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대진이 공개되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LCK의 팀이 각각 그룹스테이지 A, B, C조로 배정되면서 D조에 배치된 FW와 미스핏츠, TSM이 웃는 그림이 나왔는데,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WE 같은 강팀이 3번 풀로 들어올 가능성이 남아있기에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은 아직 이를 것 같습니다. 사실 상대해야 하는 팀들이 무조건 만만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조 편성이 공개되면서 특정 팀의 유불리에 대한 토론이 활발한 상태입니다. 서로 국제대회에서의 상성 관계라거나 선수들의 폼, 클래스 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이번 롤드컵에 출전하는 각 조의 이야기, 첫 순서는 SKT T1과 에드워드 게이밍(EDG), 그리고 ahq 이스포츠 클럽(ahq)이 속한 그룹스테이지 A조입니다.





■ 페이커는 다시 요릭보다 스킨이 많아질까? 4번째 우승을 노리는 SKT

이번 2017 롤드컵 조 추첨식이 진행될 때, A조에 배치된 EDG를 보며 최병훈 감독은 "EDG를 만나고 싶다. 아주 박살을(내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물론 그 직후 SKT가 A조로 들어가게 되면서 묘한 분위기가 되긴 했지만, 과거 2015 MSI 결승전에서의 패배나 올해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PL 팀에 우승을 내준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속내가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팀의 중심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조 추첨 결과에 "오히려 우리가 박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는 엄살을 부리긴 했지만, 2013년과 2015년, 그리고 2016년 우승을 차지하면서 지금까지 치러진 롤드컵의 절반을 가져갔던 것은 기록으로 남은 역사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PTR에 요릭 스킨이 추가되기 전까지는 페이커의 스킨이 더 많았을 정도였습니다. 어쨌거나 팬들이 밈으로 삼는 "SKT 페이커 아리 스킨"을 얻으려면 우승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라도 그룹 스테이지를 깔끔한 1위로 마무리하고 싶을 것입니다.


▲ 요릭은 다시 고통을 받을 것인가?


그러나 2015년 이후 국제전에서 마주친 적이 없는 EDG와 ahq가 한 조라는 점은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기에 충분합니다. 어찌보면 A조가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새벽까지 LPL팀끼리 출전 순서와 밴픽 전략을 고심해 LCK에 일격을 먹였던 EDG의 '노페' 정노철 감독을 상대로, 팀의 전략을 담당하는 '꼬마' 김정균 코치는 다시 방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이미 꼬마 코치는 노페 감독에게 기습을 맞았다는 점입니다. 롤드컵에 앞서 이번 달에 결혼식을 올리는 노페 감독. 이 핑크빛 기운은 과연 SKT에게 디버프가, EDG에게 버프가 될 수 있을까요?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약해지는 클리어러브가 관건인 EDG

EDG는 전통적으로 LPL의 강팀으로 꼽혔던 팀입니다. 프레이, 더블리프트 등과 함께 올해까지 롤드컵 무대를 가장 많이 밟은(5회) 선수 중 하나인 클리어러브가 속해있기도 하고, 올해만 해도 스프링 스플릿 3위와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 서머 스플릿 우승 등 중국 내에서의 커리어는 WE와 함께 손에 꼽히는 수준이죠.

하지만 클리어러브도 팀도 롤드컵이 열리는 가을만 되면 이상할 정도로 폼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서머 시즌에 보여준 기량 때문에 많은 분석가들이 EDG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데, 막상 롤드컵 무대에서는 그런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사실 이런 부분에는 롤드컵 직전에 이뤄지는 패치에 번번히 클리어러브가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작용하긴 했습니다. 주력으로 다루던 챔프가 너프되고, 뜨는 챔프는 손에 익지 않아 밴픽 싸움부터 지고 들어가는 경우는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특히 2016년 롤드컵에서는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 롤드컵 기간만 되면 아쉬웠던 클리어러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하지만 일단 현재의 메타는 클리어러브에게 어느정도 웃어주는 상황입니다. 공격적인 정글보다는 탱키한 정글이 많이 보이는 지금, 국제전 다전제의 마왕인 SKT를 상대로 승리 경험이 있는 EDG는 변수를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PL의 한 축을 담당해 한국을 무너뜨린 EDG에게는 다른 나라의 팀들이 갖는 공한증도 없을 것이고요.

롤드컵이 중국에서 진행된다는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확실히 EDG에게 웃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압도적인 열세의 ahq. 천천히, 만만디로 변수를 만들어라!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SKT와 EDG가 있는 A조에서 ahq가 살아남는 것은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SKT를 상대로는 승리를 거둔 적이 한 번도 없고, EDG를 상대로도 2014년 롤드컵에서의 예선 경기 한번과 리프트 라이벌즈 준결승에서의 한 번을 빼면 전부 패배한 전적이 ahq의 암울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물론 국제 대회에서 변수를 자주 만들었던 LMS 지역이었던 만큼 단기간 진행되는 단판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웨스트도어가 "한국팀을 상대할 때는 도전자의 마음으로 부담 없이, 천천히 경기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ahq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도전자의 마음으로 SKT와 EDG를 상대로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끌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지난 리라서 62분의 장기전 끝에 EDG를 상대로 승리했던 ahq




■ 각 팀별 주요 국제전 상대 전적

◇ SKT vs EDG - 5:3으로 SKT가 다소 우위
- 2015 MSI 예선 : SKT 승리
- 2015 MSI 결승 : EDG 승리(3:2)
- 2015 롤드컵 예선 : SKT 2승

◇ SKT vs ahq - 4:0으로 SKT가 매우 우위
- 2015 MSI 예선 : SKT 승리
- 2015 롤드컵 8강 : SKT 승리(3:0)

◇ EDG vs ahq - 8:2로 EDG가 매우 우위
- 2014 롤드컵 조별리그 : 각각 1승
- 2014 롤드컵 조 2위 결정전 : EDG 승리
- 2015 MSI 예선 : EDG 승리
- 2015 MSI 4강 : EDG 승리(3:0)
- 2016 롤드컵 조별 예선 : EDG 2승
- 리프트 라이벌즈 준결승 : ahq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