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살, 88년생 박제영은 한국 크로스파이어 국가대표 프로게이머다.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벌써 다섯 번째 CrossFire Stars(이하 CFS)에 참가했다. 박제영에겐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따라붙는 별명이 있다. 바로, '대회 최고령 선수'다.

호반의 도시 중국 쑤저우 두수호 체육관에서 열린 CFS 2016 그랜드 파이널, 한국의 히든과 브라질의 레모 브라베의 경기가 끝나고 짧게나마 박제영을 만날 수 있었다. 승리를 했다면 분위기가 더 좋았을텐데, 내일 경기까지 남아있는 예민한 상황에서 인터뷰를 강행해야만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쉽죠. 많이 아쉽네요.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대회 경험도 많고 좋은 경험했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한데, 무대를 내려오고 시간이 좀 지나고도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프로게이머는 역시 프로게이머였다.


"이번 대회만큼 연습을 많이 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대회 나가기 한 달 전부터는 눈뜨면 연습을 시작해서 잘 때까지 했는데. 애들이 이렇게 잘하나 싶어요. 그러니까 나 데리고 오면 게임을 지는데 왜 자꾸 나를 데려와(웃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그를 바라보며 웃음이 나왔다. 박제영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크로스파이어 스타즈라는 무대에 다섯 번이나 연속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이번 대회는 정말 출전 못할줄 알았는데, 동료 중에 한 명이 사정이 생겨 기회가 생겼어요. 팀원들도 함께하자고 말해서 이 자리에 왔어요. 그렇게 올해까지 다섯 번째네요.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요. 반응 떨어질까봐 1:1, 3:3도 해보고 연습도 매번 제 위주로 했어요. 그런데도 매번 나 있는데가 뚫리고, 내가 가는데를 못 뚫으니까(웃음)."

그는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단다. 대신 남은 경기에서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담감은 없고 마지막 한 번만이라도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고.

▲ 크로스파이어 스타즈 한국 대표 '히든'

"지난 해 8강이 제일 아쉽죠. 더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그 때 팀원들 컨디션도 다 좋았는데, 하필이면 우승후보를 만나버렸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전문 프로게이머다보니 밥 먹는 시간 빼고 전부 게임만 해요. 반면, 우리팀은 각자 자기 일이 있어서 저녁에만 짬을 내서 연습을 하니까 힘든 부분이 있죠."

크로스파이어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게임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날개를 펴지 못했다. 한국이 만들어낸 글로벌 e스포츠 종목에 한국팀이 없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 한국대표 히든의 팀원들과 박제영은 매번 대회에 참가해 명맥을 이었다. 무슨 사명감이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게이머고 그저 재밌으니까.

내일 마지막일수도 있는 경기를 앞두고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내일 일본과의 경기에 꼭 승리하고 다시 한 번 8강에 오르고 싶다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나는 그를 바라보며 내일 승자 인터뷰를 통해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