결승전 무대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옛날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긴장을 하지 않아요. 승현이랑 했던 4강 6세트 같은 상황에서도 긴장은 하지 않았는데 그냥 정신이 없었어요. 결승에서는 약간 긴장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일단 경기를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Q. 큰 경기를 앞뒀는데 최연성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 주시는지?

감독님은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다 해보신 분이에요. 감독님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말씀을 해 주시는데 굉장히 공감이 잘 돼요. 덕분에 마음을 추스르기도 쉬워요.


Q. 97년생 선수들의 꼬인 족보 이야기 알고 있나요? 그걸 해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장현우 선수가 본인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그 얘기 알고 있어요. 일단 저는 승현이가 저랑 친구 먹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고요(웃음), 차라리 (장)현우가 저보고 형이라고 부르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요?


Q. 원이삭 선수가 GSL 4강전 승리 후 도장깨기를 한다면 SKT를 깨고 싶다고 했는데 소감이 어때요?

테란전을 굉장히 잘 하는 프로토스 선수긴 하지만 우리를 깨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아마 (어)윤수 형이 정리해 주실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결승을 앞두고 팬들과 상대인 조성주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결승전 응원 많이 해 주시고 현장에 경기 보러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성주야, 승현이도 잡고 올라왔으니까 내가 테란 원탑 논란 종결시키고 우승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