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한국 선수가 해외 팀에 입단하며, SKT T1, 삼성 갤럭시 등에 도전했지만, 그 벽은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롤드컵을 통해 세계 각 지역팀들과 한국팀의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증명됐는데요. 그중 중국 순수 혈통의 RNG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5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한 WE는 중국 LPL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특히, WE는 윤성영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자신의 지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코칭스태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윤성영 감독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세심하게 지도한 덕분인지 '미스틱' 진성준은 기량을 만개했고, '시예'는 신예의 티를 벗어나 완숙한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윤성영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WE를 바꿨는지 들어보시죠.


Q. 상당히 오랜 시간 중국에 있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성적을 내려면 더 큰 노력을 해야 하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팬분들에게 인사할 기회가 많지 않았네요.


Q. 중국에서의 성과는 어떠셨나요?

2015년부터 중국에서 VG랑 LGD를 맡아 활동했죠. LGD는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VG는 중위권에 머물러 좋은 성적을 못 낸 게 아쉬워요. 이후 올해는 WE로 이적해 LPL 우승, 롤드컵 4강에 올랐습니다.


Q. 두 팀의 코치를 맡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LGD는 '임프' 구승빈도 있었고, 다른 중국 선수들도 수준급이었어요. 그런데 VG는 냉정히 말하면 아마추어 단계의 선수들이었어요. '댄디' 최인규와 '마타' 조세형이 있었으니 첫 시즌에 4위라도 할 수 있었죠. 당시 LPL은 2전제로 진행됐는데, VG가 객관적인 전력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패배를 하지 않았어요. 어떤 팀을 상대로도 무승부를 거뒀거든요. '댄디'와 '마타'의 공이 컸고, 간혹 중국에서 부진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 절대 동의하지 않아요. 제가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니까요.



Q. 중국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두 팀의 코치를 맡는다는 것이 사실상 말이 안 됐죠. 그런데 당시에는 전부 우승까지 시킬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롤드컵 우승 직후라 그만큼 자신감이 컸는데, 코치라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선수 발굴부터 팀에 맞는 운영 등, 그때의 힘든 경험이 없었다면 WE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Q. '마타' 조세형과의 불화설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나왔어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에요. 저는 선수나 코치가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과정, 선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럼 함께 팀을 이끄는 건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야 발전할 수 있죠. 아마 경기장에서 열띤 토론을 하면, 그 모습을 보고 중국 팬들이 오해한 것 같아요.


Q. 중국에서 지도한 한국 선수들은 어땠나요.

(조)세형이랑 (최)인규는 워낙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라 지도보다는 주로 대화를 통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어요. (진)성준이는 정말 잘해요. 그런데 CS를 먹을 때, 상대의 공격을 쉽게 허용해요. 이런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쓰면 더 잘할 것 같고, (윤)경섭이는 진짜 재능이 출중한 선수예요. 본인의 노력이 더해지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거예요.


Q. 중국과 한국 선수들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화 차이가 매우 커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성장하잖아요. 반대로 중국은 경쟁이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용병이나 코칭스태프 영입으로 당장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Q. 그러고 보면 감독님은 한국과 중국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성공을 거뒀어요. 비결이 있나요?

한국에서는 비결이라고 할 게 특별히 없어요. 저는 포기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기 바빴어요. 그런데 누구나 저처럼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잖아요. 그게 한국이 꾸준히 강한 비결이기도 하고요. 또 정말 훌륭한 선수들을 만난 것도 성공 요인이었죠.

중국의 경우, 솔직하게 금전적인 부분을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처음에는 쓴맛을 봤죠. 스스로 오만했던 부분이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WE로 가기 전에는 이 팀이 장점과 선수단의 잠재력을 고려했어요. 하나라도 잘하고, 지금보다 나중에도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성공비결이었죠.


Q. WE는 무엇이 강점이었나요?

원래부터 후반에 정말 강한 팀이었어요. 그런데 단점이라면 초반에 아무것도 하질 않아요. 그때 알았죠. 초반에 아무것도 안 하는데, 저 정도로 후반에 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어요. 그럼 이 팀은 초반을 다듬어주면 더 강해지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Q. 그런데 왜 WE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나요?

첫 번째로 건강상의 문제가 가장 컸어요. 제 모든 것을 WE에 쏟아부었는데, 이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저 욕심이라 생각해요. 목표 달성도 했으니 새로운 팀에 가서 다른 도전을 해야죠.


Q. 그렇다면 어떤 팀을 맡아보고 싶으세요?

욕심이라면 IG를 지도해보고 싶고, 한국 같은 경우는 kt 롤스터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잘하는 팀을 롤드컵에서 볼 수 없다는 게 팬으로서 진짜 아쉬웠어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 실제로 접촉한 팀은 없어요.



Q. 중국팀들이 롤드컵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많은 한국 코칭스태프가 한국팀들의 시스템을 도입했던 게 컸고, 선수들은 중국 문화에 점차 적응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봐요. 그리고 중국 선수들이 개개인 실력으로는 한국 선수들에게 더이상 크게 밀리지 않아요. 다만, 여전히 팀적인 측면을 봤을 때는 미완성이기 때문에 다전제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한국팀과 딱 한 경기 해보면 감이 와요. 이거 진짜 힘들겠다고요.


Q. 불타는 향로 덕에 중국팀들이 선전했다는 의견도 많아요.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려워요. 그 말은 중국 원거리 딜러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뛰어나다는 뜻이잖아요. 중국만 득을 봤다고 할 게 아니라 불타는 향로가 한국 팀들의 장점을 제한시켰다고 봐야죠. 한국 팀들은 운영 측면에서 두 가지를 할 수 있었다면, 올해는 불타는 향로 때문에 다른 지역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한 가지로만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Q.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팀들은 한국 팀을 못 꺾었어요.

기본적으로 한국 팀들이 더 잘해요. 솔직히 8강전까지는 중국 팀들이 더 뛰어난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한국 팀들은 대회 기간 내에 더 발전하고, 새로운 메타를 완성 시켜요.


Q.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한국 팀들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저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국팀들에 대한 믿음이 크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한국 팀도 다른 지역의 메타에 대해 의식을 해야 해요. 당장은 해외 팀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 대회 기간 내에 새로운 메타를 경험해 완성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면 처음부터 팬들의 기대에 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Q. 직접 지도해보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요?

'루키' 송의진 선수를 지도해보고 싶어요. 같이 생활해 보지 않아도 정글러의 움직임을 보면 이 '루키'가 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브리핑 능력이 좋은 데다 개인 실력도 뛰어난데, 너무 우승과 인연이 없지 않았나 싶네요. 한국에서는 함께 해보지 않았던 모든 선수를 경험하고 싶어요. (우지도 경험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음...... '우지' 선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코치가 있을까요?


Q. 아직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나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국에 복귀한다면 당연히 한국 환경에 맞춰갈 계획이고, 중국에서도 여전히 저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긴밀히 이야기를 나눠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이제 도전에 의미를 두고 팀을 물색하고 싶어요.


Q. 끝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코치는 무엇인가요?

팬분들의 수준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팀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 대부분 동의해요. 그런데 밴픽 문제는 보통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함께 하는 거예요. 이때 코치의 능력은 플랜 B에서 드러나요. 만약 가장 공을 들인 조합이 무너졌을 때,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해서 다음 카드를 꺼낼지 아니면 한 번 더 믿을지 정해야 하거든요.

선수들이 직접 플레이하고, 게임 이해도가 높아도 바둑, 축구 등 코치가 존재하는 모든 승부의 세계는 외부에서 보는 이들이 정확할 때가 있어요. 우리같이 지도자들은 보고, 가르치는 게 일이니까요. 이제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게 최고의 코치라고 생각해요.