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콜업 된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그 선수가 마이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메이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란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큰 무대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역량을 완벽하게 드러내는 ― 스타의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등급전에서는 날아다니다가 막상 대회만 나오면 시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프로 지망생이 넘쳐나는 것은 e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온라인 고수가 우메하라 다이고, 임요환, 페이커 등등처럼 실력과 명성을 갖춘 프로게이머를 꿈꾸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경우는 상당히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그 '예외"가 될 선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오버워치의 경쟁전 2시즌에 1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대회에서는 2부 리그를 전전하면서 큰 무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16일, 자신의 생일날 팀의 역스윕 승리를 이끌며 화려한 1부 리그 데뷔에 성공하게 되니, 그 선수가 바로 "이펙트" 김현입니다.




지난 4월 말 엔비어스의 서브 딜러로 발탁되어 APEX 시즌 3에서의 승리 행진을 주도하고 있는 이펙트 선수. 인벤에서는 다른 팀원들과 숙소 생활 중인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3:0 승리를 한 후에도 새벽까지 연습을 하느라 다소 피곤해보이기도 했지만, 인터뷰 내내 행복하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그의 이야기를 함께하시죠!


※ 인터뷰는 라이노스 게이밍 윙즈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 5월 24일 진행되었습니다


■ 화려한 1부 리그 데뷔, 엔비어스의 이펙트 선수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예전부터 트레이서 장인으로 알려졌지만, 아마추어와 2부 리그에서만 활동하다가 이번에 엔비어스로 1부 리그에 나오게 된 이펙트입니다.


Q. 1부 리그 데뷔가 극적입니다. 생일날 데뷔전을 뛰게 되었고, 세트 스코어도 2점 내준 상황에서 역스윕이었는데요?

예전부터 1부 리그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이번에 엔비어스로 가서 생일과 데뷔전이 겹쳤는데 "이번에 이기면 전설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 생일 축하는 스스로 한다! 메타 아테나 상대로 패패승승승의 데뷔전


Q. 실제로 그 경기에서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팬들은 팀의 멱살을 잡고 캐리했다고 평하기도 하고요.

제가 다 캐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잘했어요. 사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 "조금만 정신 차리면 이기겠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팀원 모두 같은 생각을 하더라고요.

오버워치가 멘탈 게임이라는게 새삼 느껴진 게, 트레이서를 하다보면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게 돼요. 게이머별로 패턴이 있는데 그게 트레이서 플레이를 할 때 보이거든요. 3라운드에서 이기고 나니 메타 아테나팀의 멘탈이 깨진게 보였고, 실제로 본연의 실력을 못 발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스윕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좀 아쉽더라고요.

상위 라운드에 같이 올라가서 본 기량으로 다시 붙어봤으면 좋겠습니다.


Q. 원래 엔비어스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묵직한 느낌을 주는 팀인데 이펙트 선수가 입단한 이후로 전체적인 템포가 빨라진 느낌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팀에서 저에게 많이 맞춰줘요. 한국팀에서 활동할 때는 저의 플레이가 많이 억제된 느낌이었거든요. 앞에 나가서 죽으면 "나가지 말고 팀원들과 맞춰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는데, 외국팀은 적의 후방에서 어그로를 잘 끌면 죽어도 제지하지 않는 편이예요. 엔비어스가 저의 기량을 잘 살려주는 것 같아요.

이게 사실 안좋은 습관이 될 수도 있는 게, 강팀 상대로는 따로 잘려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팀과 맞춰 나가야 할 때는 맞춰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루나틱하이 같은 최상위 팀 수준이 아니면 제가 단독 행동을 해도 괜찮은 것 같네요.


▲ "아직은 혼자 다녀도 제가 다 이길 수 있어요"




■ 트레이서만 쓰는 이유? "아직 날 막을 선수가 없다"


Q. 엔비어스에서 계속 트레이서만 플레이하는 중인데 혹시 다른 영웅을 생각하진 않는지?

아직은 트레이서로 잘 이기고 있어서 트레이서를 하고 싶어요. 물론 카운터가 나오면 바꾸기야 하겠죠. 맥크리를 주력으로 경쟁전 1위도 찍어봤고, 겐지로 2위도 해봤으니까요. 다른 영웅들도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서, 트레이서가 막히면 다른 영웅도 꺼낼거예요.

그래도 트레이서만 하고 있는건 잘 먹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제 트레이서를 못 잡으니까요. 대처법이 나오기 전엔 열심히 꿀을 빨아야겠죠.(웃음)


Q. 많은 분이 다른 선수들과 느낌이 다른 트레이서를 쓴다고 평합니다. 본인이 다루는 트레이서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트레이서는 다른 분들이 쓰는 트레이서랑 다른 영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독자적인 연구를 많이 한 편인데, 일반적인 트레이서 고수들처럼 상대를 화력으로 녹이기보다 어그로를 끄는 데 집중한달까요?

저는 상대의 후방으로 들어가서 시선을 분산하는 플레이를 하는데, 이러면 팀이 압박할 수 있게 돼요. 그렇게 상대가 혼란에 빠지면 제가 딜을 넣을 기회가 오고, 그때 킬을 내는 형태가 됩니다. 요약하면 어그로를 끌면서 팀을 지원하고, 킬이 필요한 순간에는 킬을 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아군을 위한 모루 역할을 하지만 필요할 땐 킬을 낸다.



Q. 경기를 보면 펄스 폭탄으로 대박을 내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거점이 밀리는 상황에서 2~3킬을 낸다거나, 상대의 주요 영웅을 끊는 식으로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실 몸이 작은 딜러 영웅 상대로는 펄스 폭탄을 부착하는 게 쉽진 않아요. 딜러에게 펄스 폭탄이 부착됐다는 건 트레이서가 잘했다기보단 상대가 피하지 못한 쪽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부착하기 쉬운 탱커나 포탑 같은 오브젝트를 노리고, 아군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적 주변에 던져서 움직임을 제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착할 수 있으면 더 좋겠죠.

일단 펄스 폭탄을 던지면 상대가 제 트레이서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되고 회피를 위해 뻔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걸 노려서 잡는 거죠. 아니면 숨어 있다가 상대가 이동하는 예상 경로에 던지면 부착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도 이왕이면 몸이 큰 탱커들에게 붙이는 게 최고예요. 라이노스와의 경기에서도 라인하르트를 위주로 노렸고요. 상대 탱커에게 펄스 폭탄을 부착하다 보면 상대 입장에선 경각심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자리야 너 방벽 제대로 못쓰면 라인하르트 터진다?"하고 위협을 주는 건데, 이렇게 의식하게 만들면 상대의 플레이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 탱커를 피하는 게 아니라 탱커부터 끊어내는 역발상



■ 프로게이머 결심에서 엔비어스 입단까지...


Q. 프로게이머를 하는 데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

제가 음악을 전공했는데, 부모님께 대학을 때려치우고 게임을 하겠다 선언했을 때는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설득하면서 플레이로 보여주고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돌리려 했습니다.

지금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분들도 가족이나 학업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감히 부딪히세요! 학교 정도는 그만둘 수도 있지 않나요? 아, 이건 저한테만 해당하는 걸까요?(웃음) 아무튼 이런 걱정 안 해도 되게 게임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Q. 2부 리그에서 뛰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대회 관련해서 커뮤니티에서 선수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문화가 한국이 유독 심한 편이예요. 경기력을 까는 걸 넘어서 인신공격 수준으로요.

당장에 커뮤니티의 화제글에서 루나틱하이의 에스카 선수가 자주 비난받는데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선수들이 이러한 게시물을 안보는 게 아닙니다. 모두 열심히 하는데 이런 글을 보면 얼마나 마음에 부담이 많겠습니까?

저만해도 2부 리그에서 성적이 안나올때는 엄청나게 욕을 먹었습니다. 오죽하면 "프로고 뭐고 때려치우고 방송이나 할까"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지금은 1부 리그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괜찮지만, 제가 안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금방 "거품이다"하고 비난을 들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로게이머도 사람입니다. 커뮤니티 이용자분들 모두 언행에 조금만 더 주의해주셨으면... 그리고 프로게이머분들 모두 힘내세요.


▲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는 글은 자제해주셨으면..."


Q. 엔비어스 입단까지 많은 팀에서 오퍼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외국팀 중에서 엔비어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해외에서 소문이 많이 난 건지 여러 팀에서 오퍼를 불렀습니다. 그중에서 바로 1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엔비어스를 선택했고요. 2부리그에서만 계속 뛰었던 게 좀 한이 되어서...

사실 예전 팀에서는 하고 싶은 영웅도 제대로 못 했고,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 끌려다니다가 지는 경기가 많았죠. 계속 지다 보니 저평가 당하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엔비어스가 저를 구원해준 셈이죠.(웃음)


Q. 지난 시즌 우승팀인 루나틱하이에 입단을 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압니다.

루나틱하이에 들어가려고 테스트를 받긴 했지만 절박감이랄까? 그런 게 그땐 좀 없었어요. 제가 이전 팀에서도 제대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서 세븐맨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어서 "무조건 주전을 뛰어야 한다"하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테스트도 좀 대충 한 감이 있네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쉽기도 합니다. 루나틱하이 선수들과 함께 돌진 조합을 하면 재미있었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더 재미있고, 인생의 가치관을 넓힐 수 있는 팀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팀원들과 함께 외국 스타일로 사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한국이라는 틀을 벗어나 외국을 바라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성장한 느낌도 든달까요?


▲ 루나틱하이 선수들과 같이 뛰어 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Q. 엔비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예전 소속팀인 메타에서 이펙트 선수의 실력을 살려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메타 팀도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 겁니다. 제가 팀을 떠날 때만 해도 3탱 메타가 중심이라 트레이서가 활약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자리야를 하면서 제가 적성을 살리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 적에게 맞지 않아야 하는 트레이서를 하다가 적에게 맞아야 하는 서브 탱커를 하니 저부터도 혼란이 생기고, 급하게 연습하면서 기량을 못 올린 부분도 있습니다.

많은 분이 "왜 이펙트를 내보냈냐"하면서 메타 팀에 뭐라고 하시는데 저한테는 그때도 즐거웠던 시기니 너무 뭐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벨리움에서 제대로 해준게 없어서 아쉬운데, 이번에 챌린저스에 왔으니 잘할 거로 생각합니다.

저번 메타 아테나와의 경기도 상대의 멘탈이 깨져서 후반 세트를 쉽게 따낸 거지 제대로 붙으면 더 치열한 경기가 나왔을 겁니다. 이후에 다시 붙는다면 저의 트레이서에 대한 대비책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네요.


▲ 메타 아테나와의 경기 승리 후 옛 동료와 포옹하는 모습도 보였다.



■ 2군 설움 씻어준 엔비어스, 아직은 팀 적응에 주력 중!


Q. 입단 후 느끼는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일단 느낀 점은 친구 같다는 느낌이네요. 연습 때 거리낌 없이 소통하고, 재미있게 웃으면서 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팀게임이 잘 안되거나 하면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지만요.


Q. 예전 승자 인터뷰 때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얘기한 바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엔비어스 숙소에서 저는 아기 같은 존재입니다. 다들 저한테 얘기할 때는 최대한 간단한 영어로 하고, 바디랭귀지까지 동원해야 대화할 수 있거든요.(웃음) 모르는 영어 단어는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주고요. 그런 식으로 영어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데, 같은 팀의 미키 선수가 "나도 그랬다. 몇 달만 지나면 나아진다" 하고 안심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언어 문제는 급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요. 천천히 배워나가는 중이니까요.


▲ 행복 메타의 미키 선수. 이펙트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줬다고 한다.


Q. APEX 이후에는 아무래도 북미 리그에서 활동하게 될 텐데 해외 생활에 대한 걱정은 없나요?

저는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그걸 엔비어스가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해외로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 레벨이 오르는 느낌도 있고요.

해외에 나가는 두려움은 지금은 없습니다. 팀에 잘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팀 내에서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스크림을 위주로 연습하고 있는데, 적으면 하루에 4시간에서 많으면 8시간 정도 스크림을 합니다. 현재 팀 기량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기량이 끝까지 오르면 우승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오직 시간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엔비어스는 강해질 겁니다.


Q. Lui 선수가 같은 서브딜러로 입단했습니다.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그 선수는 겐지, 트레이서로 들어왔는데 제가 그 자리를 메꿔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플렉스 포지션으로 연습하고 있네요.

아마 3딜 메타가 주류가 되면 자주 출전하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트레이서, 루이 선수가 겐지, 해리훅 선수가 솔저를 하는 식으로요. 지금은 2탱 조합으로 충분하지만, 3딜 메타가 주류가 되면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아직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Lui 선수. 3딜 메타가 뜨면 출전 기회가 늘어날
것 같다.


Q. 현재 팀 내에서 특별히 친한 선수가 있나요? 아니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거나...

팀원 모두 다 친합니다. 웃긴 얘기를 하면 못 알아들어도 같이 즐거워해 주고요. 요샌 듣기가 좀 되고 있어서 재미있는 이야기에 호응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숙소에서 쉴 때 배틀그라운드를 하는데, 이 게임은 외국인이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저한테 욕을 막 하더라고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양키고홈!"하고 외쳤는데, 그날 숙소가 빵 터졌습니다. 엔비어스가 북미팀인데 거기서 집으로 가버리라고 외쳤으니 말이에요.


Q. 저번 승자 인터뷰에서 타이무 선수가 "오더 안하는 자신은 최고의 딜러다"라고 호기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타이무 선수와 자신을 비교한다면?

타이무 선수는 히트스캔 딜러고 전 난전형이라 포지션이 다르긴 한데, 제가 타이무 선수의 역할을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트레이서에 익숙해서 에임 위주의 딜러가 안 맞는달까? 하지만 잘 모르겠네요. 그 포지션에 가보면 뜻밖에 더 잘할지도?


▲ 이펙트 선수를 가리켜 "10년에 한번 나올 원석"이라 표현한 타이무 선수


Q. 최근 Cloud9에 입단한 카이저 선수를 비롯해 해외 팀에 한국 선수 진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국팀을 생각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조언한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입단하더라도 조건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잘못 계약에 묶이면 선수 생활이 끝장날 위험도 있으니까요. 계약 조건은 꼭 꼼꼼히 살펴보세요.

그리고 영어는 필수입니다. 저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엔비어스에 입단했는데 솔직히 힘들긴 힘드네요.

그 외엔 외국팀에서 생활하면서 적응할 자신이 있으면 되겠네요. 사실 엔비어스 같은 경우는 왁자지껄한 느낌이라 괜찮은데, 다른 팀은 조용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팀이 조용하면 대화도 적고, 그러면 적응하긴 더 힘들어지는 거라... 계약 전에 그 팀의 내부 상황이나 분위기 정도는 알아둬야겠죠.


Q. 이제 BK 스타즈와의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어떤 각오로 준비하고 있나요?

그냥 계속 스크림하면서 팀과 융화하는 데 주력 중입니다. 영어로 소통하는 것도 더 원활하게 하고, 팀원과 합을 맞추는 연습 중이네요. 앞으로 북미 대회도 있어서 긴 시야를 두고 준비 중입니다.



■ 수비 영웅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이펙트가 말하는 게임 이야기


Q. 1주년 기념 이벤트와 함께 밸런스 패치가 이뤄졌습니다. 향후 메타는 어떻게 될 것 같다고 보시는지?

아직은 2탱커 돌진 메타가 주류라고 봅니다. 솔저의 공격력이 하향되긴 했는데, 순간 화력이 세서 썼다기보다는 좋은 포지션을 잡고 안정적인 프리딜이 가능해서 사용했거든요. 솔저는 여전히 좋은 영웅입니다.

다만 겐지나 트레이서라는 기동성 좋은 영웅에 대한 억제책이 없어요. 있어 봐야 솜브라의 EMP로 뚜벅이를 만드는 정도? 이 둘은 예전부터 강했는데 3탱 메타 때 조금 시들했다가 아나가 너프되면서 상대적으로 날뛸 수 있게 됐죠. 아마 조만간 너프되지 않을지...

그래도 하향을 하더라도 못 쓸 정도로 확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조정"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트레이서 하향되면 저부터 실업자 되서...(웃음) 하향보다는 토르비욘, 바스티온 같은 유명무실한 수비 영웅의 상향을 통해 조정을 하는 게 맞다고 봐요.


▲ 이펙트 선수는 토르비욘, 바스티온 같은 수비 영웅의 상향을 주장했다.


Q. 수비 영웅 얘기가 나와서 얘긴데, 같은 수비 역할군인 한조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번에 상향이 이뤄지기도 했고...

많은 분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한조도 나름 좋은 영웅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믿지 않아요. 한조를 정말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픽을 하면 "한조 빼라" 하고 말리는 게 대부분이라 뭔가 보여주지도 못해요.

수비 영웅을 고르더라도 믿고 갈 수 있게 블리자드가 해줘야 합니다.


Q. 혹시 오버워치 외에 다른 취미는 있나요?

일단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요, 다른 게임을 하면서 오버워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편입니다.


Q. 스트레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시즌2 후반부터 시즌3까지 핵 사용자로 인해 고통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압니다.

네, 그때만 해도 오버워치가 망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시즌 2 말기가 심했는데 제가 그때 1위를 찍었거든요. 1위까지 딱 한판 남은 상태에서 아군에도 핵이 3명, 적에게 3명이 포함된 핵 대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핵을 이끌고 핵을 이기긴 했는데...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최근엔 대대적으로 핵을 잡으면서 나아졌다고 봐요. 가끔씩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경쟁전이 나은 게, 해외 서버는 평점 상위권도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해서 힘들어요. 서버 상위 500위에 메르시만 하는 사람도 많은데, 적어도 한국 서버는 이런 상황은 없어서 팀원들도 좋아하더라고요.


▲ "핵 문제 관련으로 지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Q. 한국 서버는 대리나 패작, 욕설 이슈도 꾸준히 나오는데요?

대리나 평점 버스 같은 건 양심이 있으면 하면 안 되죠. 근데 막을 방도가 없다는게 참 아쉬워요. 이런 사람들은 제재해야 하는데 블리자드가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요.

주로 사용하는 영웅이 갑자기 바뀌어서 승률이 8-90% 찍고 그러면 딱 봐도 대리잖아요? 이런 건 좀 걸러낼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런 대리나 양학은 신규 유저의 유입을 막아서 게임을 망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화도 나고요.

욕설 관련해선 최상위권에선 그렇게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매칭 돌리면 항상 보는 사람들이라 감정 싸움하지 않게 서로 조심하는 편이거든요. 조금 아래 티어에선 많이 싸운다고 하는데, 확실히 제재가 필요합니다. 예전엔 LoL이 욕설 채팅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욕 한마디면 채팅 금지에 제재를 때리니 정화가 되고 있고요. 이런 걸 보면 오버워치도 해야 하는데 왜 안하는지...



■ 게이머 이펙트, 스트리머 이펙트, 그리고 혼모노 이펙트


Q. 아직 월드컵 대표 선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대표 선발 욕심은 없나요?

되면 좋겠는데, 트레이서 하나만 잘한다고 평가를 받아서... 뽑힐지는 미지수네요. 만약 뽑힌다면 열심히 해야겠죠.

어필을 좀 하자면 다른 영웅도 나쁘지 않은데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트레이서를 든 저를 압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못 봤고요.


▲ "위원회분들, 저 트레이서 말고도 잘 하는 영웅 많아요!"


Q. 과거 개인 방송에서 에임핵 잡는 트레이서로 활동하며 스트리머로도 이름이 높았습니다. 개인 방송을 다시 할 생각이신지?

엔비어스가 트위치와 계약이 되어 있어서 6월부터는 다시 방송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사실 방송을 재개하면 한국과 해외 양쪽에서 시청자가 들어올 텐데 한국어로 얘기해야 하나, 영어로 얘기해야하나 고민이 있네요. 아무래도 예전부터 봐주신 한국 팬들이 많아서 한국어 위주로 방송하게 될 것 같은데, 해외팬들에게 미리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Q. 평소 방송에서 일본 음악을 자주 틀어 "혼모노" 의혹을 받고 있는데...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원래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가 게임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거지만요.

일본 음악과 재즈를 좋아하는 편인데, 우연히 보컬로이드인 하츠네 미쿠의 노래를 접하게 됐어요. 한국 가요는 주제가 고만고만한 편인데 보컬로이드 노래는 음악도 그렇고 가사의 주제가 다양하고 자유로운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캐릭터도 마음에 들어서 SNS 프로필에 넣어버렸고요.

음, 혼모노라 하시는데 혼모노 맞습니다! 그런데 게임 좋아하는 분들이 저한테 뭐라고 할 순 없죠. 같은 겜덕 아닌가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당당해야죠.

물론 제가 먼저 이런 노래가 좋으니 들어보라 하면서 전도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취향을 많이 타는 편이라... 앞으로 제 방송에서 나오는 미쿠의 노래가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하시면 이메일을 주시면 답변해드릴 순 있습니다.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이펙트의 꿈 : 오버워치의 페이커가 되고 싶다.


Q. 북미와 유럽에서 오버워치 컨텐더즈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되게 좋죠. 솔직한 말로 팀들이 줄줄이 해체되고 하는 소식 들으면서 "오버워치는 한국에서만 먹히고 해외선 안되나 보다"하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C9이나 NRG, 미스핏츠 같은 팀이 올라올 것 같은데 그들과 붙어보고 싶어요. 그래도 한국팀을 상대로는 이겨도 힘들게 이길 것 같지만, 북미는 이런 팀들 외엔 걱정되지 않습니다. 팀원들에게 북미의 실력이 좀 부족하단 얘기도 들어서, 만약 북미 리그가 시작되면 무조건 탑 3안에 엔비어스가 들어갈 것 같네요.


Q. 앞으로 대회에서 붙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2부 리그 있을 때는 사야플레이어 선수와 붙고 싶었어요. 트레이서를 하다 보니 상대 에임까지 신경 쓰면서 싸우는 게 어려운데, 그러면서도 재미있거든요. 사야플레이어 같은 선수를 상대하면 방심하는 순간 죽더라고요. 1일차 경기에선 상대 멘탈이 흔들려서 이기긴 했는데, 나중에 다시 제대로 붙고 싶습니다.

로그의 쑨 선수도 잘한다고 들었고, LW 블루의 새별비 선수도 연습 때 상대해봤는데 저를 잘 마킹하더라고요. 대회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사실 모든 선수와 붙어보고 싶어요.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 선수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와, 잘한다. 나도 1부 리그 가면 저렇게 해야지"였는데, 막상 1부 리그에 와보니 저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약간은 실망도 있지만, 방심 안하고 경기들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 엔비어스와 로그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까?


Q. 선수로서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대회건 우승을 해보는 겁니다. 아니, 우승하지 못해도 좋으니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오버워치를 그만두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더라도 팬들이 따라올 수 있는... LoL의 페이커 선수처럼, 오버워치 하면 이펙트 하고 기억에 남는 그런 선수.

방송도 좋아하기 때문에 방송도 열심히 하면서 소통하는 게이머가 되려고 합니다.

당장은 팀 적응이 우선이고, 길게는 오버워치 컨텐더즈 1시즌 우승을 보고 있습니다. 시간은 많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Q. 이번 APEX 시즌에서 엔비어스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거라고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 8강이 한계라고 생각했어요. 당장에 제가 영어가 안되서 팀과 소통을 못 하고 따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기고 있으니... 저도 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제가 더 각성하고 팀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와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2부 리그 시절이나 개인 방송하던 때부터 기다려주신 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대회에서 저를 처음 보신 분도 있을 텐데 엔비어스의 딜러로 실망을 드리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